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회 - 7개의 챕터
[ 챕터 1 플롯 ]
장건은 황산의 소개로 이록이 다니던 도박장을 찾아간다. 평범해 보이는 목조 건물 뒤로 비밀문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어두운 방에서 사람들이 돈을 걸고 마작을 하고 있다.
황산은 이록과 자주 마작을 하던 남자에게 이록에 관해 묻는다. 남자는 처음에는 모른다고 잡아 떼다가 갑자기 테이블 밑으로 총을 쏜다. 장건과 황산은 가까스로 피하고, 도박장에서 총격전이 벌어진다. (액션 1 - 실내 총격전)
장건과 황산이 도박장을 지키는 폭력배를 제압하자, 정보원은 동료들과 도망친다. 장건과 황산은 말을 타고 그를 쫓아 추격한다. 곧 마을이 사라지고 넓은 황야가 나타난다. 장건은 추격을 계속하고, 정보원의 동료들을 물리치고, 정보원의 말을 쏴서 넘어 뜨린다. (액션 2 - 추격전)
정보원에게 다시 이록의 소재를 묻는 황산. 그는 이록이 최근 러시아 사람들을 만나는 걸 봤다고 말한다. 이름을 말하라고 다그치는데 멀리서 총소리가 들리고 정보원이 죽는다.
장건과 황산은 급히 언덕에 몸을 숨기지만 어디서 총을 쏘는지 알 수 없다. 고개를 내밀면 총알이 날아온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장건과 황산은 그틈을 타 재빨리 현장에서 벗어난다.
***
황제국은 고개를 끄덕였다. 총격전과 추격전도 좋고, 러시아가 연관되어 있다는 새로운 정보가 나온다. 챕터 엔딩에는 미스테리한 존재가 등장해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들이 누구인지, 주인공을 노리는 것인지, 아니면 정보원을 주시하고 있던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러시아쪽 사람일 거 같은데? 아니면 그렇게 오해하게 만드는 트릭일 수도 있지.’
황제국은 챕터 1이 게이머에게 주어야할 정보와 액션, 그리고 다음으로 이어지는 떡밥까지 잘 갖추고 있어 마음에 들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그는 펜을 들어 중간 추격전에서 ‘말’을 ‘스팀 바이크’로 바꿨다. 사람이 걷는 모션을 만드는데도 자연스럽게 만들기 위해 며칠이 걸렸다. 말이 달리는 역동적인 모습을 제대로 표현하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보다는 스팀펑크 분위기에 어울리는 바이크가 나을 것 같았다. 황산은 사이드카를 붙여 옆에 같이 태우면 된다. 달리는 말 위에서 총격전을 벌이는 액션씬을 만들어 보고는 싶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무리였다.
멋진 상상을 무한대로 표현하고 싶지만, 게임 제작자이자 PD로써 황제국은 언제나 현실적인 한계를 염두에 두어야 했다. 인력, 돈, 개발 기간, 컴퓨팅 리소스 등 모든 자원은 한정되어 있었다. 뉴퀘스트의 가장 큰 자산인 황제국 자신 역시 하루 24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된 한정된 자원이었다.
그는 챕터 1 검토를 마치고 다음 챕터로 넘어갔다. 챕터 2에서는 러시안 총잡이 ‘빅토르’가 나온다. 그는 러시아의 퇴역 군인인데, 장건의 이야기에 “러시아군은 그럴 능력이 없다”면서 웃는다. 하지만 러시아의 비밀 첩보부 ‘붉은 해바라기’라면 조심해야 한다면서 ‘붉은 해바라기’의 비밀 사무소 하나를 알려준다.
장건과 황산은 가상의 도시 쑤양으로 향한다. 전유진은 스팀펑크 스타일의 대도시 쑤양을 자세하게 묘사해 놓았다. 건물마다 높은 굴뚝이 솟아 있고, 스팀 트램이 도시를 연결하고 있었다.
러시아 첩보부는 ‘대동아척식회사’의 거대한 석조 건물에 사무소가 있는데, 장건과 황산은 밤에 몰래 들어간다. 층마다 무장한 경비들이 지키고 있고, 장건은 이를 피해 사무소에 들어간다.
‘침투 액션은 꼭 <메탈 기어 솔리드> 생각나네. 이 미션은 미니맵이 필요하겠어.’
황제국은 ‘게임 엔진: 미니맵 모듈 추가’라고 적었다. 사무실에 침투한 장건은 기밀 문서를 발견한다. 관동팔군의 비밀 병기 설계도 탈취 계획이다. 문서에는 이록의 도주 루트가 표기되어 있다.
그때 사무실에 사람이 들어온다. 총격전이 벌어지고, 경계 경보가 발동하면서 복도에 무인 경비장치가 발동한다. 장건은 경비 로봇들을 부수고 도주하면서 챕터 2가 끝난다.
챕터 2는 챕터 1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챕터 1에서는 30년대 만주의 허름한 마을과 황량한 벌판이었는데, 챕터 2에서는 스팀펑크 스타일의 대도시가 등장한다. 기밀 문서가 너무 쉽게 발견되는 건 조금 아쉬웠지만 빠른 진행을 위해 무시할 만한 수준이었다.
이제 정보를 얻었으니 자연스럽게 이록 추적에 나설 차례였다. 이록은 비행선을 타고 만주를 가로질러 러시아 국경 지대 근처로 간다음, 국경을 넘을 계획이었다. 비행선 터미널은 항상 군대가 상주하기 때문에 장건은 이록이 터미널에 들어가기 전에 잡을 계획을 짰다.
이록의 호텔을 알아내 호텔 보이로 위장해 방을 급습하고, 총격전 끝에 이록을 잡는데 성공한 장건. 그러나 러시아 요원들이 개입해 이록을 빼돌리고, 이록은 비행선을 타고 사라져 버린다.
장건은 황산을 데리고 어느 마적단을 찾아간다. 마적단 두목 왕첸은 장건에게 우호적이다.
장건은 왕첸에게 건십을 빌려달라 요청하고, 왕첸의 딸 왕소현이 직접 태워주겠다고 나선다. 그녀는 조선 여자로, 어렸을 때 북간도로 왔다가 부모를 잃고 왕첸의 수양딸이 되었다.
‘드디어 여성 캐릭터가 나오네. 직업이 무려 건십 파일럿? 특색 있어서 디자인하기 좋겠는데?’
황제국은 왕소현에 동그라미를 쳤다. 어려서 북간도로 왔다는 설정도 역사에 부합했다. 건십을 타고 비행선을 추격한 황산은 비행선에 들어가 이록과 총격전을 벌인다.
비행선 안이라 무기는 오직 권총과 칼뿐이다. 그런데 이록을 붙잡기 직전, 그는 비행 슈트를 입고 비행선에서 뛰어내린다.
“헐···!”
황제국은 이야기를 쥐고 흔드는 전유진의 솜씨에 감탄했다. 전유진은 차현주가 비행선 디자인에 공을 들인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스팀펑크답게 비행선을 꼭 넣겠다고 다짐했었다.
황제국 생각에도 커다란 비행선에서 벌이는 총격전은 멀티플레이용 맵으로도 좋았다. 유리창 너머로 푸른 하늘과 구름이 보이는 비행선에서 싸우는 재미란 특별할 것 같았다. 전유진은 비행선을 극 중반에 자연스럽게 등장시켰다.
이록을 두 번이나 코앞에서 안타깝게 놓친 장건과 황산은 이제 본격적으로 만주 벌판에서 이록 추적에 나선다. 이때부터 장건/황산 콤비는 왕소현이 합쳐져 트리오가 된다.
버려진 비행 슈트를 발견한 트리오는 이록 추적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적들과 마주친다. 일본군 정찰부대와 싸우고, 마적과 마주치거나, 광산 근처에서 온몸을 기계로 바꾼 폭력배들과 시비가 붙는다.
그리고 마침내 어느 숲에서 이록을 추격해 장건과 왕소현이 이록을 붙잡는데 성공한다. 그런데 그때 중국 군벌 ‘폭렬왕’이 스팀 탱크를 타고 나타나 장건, 왕소현, 이록을 잡아간다.
이제 이야기는 마지막 챕터 7, 클라이맥스로 가고 있었다. 끌려간 셋은 군벌의 야영장 공터, 커다란 말뚝에 묶여 있다. 밤이 되자 그들에게 그림자가 다가온다.
황산이었다. 그는 숲에서 길을 잃은 덕분에 군벌을 피할 수 있었다. 황산은 이록의 몸을 수색하지만 설계도는 없었다. 황산이 칼을 꺼내 이록의 목에 겨누자 이록이 제안을 한다.
그는 자기를 풀어주면 망루에 올라가 사령부에 접근하는 놈들을 모두 죽이겠다고 말한다. 그사이 장건, 황산이 사령부에 들어가 설계도를 훔치라고 한다.
“미쳤냐? 내가 그 말을 믿게? 차라리 지나가는 개새끼 말을 믿지?”
“그래서 어쩔 건데? 설계도 없이 도망칠 건가? 도망은 어떻게? 두 발로 걸어 나가려고? 여기를 쑥대밭으로 만들지 않으면 도망치는 건 불가능해. 그게 여기서 살아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야. 너도 알텐데?”
이록의 목을 겨눈 칼이 파르르 떨리고, 황산은 칼을 내린다. 왕소현이 망루에 함께 올라가 이록을 감시하고, 장건과 황산은 무기고에 불을 지른다음 사령부에 침입한다.
설계도는 군벌 지도자인 ‘폭렬왕’의 방에 있다. 그는 스스로 왼손을 잘라내고 기관총을 장착할 만큼 폭력에 미친 자다.
사령부에서의 치열한 전투 끝에 폭렬왕의 방에 들어가자 온몸에 무기를 칭칭 감은 폭렬왕이 기다리고 있다. 말 그대로 끝판왕. 장건은 사투 끝에 폭렬왕을 죽이고 설계도를 되찾는다. 둘은 방에서 탱크 열쇠와 금고를 훔치고, 넷은 탱크를 타고 군벌에게서 탈출한다.
황제국은 마지막 스테이지인 군벌 사령부에서의 전투와 폭렬왕과의 전투를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폭렬왕과의 전투는 앞서 전투하고 비슷해선 안 된다. 그는 특별한 존재다. 거의 무한에 가까운 체력이 있다. 보스를 잡기 위해서는 그의 약점을 이용해야만 한다.
‘헤드샷 세 번? 그 정도면 적당하겠다.’
황제국은 난이도를 상중하 3단계로 나누고, 상 - 헤드샷 세 번, 중 - 두 번, 하 - 한 번이라고 메모했다. 상상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이 분출하는, 그야말로 피가 끓는 전투가 벌어질 것 같았다. <영건 블러드>의 최종 스테이지로 적절해 보였다.
드디어 에필로그에 도달했다. 탱크를 타고 달린 장건은 추격부대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탱크를 세운다. 황산이 이록을 끌고 황야로 나온다. 처형의 순간이다.
이록이 아득바득 악을 쓰자 장건은 그를 흠씬 두들겨 팬다. 쓰러진 이록은 어떻게든 살려고 기어서 도망치려 한다. 황산이 총으로 쏘려는 순간, 갑자기 폭탄이 떨어진다.
일본 관동팔군의 건십이었다. 일본군은 설계도를 탈취당한 후 만주를 이 잡듯 뒤지고 있었다. 장건은 탱크에 달린 기관총과 이록의 스나이퍼 라이플로 건십을 잡지만, 그사이 이록은 사라지고 없었다.
황산이 이록을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멀리서 일본군이 다가오고 있었다. 장건은 복수보다 일단 살아야 한다며 황산을 설득한다. 황산은 이를 부득부득 갈고 눈물을 흘리며 탱크에 올라탄다. 장건은 탱크를 출발시킨다.
장건, 황산, 왕소현을 태운 스팀 탱크가 만주 벌판을 향해 움직인다. 만주 벌판 위로 시뻘건 석양이 내리면서 <영건 블러드> 싱글 플레이가 끝난다.
“후우······!”
황제국은 시나리오를 덮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폭풍 같은 스토리였다. 음침한 도박장에서 최고급 호텔, 비행선, 만주 벌판, 마지막 폭렬왕과의 싸움까지. 잡힐 듯 잡힐 듯 도망치는 이록과 계속해서 무대와 적을 바꿔가며 싸우는 구성도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별로야?”
두 손을 모으고 긴장해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던 전유진이 황제국이 시나리오를 덮으며 한숨을 내쉬자 걱정 가득한 눈빛으로 말했다.
“그래, 그렇겠지.”
“아니, 아니, 아니에요. 그 반대에요.”
황제국은 전유진처럼 손을 휘휘 내저었다. 그녀의 손동작은 전염성이 있었다. 황제국은 얼른 그녀의 생각과 반대라고 말했다.
“진짜 재밌어요. 숨도 안 쉬고 읽었어요.”
“정말?”
“네, 무대도 다양하고, 미션과 전투 방식도 다양하고. 마지막 액션도 강렬하고. 전체적으로 아주 훌륭한데요?”
“정말이야?”
“전 게임 피드백으로는 거짓말 안 해요. 그냥 기분 좋아지라고 입에 발린 소리는 못하거든요.”
“인정. 그거 진짜 인정.”
차현주가 끼어들었다가 얼른 스케치북으로 다시 고개를 돌렸다. 전유진도 이제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잘한 구멍도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마음에 들어요. 그런데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 그렇겠지. 뭔데? 뭐가 걸려?”
전유진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우선 첫 번째. 빼돌린 설계도의 비밀 병기요. 그게 로봇이든, 움직이는 요새든 굉장히 중요하게 나오는데 내용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아요. 완전 맥거핀이 돼버렸어요.”
“맥거핀?”
“떡밥만 던지고 정작 아무 내용도 없는 거요.”
“으흠. 확실히 그렇지. 근데 내용을 전개하다 보니까 비밀 병기는 연구소에 있는데 주인공들이 비밀 연구소로 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더라구.”
전유진이 머리를 짚으며 말했다. 황제국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려운 문제죠. 그건 나중에 같이 해결 방법을 찾아 봐요. 그런데 그거보다 더 큰 문제가 있어요.”
“더 큰 문제?”
“네, 제일 걸리는 건 마지막 결말이에요. 이록은 왜 살려주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