그린툰 최신 접속주소바로가기
100% 동네 섹파 구하기 바로가기 [AD]토토커뮤니티 NO.1 먹튀검증 토토사이트 추천 바로가기

122회 - 팔로우업(follow-up)

실리콘밸리에 미국 지사를 만들기로 결정한 황제국은 출장 일정을 변경해 며칠 더 머무르기로 했다. 그는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고 한국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

“어, 종석아. 실리콘밸리로 하기로 했어.”

“실리콘밸리라고? 애쉬번이 아니고?”

“와보니까 그냥 비용을 아끼는 게 전부가 아니네. 여기서 며칠 더 머물면서 자리를 확실히 잡아 놓으려고. 서울은 별일 없지?”

“응, 여긴 돈 세는 거 말고는 별일 없어.”

“그 돈 이제 미국에 퍼부어야 하니까 잘 맡아 둬라. 그럼 서울 가서 보자.”

“그래, 알았어. 조심하고!”

다시 미국에 오려면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한 번 왔을 때 최대한 많은 일을 해두는 게 좋았다. 황제국과 전용선은 팔로 알토든 어디든, 오피스보다는 집을 구하는 편이 더 낫다는 쪽에 의견 일치를 봤다.

“어차피 우리가 와서 지낼 집도 구해야 하는데, 그럼 그냥 집에서 일하면 되잖아. 굳이 사무실을 따로 차릴 필요 없이. 원래 애쉬···뭐시깽이에서도 그러려고 했잖아?”

“그렇죠. 집에서 창업하는 거 여기서는 일상이기도 하니까요. 2층짜리 구해서 1층에서는 일하고, 2층에서는 생활하고 그러면 될 거 같아요.”

황제국은 크리스에게 양해를 구하고 하루 정도 더 함께 할 수 있는지 물었다. 다행히 크리스는 싫은 내색 없이 흔쾌히 OK 했다.

“실리콘밸리로 자리 잡으신다니 부럽네요. 마침 소프트펀드 아메리카 사무실이 L.A.에도 있습니다. 연락하기도 편해지겠네요. 그럼 일단 부동산 중개인한테 사무실 말고 집을 보고 싶다고 연락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크리스.”

다음날, 세 사람은 새로운 부동산 중개인을 소개받아 집을 보러 돌아다녔다. 몇 군데 돌아보다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멀지 않은 유니버시티 애비뉴(University Avenue)에 있는 2층 집을 발견했다. 페이스북을 창업한 마크 저커버그가 하버드 대학 기숙사에서 나와 실리콘밸리에 왔을 때 처음 자리를 잡은 곳도 유니버시티 애비뉴였다.

월세는 애쉬번에 비하면 비쌌지만 터무니 없는 수준은 아니었다. 그나마 21세기 초반 IT 버블이 지나고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페이팔 등이 연달아 터지면서 실리콘밸리 집값이 크게 오르기 전이라 다행이었다.

황제국은 1년 치 월세를 한 번에 낼 테니 5% 할인이 가능한지 물었다. 중개인은 곧 집주인과 통화하더니 손으로 OK를 그렸다.

황제국은 남은 현금을 탈탈 털어서 계약금을 내고, 해외지사를 설립하기 위해 집을 렌트한다고 사정을 설명한 후 인가가 나면 남은 돈을 송금하겠다고 말했다. 크리스가 신원보증을 서기로 하고 계약서에 함께 서명했다.

“저도 서명했으니까 꼭 다시 오셔야 합니다. 아니면 이거 제가 다 뒤집어씁니다, 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도와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프레지던트 손이 직접 도와주라고 지시했다는 얘기 들었습니다. 앞으로 우리 회사의 VIP 클라이언트가 되실 분이니 미리미리 잘 보여두려는 겁니다. 하하하하!”

크리스는 자기 입으로 말하고도 너무 솔직해서 민망했는지 크게 웃었다. 황제국도 따라 웃었다. 어딜 봐도 크리스는 야심가 타입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일보다는 놀러 다니는 데 더욱 열정적일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일을 대충 하지도 않았다. 이번 여행에서도 수많은 도시를 돌아보는 일정을 효율적으로 짜고, 도시마다 부동산 중개업자 및 코로케이션 업체와 미리 연락해 미팅을 잡았다.

황제국과 전용선은 크리스가 준비한 일정대로 따라만 다니는 데도 힘들었는데, 그가 아니었으면 출장 일정과 비용이 몇 배로 늘었을 것이다. 처음에는 말이 너무 많아서 좀 힘들었지만, 일주일을 함께 다니니 그것도 제법 익숙해졌다.

“치얼스(Cheers)~~!”

집 계약까지 마치고 팔로 알토에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지막 만찬을 즐긴 황제국과 전용선은 다시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크리스와 그새 정이 들었는지 황제국은 약간 찡한 느낌이 들었다. 크리스도 황제국과 전용선을 끌어안으며 아쉬워했다. 전용선은 질색했지만 허그를 피하지는 않았다.

“근데 정작 가서 보니까 실리콘밸리도 별거 없더라. 뭐 거창한 창업 커뮤니티 센터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조용하고 여유로운, 사람 살기 좋은 동네 같았어. 겉으로만 보기에는 말이지.”

“그러게요. 실리콘밸리라고 하드웨어가 특별한 건 아닌 거 같아요. 대단한 건 창업 문화죠.”

“그러니까 말야. 그게 참 쉬워 보이는데 그래서 더 어려운 건가? 모르겠네.”

전용선이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맥주를 홀짝이며 말했다. 황제국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스탠퍼드 대학이 있다고는 하지만 미국에 좋은 공대가 실리콘밸리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전통적인 명문대는 동부 아이비리그에 더 포진되어 있고, 공대만 해도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이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칼텍, Caltech), 카네기 멜론 대학 등 유명한 학교가 많았다. 그러나 어디도 실리콘밸리와 같은 창업 문화를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황제국도 그 이유를 알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 사이에서, 그들과 같은 리그에서 조만간 진검승부를 벌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고도 12,000미터 상공에서 비행기 창문 밖으로 수많은 별이 운집한 은하수가 보였다. 황제국은 IT의 별들이 모여 창업자들의 은하수를 이룬 실리콘밸리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저 왔어요.”

“제국아~~!”

“어서 오세요!”

한국에 귀국한 다음 날, 황제국은 오전 늦게 회사에 나갔다. 뉴퀘스트를 창업하고, 아니 동아리를 만든 이후로 황제국이 이렇게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적이 없었다.

멤버들은 집 떠났던 아빠가 돌아온 것처럼 황제국을 환영했다. 황제국도 뉴퀘스트 사람들을 만나니 이제야 진짜 서울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미국에서 있었던 일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황제국은 동방과 랩실을 돌면서 그가 없었던 동안 생긴 이슈를 팔로우업했다. 온라인 라이브 서비스를 365일 운영하는 서버팀과 온라인 팀은 황제국이 있든 없든 기본적으로 매일 해야 할 일이 있었다.

확장판 발매 후 시작한 영건 아레나 시즌 3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유필승과 오종석은 캐릭터들의 플레이타임을 비교 분석하며 파워 발란스를 체크했다. 엄지원은 늘어나는 신고접수 건을 무작정 받지 말고 카테고리화 할 수 있도록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제국은 기획을 짜서 박태권과 진행해 보도록 바로 지시를 내렸다.

“비디오 램이 무, 문제야.”

이진수는 퀘스트 엔진을 PS2 용으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그들은 먼저 PS2 하드웨어와 구조를 면밀히 분석하고, 퀘스트 엔진을 PS2에 맞게 필요한 기능 모듈을 정리하고, 최적화를 진행하고자 했다.

최적화의 중심은 단연 3D 그래픽이었다. 그런데 PS2의 CPU와 GPU는 뛰어난 성능을 자랑했지만 비디오 메모리가 고작 4MB에 불과했다.

기본적으로 3D 그래픽은 x, y로 표현할 수 있는 2D에 비해 깊이를 나타내는 z값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디오 메모리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비디오 메모리가 작아서 128비트의 넓은 대역폭과 빠른 프로세서를 장착하고도 PS2로 높은 해상도를 표현하기 어려웠다.

이는 PS2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PS2보다 2년이나 먼저 나온 드림캐스트의 비디오 메모리가 8MB였다는 걸 생각하면 PS2의 한계는 명확했다. PS2의 4MB 비디오 메모리로는 3D로 480p(640x480) 해상도를 구현하기도 벅찼다.

“해상도와 컬러를 도, 동시에 가져가긴 불가능이야. 드드득.”

“아쉽지만 제 생각에도 그럴 것 같습니다.”

이진수가 아무리 뛰어난 프로그래머라고 하더라도 하드웨어 스펙에는 손댈 수 없었다. 주어진 PS2 환경 아래에서 퀘스트 엔진을 수정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진수 팀은 해상도와 컬러의 밸런스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컬러보다는 해상도 위주로 가죠. 480p에 16비트 컬러를 PS2 퀘스트 엔진의 기본 세팅으로 해요. PC로 할 때보다는 물 빠진 색으로 보이겠지만 어쩔 수 없죠. 해상도가 낮으면 우리 게임은 그냥 죄다 깍두기로 보일 거예요.”

“알았어. 그럼 그렇게 할게.”

“알겠습니다, 대표님.”

이진수와 야마시타가 고개를 끄덕이고, 통역으로 전해 들은 무라카미도 잠시 후 고개를 끄덕였다. 이진수가 두 사람과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세 사람에게는 퀘스트 엔진을 PS2에 맞게 개조한다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다.

만약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일로 묶여 있었다면, 기획 단계부터 손발을 맞추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완성된 프로그램을 다른 하드웨어에 맞춰 수정하는 일은 목표하는 바가 뚜렷한 일이었다.

또한 그들에게는 한국어나 일본어가 아니라 프로그래밍 언어라는 제3의 공용어가 있었다. PS2 프로그래밍에는 C언어 외에 어셈블리어가 필수였고, 세 사람은 모두 이에 능통한 개발자였다. S대 컴공에서는 ‘기계어가 이진수의 모국어’라는 농담까지 있는 만큼, 개발 언어가 통하면 이진수에게도 커뮤니케이션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랩실을 돌아본 황제국은 동방으로 돌아왔다. 동방은 랩실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동방의 메인인 콘텐츠팀 트리오는 확장판까지 발매한 상황이라 당장 급한 일이 없었다. 지난 겨울방학부터 이번 여름방학 직전까지 확장판 콘텐츠 개발을 위해 쭉 달렸지만, 그들에게 지금은 한가한 농한기였다. 황제국은 그가 없는 동안 콘텐츠팀에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보라고 했다.

“그냥 알아서 해보라고? 너한테 확인 안 받고?”

“응, 그럴 필요 없어. 그렇게 할 수도 없고. 아직 차기작은 구체적인 플랜이 없으니까 회사 안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봐. 각자 차기작을 기획해도 좋고. 기존 게임을 활용한 뭔가를 해도 좋고. 대신 자기가 책임지고 진행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해.”

“좋네. 좋은데 어렵다.”

셋은 생각에 잠겼다. 반면 이미 동방과 랩실을 돌아다니며 할 일을 알아서 찾아다녔던 민소영에게는 익숙한 일이었다.

“소냐는 얼마나 했어?”

“보여드릴게요! 잠시만요.”

이진수가 랩실로 가면서 민소영이 당분간 황제국 옆자리로 왔다. 민소영은 모니터를 황제국이 잘 보이도록 살짝 돌리고는 프로젝트 파일을 실행했다. 황제국이 소냐 캐릭터를 보고 놀랐다.

“어? 이제 팔에도 관절이 생겼네?”

“네, 다리만 움직이니까 아무래도 좀 어색해서요. 기왕 하는 거 최대한 해보자고 팔에도 관절을 넣었어요.”

황제국이 마우스로 팔을 이리저리 움직여봤다. 팔은 어깨와 연결되어 있어 움직임이 복잡한 편이었다. 그런데도 동작이 자연스럽고, 움직임이 전보다 한결 부드러웠다. 황제국은 깜짝 놀랐다.

“잘했는데?”

“사실은, 진수 선배님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그랬어?”

“네, 가끔 파워가 나간 것처럼 가만히 계실 때가 있어서 쫌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배울 게 엄청 많아요.”

황제국은 바닥부터 퀘스트 엔진을 익혀가는 민소영을 도와주는 이진수를 상상했다. 분명 답답해서 입술을 삐딱하게 비틀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오!”

미소영이 키보드를 조작하자 렌더링 폴리곤만 있던 소냐가 노란색 옷으로 갈아입었다. 진한 노란색 텍스쳐를 입히고, 눈코입은 단순한 점으로 표시했다. 그것만으로도 폴리곤으로만 보는 것보다 훨씬 살아있는 느낌이 들었다. 캐릭터를 보는 순간 황제국은 애니메이션 캐릭터 ‘미니언즈’를 떠올렸다.

“뉴퀘스트 후드티가 노란색이라서 노란색으로 해봤어요. 근데 해놓고 보니까 심슨 가족같기도 하고 그렇네요.”

“괜찮네. 활용이 가능한 캐릭터라서 더 좋다.”

“활용이요?”

“응, 이 캐릭터를 캔버스라고 생각하는 거야. 이걸 기반으로 다양한 캐릭터를 만들 수 있는 거지. 기본 체형과 비율만 잡아 놓고 베리에이션 해서.”

“응? 어디 봐봐. 흐음~~.”

건너편에 있던 차현주가 황제국이 ‘캔버스’라고 말하자 흥미를 느끼고 민소영의 프로젝트를 구경하러 왔다. 차현주는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모니터를 주시했다. 무언가를 고민할 때 그녀의 버릇이었다. 민소영이 바짝 긴장해서 차현주의 피드백을 기다렸다.

“이거 약간 비례가 좀 어색하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제법 귀여운데?”

“현주 니가 보기에도 괜찮지?”

“응, 그리고 제국이 네 말대로 기본 형태 하나 잡아놓으면 무한대로 새로운 느낌을 줄 수 있을 거 같아.”

“무한대로요?”

민소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

“그럼, 당연하지. 당장 여기다가 모자랑 점프슈트만 입혀보면 왕소현 되겠는데?”

차현주가 스케치북에 슥슥 그림을 그렸다. 소냐 캐릭터에 왕소현 모양을 얹은 그림이었다. 그러자 몸매는 전혀 다르지만 귀여운 장난감 모양의 왕소현이 탄생했다.

“우와! 언니, 진짜 귀여워요!”

“내가 좀 그려.”

차현주가 어깨를 으쓱하더니 민소영의 칭찬에 신이 나서 몇 개의 캐릭터를 더 그렸다. 공룡, 과일, 빵, 강아지 등 뭘 붙여도 귀여운 느낌의 캐릭터가 되었다.

“이거 진짜 느낌 괜찮다. <영건 블러드>랑 느낌이 전혀 달라. 게다가 디자인할 게 끝이 없겠는데?”

“그런가요? 저는 그냥 제일 쉽게 하려고 이렇게 한 건데.”

“아~~, 귀여워!!!”

전유진이 차현주의 스케치북을 보더니 귀엽다고 난리였다.

“같은 방에서 이렇게 귀여운 걸 하고 있었는데 전혀 관심이 없었네. 미안해, 소영아.”

“아, 아니에요.”

전유진은 한참 <영건 블러드> 시나리오를 소설로 옮기는 기획을 준비 중이었다. 원래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게임 스토리를 그대로 할 것인가, 다르게 할 것인가를 놓고 계속 고민 중이었다.

“<영건 블러드>처럼 진지한 내용만 보다가 이런 귀여운 아이를 보니까 느낌이 다르다. 얘가 달리는 것만 봐도 힐링 되는 기분이야.”

전유진이 모니터 속에서 달리고 있는 노란 소냐를 보면서 말했다. 황제국은 점점 발전하는 프로젝트를 보며 뿌듯함을 느꼈다. 그가 민소영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건 정했어? 내가 게임의 목적을 만들어 보라고 했었잖아.”

“아, 네! 그럼 미니 게임으로 넘어가 볼게요.”

“뭐야? 뭐야? 벌써 게임까지 만든 거야?”

멤버들이 웅성거리며 흥미로운 눈으로 민소영 뒤에 모였다. 민소영은 황제국이 잠깐씩 봐주며 조언을 해주던 교육용 프로젝트에 갑자기 다들 관심을 가지자 긴장이 되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미니 게임을 실행시켰다.

오류신고

아래 오류에 해당하는 버튼을 클릭해 주시면 빠른 시일내 수정작업이 이루어 집니다.

갓겜의 제국 1998 - 갓겜의 제국-122화
[122 / 총265]

갓겜의 제국 1998 - 갓겜의 제국-122화

연재 총 26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