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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회 - 프레젠테이션

후지타가 황제국에게 사장을 소개했다. 그가 손을 내밀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스튜디오 X의 사장, 다카하시 테츠야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황제국입니다.”

황제국은 조윤권이 알려준 일본말로 답했다. 두 사람은 회의실에 있는 여덟 명의 스튜디오 X 사람들과 빠짐없이 인사를 나눴다.

“오늘 회의에 들어 온 사람들은 모두 라이선스 계약을 맺을 경우, 게임 개발에 투입될 개발자들입니다. 원작자가 멋진 아이디어를 제안하신다고 해서 아주 기대가 큽니다!”

사장 다카하시의 말을 조윤권이 옆에서 통역해 주었다. 다카하시의 얼굴은 한눈에 보기에도 몹시 신나 보였다. 조윤권은 혹시나 실수로 말을 잘못 전할까 봐 바짝 긴장해 있었다.

“그럼 준비되시면 시작해 주세요.”

후지타의 안내에 황제국은 몇 번 헛기침을 하고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약간 긴장했지만 오히려 긴장감이 그의 집중력을 날카롭게 만들었다.

그는 조윤권을 바라봤다. 조윤권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지고 온 캐리어에서 A3 사이즈의 커다란 파일을 꺼내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열지 마시고 프레젠테이션을 기다려 주세요.”

다카하시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회의할 때 OHP 필름을 벽에 쏴서 보는 시대였다. 노트북을 프로젝터와 연결해 파워포인트로 프레젠테이션 하기는 어려웠다.

대신 황제국은 중요한 자료를 파일과 판넬로 준비해 왔다. 파일을 모두 전달한 조윤권이 이번에는 검은색 판넬을 거꾸로 들고 황제국 옆에서 대기했다. 황제국이 시작하겠다는 뜻으로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삼국지:공성전>을 개발한 황제국입니다. 이렇게 스튜디오 X의 초청을 받아 발표를 하게 되어 기쁩니다. 저와 제 친구를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황제국은 열심히 외운 첫 인사말을 일본어로 틀리지 않고 한 번에 성공했다. 다카하시를 비롯한 사람들이 황제국이 일본어로 말하자 깜짝 놀랐다. 조윤권이 듣기에 약간 외운 티가 났지만 이 정도면 실수 없이 거의 완벽했다.

첫 시작을 실수 없이 넘긴 황제국은 속으로 안도했다. 그는 이어서 게임을 콘솔로 컨버전하는 것을 매우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며, 오늘 미팅이 그와 스튜디오 X의 앞날에 큰 기회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말을 거듭할수록 그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붙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게임 컨셉 아이디어에 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인사말을 끝낸 황제국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제가 개발한 <삼국지:공성전>을 높이 평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렇지만 모든 게임에는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제 게임도 그렇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게임의 가장 큰 단점은 단조로움입니다.”

그는 먼저 <삼국지:공성전>의 단점부터 이야기를 꺼냈다. 상대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였다.

“삼국지는 훌륭한 소재지만 서기 200년대라는 시대적 한계로 무기가 빈약합니다. 저는 이를 최대한 보완하고자 수비전, 공성전, 추격전 등 다양하게 스테이지를 구성했습니다. 그렇지만 한계는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한계를 넘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이 게임을 개발하면서 저의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황제국의 발표를 들으며 다카하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개발해도 분명히 재미있는 게임이라 생각했지만, 스테이지를 얼마나 다양하게 꾸밀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그 때문에 라이선스를 반대하던 직원도 있었다.

“저는 나름대로 해답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짧은 기간에 개발해야 했기에 그 컨셉을 담을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왔습니다. 저는 어쩌면 오늘 이 자리가 제 게임의 본모습을 찾게 해주려는 하늘의 도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황제국은 약간의 과장과 스토리를 섞었다. 옆에 서 있던 조윤권은 ‘하늘의 도움’이라는 말을 듣고 황제국에게 패널 한 장을 넘겼다. 그 말이 신호였다.

A2 사이즈의 커다란 검은색 판넬을 건네받은 황제국은 모두가 볼 수 있도록 판넬을 뒤집어 스탠드에 세웠다. 거기에는 차현주가 그린 기존 삼국지와 다른 느낌의 컨셉 아트가 붙어 있었다. 황제국이 힘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 게임의 본래 모습은 바로, ‘판타지 삼국지’ 디펜스 게임입니다!”

“판타지 삼국지······?”

다카하시가 흥미롭다는 듯 황제국이 들고 있는 컨셉 아트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기본적인 구도는 세 개의 군대가 삼각형 형태로 대치해 싸우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싸우는 모습이 보통의 삼국지와는 달랐다.

보병은 불이 타오르는 검을 들었고, 흰 수염을 늘어뜨린 법사들의 부채를 흔들어 번개를 소환했다. 용을 탄 궁사들이 하늘에서 석궁을 쏘아대고, 장군들은 말이 아니라 육중한 코뿔소를 타고 있었다. 삼국지 느낌이면서 전혀 삼국지가 아니었다.

“파일 첫 페이지를 열면 이 컨셉 아트를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황제국의 말에 스튜디오 X 사람들은 파일을 열었다. 그들은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자기들끼리 목소리를 낮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다카하시 사장은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텀을 준 황제국이 설명을 이어갔다.

“조금 낯설 수도 있을 겁니다. 이 컨셉 아트 그대로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삼국지’라는 소재의 역사성에 갇히지 말고 새로운 상상을 더해보자는 제안입니다. 더 쉽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로도스도 전기>나 <드래곤 퀘스트>를 떠올려 보세요. 그런 판타지 설정을 삼국지에 적용하는 겁니다.”

“드퀘에 <삼국지>를 섞는다고?!”

다카하시 사장이 갑자기 무언가 떠오른 듯 긴 머리를 손으로 쓸어넘기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각종 마법 아이템을 착용하고 서로 맞서 싸우는 삼국지 장수들이 떠올랐다.

여포의 방천화극에서 무협지처럼 검기가 뻗어 나가고, 황충이 활을 쏘면 빛의 화살이 나가는 장면들이 파바바박 그려졌다. 순간 그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황제국은 자신의 컨셉이 먹히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뒷장을 넘겨 보시면 판타지를 덧입힌 군대의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았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아 스케치와 아이디어뿐이지만 몇 장만 보셔도 아시리라 믿습니다. 역사와 고증이라는 틀을 벗고, ‘환상’이라는 렌즈로 비추면 삼국지의 한계는 사라집니다. 마치 마법처럼.”

공을 들인 컨셉 아트에 비하면 스케치는 거친 연필 선에 불과했다. 전부 공들여 그리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그러나 스케치의 거친 선은 나름의 생생한 느낌이 있었다. 스튜디오 X 직원들은 스케치를 넘겨 보며 벌써 서로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호오··· 이거 좋은데요?”

“이건 좀 너무 나간 거 같지 않아?”

“여기엔 차라리 망치 같은 거 어떨까? 토르의 망치 같은 거?”

회의실이 다소 소란스러워지자 다카하시 사장이 책상을 두드려 사람들을 조용히 시켰다. 그리고 황제국에게 말했다.

“발표 잘 들었습니다. ‘판타지 삼국지’라······. 정말 생각지도 못한 접근법입니다. 역사적 소재에 판타지의 상상력이라니. 확실히 이런 방식이라면 표현에 한계가 없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아직 한 가지 더 남아 있습니다.”

“하나 더요?”

황제국은 스티브 잡스가 프레젠테이션마다 쓰던 ‘원 모어 씽(One more thing, 한 가지 더)’ 방식을 흉내 냈다. 그는 조윤권에게서 다른 판넬을 건네받아 펼쳐 보였다. 그림을 보자 다카하시가 눈을 크게 떴다.

“저는 판타지 삼국지 컨셉에 한 가지 요소를 더하고 싶습니다. 바로 삼국지에서 절대로 빠뜨릴 수 없는 요소, 영웅입니다.”

“영웅······. 그래, 바로 그거야! 내가 생각했던 게 바로 이거야.”

판넬에는 3등신으로 그려진 관우가 긴 수염을 아름답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판타지 삼국지의 관우는 번쩍이는 강철 건틀렛을 끼고, 어깨에는 로켓 런처, 허리에는 미니 머신 건을 차고 있었다.

황제국은 다음 그림을 보여줬다. 이번에는 얼굴이 온통 삐죽삐죽한 수염으로 가득 찬 장비였다. 그는 마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드워프처럼 한 손에는 도끼, 한 손에는 아주 거대한 망치를 들고 있었다. 황제국이 설명을 이어갔다.

“<삼국지>가 이토록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영웅들의 존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땅을 부수는 무력, 하늘을 깨우친 계략, 목숨을 바치는 충성심, 모두 우리가 닮고 싶은 모습입니다.”

황제국의 말에 회의실에 있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삼국지>를 읽다 보면 누구나 닮고 싶은 장수나 군주, 책사 등 자기만의 ‘영웅’이 있기 마련이다.

<삼국지>에는 셀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영웅이 등장하고, 그들 하나하나가 모두 개성이 뚜렷하다. 삼국지의 영웅이 게임에 등장한다면 게이머가 훨씬 게임에 몰입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게 될 것이 분명했다.

“또한 영웅은 혹시라도 ‘판타지 삼국지’를 낯설게 느끼는 게이머를 끌어들이는 요소가 될 것입니다. 파일 마지막을 보시면 제가 설계한 영웅 시스템의 일부가 있습니다. 스테이지마다 게이머는 장수를 선택합니다. 모든 장수는 자기만의 특수 능력이 있습니다. 게임에는 수십 명의 장수가 있지만 처음에 선택할 수 있는 건 몇 명뿐입니다.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수록 더 많은 영웅을 얻게 됩니다.”

“그럼 여포로 플레이하고 싶으면 여포 스테이지를 클리어할 때까지 해야겠네요?”

“그렇습니다. 영웅 시스템은 게임의 몰입도와 재미를 높일 뿐만 아니라, 게이머가 이 게임을 더 오래, 더 자주 해야 하는 이유도 만들어 줍니다.”

“그렇지. 내가 좋아하는 장수를 얻을 때까지 절대 포기할 수 없지.”

다카하시가 고개를 끄덕이며 황제국의 말에 동의했다. 그의 얼굴은 즐거움과 호기심으로 가득해 보였다. 그는 이미 머릿속으로 판타지 삼국지 컨셉에 영웅 시스템을 더한 스튜디오 X의 다음 게임을 상상하고 있었다. 황제국은 성공을 확신했다.

“프레젠테이션은 여기까지입니다.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끝내주는 프레젠테이션이었습니다. 미스터 황!”

발표가 끝나자 다카하시 사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립 박수를 쳤다. 그러자 임직원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서 손뼉을 쳤다. 후지타도 뒤에서 열렬히 박수를 쳤다. 황제국은 해냈다는 기쁨에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조윤권은 가슴에서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정말 잘 들었습니다. 자, 그럼 가장 중요한 가격을 얘기해 볼까요?”

회의실을 정리하고 다카하시와 후지타, 황제국과 조윤권이 사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제부터 진짜 미팅이 시작할 차례였다.

다카하시는 어느새 아까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차분한 모습이었다. 그는 황제국에게 차를 대접했다. 황제국은 차를 홀짝이며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했다. 차가 맛있다는 덕담을 몇 마디 나누다 황제국이 입을 열었다.

“<삼국지:공성전>의 모든 콘솔에 대한 라이선스 권리로 2백만 엔을 제시하셨었죠?”

“맞습니다.”

황제국이 기존 제안을 다시 확인하자 다카하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스튜디오 X의 제안에 오늘 발표한 새로운 컨셉, 그리고 영웅 시스템을 더해 총 3백 50만 엔을 원합니다.”

“3백 50만 엔······!”

다카하시 사장이 깊은 생각에 잠겼다. 스튜디오 X가 했던 제안에서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가격이었다. 그러나 황제국은 자신이 있었다. 몰랐다면 몰라도 삼국지에 판타지를 입힌 컨셉과 영웅 시스템은 개발자가 보기에는 너무나 매력적인 요소다.

필드에 관우, 장비가 함께 싸우는 것과 병사들만 싸우는 것은 임팩트가 전혀 달랐다. 삼국지를 한 번이라도 읽고, 게임을 하나라도 만들어 본 사람이라면 절대로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라고 확신했다.

다카하시는 갑자기 긴 한숨을 쉬더니 긴 머리를 쓸어 넘겼다. 무언가 크게 갈등하고 있는 것 같은데 황제국은 그 속내를 짐작할 수 없었다. 조윤권은 가슴을 콩닥거리며 다카하시가 할 말을 번역하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마침내 다카하시 사장이 입을 열었다. 전혀 뜻밖의 말이었다.

“미스터 황, 스튜디오 X에서 일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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