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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회 - 스튜디오 X

황제국은 스튜디오 X에서 보낸 메일을 클릭했다. 메일은 영어로 되어 있었다. 그는 먼저 대충 눈으로 훑으며 내용을 살폈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스튜디오 X 마케팅 부서의 후지타 시마였다. 그는 황제국이 만든 <삼국지:공성전>을 재밌게 했으며, 간결한 구성에도 재미있는 플레이가 몹시 인상적이었다고 칭찬했다. 그리고 스튜디오 X는 플레이스테이션과 PC용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인데, 논의하고 싶은 일이 있으니 연락을 달라는 메일이었다.

‘논의하고 싶은 일? 그게 뭐지?’

황제국은 다시 찬찬히 메일을 되짚어가며 읽었다. 이전에 보낸 메일을 열어봤더니 말이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 같은 내용이었다.

게임사가 황제국과 논의하고 싶은 일이라면 당연히 게임 관련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삼국지:공성전>이 무료 배포 게임이다 보니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언뜻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는 일단 스튜디오 X를 알아보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했다. 21세기였다면 구글이나 위키피디아에 들어가 검색했겠지만, 지금은 1998년. 황제국은 현재 최고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야후(Yahoo!)에 들어가 스튜디오 X를 검색했다. 플레이스테이션용 RPG 게임이 하나 검색되는 게 전부였다. 처음 보는 게임이었다.

황제국은 다시 야후 재팬에 접속해 스튜디오 X를 검색했다. 이번에는 결과가 몇 개 뜨긴 했지만 모두 일본어라 무슨 말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웹번역 서비스도 당연히 없었다. 몇 개 클릭해 봤지만 회사 홈페이지는 없는 것 같았다.

그는 메일에 답을 하기 전에 전문가에게 자문을 먼저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조윤권에게 연락해 PC 통신에서 채팅으로 스튜디오 X에 관해 물었다.

> Gamelife(조윤권): 스튜디오 X? 어···, 거기 몇 년 전에 생긴 일본 게임 회산데 지금까지 만든 게 서너 개 정도 될 거야. 완성도 있고, 개발력은 꽤 좋은데 게임이 막 특색있거나 대단히 재밌는 건 아니라는 평가가 많지.

> LeChuck(황제국): 그래? 너도 해 본 적 있어? 스튜디오 X 게임?

> Gamelife: 아니, 나도 일본 게임 잡지에서 보기만 했어. 근데 왜?

황제국은 조윤권에게 스튜디오 X에서 메일이 왔다고 말했다. 일단 조윤권을 통해 기본적인 정보를 얻은 황제국은 답장이 늦어서 미안하다고 전하며, 미팅할 의향이 있으니 무슨 내용인지 알려달라고 답변을 보냈다.

다음날, 후지타 시마로부터 바로 답변이 왔다. 그는 <삼국지:공성전>에 관련한 비즈니스 미팅이며 자세한 이야기는 자기가 한국에 갈 테니 만나서 하고 싶다고 말했다. 간단히 얘기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 황제국도 알았다고 대답했다.

몇 차례 메일이 오가며 만날 시간과 장소를 조율했다. 후지타는 벼락같이 출장 일정을 잡고 한국으로 날아왔다.

황제국은 미리 약속한 호텔 커피숍으로 찾아갔다. 혹시 몰라서 조윤권도 불렀다. 종업원에게 후지타 씨를 찾아 달라고 하려던 황제국은 마침 일본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한 명뿐이라 그에게 다가갔다.

“후지타 상?”

검은 정장을 입고 비즈니스용 수첩을 테이블 위에 얌전히 내려놓은 채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그는 뭔가 세계관의 혼돈을 겪는 듯한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일어나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미, 미스터 황?”

“예스.”

“......!”

후지타는 깜짝 놀라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는 당황해서 일본어로 혼잣말을 하다가 갑자기 옷매무새를 정돈하더니 황제국에게 명함을 내밀며 영어로 인사했다.

“스튜디오 X의 후지타 시마입니다. 이렇게 만나 주셔서 고맙습니다.”

황제국의 예상과 달리 후지타는 혼자였다. 당연히 통역과 함께 올 거라 생각한 황제국은 약간 황당했다. 혹시 몰라서 조윤권과 함께 온 게 천만다행이었다.

황제국은 일본어를 못 하고, 후지타는 한국어를 못 하니 조윤권이 없었으면 둘은 영어로 대화를 나눌 뻔했다. 조윤권이 일본어로 인사를 건네자 후지타는 활짝 웃었다. 그는 급하게 오느라 통역을 구하지 못했다면서 몇 번이나 허리를 숙여 사과했다.

기나긴 사과 후, 후지타는 황제국이 학생이란 사실에 너무 놀라서 실례했다고 또다시 사과했다. 황제국이 몇 번이나 괜찮다고 말하고 나서야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조윤권의 통역으로 두 사람은 미팅을 진행했다.

후지타는 먼저 <삼국지:공성전>을 하게 된 계기부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야후 재팬에 삼국지 관련 게임만 하는 골수팬들의 모임이 있다고 했다. 평소처럼 게임 관련 게시판을 돌던 그는 여기서 우연히 황제국의 게임을 알게 되어 다운로드를 했다고 말했다.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솔직히 이런 말씀은 죄송하지만, 한국 게임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황제국은 쓰게 웃었다. 황제국 개인에게는 칭찬이지만,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다. 닌텐도, 세가, 그리고 최근에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까지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콘솔 게임의 강국으로 자리 잡고 전 세계 게임 시장을 공략하고 있었다. 그들에 비하면 아직 한국 게임은 여전히 걸음마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일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일로 절 만나자고 하신 건가요?”

“아, 잠시만요.”

황제국이 묻자 후지타는 가방에서 플레이스테이션 로고가 찍힌 시디 케이스를 하나 꺼냈다. 스튜디오 X가 만든 RPG 게임이었다.

“저희 스튜디오 X에서 만든 게임입니다. 한국에 발매하지는 않아서 아마 모르실 것 같은데 상당한 인기를 끌었습니다. 선물입니다.”

“아, 고맙습니다.”

비록 집에 플레이스테이션은 없었지만 일단 황제국은 고맙게 받았다. 나중에 게임 박물관을 차리는 게 꿈인 조윤권에게 줄 생각이었다.

그러고 보니 문득 뉴퀘스트 동아리방에 콘솔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개발용 PC도 아직 인원수대로 갖추지 못한 상황인데, 콘솔조차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특히 차현주는 게임 경험이 너무 없어서 여러 가지 게임을 폭넓게 해 볼 필요가 있는데, 아직 그럴만한 환경이 받쳐주지 않았다.

잡지 번들을 내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500만원을 벌었지만, 개발용 PC를 2대 맞추는데 대부분 써버렸다. 여러모로 초기 자금이 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후지타가 뜻밖의 제안을 했다. 말을 전하는 조윤권도 깜짝 놀랐다.

“<삼국지:공성전>을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으로 출시해보고 싶습니다. 어떠십니까?”

“플레이스테이션용이요?”

“네, 그렇습니다.”

황제국은 순간적으로 현재 <삼국지:공성전>을 머릿속으로 콘솔용으로 컨버전(conversion, 다른 플랫폼에서 돌아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변환하는 것)해 보았다. 게임 플레이는 모두 마우스로 조작 가능 했다. 컨트롤러의 아날로그 스틱을 마우스처럼 이용하면 조작이 가능하다.

‘듀얼쇼크가 언제 나왔지?’

플레이스테이션이 처음 나왔을 때, 기본으로 제공하는 컨트롤러 패드에는 아날로그 스틱이 없었다. 그가 빠르게 기억을 되짚었다. 분명 이때쯤에는 왼손, 오른손 엄지로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는 아날로그 스틱이 달린 듀얼쇼크가 출시된 후였다.

그렇다면 문제는 컨버전. 황제국은 플레이스테이션의 개발 환경이 어떤지 자세히 알지 못했다. 아쉽게도 그는 콘솔 게임을 개발해 본 경험이 없었다. 다만 플레이스테이션은 게임 개발 난도가 PC나 다른 콘솔에 비해 상당히 높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개발이 어렵다고 해도 <삼국지:공성전>이 그렇게 복잡한 게임은 아니다. 거의 혼자서 한 달 만에 만든 게임이니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만드는 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만주 웨스턴 FPS 개발을 막 시작한 시기. 아직은 게임 엔진을 설계하는 단계지만, 조만간 개발에 들어갈 것이다. 게다가 황제국은 동시에 게임 콘텐츠도 고민해야 한다. 좋은 기회인 것은 확실해 보였지만 지금 <삼국지:공성전>을 컨버전하는데 쏟을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음, 글쎄요. 가능할 것 같긴 하지만 제가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개발해 본 적이 없어서요.”

“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황제국 님에게 컨버전을 요청하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개발은 저희 스튜디오 X가 직접 할 계획입니다. 저희는 <삼국지:공성전>을 기반으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권리를 얻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삼국지:공성전>의 플레이스테이션용 라이센스를 얻고 싶다는 말씀인가요?”

“바로 그렇습니다.”

후지타가 고개를 깍듯하게 끄덕이며 말했다. 그는 라이센스를 얻으려는 이유를 설명했다. 스튜디오 X는 창업한 지 4년 차로 대박 난 게임은 없지만, 어느정도 성공해 이제 본격적으로 회사 덩치를 키우는 중이었다.

그런데 덩치를 키우려면 사람만 있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게임 포트폴리오가 탄탄해야 한다. 소니의 서드 파티(third party, 플랫폼과 직/간접적 관계가 없는 독립적 기업이 플랫폼과 관련한 제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 중 하나로 아직 규모가 작은 스튜디오 X가 당장 <파이널 판타지> 같은 AAA급(블럭버스터급을 말하는 게임 업계 용어) 게임을 개발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스튜디오 X는 하드코어 게이머가 아니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게임, 일종의 틈새시장을 노리고, 규모는 작지만 쉽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후지타가 <삼국지:공성전>을 하게 되었고, 스튜디오 X가 이 게임을 좀 더 발전 시켜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내면 어떻겠냐고 제안 했다. 사장은 그럼 일단 개발자를 만나보고 오라고 했기에 이 미팅이 성사되었다.

“그래서 너무 놀랐습니다. 미스터 황이 절 부르는데, 분명 아직 학생으로 보이는데 이런 멋진 게임을 개발했다고 해서요.”

이야기를 듣고 나니 황제국도 상황이 머리에 그려졌다. 개발력은 있는데 마땅한 게임 아이템을 찾지 못하고 있을 때, 운 좋게 <삼국지:공성전>을 발견한 것이다. 게임성 확실하고, 개발에도 많은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니 그들에겐 안성맞춤이었다.

“어떻습니까, 미스터 황?”

“먼저 조건을 들어볼까요?”

“저희는 <삼국지:공성전>의 모든 콘솔에 관한 라이센스를 원합니다. 그리고 <삼국지:공성전>의 소스 코드와 필요할 경우 기술적인 협력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금액은 2백만 엔입니다.”

‘2천만원!’

황제국은 귀가 번쩍 뜨였지만 겉으로는 무표정을 유지했다. 오종석과 함께 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종석이라면 분명 호들갑을 참지 못했을 것이다. 옆에 앉은 조윤권도 엉덩이를 들썩이는 게 눈에 보였다.

사실 충분히 호들갑을 떨만한 일이다. <삼국지:공성전>을 기반으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라이센스만 주고도 앉아서 2천만원을 벌 기회였다. 다만 플레이스테이션용 라이센스가 아니라 모든 콘솔에 대한 라이센스라는 점은 좀 걸렸다.

지금 황제국에게 2천만원은 큰돈이지만, 게임 회사인 스튜디오 X에게 2천만원은 그렇게 큰 부담이 아닐 것이다. 그들이 왜 모든 콘솔이라고 했는지 이해는 갔다.

만약 스튜디오 X가 기껏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삼국지:공성전>을 내서 잘 팔고 있는데, 갑자기 다른 게임사가 세가 새턴이나 닌텐도64용을 개발하면 판매량에 타격을 입을 수 있었다. 아직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을 때 방어용으로 모든 권리를 확보하겠다는 의도였다.

문제는 그럴 경우 황제국으로서는 추가로 돈을 벌 기회를 놓치게 된다. 물론 이는 <삼국지:공성전>이 플레이스테이션용 게임으로 나와 대박을 쳤을 때만 가능하다. 만약 스튜디오 X의 제안을 거절했는데 다른 제안이 들어오지 않으면 황제국의 수입은 0이다.

‘눈앞의 확실한 수입과 올지 안 올지 모르는 행운이라면 고민할 게 있나? 솔직히 스튜디오 X가 적당히 베껴서 낸다고 해도 내가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없는데.’

황제국은 금액을 듣는 순간 이미 마음을 굳혔다. 스튜디오 X의 제안은 상당히 솔깃하고, 또 양심적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예스라고 대답하지는 않았다. 그는 조건을 재차 확인하고는 조금 관심이 있는 척만 하며 스튜디오 X의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저희는 게임의 플레이 방식을 그대로 살리면서 그래픽과 사운드 등 스타일을 많이 업그레이드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스테이지를 꼭 삼국지에 등장하지 않는 전투라도 다양하게 추가할 생각입니다.”

“흐음, 좋은 생각이네요. 플레이 타임 확보는 꼭 필요하죠.”

황제국은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그 순간, 황제국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쳤다.

‘삼국지에 등장하지 않는 전투가 등장한다면, 게임 자체도 너무 삼국지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하면 좋지 않을까?’

그러자 갑자기 황제국의 머릿속이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삼국지:공성전>에서 삼국지의 기본적인 형태는 유지하면서 전혀 다른 느낌으로, 특히 전투를 훨씬 박진감 넘치고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는 잠시 꼼짝도 하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동시에 검증했다. 게임을 훨씬 재밌게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노······, 미스터 황?”

황제국이 갑자기 먼 곳을 응시하며 아무 말도 없자 후지타가 조심스럽게 황제국을 불렀다. 황제국은 초집중한 상태에서 생각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손을 들어 후지타를 제지했다. 후지타가 깜짝 놀라 같이 굳어 버렸다.

잠시 후, 황제국이 후지타에게 말했다.

“후지타 상.”

“아, 네?!”

“제 게임을 그대로 컨버젼하는 게 아니라 여러 수정을 거친다는 계획인 거죠?”

“그렇습니다. 미스터 황의 게임이 안 좋다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에 맞게 고치고, 플레이타임을 더욱 늘리기 위함입니다.”

황제국이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눈빛으로 물었다.

“그렇다면, 만약 저에게 <삼국지:공성전>을 훨씬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기획안이 있다면 얼마에 사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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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겜의 제국 1998 - 갓겜의 제국-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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