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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회 - 벤처 기업 창업(2)

“벤처 기업 창업이라······.”

이광철 교수도 잠시 차를 홀짝이다가 말했다.

“그 얘기는 또 어디서 들었어? 그새 태권이가 소문내고 다녔나?”

“무슨 소문이요?

“요즘 정부 차원에서 벤처 창업을 밀고 있어. IMF 극복을 위해 혁신적인 기술을 갖춘 벤처 기업을 잔뜩 육성하자는 플랜이지.”

98년부터 정부는 적극적으로 벤처 기업 육성에 나섰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만들 정도였다. 황제국도 그런 정책은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지원책이 무엇인지는 몰랐다. 이광철 교수가 말했다.

“그래서 우리도 랩실마다 벤처 기업을 하나씩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있거든. 학장님도 꽤 긍정적이고.”

“교수님은요?”

“나? 기술만 있다면야 못할 것도 없지. 하지만 신중해야 해. 기업 경영이라는 게 기술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그렇죠.”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그걸 원하는 클라이언트가 없으면 말짱 꽝이란 말이지? 그러니 영업도 해야 하고, 좀 괴팍한 요구도 맞춰줘야 하고, 납품 이행 확실히 할 수 있는 설비도 갖춰야 하고, 돈 관리 잘해줄 사람도 필요하고, 세금도 신경 써야지. 아~주 골치가 아프단 말이야.”

황제국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지당한 얘기였다.

이진수나 전용선 선배 같은 인재는 모두 각자 창업을 해도 될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능력과 욕망은 엔지니어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그들은 문제를 더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시스템을 고도화시키는 데서 희열을 느낀다. 그들은 그들이 흥미를 느끼는 기술적인 문제 외에는 신경 쓰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데 제국이 너는 그 귀찮고, 골치 아픈 일을 굳이 하겠다고 나서는 거잖아, 지금. 그렇지?”

“네, 그렇습니다.”

“왜지?”

이광철 교수가 전에 없이 진지한 얼굴로 물었다. 그는 이미 퀘스트 엔진을 제출했을 때부터 황제국이 언젠가 창업을 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다시 이유를 묻고 있었다. 황제국은 자세를 고쳐 앉으며 대답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사람들과 하고 싶은 방식으로 도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이광철은 황제국을 신기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는 1,000억을 벌고 싶어서나, 세계 최고의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같은 대답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황제국의 대답은 뜻밖이었다.

“왜 유일한 방법이야? 지금이라도 이 엔진을 들고 진수랑 미국으로 건너가서 큰 게임회사에 보여주면 당장 거액 연봉을 제시받고 취직할 수도 있을 텐데? 그럼 큰 회사의 지원을 받으면서, 안정적으로,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도 있을 거야. 달러로 월급을 받으면서 말이야.”

이광철이 손으로 돈을 만지는 제스처를 취하며 황제국을 유혹하듯 말했다. 황제국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저랑 진수 형은 그럴 수도 있겠죠. 하지만 뉴퀘스트에는 저희 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오종석, 차현주, 전유진 선배님 같은 사람들이 있어요. 전용선 선배님도 있구요. 전 그냥 재밌는 게임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이 사람들과 게임을 만드는 게 좋습니다.”

이광철은 황제국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황제국이 말을 이었다.

“이 사람들과 지속해서 게임을 만들려면 창업 말고는 답이 없습니다. 그리고 말씀처럼 큰 회사의 지원을 받는다는 건, 겉으로야 좋아 보이지만 결국 그들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공짜로 주어지는 자유 같은 건 없으니까요.”

“그렇지. 공짜 점심은 없는 법이지. 어디에도 말이야. 근데 말이야.”

이광철이 고개를 끄덕였이는 듯하더니 날카롭게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네?”

“결국 네 방식대로 하고 싶어서 회사를 만드는 거잖아? 다른 애들은 지금처럼 동아리가 더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동아리와 회사는 무게감이 전혀 달라. 제국이 너야 좋을지 몰라도 다른 애들은?”

“그건···.”

“어디 그뿐인가? 회사가 힘들어도 문젠데, 돈을 너무 잘 벌어도 문제가 생겨. 지분 0.1%에 수십만 달러가 왔다 갔다 하면 말야, 사람이 눈빛부터 변해. 둘도 없이 친했던 사이가 멱살을 잡고 싸우게 돼. 연봉 적다고 투덜거리는 건 차라리 애교야. 사람이 그래.”

이광철은 거의 분노가 느껴지는 얼굴로 말했다. 황제국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만약 제가 회사를 만들고, 그 때문에 누군가와 갈라서는 일이 생긴다 해도 원망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그 사람의 선택이니까요. 중요한 건 오직 지금, 함께 할 때 최선을 다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 수 없는 미래까지 책임질 수는 없습니다.”

황제국만큼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사실에 대해 확신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는 살면서 1998년으로 돌아올 거라 생각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다시 돌아온 1998년에서 세상의 큰 흐름은 비슷하게 흘러갈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미래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이광철은 그만하면 됐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다시 본래의 개구쟁이 같은 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좋다! 마인드가 좋아! 그런 생각이라면 내가 밀어줄 수밖에 없겠네. 근데 말야, 제국아.”

“네, 교수님.”

“내가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네.”

“정말로 대학원에 올 생각은 전혀 없는 거야?”

“죄송합니다.”

“야, 어떻게 단 1초도, 생각하는 척조차 안 하냐. 증말, 서운하다. 응? 나 서운해~~.”

이광철이 소파의 팔걸이를 주먹으로 때리며 말했다. 그러나 황제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너 그렇게 매정하면 여자한테 인기가 없어.”

“요즘 여자들은 결단력 있는 남자를 좋아합니다, 교수님.”

“한 마디도 안 지네. 그래, 늬들은 X세대라 이거지?”

이광철은 성질을 부리는 것 같았지만 얼굴은 웃고 있었다. 그는 다시 일 얘기로 돌아왔다.

“그래서 뉴퀘스트를 벤처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교내 실험실 벤처로?”

“네.”

“마침 올해 초에 공대 실험실에 S대 실험실 1호 벤처가 생겼는데, 알고 있어?”

“그냥 생겼다는 것만 알고 자세히는 모릅니다.”

“그렇구만. 나도 옆에서 과정도 지켜보고, 얘기도 좀 들었는데 만드는데 아주 고생을 한 모양이야. 심지어 세무서에서 무슨 대학에서 창업이냐고 법인 설립 신청서도 받아주지 않았다니깐.”

“정말요?”

“황당하지? 미국에선 너처럼 대학생이 창업하는 일도 흔한데 말이지. 한국은 아직 그런 면에서는 많이 늦었지. 그래도 지금이라도 벤처를 키운다니까 다행이야. 아무튼 그 덕분에 학교에서도 뭔가 해야겠다고 문제의식도 느끼고, 마침 정부에서도 밀어준다고 하고. 때는 아주 좋아.”

“다행이네요. 그럼 가능할까요? 제가 뭘 준비해야 할까요?”

“내가 자세한 행정절차는 실험실 1호 벤처 김 교수랑 얘기를 해볼게. 거기는 교수가 대푠데, 여기는 제국이 네가 대표를 맡을 건가?”

“그럴 생각입니다.”

“그래, 내가 봐도 제국이 니가 딱이야. 근데 마음 단단히 먹어라. 아무리 친구고, 실력 있고 좋은 사람들하고 창업해도 대표는 외로운 거야. 욕도 많이 먹어야 하고.”

“각오하고 있습니다.”

황제국은 많은 회사를 거치며 수없이 많은 경영진과 사장 뒷담화를 들었다. 술자리에서 회사 불만이 주제에 오르면 그도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제는 입장이 바뀔 처지였다. 하지만 뒷담화가 무섭다고 꿈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근데 실험실 벤처를 하려면 학부생만으로는 안 될 거야. 최소 박사급이 한 명은 있어야 할 텐데. 뭐야? 그런데 마침 용선이가 함께 하고 있네?”

“이제 게임 엔진 말고 서버 구축을 도와주고 계세요. 정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내가 1학년 때부터 찜해 놨던 진수에다, 이제 용선이까지. 더이상은 안 된다. 너희 창업하고 나면 우리 랩실에 접근 금지야. 알겠어?”

이광철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며칠 후, 이광철은 황제국을 불러 실험실 벤처 설립에 관해 자세히 설명했다.

“박사급이 용선이 한 명이라 부족하긴 한데, 그건 내가 추천서랑 어찌저찌해서 해결할 수 있을 거 같다. 어쨌든 일단 가능할 거 같아.”

“고맙습니다, 교수님.”

“공간은? 지금 있는 동방에서? 아니면 추가로 랩실이 필요한가?”

“동방이 일하는 장소로는 가능한데 서버를 둘 공간이 마땅치 않아요. 아직은 테스트 서버 뿐이라 괜찮은데 본격적으로 하려면 아무래도 따로 공간이 많이 필요할 거 같습니다.”

“굳이 ‘실험실’ 벤처를 하려는 건, 공간 문제가 제일 큰 거야? 아니면 사무실 임대료 때문에?”

“그런 문제도 있지만 사실 제일 큰 문제는 인터넷 회선 때문입니다.”

“아하, 멀티 플레이가 중요한 게임이라고 했지. 하긴, 지금 공과대학만큼 인터넷 대역폭(Bandwith, 데이터 전송 속도의 최대값) 확보하는 게 쉽지 않지.”

“회선 사용 비용도 그렇구요.”

“거기다 인력은 다 내 주머니에서 빼가고 말이지?”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교수님.”

“뭐, 괜찮아. 너가 창업해도 용선이는 여전히 우리 랩실 소속이야. 일종의 양다리지. 빨리 논문 쓰라고 내가 갈궈야지, 크크크.”

이광철은 혼자 재미난다는 듯 웃었다. 전용선이 이 모습을 봤으면 등골이 오싹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거 중요한데 실험실 벤처도 똑같은 법인이니까 창업할 때 자본금이 필요해.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원래 법인 창업 필수 자본금이 5,000만원인데, 실험실 벤처는 벤처 장려한다고 많이 낮아졌어. 2,000만원이야. 근데 학생이 2,000만원이 어딨어?”

“있는데요.”

“뭐라고? 2,000만원이 있어?”

황제국은 <삼국지:공성전>을 스튜디오 X와 라이선스 계약 맺은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고 얼마 전 다시 일본에 다녀와 프로토타입을 보고 온 이야기도 했다.

“야~, 진짜 준비가 철저하네. 그래서 그 돈이 아직 많이 남았다 이거지?”

“네, 딱 자본금 낼 만큼은 있습니다.”

“아쉽네. 없으면 내가 빌려줄라 그랬는데. 물론 이자 아주 팍팍 쳐서 말이지. 그래도 돈은 많을수록 좋지?”

“네?”

“이번에 정부에서 벤처 기업 창업 지원기금도 마련했거든. 우리도 신청 가능하니까 거기 서류 넣어보자. 아마 최소 500에서 많으면 1,000만원까지 나올 거야.”

황제국은 이광철에게 공대 실험실 벤처 창업에 필요한 서류와 창업 지원금 신청에 필요한 서류를 안내받았다. 이광철은 이번 일은 조교 박태권을 시키지 않고 본인이 직접 챙기고 있었다.

그는 너무 일찍 둥지를 떠나는 제자들이 자랑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론 아쉬웠다. 특히 황제국과는 함께 한 시간이 너무나 짧았다.

그는 창업이라는 거대한 바다에 나서는 제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크고 튼튼한 배를 마련해 주고 싶었다. 때마침 벤처 창업의 기회가 트이는 시대였다. 황제국이 이진수와 게임 엔진을 들고 온 타이밍은 너무나 공교로웠다.

아이템 만큼이나 성공에 중요한 요소가 타이밍이다. 이광철은 S대 1호 벤처는 아니지만, 그의 랩실 1호 벤처가 될 뉴퀘스트가 제대로 조류를 타고 먼바다로 나갈 거라고 확신했다.

실험실 벤처 창업 요건을 확인하고, 신청 서류를 준비하면서 황제국은 정규 개발 회의에 이 사실을 알렸다. 모두 언젠가 그럴 거라는 건 알았지만 막상 눈앞에 닥치자 약간 당황하는 눈치였다.

“왜 지금이야?”

“퀘스트넷 서버를 마련하려면 돈이 필요해. 이리저리 따져봤는데 창업해서 투자를 받는 쪽이 제일 확실해. 그리고 어차피 유통사와 계약하려면 동아리 상태로는 무리야. 언젠가는 해야 할 일이야.”

“좋아, 좋은 거지. 남들은 이제 막 창업 동아리다, 벤처 동아리다 만들고 준비하는데. 우리는 벌써 한참 앞선 거잖아. 난 완전 찬성이야.”

차현주는 약간 망설이는 눈치였지만, 오종석은 적극 찬성이었다. 전유진은 동아리가 회사가 된다는 것이 어떤 건지 아직 감이 오지 않는 눈치였고, 이진수는 담담했다. 전용선과는 회의 후 따로 얘기할 계획이었다.

“그럼 만약 창업하면, 우리는? 우린 대학 그만 둬야 해?”

전유진이 약간 겁먹은 표정으로 말했다. 황제국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당연히 아니죠. 저는 일단 다음 학기는 휴학할 생각이지만, 다른 분들은 자유롭게 학교 다니면 돼요. 다만, 대학생이면서 동시에 뉴퀘스트라는 벤처 기업에 등록된 직원이 되는 거죠. 그리고 1학기 때처럼 공강 시간과 수업 후에 개발 일을 하면 됩니다.”

“아, 다행이네.”

전유진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는 차현주가 물었다.

“그럼, 직원이면 월급도 주는 거야?”

“물론이지. 노동자니까. 근데, 미안하지만 투자받기 전까지는 많이는 못 줄 거 같아. 제일 급한 게 서버 비용이거든.”

“그래도 주긴 주네. 뭐, 똑같이 일하는데 돈 준다면야 좋은 거지. 그럼 나도 찬성.”

차현주도 동의하고, 전유진도 일단 분위기에 따라 고개를 끄덕였다.

“드, 드디어 페라리!”

이진수도 당연히 찬성이었다. 모두가 찬성의 뜻을 보이자 황제국은 화이트보드에 큰 원을 그렸다. 그리고 모두를 돌아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자, 이제부터 중요한 얘기니까 잘 들어주세요. 주식회사가 될 뉴퀘스트의 지분 배분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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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겜의 제국 1998 - 갓겜의 제국-6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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