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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회 - 시나리오 작가 후보

시나리오는 당연히 황제국이 쓸 거라 생각했던 세 사람은 의아한 눈빛으로 황제국만 바라보았다. 황제국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나도 아직 몰라.”

“모른다고?”

“응, 이제부터 찾아봐야지.”

황제국의 답변에 차현주가 눈을 가늘게 뜨고 의심 가득한 눈길로 바라봤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제국이 니가 그렇게 허술한 얘가 아닌데 시나리오 쓸 사람을 아직 모른다고?”

“그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선배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드드득.”

이진수조차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황제국은 정말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진짜야. 이제부터 찾아보고 정 안되면 내가 써야지.”

“흐음, 수상한데. 분명 뭔가 있는데.”

다들 의심의 눈초리로 황제국을 살폈지만, 계속 아니라고 하자 더이상 추궁할 수 없었다. 그리고 황제국의 말은 거의 사실이었다.

그는 아직 시나리오 작가를 정하지 못했다. 그가 직접 쓸까 생각도 해봤다. 그렇지만 남이 쓴 스토리가 재미있는지, 재미없는지는 판단할 수 있지만, 직접 스토리를 쓰는 데는 소질이 없었다.

그렇지만 기대를 거는 곳은 있었다. 그는 수강 신청할 때 국문과 전공 수업을 살폈다. 분명 창작 수업이 있을 거라 예상했고, 예상대로 소설 창작 수업이 있었다. 황제국은 주저 없이 소설 창작 수업을 신청했다.

본래는 창작 수업을 들으며 시나리오 쓰는 능력을 키우려고 했다. 하지만 막상 강의를 들으니 창작 수업은 생각과 아주 달랐다.

국어국문학과에서 배우는 창작론은 이야기를 재밌게 쓰는 방법은 가르치지 않았다. 주제를 어떻게 정하고,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 문체는 어떻게 쓸 것인가, 묘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이었다. 황제국은 그냥 수업에서 빠지고 F를 맞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수업은 몇 주간의 창작론 수업 후, 학생들이 쓴 습작 소설을 다 같이 읽고 합평회를 하는 방식이었다. 황제국은 소설 쓰는 사람들의 합평회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여기서 좋은 이야기를 쓰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한 가닥 기대를 걸고 있었다.

황제국은 틈틈이 마이텔 등 PC 통신의 창작란도 돌아봤다. 게임 시나리오를 맡길 만큼 괜찮은 아마추어 작가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 사이버작가 김영도씨 연재소설 ‘드래곤의 라자’ 출간 ]

때마침 신문에는 <드래곤의 라자> 출간 소식이 기사로 나왔다. 김영도 작가는 PC 통신 마이텔 창작란에 소설을 올린 지 두어 달 만에 출판사와 계약을 했다. 그리고 <드래곤의 라자>는 한국, 대만, 일본 등에서 총 200만 부 이상이 판매되며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퇴마기록>의 대성공 이후 PC 통신으로 장르 소설가로 발돋움한 사람이 많았다. 그중 일부는 게임 업계로 자리를 옮기기도 했다. 게임 시나리오 작가를 전문적으로 길러내는 교육 기관이 따로 없는 만큼, 장르 소설 작가는 게임 시나리오 작가와 가장 밀접한 직업이었다.

하지만 게시판을 둘러봐도 생각보다 눈에 띄는 작품은 보이지 않았다. 김영도와 같이 될성부른 떡잎은 이미 발 빠른 출판사가 선점한 상태였다.

사실 설득도 쉬운 문제는 아니었다. PC 통신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사람은 보통 자기 소설이 책으로 나오길 원한다. 그러나 게임 시나리오는 출판하지 않는다. 게임 시나리오 작가는 소설가보다도 많은 텍스트를 쓰지만, 게임 안에 녹아있을 뿐이다. 소설처럼 완성된 작품의 형태로 출간하지는 않는다.

‘외주로 시나리오 작가를 고용할 비용은 있지만 쓰겠다고 할지는 다른 문제지. 스팀펑크 만주 웨스턴은 접해본 적도 없을 테고.’

오늘도 PC 통신을 뒤지다 허탕을 친 황제국은 컴퓨터를 끄고 소설창작 수업을 듣기 위해 인문대학으로 향했다. 창작 소설을 읽고 합평회를 시작한 지 세 번째 수업이었다.

두 시간 강의를 한 시간씩 나눠서 두 편의 습작 소설을 읽고 토론했다. 10분 동안 복사해 온 습작 단편 소설을 읽고, 50분 동안 작품에 대한 감상을 나누는 방식이었다.

황제국은 국문과의 합평회가 프로그래머들의 코드 리뷰보다 때로 더 날카롭고 공격적이어서 놀랐다. 지난주에는 한 학생이 교수님의 혹평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교수님은 흔히 있는 일인 듯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오늘은 어떤 소설이려나?’

칠판에 오늘 읽을 소설 두 편이 적혀 있었다.

1. 96 이희선 - 꽃춤

2. 97 전유진 - 제국의 망령들

<꽃춤>을 쓴 이희선이 긴장한 표정으로 자기 소설을 나눠주었다. A4 일곱 장 분량인데 언뜻 보기에도 글자가 종이를 거의 꽉 채우고 있었다. 황제국은 빠르게 소설을 훑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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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어린 시절부터 엄마에게서 ‘꽃춤’을 배운다. 이 전통춤은 외할머니에서 어머니로 전해져 내려왔다. 그러나 주인공은 ‘꽃춤’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서울로 대학을 가서 도시에서 사는 것만을 꿈꾼다. 주인공은 어머니와 갈등을 빚고 거의 말도 하지 않고 지낸다.

성인이 되고 주인공은 서울로 떠나 도시에 정착한다. 그러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오랜만에 고향에 내려온다. 장례식장에는 술판이 벌어지고, 어머니는 홀로 뒷마당에서 눈물을 흘리며 꽃춤을 춘다. 주인공은 그 장면을 말없이 바라보다 소설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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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다들 읽었지? 그럼 시작할까? 누가 먼저 얘기해 볼까?”

합평회를 위해 자리를 동그랗게 만든 교실에서 교수가 물었다. 처음에 눈치를 보던 학생들이 하나둘 손을 들었다. 주제가 선명하다, 마지막 꽃춤 장면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묘사가 좋고 문체가 아름답다 등등 좋은 평이 이어졌다. 지난주 수업에서 학생이 울었던 탓인지 대체로 평가가 후했다.

교수님 역시 괜찮은 작품이었다면서, 내면 묘사를 좀 더 충실하게 해보라고 조언하면서 첫 번째 합평회를 보기 드물게 화기애애하게 마쳤다. 글을 쓴 이희선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다음은 전유진의 <제국의 망령>이었다. 황제국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스타일의 제목에 눈길이 갔다. 그리고 첫 페이지를 읽는 순간, 소름이 돋고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건 뭐야?’

그는 숨도 쉬지 않고 소설을 읽었다. 손에 난 땀 때문에 프린트물 귀퉁이가 눅눅해졌다. 다 읽은 다음에는 처음부터 다시 읽었다. <제국의 망령들>의 첫 문장은 이랬다.

> 어느 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난 남유진은 자신이 평소 즐겨하던 게임 속 남작의 아들이 되었음을 알아차렸다.

문장은 대놓고 카프카의 <변신>을 패러디했다. 그런데 내용은 흥미진진한 장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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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은 게임 <대양항해시대> 속 인물이 되었다. 그런데 이미 여러 번 해본 게임이라 그가 처한 운명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빠르게 돈을 모아 출항하고 해적을 만나는데, 알고 보니 이들은 유령 해적이었다.

해적들은 스페인의 무역선을 나포하면 죄를 사면해주겠다는 총독의 말에 무역선을 나포했지만, 총독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결국 해적들은 스페인 함대에 붙잡혀 죽임을 당하고 유령이 되고 만다.

주인공은 유령을 도와 총독의 관저를 습격하고, 총독이 반란을 꾀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총독이 사형당하자 유령 해적들은 사라지고, 주인공이 총독 자리에 오른다. 그는 게임을 끝내겠냐는 마지막 질문에 ‘아니오’를 선택하고 게임에 영원히 남으면서 소설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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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에 스토리를 꽉 채우느라 묘사는 극도로 줄였고, 대사와 사건 위주로 전개가 아주 빨랐다. <꽃춤>에 비하면 문체라고 할 만한 문장은 아니었지만, 황제국이 보기엔 문장도 군더더기 없고 더없이 깔끔했다. 무엇보다 모험과 사건이 숨 쉴 틈 없이 이어져서 재미있었다.

“자, 이번에는 누가 먼저 얘기해 보겠나? 이 소설에 대해서?”

교수님이 물었지만 교실은 조용했다. 아니, 조용했다기 보다는 싸늘했다. 공기의 무게가 느껴질 정도였다. 황제국은 이번 합평회는 아까와는 전혀 다를 거라는 걸 직감했다.

“흠, 다들 말이 없으니 내가 조금 물꼬를 터야 할까? 전유진 군. 출석부를 보니까 자네는 영문과 학생인데, 자네는 소설이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소설이요?”

보통 합평회 할 때 교수는 자기 의견을 거의 마지막에야 얘기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교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 황제국의 직감대로 시작부터 아주 공격적이었다.

“이건 말이지. 미안한 말이지만 내 시선에서는 소설이라고 할 수가 없어. 제법 재미난 유흥거리이긴 하지만, 잔재주만 부리고 정작 소설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미학과 스타일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교수는 프린트를 소리 나게 펄럭펄럭 넘기며 말했다. 전유진은 교수의 악평에도 담담한 얼굴이었다.

교수가 비난의 포문을 열자 학생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었다. 학생들은 사전에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 비슷비슷한 얘기를 했다. <꽃춤>을 합평할 때와는 분위기가 180도 달랐다.

“첫 문장은 카프카를 본뜬 것 같은데, 그에 비해 내용이 너무 유치해서 카프카의 소설까지 모욕당하는 느낌입니다.”

“아니, 저는 누굴 모욕하려는 의도는 전혀······.”

“주인공이 바다를 항해하며 무역을 해서 돈을 벌겠다고 나서더니, 갑자기 총독을 몰아내고 자기가 총독이 되는데요. 이건 유럽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총칼을 앞세워 제국주의를 일삼던 시대에 그 앞잡이가 되는 모습입니다.”

“아니, 주인공 입장에서는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

“묘사도 없고 서술도 너무 건조해서 문체라고 할 것도 없는데요. 게다가 마지막에 영원히 게임 속에 남는다는 결말은 현실을 버리는 너무나 무책임한 결말 같습니다. 주인공 역시 스스로 제국의 망령이 되겠다는 뜻이잖아요? 도대체 독자에게 뭘 전달하겠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현실로 돌아가 봐야 집은 빚에 눌려 있는데 그냥 화려한 총독으로 사는 게······.”

전유진이 나름대로 자기 작품을 변호하려 했지만 합평의 십자포화는 그녀를 사정없이 때렸다. 여기서 <제국의 망령들>을 옹호했다가는 무슨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가 될 판이었다.

황제국은 이 수업에서 지금까지는 거의 듣기만 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있을 수가 없었다. 그가 손을 들고 말했다.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교수님께서는 <제국의 망령들>이 소설이 아니라고 하셨지만, 제가 보기에는 소설의 형식을 제대로 갖춘 완벽한 소설입니다. 문체는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편 소설 안에 스토리를 녹이려고 의도적으로 묘사를 죽인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 결말도 IMF 시대에 척박한 현실 때문에 점점 발전하는 사이버스페이스로 고통을 피해 보려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아니, 그건 너무 확대 해석 아닌가요?”

“죄송하지만, 아직 제 말 안 끝났습니다.”

당연히 또 하나의 비난이 더해질 거라 생각했던 전유진은 예상 밖의 호평에 황제국을 신기한 눈으로 바라봤다. 다른 학생이 황제국의 평에 태클을 걸었지만, 황제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그리고 무엇보다 읽는 동안 다음 페이지가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소설은 무엇보다 독자를 끌어당기는 흡입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저에겐 소설의 역할에 충실한, 아주 훌륭한 소설이었습니다. 정말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전유진은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했다. 황제국에게 태클 걸었던 학생은 다시 반박하려고 했다. 하지만 교수가 시계를 보더니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얘기한 것 같네. 전유진 군은 오늘 나온 이야기 잘 생각해 보고, 소설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도록. 그럼 오늘은 이만하지.”

수업이 끝나자 전유진은 눈을 감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황제국은 먼저 교실을 나가서 전유진이 나오길 기다렸다 말을 걸었다.

“저, 안녕하세요. 선배님.”

“아, 아까 수업에서. 안녕하세요.”

“네, 컴퓨터공학과 98학번 황제국이라고 합니다. 소설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어머, 우리 수업에 컴공도 있었어요? 난 나만 다른 과인 줄 알았는데. 공돌이가, 에고, 미안해요.”

“아니에요. 근데 사람들 참 너무하네요. 스타일이 좀 다른 거뿐인데 저렇게나 비난할 건 아니잖아요?”

“여기는 진지하게 등단을 노리는 사람도 있으니까요. 그 사람들 눈에는 교수님 말마따나 내가 장난하는 것쯤으로 보이겠죠.”

“장난이라뇨. 그렇지 않아요.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를 쓰는 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데요. 멋있는 문장 쓰기만 어렵나요? 솔직히 별 뜻도 없는 공허한 문장보다, 선배님처럼 핵심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훨씬 낫다고 생각해요.”

“왜 이러지? 내가 밥을 사야 하나? 이런 칭찬은 우리 언니한테 들어본 거 이후로 처음이네요.”

“언니요? 언니도 소설 쓰세요?”

황제국은 그냥 지나가는 말로 물었다.

“네, 언니는 취미로 소설을 써요. 판타지 소설이요. 그래서 나도 언니 따라서 소설을 끄적이기 시작했던 건데. 언니가 요즘 또 뭔가 쓰기 시작하더라구요. 나중에 PC 통신에 올려 볼 거라면서. <룬의 칠드런>인가? 제목이 그렇던데.”

‘뭐? <룬의 칠드런>이라고? 그럼 언니가 전진희 작가?’

황제국은 정말 깜짝 놀랐다. 전진희 작가의 <룬의 칠드런>이라면 <드래곤의 라자> 못지않게 엄청난 히트를 친 판타지 소설이다. 지금 그의 눈앞에 있는 전유진이 바로 그 유명한 전진희 작가의 동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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