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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회 - 두 얼굴의 뮤지션(1)

황제국은 너무나 비현실적인 상황에 잠시 벙 쪘다. 조금 전까지 그가 듣던 음악을 만든 사람이 지금 바로 눈앞에 있었다.

‘뭐야? 유희철이 왜 여기 있어?’

황제국이 일요일 아침, 아이돌급 인기를 끄는 뮤지션이 S대 공과대학 48동 3층에 위치할 확률을 가늠해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0.01% 이하일 것 같았다. 그러다 문득 라디오에서 들었던 유희철의 학력이 떠올랐다.

‘S대 작곡과 90학번!’

유희철은 황제국의 학교 선배가 된다. 그가 무슨 이유로 공대 건물에 있는지는 몰라도, 어쨌든 전혀 말이 안 되는 상황은 아니었다.

“이봐, 내가 물었잖아. 우리 학교에 게임 개발 동아리가 있다고?”

유희철이 손에 든 선글라스를 살살 흔들면서 물었다. 황제국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네, 제가 올해 만들었습니다.”

“그래? 대단하네. 몇 학번 누구?”

“아, 98학번 황제국이라고 합니다.”

“어, 반가워. 이미 눈치 깐 거 같은데, 알지? 난 90학번 유희철이다.”

“솔직히 좀 놀랐어요. 조금 전까지 선배님 음악 듣고 있었거든요.”

“아~, 그랬어? 이거이거 내가 내 음악 듣는 걸 방해했네. 오늘 공대 밴드부에 내가 예전에 쓰던 기타 몇 개 주려고 들렸거든. 그래서 테스트 중이었지.”

“어쩐지. 그래서 소리가 그렇게 컸던 거네요. 평소보다 훨씬 크긴 하더라구요.”

“우리야 아무도 없을 줄 알았지 당연히, 하하하! 미안해, 미안해.”

유희철은 오늘 처음 본 황제국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두드리며 친근하게 굴었다. 일단 학교 후배에게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바로 말을 놓는 스타일 같았다. 그래도 인사를 하고 얼굴을 트니까 신기하게 별로 밉지가 않았다. 유희철이 말했다.

“게임 개발 동아리라. 그럼 오늘도 나와서 게임 만들고 있는 거야? 방학인데?”

“네, 작업할 게 좀 있어서요.”

“열심이네, 응? 열심이야. 동방이 어디야? 이따 구경 한 번 갈게.”

“여기 복도 돌아서 312호에 있습니다.”

“셋하나둘? 숫자 좋네. 내가 여기 세팅만 좀 봐주고 갈게. 소리도 약~간 줄여서, 응? 괜찮지?”

“네, 알겠습니다.”

딱딱했던 첫인상에 비해 유희철은 유들유들한 말투로 황제국을 친근하게 대했다. 황제국은 다시 동방으로 돌아왔다.

여전히 기타 소리가 들렸지만, 아까처럼 벽을 울릴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참아줄 만했다.

황제국은 작업을 계속 하려다 호기심이 생겨 인터넷으로 들어갔다. 그는 포털 사이트 ‘자음’에서 ‘유희철’을 검색했다.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인물 정보는커녕, 그 흔했던 블로그 한 줄 없었다. 자음의 대표 서비스가 된 자음 카페 역시 아직 없었다.

그는 야후 코리아로 넘어가 유희철을 다시 검색했다. 이번에는 뉴스가 몇 개 나왔다. 야후 코리아는 한국 최초로 언론사에서 뉴스를 정식으로 공급받아 제공하고 있었다. 그는 유희철 관련 기사를 몇 개 훑었다. 그중 눈에 띄는 기사가 있었다.

[ “대학은 자유로운 창작의 요람이 돼야죠" 야누스 뮤지션 유희철, 대학 밴드에 악기 선물 ]

기사를 보니 유희철은 전국 대학에 있는 여러 음악 동아리에 악기를 지원해 주고 있었다. 그제야 왜 작곡과 유희철이 공대 동아리 건물에 와 있는지 이해가 갔다.

더 찾아보고 싶어도 인터넷 초창기라 콘텐츠가 없었다. 황제국이 다시 퀘스트 엔진을 수정하고 있는데,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야. 들어간다?”

황제국이 대답도 하기 전에 유희철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황제국이 유희철이 진짜로 동방으로 찾아오자 놀랐다. 그가 당연히 지나가는 말로 한 소리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이야~, 여기가 진짜 대학 동방이야? 이렇게 휘황찬란한 동방은 살다 살다 처음인데?”

그는 뚜벅뚜벅 동방으로 들어와서는 선글라스를 주머니에 넣더니 신기한 눈으로 뉴퀘스트 동방을 둘러보았다. 다섯 대의 컴퓨터, 구석에 설치된 대형 TV와 각종 게임 콘솔들, 각종 게임과 게임 잡지, 프로그래밍 서적들로 가득한 책장, 잡다한 스케치와 컨셉 디자인이 붙어있는 벽까지. 자유로움과 혼란스러움이 보기 좋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심지어 깨끗하기까지 했다.

“와우~! 와우~!”

유희철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동방을 둘러봤다. 그는 콘솔을 비치한 장식장 앞에서 무릎을 꿇고 구경했다.

“아니, 이런 멋진 장식장은 어디서 구했지? 난 아무리 찾아봐도 없던데?”

“그건 중고 가구 구해서 약간 손을 보고, 새로 칠한 거예요. 팀에 솜씨 좋은 미대생이 있거든요.”

“아, 그래? 어? 그럼 이것도 그 친구 작품?”

유희철은 차현주가 그린 장건 유화 그림 앞에서 흥미롭다는 듯 그림을 살폈다. 그러다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라? 근데 나 왜 이 그림 이렇게 낯이 익지? 분명 어디서 봤는데?”

“이 그림을요? 그럴 리가요. 아, 혹시?”

황제국은 설마 하는 눈빛으로 말했다.

“마이텔 게오동하세요? 그러면 이걸 그래픽으로 변환한 걸 보셨을 지도요.”

“아! 게오동! 그래, 맞아! 뭐야? 잠깐잠깐! 아까, 너 분명히 이름이?”

“황제국이요.”

“씨발, 진짜네?!?!?!?!?!?”

유희철이 깜짝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그는 진짜 만화처럼 펄쩍 뛰어오를 기세였다.

“완전 소름! 나, 완전 소름! 여기 봐! 나 털 선 거 보여? 여기, 여기!”

그는 소매를 걷더니 털이 바짝 선 그의 팔뚝을 황제국 앞에 들이밀었다. 그러더니 덥석 황제국의 손을 잡고 마구 흔들었다.

“와, 진짜 반갑다. 아니 내가 <삼국지:공성전>을 엄청 재밌게 했거든. 내가 어제도 했어, 어제도.”

“그러셨어요?”

“그렇다니까. 게오동에서 글은 안 쓰고 눈팅만 하는데. 와~, 여기서 널 만날 줄이야. 진짜 몰랐다. 가만, PC 게이머가 있겠지? 없음 말이 안 되지. 어, 여기 있네.”

유희철은 책장에서 PC 게이머 3월호를 뽑아 들더니 황제국의 인터뷰 기사를 펼쳤다. 그는 사진과 황제국을 대조하며 재밌다는 듯 웃었다.

“사진빨도 괜찮지만, 실물이 더 낫네. 응? 잘 생겼어.”

“고맙습니다. 거기 같이 있는 여자애가 바로 이 그림 그린 차현주에요.”

“그래~? 야, 이렇게 예쁜 애가 재능이 엄청나네.”

“뭐 좀 드실래요?”

황제국이 냉장고를 열며 물었다. 유희철은 캔커피를 하나 따서 꿀꺽꿀꺽 원 샷을 해버렸다.

“크으, 시원하다. 너희 부자구나? 무슨 동방에 냉장고가 다 있어? 스프링도 살아있네?”

유희철은 소파에 털썩 앉더니 엉덩이를 소파 위에서 통통 흔들었다. 그는 소파의 탄력을 확인하며 아이처럼 웃었다. 황제국은 이중인격자라는 별명이 유희철에게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배님에 비한다면 새 발에 피겠지만, 다른 동아리랑 비교하면 부자 맞을 거예요.”

황제국은 그에게 일본으로 날아가 스튜디오 X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일화를 들려주었다. 유희철은 흥미진진하게 황제국의 이야기를 들더니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

그는 거들먹거리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황제국은 비록 잠깐 본 사이지만 볼수록 느낌이 괜찮았다.

“게오동에 저 그림 올리면서 지금 만들고 있는 게임이라고 했잖아? 그거는 어떤 거야?”

“설명하려면 상당히 긴데···, 시간 괜찮으세요?”

“나? 시간 졸라 많아. 오늘 스케줄 아까 쟤들 악기 전해 주는 거 하나뿐이었어. 일요일이라 계절 학기도 없고.”

“계절 학기요?”

“응. 나 아직 졸업을 못 했거든. 몰랐구나? 다 아는 줄 알았는데.”

유희철은 민망한 듯 머리를 긁으며 웃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작곡과에 입학한 후,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타고 프로 뮤지션으로 데뷔하면서 학점이 모자라 9년째 졸업을 못 하고 있었다. 두 번 연속 학사 경고를 맞아 퇴학 위기에 놓인 적도 있었다.

“근데 선배님 정도면 굳이 졸업장 딸 필요는 없지 않으세요?”

“그치. 근데 우리 엄마 소원이라서. 나도 어쩔 수가 없네.”

유희철이 먼 산을 바라보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엄마가 나 대학 보낸다고, 피아노 사려고 결혼반지까지 파셨거든. 아버지도 아버진데, 엄마가 고생을 참 많이 하셨어. 엄마가 나 대학 합격하고, 진짜 나 붙잡고 펑펑 울었단 말야. 근데 자식새끼는 성공 좀 했다고 수업도 다 재끼고.”

그는 옛 생각에 눈이 살짝 젖었다.

“많이 늦긴 했는데. 이제라도 대학 졸업장 안겨 드리려고. 졸업식 날, 우리 엄마 학사모 씌워드리고 사진도 찍고.”

황제국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 만난 사이에 개인적인 얘기까지 털어놓는 데도 별로 어색하거나 거북하지 않다는 게 참 신기했다.

“아, 내가 별 얘기를 다 하네. 암튼 그래서 올해는 꼭 졸업해야지 마음먹고 계절학기까지 듣고 있거든. 근데, 졸업하기 전에 마지막 선물인가 보다. 여기서 황제국을 다 만나고.”

“뭘요. 저도 오늘 아침까지는 선배님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어요.”

황제국은 유희철에게 게임 컨셉을 설명해 주고는 바로 <영건 블러드> 프로토타입 싱글 플레이 모드를 실행시켰다. 그는 유희철에게 자리를 권했다.

“한 번 해보세요.”

“정말? 나 진짜 해봐도 돼? 나 진짜 한다? 응?”

“대신 어디 가서 해봤다고 하지는 마세요.”

유희철은 걱정 말라고 웃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는 황제국의 설명을 들으며 게임을 플레이했다. 수수깡은 처음보다 많이 업그레이드되긴 했지만 여전히 완전한 사람 형상은 아니었다. 그래도 유희철은 금방 게임에 빠져들었다.

“야~, 이거 느낌 작살인데? 쏘는 맛이, 우와!”

그는 싱글 플레이 모드와 사격장 모드를 플레이해보고는 진심으로 놀란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들었다. 황제국은 그에게 지금까지의 개발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설정집을 본 유희철은 감탄을 연발했다.

“난 게임을 하는 거나 좋아하지 만드는 건 하나도 몰랐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구나? 장난이 아니야. 과정도 복잡하고, 근데 너희 엄청 체계적이다. 이걸 누구한테 다 배웠어?”

“특별히 배운 적은 없어요. 그냥 이렇게 하는 게 효과적일 거 같아서 하는 거예요.”

“그래? 완전 천잰데?”

황제국은 천재 뮤지션 유희철의 칭찬에 민망해져서 그냥 웃었다. 그는 유희철 반대편 컴퓨터로 가서 멀티 플레이 모드를 실행시켰다.

“선배님, 저랑 한 판 하실래요?”

“좋지. 야, 난 처음 하는 거니까 살살해, 살살. 알았지?”

황제국은 장건을, 유희철은 제일 강해 보인다며 폭렬왕을 골랐다. 두 사람은 가상의 어느 만주 마을에서 화기애애하게 총알을 주고받았다. 오종석이 폭렬왕 체력을 많이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체력이 강했다.

“하하하하하! 야, 넌 개발자라면서 그거밖에 못 해?”

살살하라던 유희철은 몇 판 이기자 기고만장해져서 크게 웃었다. 살짝 열이 받은 황제국은 이록을 선택했다. 그는 유희철에게서 멀리 벗어난 후, 저격 모드로 유희철의 폭렬왕을 헤드샷으로 잡아 버렸다.

“야! 치사하게, 살살 하자니까!”

“무슨요. 캐릭터마다 개성이 있고, 그에 따른 상성이 있다는 걸 보여드리는 거뿐이에요.”

황제국은 웃음을 꾹 참고 진지하게 설명했다. 황제국과 유희철은 이후 연달아 한 시간을 총알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시간 가는지도 모르고 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 먹을 때가 되었다.

“제국아. 나 진짜 뻥 안치고 이거 너무 재밌다. 근데 배고프다. 우리 뭐 좀 먹자.”

“그럴까요?”

두 사람은 총알처럼 배송 오는 중국집에서 간짜장을 곱빼기로 시켜 먹었다. 춘장을 면에 부어 맛있게 비벼 먹던 유희철이 불쑥 황제국에게 물었다.

“근데 말야, 제국아.”

“네, 선배님.”

“야, 뭘 자꾸 선배님이래. 이제부터 그냥 형이라고 불러.”

“네, 형.”

“그래, 이거 말이야. <영건 블러드>? 해보면서 느낀 건데.”

황제국은 유희철이 어떤 피드백을 줄지 궁금했다. 그런데 그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계속하다 보니까 귀가 좀 심심하더라고. 아직 음악이 없는 거 같던데. 맞아?”

“역시 뮤지션의 귀는 다르네요. 네, 없어요. 아직은요.”

“그래? 작곡 중인가?”

“아니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아직 마땅한 작곡가를 찾지 못했어요. 아! 형님은 음악 하는 사람 많이 알고 계시죠?”

“나? 당연하지. 내가 이 바닥에서 몇 년짼데.”

“그럼 적당한 사람 좀 추천해 주실 수 있으세요? 작곡 실력도 중요하지만,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겠거든요.”

“곡 잘 쓰고, 게임에 미친 놈? 알지. 그런 사람 내가 아주 잘 알지.”

유희철이 젓가락을 간짜장에 푹 찔러 넣더니 말했다.

“바로 여기 있잖아. 내가 한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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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겜의 제국 1998 - 갓겜의 제국-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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