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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회 - 스팀펑크 시나리오

“어떤 건데요?”

“음, 그냥 막 생각난 거라 유치할 수도 있는데요.”

“괜찮아요. 저희는 아이디어 발상할 때는 아무리 이상한 내용이라도 뭐라고 하지 않아요. 편하게 말씀해 보세요.”

황제국이 전유진을 안심시켰다. 이윽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스케치를 보고 퍼뜩 떠올랐어요. 첫 장면인데, 달리는 기차에 어떤 사람들이 타고 있어요. 그들은 무언가 중요한 걸 옮기고 있어요. 그런데 그게······.”

“그게?”

“거대한 로봇 설계도인 거에요. 국제 정세를 한 번에 뒤엎을 만한 획기적인 병기가 탄생한 거죠.”

“그럼 이 로봇은 누가 개발한 거죠?”

“음······. 일본 관동팔군이에요. 이들은 만주의 어느 광산 근처에 비밀 연구소를 짓고 신무기를 개발 중이었죠. 이 광산에는 고화력 석탄 말고도 희귀한 자원이 많이 나오거든요. 이들은 이제 신무기가 거의 개발 완료 단계라서 본국에 이 사실을 보고하러 가는 중이에요. 그래서 과학자가 설계도를 가지고 가요.”

“그렇게 중요한 설계도면 왜 비행선을 타고 가지 않죠?”

“그건, 작은 비행기는 몇 명밖에 타지 못해서 안전하지 못하고, 큰 비행선은 아무 데서나 탈 수 없으니까요. 만주 깊숙한 곳에 만든 비밀 연구소라 인프라가 갖춰진 곳과 멀어요. 그래서 경호 부대와 함께 일단 기차로 움직이는 거예요.”

“말이 되네요. 그럼 기차에서는 무슨 일이 생기나요?”

“일본군은 중요한 걸 가져간다고 티를 내면 안 되니까 일반 열차를 몇 칸 전세 내서 보통 사람들이 여행하는 것처럼 꾸며요. 그런데 주인공이 이 정보를 알게 돼요.”

“주인공은 어떤 사람이죠? 직업은? 성격은? 무얼 위해 살죠?”

황제국이 전유진에게 계속해서 질문을 쏟아냈다. 전유진의 눈동자가 빠르게 굴리더니 즉석에서 대답을 쏟아냈다.

“이 사람은, 만주에서 이름 높은 총잡이예요. 현상금이 붙은 마적들을 잡으면서 살아요. 당연히 조선 사람이구요. 하지만 식민지가 되어 버린 나라의 독립에 큰 관심은 없어요. 그보다는 총잡이로 명성을 날리고, 돈 많이 벌고, 잘 먹고 잘살고 싶은 그런 젊은이에요. 정의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내 목숨과 내 인생이 그 이상으로 중요한 사람. 아, 물론 젊고 잘 생겼어요.”

“그거 중요하죠, 언니!”

차현주가 웃으면서 엄지를 치켜들자 전유진도 마주 보며 웃었다. 오종석은 회의록에 계속 전유진의 말을 받아적으면서 작게 구시렁거렸다.

“그저, 여자들이란.”

황제국은 주인공 캐릭터가 마음에 들었다. 서부극에 자주 나오는 전형적인 정의감으로 가득 찬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이 끌렸다.

“주인공 캐릭터 좋은데요? 정의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자기 인생이 더 중요한 캐릭터. 현실적이에요. 서부극 보안관이야 지켜야 할 법과 마을이 있지만, 나라 잃은 주인공에게는 자기 삶이 가장 중요하죠. 지금 IMF 시대를 살아야 하는 우리 모습과 비슷한 면도 있는 거 같아요.”

“맞아요. 우린 나라가 망한 건 아니지만 비슷한 측면이 있어요.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하던 가치들이 무너지고 있잖아요? 당장 우리만 해도 맨날 수업 빠지고 술 마시러 다니던 친구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까.”

전유진도 동의했다. 꼭 스토리에 현실을 반영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시대에 어울리는 캐릭터가 있기 마련이다. 그녀는 황제국이 자기도 생각지도 못했던 포인트를 집어주자 기분이 좋았다.

“주인공 이름은 뭐가 좋을까요? 주인공을 나타내는 강렬하고 직관적인 이름이면 좋겠는데.”

“직관적인 이름? 직관적인 이름이면 주인공이 총잡이니까 그냥 건으로 하자. 총이 건이잖아? 흐흐흐.”

오종석이 농담 삼아 던졌다. 그런데 황제국은 의외로 그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건? 흐음, 괜찮은데? 짧고. 영어로 Gun이라고 쓰면 되니까 수출할 때 설명할 필요도 없겠네.”

“그러게. 오종종 아이디어치고는 괜찮은데?”

“굿, 브브.”

“어? 진짜? 아니 나는 그냥 농담으로 한 건데······.”

다들 마음에 들어 하자 오히려 오종석이 당황했다. 황제국은 아랑곳없이 주인공 이름 짓기를 계속했다.

“그럼 성은 뭐로 하지? 뭐가 좋을까? 김건? 이건? 박건? 김이박은 다 좀 이상한데?”

“그러게요. 윤건? 이건 좀 너무 세련된 느낌이다. 최건? 조건? 한건?”

“이건 어때요? 황건!”

“안되지. 그럼 바로 황건적 얘기 나온다고. 삼국지도 아니고.”

“그런가? 흠”

황제국은 성씨를 화이트보드에 쭉 써보면서 발음이 좋은 이름을 찾았다. 그러다 ‘장’에서 멈췄다.

“장건, 장건. 장건 어때요?”

“장건? 으음, 야아악간 촌스러우면서도 나쁘지 않은데?”

“전 좋아요. 오히려 약간 촌스러워서 옛날 느낌도 있는 거 같고.”

“OK! 그럼 일단 ‘장건’으로 하죠. 나중에 더 좋은 이름이 생각나면 수정하면 되니까.”

“오, 오종종. 한 건 했는데?”

“쯥, 이쯤이야 보통이지.”

차현주가 칭찬하자 오종석은 금세 허세를 부리면서 기세등등했다. 전유진은 이제 둘의 관계를 좀 알 것 같았다.

이름을 결정하자 전유진은 주인공 캐릭터가 훨씬 또렷해진 느낌이었다. 그녀는 곧 이어지는 스토리를 생각했다.

“주인공 장건에게 독립군이 찾아와 부탁해요. 저 설계도가 본국으로 가서 로봇이 완성되면 일본은 더욱 강력해지고, 그러면 독립은 영영 힘들어진다. 그러니까 장건이 마적인 척하고, 기차를 털어서 설계도를 가져와 달라.”

“흠, 그러면 주인공 캐릭터와는 좀 배치되지 않나요? 독립이나 정의감과는 좀 거리가 있는 캐릭터라고 했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주인공도 별로 내켜 하지 않아요. 경비도 삼엄할 테고. 그래서 독립군은 돈으로 주인공을 꼬셔요. ‘일본군이라면 분명 금은 물론 각종 값나가는 물건을 잔뜩 가지고 있을 거다. 열차를 털고 얻은 전리품은 모두 네가 가져라. 우리는 설계도만 가져가겠다.’ 장건은 솔깃하죠. 그래서 독립군 몇 명과 마적으로 위장해서 열차를 털러 가는 거에요. 주인공이 열차에 올라타면 그때부터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해요.”

황제국의 머릿속에서 전유진이 말한 장면들이 인트로 영상처럼 돌아갔다. 장건이 만주의 어느 객잔에서 그를 찾아온 독립군과 대화를 나눈다.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전리품은 모두 가지라는 제안에 살짝 표정이 바뀌는 장건. 흔히 보는 영화의 첫 장면 느낌이 났다.

다만 3D 그래픽으로 제대로 그려낼 수 있을지는 조금 걱정이었다. 정 안 되면 인트로 영상은 건너뛰고 곧바로 열차에 올라타서 튜토리얼(tutorial, 게임의 세계관과 조작법 등을 알려주는 장치)을 시작해도 상관없어 보였다.

“어떻게든 가능할 거 같아요. 그러면 열차에서 어떻게 될까요? 장건은 성공하나요?”

“쉽지 않을 거예요. 일본군이 열차 한쪽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완강하게 버텨요. 기습으로 허를 찔렀지만, 화력은 일본군이 앞서죠. 장건과 동료가 아무리 대단한 총잡이라고 해도 쉽지 않아요. 그래서 장건이 꾀를 써요. 그는 창문을 통해서 기차 위로 올라가고 맨 뒤 칸으로 가죠.”

“아하!”

“뒤에서 기습한 장건은 일본인 장교들을 죽이고, 대치 중이던 일본 군대와 혈투를 펼쳐요. 마침내 장건과 독립군이 일본군을 제압하죠. 독립군이 설계도를, 장건은 일본군의 무기와 군자금, 황금 시계 같은 돈 되는 걸 챙겨요. 그런데 이때 일이 틀어져요.”

“다른 세력이 끼어드나요?”

“음······. 아니요.”

잠시 고민하던 전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요?”

“독립군에 변절자가 있어요.”

“아오, 하여간 꼭 배신자가 껴 있다니까!”

속기사를 방불케 하는 속도로 회의록을 적고 있던 오종석이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그만큼 이야기에 몰입하고 있었다.

“이 변절자는 처음에 장건을 찾아왔던 사람이에요. 그는 장건을 뒤에서 쏘고, 장건이 챙긴 물건을 챙겨서 기차에 불을 지르고 도망쳐요. 그는, 그는 러시아에 매수당했어요. 설계도를 러시아로 빼돌리려는 거죠. 변절자는 도망치고, 장건도 동료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서 도망쳐요. 그리고 변절자를 쫓아 광활한 만주를 횡단하는 거예요.”

“변절자를 추적해서 복수하고, 설계도를 회수하는 게 메인 플롯이네요.”

“그렇죠. 장건에게 설계도는 크게 중요한 건 아니지만, 자기를 죽이려 했고, 자기 몫의 보물을 챙겨간 건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독립군 수뇌부가 다시 찾아오고, 독립군 제일의 총잡이를 붙여줄 테니 그를 죽여달라고 해요. 장건은 독립군이 붙여준 총잡이를 불신하지만, 여행하면서 둘도 없는 친구가 돼요.”

“일종의 버디물이 되겠네요. 주인공의 조력자 캐릭터는 독립군 총잡이로 하면 되겠어요.”

“맞아요. 그렇게 만주를 횡단하면서 주인공 일행은 여러 사건을 겪죠. 마적도 마주치고, 방해하는 러시아가 보낸 자객들과 싸우고, 일본군 기지를 습격해서 보급도 챙기고, 중국 군벌에게 붙잡혀서 죽을 위기도 넘기고.”

“영화로 따지면 스펙타클한 로드무비 버디물이 되겠네요. 좋은데요?”

“크으으~~~, 얘기만 들어도 막 사나이 가슴이 벌렁벌렁합니다, 누님! 곳곳에 모험이랑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거 같아요.”

“진짜 끝내줘요. 완전 맘에 들어요, 언니! 이래서 작가가 따로 있는 거구나. 이전까지는 약간 뜬구름 잡고 있는 거 같았는데 순식간에 게임이 뚜렷해지는 느낌이에요.”

극도로 집중해있던 전유진은 모두 만족해하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녀도 이렇게 술술 캐릭터와 이야기가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황제국이 계속 적절한 질문을 던져준 덕분이었다.

황제국도 주인공 장건과 메인 플롯이 마음에 들었다. 다만, 여전히 로봇이어야 하는가는 의문이었다. 옆에서 게임 엔진을 만들어야 하는 이진수는 게임의 다양한 상황을 머릿속에 그려보면서 불안한 듯 이를 딱딱거렸다.

황제국도 이진수의 불안을 눈치챘다. 하지만 이제 막 출발선에 선 스토리에 시작부터 제동을 걸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경고는 해야 했다.

“확실히 변절자를 추격한다는 내용이 목적도 뚜렷하고, 여러 장소를 누비면서 다양한 퀘스트를 수행할 수 있어서 좋을 거 같아요. 다만.”

“다만?”

“문제가 세 가지 있어요. 하나는 과연 이걸 우리 기술력으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느냐? 이건 저랑 진수 선배님이랑 어떻게든 머리를 싸매 볼게요. 게임 엔진이 완성되면 좀 더 고민해 볼 문제에요.”

“드드드득.”

이진수가 불안한 듯 소리를 냈다.

“그리고 두 번째. 전 여전히 인간형 로봇이어야 하는 가는 의문이에요.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으면 자칫하면 막판에 산통을 깰 수도 있거든요.”

“흠, 그럴려나?”

“제 생각에는 <스타워즈>에 나오는 데스스타처럼 압도적으로 거대한 움직이는 요새 정도가 괜찮을 거 같아요. 초장거리 대포를 탑재한 움직이는 요새인거죠. 일단 로봇과 거대 요새 두 가지 안을 개발해 보면서 뭐가 더 좋은지 살펴보죠.”

“좋습니다.”

“저도, 찬성.”

“그럼 세 번째는 뭐야?”

“세 번째, 이건 콘텐츠를 만들 여러분에게 달린 문제에요. 이 방대한 콘텐츠를 여기 세 분이 모두 만들어야 해요. 만주를 횡단하면서 만나게 될 사람들, 그들이 쓰는 장비, 인물들 간의 관계, 지형과 스팀펑크 만주의 문화 요소 등등. 이 많은 걸 방학 전까지 기초 설계를 해놓고, 방학이 시작되면 숨 쉴 틈 없이 만들어야 해요. 그럴 수 있겠어요?”

황제국의 말에 전유진, 오종석, 차현주 세 명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황제국이 재차 경고했다.

“재밌어 보이는 걸 마음껏 상상하는 건 좋지만, 우린 직접 만들어야 해요. 소설은 ‘객잔’이라고 쓰면 끝이지만, 게임에선 객잔을 다 만들어야 하죠. 탁자 위에 엎어진 술잔과 더러운 접시 하나까지도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여름 방학 내내 여러분의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해요. 제가 그렇게 만들 거구요.”

동방이 조용해졌다. 세 사람은 각자 여러 가지를 생각하는 듯했다. 오종석이 먼저 씩씩하게 입을 열었다.

“좋아, 까짓거! 올여름은 이 게임으로 불태워 보겠어. 난 할 거야. 아니, 할 수 있어.”

뒤이어 차현주도 말했다.

“제국이 니가 그렇게 만들 거라는 말이 벌써 왜 이렇게 무섭냐. 그래도 제국이 너 믿고 여기 온 거니까. 나도 할게. 대신 제국이 네가 책임지고 이 게임 끝까지 완성해야 해.”

“그건 걱정하지 마.”

사람들의 시선이 이제 전유진에게 향했다.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황제국이 말했다.

“어려우면 지금 말씀해주세요. 지금이라도 결정하시면 동아리 멤버가 아니라 외주 인력으로 분리해 드릴게요. 그럼 스토리만 편하게 쓰시면서 저희가 원하는 대로 고쳐주시면 될 거예요.”

“음, 편하게···요?”

전유진은 긴장한 듯 손을 모으고 꼼지락거렸다. 황제국은 게임을 만들면서 수많은 외주 인력을 부려봤다. 그녀에게 방학을 몽땅 쏟아부을 각오가 없다면, 멤버들이 정이 들기 전에 차라리 처음부터 외주 인력으로 분류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저는, 근데요.”

전유진이 황제국을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만약, 여기서 나가면 그게 훨씬 불편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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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겜의 제국 1998 - 갓겜의 제국-4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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