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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회 - 은혜 갚은 황제국

“잘했어! 끝내 줬어!”

런칭쇼 프레젠테이션이 끝나자 뉴퀘스트 멤버들이 황제국에게 수고했다며 어깨를 두드렸다. 게임을 출시하는 첫 행사였고, 온라인 시연에는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었다. 정작 황제국 본인은 담담했는데 보는 멤버들은 내내 가슴을 졸였다.

행사를 마친 황제국은 곧장 선인상가로 향했다. 선인상가 광장에 만든 부스 주위로 <영건 블러드>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조금 쌀쌀한 날씨였지만 사람들은 참을성 있게 기다리고 있었다.

“출시가 1~2주만 더 늦었어도 체험 행사는 못 할 뻔했다.”

“그러게. 아슬아슬하게 맞춰서 다행이야.”

98년이 저물어 가는 겨울의 초입이었다. 강력한 경쟁자보다 먼저 시장에 나오기 위해 잡은 런칭 날짜였는데 여러모로 적절한 선택이었다.

체험 부스가 잘 운영 중이라는 걸 확인한 황제국은 바로 길 건너 도깨비 상가로 향했다. 오후에 도깨비 상가에서 황제국 사인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혼잡을 막기 위해 <영건 블러드> 패키지를 구매해 가져오면 번호표를 배부했는데 여분까지 마련한 120장의 번호표가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모두 나갔다.

“뭐야? 우리 회장님 완전 아이돌이잖아?”

“누님, 이제 회장님 아니고 사장님이요.”

“아, 맞다. 아직도 입에 안붙어.”

“저도요, 언니. 아직도 동아리 같은데.”

“그래? 그럼 월급은 좀 미뤄둬도 될까?”

“야, 또 재수 없게 그럴 거야?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게 줬다 뺐는 거야.”

“그래, 제국아. 그건 쫌 아니지.”

황제국의 농담에 차현주가 툴툴거리자 오종석도 거들었다. 그러자 전유진이 놀라며 말했다.

“와, 종석이! 웬일로 제국이 말에 반대를 하네. 이제 반란이야?”

“아니, 누님? 반란은요, 무슨. 그리고 제가 무슨 제국이 예스맨입니까?”

“맞잖아, 예스맨.”

정작 차현주가 오종석을 예스맨으로 인정해버리자 오종석은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사람들이 재밌다며 웃었지만 이진수는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 입술을 비틀었다.

황제국은 사인회를 하기 전 도깨비 상가에서 게임샵을 둘러보았다. 오공실업이 착실하게 영업을 했는지 가게마다 <영건 블러드> 패키지가 빠짐없이 구비되어 있었다. 게임샵에 진열된 자신의 첫 게임을 보면서 황제국은 감격에 젖었다.

센스있는 게임샵들은 따로 테이블을 만들어 <영건 블러드> 패키지를 수십 개씩 쌓아놓고 눈에 잘 띄도록 예쁜 손글씨로 POP 광고판을 달았다. 문구도 다양했다.

- 스타크래프트 대항마! 한국 슈팅 게임의 결정판!

- 당신의 피를 기다린다! 영건 블러드!

- 토종 게임의 자부심! 혜성처럼 등장한 뉴퀘스트의 신작!

- 게이머의 심장을 저격할 유일한 FPS!

- 힘내라 대한민국! 한국 게임을 응원합니다!

-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한국 게임의 쾌거를 플레이하세요.

국가적 위기인 IMF 시대답게, 애국심에 호소하는 문구도 있었다. 황제국은 카메라로 이런 모습들을 사진으로 찍었다.

사인회 시간이 되자 황제국은 도깨비 상가 중앙 복도에 마련된 책상에 앉았다. 그 앞으로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번호표 순서대로 쭉 줄을 섰다. 생각보다 여자 비중이 높았다.

사람들이 한 사람씩 황제국의 사인을 받았다. 대부분은 <영건 블러드> 패키지 비닐을 뜯고 표지에 사인을 받았다. 황제국은 사인을 해주며 고맙다고 인사하면서 짧게 대화도 나눴다. 남자 손님들은 사인만 받고 짧게 인사만 하고 갔지만, 여자 손님들은 황제국과 악수도 하고, 인형이나 과자 같은 선물도 주고 갔다.

“사인회 한다는 소식 듣고 급하게 오느라 준비한 게 이거밖에 없어요. 죄송해요.”

“아니요. 죄송이라뇨.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대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손님이 종이 쇼핑백 가득 빼빼로를 담아 황제국에게 건넸다. 과자값만으로도 <영건 블러드>를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사람은 <영건 블러드>를 3개나 들고 있었다. 황제국이 왜 3개나 샀냐고 물었다.

“하나는 싸인 받으려구 샀구요. 하나는 게임 하려고 샀구요. 또 하나는 포장 그대로 영구 소장하려고 샀어요.”

황제국은 뭐라고 대답해야 할 지 몰라 그저 고맙다고 말했다. 아이돌 팬들이 음반을 여러 장 산다는 얘기는 들어봤어도, 게이머가 개발자 팬이라 여러 개 산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도 없었다.

“와, 제국이 진짜 농담이 아니라 그냥 아이돌이네. 아이돌.”

“왜? 부러워, 오종종?”

“어···아니이이? 유명해지면 돌아다니기도 힘들고, 별루야. 내가 왜 부러워. 하나도 안 부러워.”

오종석과 차현주의 대화를 듣던 전유진이 두 사람을 슬쩍 바라봤다. 그리고 이진수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저 두 사람, 좀 이상하지 않아요?”

“저 둘은 워, 원래 이상해.”

“아니요, 선배. 그게 아니라요.”

전유진은 오종석과 차현주 사이에서 흐르는 이상한 기류를 설명하려다 포기했다. 그녀의 풍부한 언어 능력으로도 도저히 이진수를 납득시킬 자신이 없었다.

이날 사인회에는 모두 116명이 사인을 받았다. 처음엔 민망하다며 하지 않으려 했던 황제국도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자 어리둥절해졌다.

“대표님은 한국 게임 개발자의 아이콘이 되어 가고 있어요. 아니, 이미 아이콘입니다!”

행사장을 정리하며 오공실업 김상혁이 황제국의 두 손을 잡고 흔들면서 웃었다. 황제국은 팬들에게 받은 선물을 혼자 들기도 어려웠다. 결국 김상혁이 따로 차에 실어 가져가고 월요일에 퀵으로 보내주기로 했다.

황제국과 뉴퀘스트 멤버들은 이후 체험 부스가 문을 닫을 때까지 행사를 도왔다. 오후 6시 30분 체험 부스가 문을 닫으면서 <영건 블러드> 런칭 데이 공식 행사가 모두 끝났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와! 드디어 끝났다!”

뉴퀘스트 멤버들도 그제야 긴장이 풀리면서 행사가 끝났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이런 날 그냥 집에 갈 수는 없잖아?”

“그럼요, 언니. 우리가 오늘을 위해 얼마나 고생을 했는데? 무조건 한 잔!”

“하, 하지만 선배님은?”

“그러네. 용선 선배님만 빼고 마시긴 좀 그런데?”

“그럼 우리가 가요!”

“그러자. 가자, 가자!”

전유진과 차현주가 짝짜꿍이 맞았다. 모두 학교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황제국이 법인 카드를 차현주에게 내밀면서 말했다.

“먼저 가 있어. 나랑 종석이는 잠깐 어디 들러야 할 곳이 있어서.”

“엥? 어딜?”

“금방 다녀올 거야. 오래 안 걸려. 먼저 먹고 있어.”

“흠, 제국이 너가 빠지면 안 되니까 빨리 와~.”

공식 행사는 끝났지만 황제국에게는 아직 할 일이 하나 더 남아있었다. 황제국은 김상혁에게 따로 부탁한 <영건 블러드> 패키지 45개를 받아 오종석과 함께 택시를 탔다.

택시가 향한 곳은 황제국과 오종석의 단골 PC방 앞이었다. 두 사람은 두 손 가득 <영건 블러드>를 들고 PC방으로 향했다. 황제국은 마치 성공해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느낌이었다.

“안녕하세요~~!”

“오, 어서 와. 응? 뭘 그렇게 잔뜩 들고 왔어?”

“제가 드리는 선물입니다.”

황제국이 패키지 하나를 빼서 건넸다. 주인아저씨가 깜짝 놀랐다.

“선물? 어? 이거 너네가 만든 게임 아냐? 이걸 나 준다고? 이렇게나 많이?”

“네, 감사의 선물이에요.”

“에헤이, 그러면 안 되지. 그럴 수는 없지. 원래 잘 아는 사이일수록 이런 건 돈 내고 사주는 거야.”

“그게 사실은 사연이 좀 있어서요.”

“사연?”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하는 PC방 주인에게 황제국은 그가 올해 초 이곳 인터넷 회선을 몰래 사용했던 사실을 고백했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어? 난 전혀 몰랐네?”

“그때 PC방을 보니까 보안이 좀 허술하긴 하더라구요.”

“나야 뭐 유망하다는 말만 듣고 덜컥 시작했으니까. 인터넷인지, 네트워크인지 내가 뭘 알았나. 허허허.”

“아무튼 그때 아저씨 PC방에서 회선을 좀 도둑질했어요. 새벽마다 인터넷 느려진다고 하셨을 때 어찌나 뜨끔했는지.”

“아아아아! 그때! 그래, 기억난다. 나보고 PC방 접지 말고 자리 늘리라고 했었지. 스타 꼭 사고.”

PC방 주인도 기억이 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아요. 그리고 나서 곧 지우긴 했는데 그때 회선 빌린값은 꼭 갚고 싶었어요. 그래서 저희가 만든 게임으로 들고 왔어요.”

“안 그래도 나온다는 소식 듣고 들여놓으려고 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받으면 내가 미안한데.”

“아니에요. 꼭 받아주세요.”

“그래, 그렇게까지 말하면야. 고맙다. 오늘 싹 설치할게.”

“고맙습니다.”

황제국도 기분 좋게 웃었다. 그는 뉴퀘스트 회삿돈이 아니라 자기 월급으로 <영건 블러드> 45개를 주문했다. 어디까지나 그의 개인적인 선물이었다.

“종석아. 우리 여기서 한 판만 하고 갈까? 딱 한 판만.”

“지금? 사람들 기다리는데?”

“그러니까 딱 한 판만.”

“현주가 어디 갔냐고 빨리 오라고 그러는데······.”

“너 벌써 잡혀 사냐?”

“야! 무슨 내가, 그럴, 아니! 우리, 그런, 그런 사이 아니 거든? 야, 앉아. 빨리 앉아!”

오종석이 얼른 게임 CD 두 장을 가져왔다. 두 사람은 빈자리에 앉아 게임을 설치했다. 복사 방지와 퀘스트넷 접속용 CD 키를 입력하고 게임을 설치했다. 퀘스트넷에 접속하자 로그인 창이 떴다. 두 사람은 이미 만들어 놓은 ID로 로그인했다. 개발자의 작은 특권이었다.

“우리가 만든 게임인데도 두근두근하네.”

“그러게.”

수없이 많은 테스트를 거쳤지만 정식 출시 후 PC방에서 <영건 블러드>를 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게임 로비에 들어가자 사람이 들어오길 기다리는 수많은 방이 보였다. 두 사람은 수많은 방을 넘겨보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개발자의 위력을 보여주자!”

황제국이 2:2 섬멸전 방을 만들고 오종석을 초대했다. 상대 팀 슬롯을 열고 기다릴 수도 있었고, 다른 팀과 매칭할 수도 있었다. 황제국은 시험 삼아 슬롯을 열고 사람이 들어오길 기다렸다. 잠시 기다리자 두 자리가 금방 찼다.

- 준비되셨나요?

- 잠깐만요. 캐릭 좀요.

- 이 게임 좀 해보셨어요?

- 데모 버전 했었는데 정식판 되니까 뭐가 많이 달라짐요.

- ㅇㅇ 뭔가 화려해진 느낌?

- 전 오늘 처음이니까 살살 부탁합니다.

- 저도 초보염.

오종석이 처음이라고 구라를 치고는 악마 같은 웃음을 지었다. 상대방이 캐릭터 선택을 마치자 황제국이 게임 시작 버튼을 눌렀다.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네 사람은 곧 만주의 허름한 술집으로 소환되었다.

“나 따라 와.”

“오케이. 뒤는 내가 맡을게.”

이미 수없이 게임을 해 본 황제국과 오종석은 상대 팀을 압도했다. 오종석은 왕소현 캐릭터를 고집했고, 황제국은 다양한 캐릭터로 게임을 즐겼다.

그들은 곧 2:2를 그만두고 5:5 섬멸전으로 바꿔 모르는 사람들과 게임을 했다. 황제국, 오종석 콤비는 이미 경험치가 너무 높아서 2:2는 너무 쉬웠다.

“이제 좀 할 만하겠는데?”

“정신 좀 차리고 해볼까?”

두 사람의 전투력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5:5가 되자 게임이 조금 달라졌다. 여전히 유리했지만 같은 팀 3명도 초보자라 반드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FPS 게임은 우연히 날아온 총알에 헤드샷으로 죽을 수도 있다. 장르 특성상 우연과 운이 상당히 작용한다. 오히려 그런 점이 초보도, 고수도 계속 게임을 즐기게 만드는 요소였다.

게임을 개발하며 느꼈던 스트레스와 런칭 행사의 긴장감도 벗어던지고, 두 사람은 게이머로 돌아가 순수하게 게임을 즐겼다. 삼십 분만 하려던 게 금세 한 시간이 흘렀다. 두 사람은 술과 안주를 사들고 다시 학교로 향했다.

“선배님, 저희 왔···?”

“어? 제국이! 왜 이제왓?!”

전유진이 약간 몽롱한 목소리로 황제국을 반겼다. 그녀는 오늘 하루종일 울기 직전 감정 과잉 상태였다. 뉴퀘스트 멤버들은 랩실 가운데로 빈 책상을 옮기고 통닭과 족발을 먹고 있었다. 이미 빈 술병이 여럿 보였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황제국이 모두에게 고맙다고 술잔을 돌렸다. 이진수는 오늘도 콜라로 대신했다.

“얼마나 걸린 거지? 3월은 동아리 만드느라 시간 보냈으니 빼도, 사, 오, 육, 칠, 팔, 구, 십, 십일. 8개월이나 걸렸네?”

“니들은 정말 길긴 했겠다. 난 중간에 와서 금방 나온 느낌인데.”

“말도 마세요. 전 여름방학이면 딱 끝날 줄 알았어요.”

“덕분에 전 이번 학기는 완전 망했어요. 진짜 학고 뜰지도 몰라요.”

술잔을 돌리며 각자 런칭의 소회를 나눴다. 황제국도 생각보다 길어진 일정을 잘 버텨준 팀원들에게 고마웠다.

그때, 갑자기 랩실에서 큰소리로 빵빠레가 울렸다.

- 빠밤빠빰빠빠빰밤. 콘그레츄레이션~ 콘그레츄레이션~

“왓, 깜짝이야!”

“뭐야? 이거 무슨 소리예요?”

갑작스러운 소리에 모두 깜짝 놀랐다. 전용선이 후다닥 컴퓨터로 달려가 퀘스트넷 상태를 살폈다. 그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다.

“제국아! 얘들아!”

“무슨 일이에요?”

“방금 <영건 블러드> 동접자가 1만 명을 넘었다!”

“진짜요?”

다들 술잔을 내려놓고 모니터 앞으로 모였다. 모니터에는 실시간으로 동접자 상황을 그래프로 보여주었다. 행사 시작과 함께 올라가기 시작한 그래프는 오후 4시에 5천 명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그러다 저녁 7시 이후 꾸준히 오르더니 밤 9시 28분에 드디어 1만 명을 돌파했다.

“동접자 1만 명을 축하하며!”

“이제부터 시작이다!”

“뉴퀘스트! 파이팅!”

모두가 술잔을 들고 큰소리로 외쳤다. 그동안의 스트레스 따위는 이미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들은 밤이 새도록 서늘한 랩실에서 런칭의 기쁨을 함께 나눴다. 그들이 마신 건 술이었지만, 그들을 취하게 한 건 마침내 해냈다는 성취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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