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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회 - 첫 수입

“번들 게임으로?”

김성진 편집장이 말꼬리를 높였다. 남동진이 고개를 열심히 끄덕였다.

“흐음? 괜찮은 생각 같기는 한데, 애들이 OK 할까? 처음부터 한국 게임 시장에는 답이 없어서 무료 게임으로 만든 거라며? 게임 유통 문제에 잡지 번들도 한몫하는 걸 충분히 알고 있을 테고. 잡지 번들 자체를 싫어할 거 같은데?”

“아무래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긴 할 텐데요.”

“뭔 소리야? 있다는 거야? 없다는 거야?”

김성진 편집장의 질문에 남동진은 뒷목을 긁적이며 말을 흐렸다. 하지만 시도도 해보지 않고 물러서고 싶지는 않았다.

“지금도 PC 통신 안하면 게이머도 아니냐는 항의가 계속 오고 있어서요. 4월호에 넣어주신다는 약속만 해주시면 제가 어떻게든 설득해 보겠습니다.”

“좋아. 따오기만 하면야 나야 당연히 OK지. 무료 게임이니까 무료로 해달라고 한번 잘 구워 삶······.”

그러나 남동진이 편집장의 말에 그답지 않게 도끼눈을 뜨고 있자 김성진 편집장이 얼른 말을 바꿨다.

“을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돈을 주라고. 우리 게임 산업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한테 게임의 미래가 이렇게 밝고 튼튼하다! 이런 걸 잘 알려줄 수 있도록, 응?!”

“네! 편집장님!”

남동진이 금세 헤벌레 웃는 얼굴로 말했다. 그가 얼른 짐을 챙겨 사무실을 나갈 때, 편집장이 그의 등뒤로 큰 소리로 외쳤다.

“야, 근데 우린 예산 얼마 없다. 알지? 알고 있는 거지???”

남동진은 못 들은 척 하고 얼른 사무실을 도망치듯 나왔다. 그는 곧바로 황제국에게 연락해 약속을 잡았다. 이번에는 둘이서 한적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이번 기사 반응이 아주 뜨거워. 매일 사무실로 전화 오고 난리야. 이런 적은 나 기자 생활하고 처음이야.”

“그래요? 기자님이 워낙 잘 써주셔서 그런가 봐요.”

남동진이 한동안 기사 얘기부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조심스럽게 번들 게임 얘기를 꺼냈다.

“제 게임을 PC 게이머 번들로요?”

“어, 그, 게임 잡지가 번들 CD 내는 거 때문에 게임 시장이 좀 꼬여가는 건 우리도 알고 있지만, 알다시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도 도저히 살 수가 없고, 또, 우리가 살지 못하면 게임 시장도 같이 어려워지는 거니까, 이렇게 상부상조를 한다, 뭐 이런 느낌으로······.”

황제국이 그저 되물었을 뿐인데 남동진은 제풀에 놀라 횡설수설했다. 그는 황제국이 도저히 그냥 고등학생 같지 않았다. 말하는 내용이나 태도를 보면, 오히려 편집장보다 더 깊이가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이상하게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걱정과 달리, 정작 황제국은 담담하게 물었다.

“조건은요?”

“응?”

남동진은 귀를 의심했다.

“어, 우리한테 번들로 제공할 의향이 있는 거야?”

“패키지로 판매하는 게임이었다면 아마 단칼에 거절했을 거예요. 적어도 1년 이상은 텀을 줘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하지만 이건 무료 게임이니까 사정이 다르죠. 더 널리 퍼지길 바라면서 만든 게임인데, 번들로 나오면 PC 통신을 못 하는 분들도 할 수 있잖아요.”

“그렇지! 내가 바라는 것도 바로 그거거든!”

남동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편집장은 무조건 200만원 밑으로 맞추라는 지시를 받았다. 하지만 남동진은 이 특별한 아이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챙겨주고 싶었다.

‘에이, 나도 몰라.’

그는 황제국이 실망하지 않기를 바라며 100만원을 더 올려서 질렀다. 대신 추가 요구 사항을 내세웠다.

“300, 300만원 줄 수 있어. 그게 한계치야. 근데 무료 게임이니까 지금 그대로는 좀 어려워. 스테이지를 좀 추가하던가, 했으면 해.”

“그건 당연하죠. 만약 잡지 번들로 나가면 업그레이드는 필수죠.”

남동진이 어렵게 말을 꺼냈는데 이번에도 황제국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여기서 뭘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게임 시스템이나 그래픽 퀄리티를 올리기는 어려웠다. 이미 게임의 틀은 완전히 잡힌 상태였다. 필요한 것은 콘텐츠였다. 하지만 곧 대학 입학이었고,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때, 황제국은 묘안이 떠올랐다.

“일단 군주별로 추가 스테이지 넣고, 사운드 퀄리티를 높여 볼게요. 대신 사운드 이펙트 좀 구해주세요. 제가 구하기엔 한계가 있어서요.”

“그래, 사운드는 확실히 많이 아쉽지. 그건 코딩으로 어떻게 되는 게 아니니까. 이참에 업그레이드하면 좋겠다. 내가 알아볼게.”

만약 인터넷이 널리 자리 잡힌 상황이었다면, 인디 게임이라도 사운드를 입히기가 크게 어렵지 않다. 많은 스튜디오가 인터넷으로 음악은 물론, 다양한 사운드 이펙트 라이브러리를 판매한다. 샘플을 들어보고 적당한 걸 구매해서 골라 쓰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1998년 현재는 대형 게임사가 아니면 게임 음악이나 사운드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인터넷이 없어 사운드 라이브러리를 쉽게 구할 수도 없었다. 황제국은 잡지사의 힘을 빌려 아쉬움을 해결하기로 했다.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

“하나 더?”

“네, 비용은 500으로 해 주세요.”

“500만원이나? 아니, 300도 내가 편집장님 얘기보다 100이나 더 무리해서 지른 건데······.”

남동진은 돈을 올려달라는 말에 놀라서 속마음이 필터링 없이 그대로 나와 버렸다. 그는 순간 황제국에게 실망감이 들었다. 현재보다 미래를 내다보며 그저 게임 만드는 게 즐거운 학생인 줄 알았는데, 역시 돈 얘기가 나오니까 달라지는 건가 싶었다.

물론 노력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고자 하는 태도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단순히 돈보다 더 큰 가치를 추구한다고 보았던 황제국이 금액을 올리자 실망감이 들었다. 모순이라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러자 황제국은 마치 남동진의 마음을 알기라도 하는 듯 다른 제안을 했다.

“알아요. 무료 게임인데도 조금이라도 더 가치를 쳐주려고 노력하시는 거. 대신 제가 아주 특별한 걸 또 하나 드리려고 하거든요.”

“특별한 거? 그게 뭔데? 혹시 새로운 게임이야?”

황제국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식어가는 커피를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대답했다.

“아니요. 하지만 어쩌면 게임 자체보다 더 중요한 걸지도 몰라요.”

“게임보다 중요한 거? 그런 게 있어?”

“제가 <삼국지:공성전>을 개발하려고 만든 맵 에디터를 독점 제공할게요. 게임 스테이지를 누구나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고, 유닛의 능력치도 쉽게 조절할 수 있어요. 컴퓨터를 조금만 할 줄 알면 유닛 모양을 바꿀 수도 있구요.”

“아! 인터뷰에서 얘기했던?”

“네, 덕분에 코딩은 하나도 모르는 종석이가 조조편 스테이지를 만들 수 있었죠. 그걸 같이 제공해 드릴게요. 4월호에 게임과 맵 에디터, 그리고 맵 에디터 사용법을 제공해 드릴 테니 그걸로 이벤트를 여세요.”

“이벤트라니? 어떤?”

“독자들에게 자기만의 <삼국지:공성전> 스테이지를 만들어서 세이브 데이터를 보내 달라고 하는 거예요. 일종의 공모전처럼요.”

“오! 그거 진짜 좋은 생각인데?!”

남동진은 자기도 모르게 무릎을 치며 말했다. 잡지는 언제나 독자 참여 이벤트에 목말라 있다. 그런데 PC 게이머가 발 빠르게 찾아낸 게임을 제공하면서, 더하여 독자들의 창의성을 자극하는 이벤트까지 열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어떠세요? 이 정도면 500만원 받을 만 한가요?”

“되지! 되고말고. 안 되면 내가 편집장님 목을 졸라서라도 받아 낼게!”

남동진은 황제국이 마음을 바꿀까 봐 허세를 부리며 장담했다. 물론 사무실에 돌아가서 목이 졸리는 건 남동진이었다.

“내가! 분명! 200이 한계라고! 그렇게 얘기했는데! 쪽팔리게 고등학생한테 못 준다고 깎자고 할 수도 없고! 아흐, 널 보낸 내가 바보지.”

김성진 편집장은 씩씩거렸지만, 그래도 맵 에디터와 이벤트는 좋다고 인정했다.

“모르겠다. 니가 벌린 일이니까 이벤트까지 네가 다 맡아서 진행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편집장님!”

남동진은 혹시나 편집장이 못 준다고 할까 봐 잔뜩 쫄았다가 허락이 떨어지자 진심으로 기뻤다. 이벤트 준비로 일은 배로 늘겠지만 그가 즐거워서 하는 일이기에 상관없었다. 남동진은 처음으로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황제국은 곧장 업그레이드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먼저 맵 에디터부터 손을 봤다. 기능은 충분했지만 사람들이 쓰기 편하도록 UI(User Interface, 사용자가 소프트웨어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를 수정해야 했다.

그리고 함께 제공할 그래픽 애셋(Graphic Asset, 게임 내 그래픽을 이루는 요소들 묶음)을 종류별로 정리했다. 사용자가 지정된 애셋을 다른 그래픽 이미지로 바꾸면 모양이 달라진다. 보병을 오이, 기병을 토마토로 바꾸는 것도 가능했다.

군주마다 추가할 스테이지는 오종석이 도와주었다. 얼마 후, 남동진으로부터 CD-ROM 한 장이 배달되었다. 각종 배경 음악과 사운드 이펙트가 들어 있는 CD였다.

“근데 말이야, 왜 생각이 바뀐 거야? 공성전으로 돈 벌 생각 없다더니?”

오종석은 <삼국지:공성전>으로 돈 벌 생각이 없다고 했던 황제국이 갑자기 번들을 제공하겠다고 나오자 이상한 듯 물었다.

“다들 뭔가 오해하고 있나 보네. 내가 공성전으로 돈을 벌지 않겠다고 한 건, 지금 유통 구조에서 제대로 벌기 힘드니까 그랬던 거뿐이야. 제 발로 굴러온 기회까지 마다할 이유는 전혀 없지.”

“흐음, 그런가. 난 또 순수하게 게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만든 거니까. 게임을 돈 받고 파는 건 뭔가 게임을 더럽힌다고 생각하는 줄 알았지.”

“무슨 소리야. 엄청 오해하고 있었네. 나 돈 좋아해.”

“엥? 진짜?”

“당연하지. 다만 게임을 돈보다 더 좋아할 뿐이야. 그리고 게임을 위해서도 돈이 필요해.”

“그건 무슨 소리야?”

“생각해 봐. 지금이야 나 혼자서 너랑 현주 도움 조금 받아서 컴퓨터 한 대 가지고 뚝딱 만들었지만 앞으로 이걸 혼자 계속할 수 있을까? 게임 규모는 갈수록 커 지는데?”

“아니, 못하지.”

“절대 못 하지. 게다가 앞으로 컴퓨터는 더 빨리 발달하고, PC 통신을 넘어서 전 세계 사람들이 인터넷으로 연결될 거야. 그러면 게임 규모가 지금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거야.”

“<울티마 온라인>보다 더?”

“몇십 배, 몇백 배, 몇천 배로. 수만, 수십만, 수백만 명이 동시에 접속해서 즐기게 될 거라고.”

“정말? 과연 그런 게임이 나올 수 있을까? 난 상상이 안 가는데?”

오종석이 충격을 받은 듯 입을 떡 벌렸다. 황제국도 이해할 수 있었다. 오종석의 상상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사람은 언제나 현재를 기반으로 미래를 생각하기 마련이다.

“근데 넌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꼭 미래를 경험해 본 사람처럼?”

“내가?”

“그래. 이 게임을 만들 때도 그랬고, 잡지 인터뷰할 때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아주 당연한 것처럼 확신에 차 있잖아. 내가 아는 황제국은 보통 의심하고, 추측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녀석인데.”

황제국은 오종석의 날카로운 질문에 뜨끔했다. 역시 절친의 직감이란 예리한 구석이 있었다.

분명히 사람은 똑같은 황제국이다. 그렇지만 98년의 황제국과 20년을 더 살며 미래를 경험한 황제국이 완전히 같은 사람일 수는 없었다. 말투나 몸짓처럼 눈에 보이는 부분에서 사고방식이나 가치관, 통찰력처럼 보이지 않는 깊은 부분까지 황제국은 분명 변해 있었다.

그는 문득 오종석에게만큼은 비밀을 나누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생 혼자 짊어지고 가기엔 너무나 큰 비밀이었다. 언젠가 그 비밀이 버거워질 때가 오면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친구가 한 명 있으면 좋을 것 같았다. 황제국은 슬쩍 운을 띄워 보기로 했다.

“그럼 너한테만 내 비밀 하나 알려줄까?”

“비밀?”

“응. 대신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당연하지. 그건 걱정 마.”

“현주한테도 안 돼.”

“야! 절대! 네버! 그럴 일 없어!”

오종석이 답답한 듯 가슴을 두드렸다. 황제국이 숨을 깊이 들이마신 다음 말했다.

“나, 사실은 미래에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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