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회 - 불타는 3.1절
어느새 겨울 방학도 끝이 보였다. 뉴퀘스트는 99학번 새내기들이 수강 신청을 하기 전에 퀘스트넷을 데일리콤 IDC 논현 센터로 옮겨야 했다.
전용선은 퀘스트넷을 무사히 옮기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서버 이전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데일리콤에서 부담하기로 합의했다. 그리고 그날 새벽, 데일리콤 엔지니어들이 이사 차량과 함께 S대 공대에 들어왔다.
뉴퀘스트는 서버 이전에 따른 접속 불가를 사전 공지했다. 늘어나는 동접자 수를 감당하고, 안정적인 네트워크를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나 어찌 됐건 게이머들은 서버를 이전하는 동안 게임을 할 수 없었다. 서버 이전은 최대한 빠르게, 하지만 안전하게 이루어져야 했다.
IDC 서버 이전은 뉴퀘스트에게 <영건 블러드> 출시만큼이나 중요한 일이었다. 전용선과 박태권은 이사 과정을 몇 번씩 검토했다. 퀘스트넷 서버 해체부터 분류, 포장, 이동, 재설치, 테스트까지 과정을 미리 점검했다.
“그럼, 전원 내린다.”
모든 준비를 마쳤지만 막상 퀘스트넷을 끄려고 하자 전용선은 손이 떨렸다. 황제국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조금 망설이다 결국 파워 스위치를 내렸다. 수많은 불빛이 은하수처럼 반짝거리던 퀘스트넷이 어둠에 잠겼다.
전용선이 감상에 젖을 시간도 없이 곧바로 퀘스트넷 서버 머신 해체 작업이 시작됐다. 먼저 서버에 꽂혀있는 수많은 선을 뽑은 다음, 전용선이 설계한 서버 랙을 벽에서 들어냈다. 그리고 각각의 서버 머신을 분리해 안전하게 포장했다.
전용선과 박태권이 각종 장비와 하드디스크마다 넘버링 태그를 달아 구분했다. 마구 뒤섞이지 않게 차례대로 박스에 넣고, 이를 모두 트럭에 실었다.
“그럼 잘 마치고 올게.”
“네, 작업 마치고 연락 주세요.”
전용선과 박태권이 데일리콤 사람들과 자동차에 올랐다. 데일리콤 IDC 논현 센터는 출입 관리가 대단히 철저했고, 영업할 때도 이를 강조했다.
“저희 논현 센터는 등록된 네트워크 관리자가 아니면 회사 사장님이 와도 절대 못 들어갑니다.”
출입은 입구에서 신원 확인을 거치고, 미리 발급받은 출입증과 지문 인식 이후에 들어갈 수 있었다. 뉴퀘스트는 데일리콤 논현 센터에 전용선과 박태권 두 명을 등록했다. 두 사람은 바짝 긴장해 논현으로 향했다.
황제국은 트럭이 떠난 후 랩실로 돌아갔다. 텅 빈 랙 두 개가 랩실 구석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황제국은 랩실을 구석구석 청소한 다음 홀로 남아 있는 테스트 서버를 다시 연결했다.
서버 이전이야 전문가인 데일리콤 엔지니어들이 잘 진행할 것이라 믿었다. 퀘스트넷을 만든 전용선도 옆에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끝났다는 연락이 올 때까지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퀘스트넷은 이미 뉴퀘스트만의 자산이 아니었다. 지난 넉 달 동안 수만 명이 넘는 게이머가 셀 수 없이 많은 전투를 치렀던 치열한 열정의 집합체였다.
- 아, 오늘 퀘스트넷 접속 못 하네. 방학도 끝나가고, 하루하루가 소중한데! 크아으!
- 간만에 싱글 돌리고 왔네요. 이록 도망가는 거 다시 봐도 빡칩니다ㅡ.ㅡ^
- 저도요. 그동안 게임 많이 했는지 마지막 폭렬왕 미션 코 파면서 깼네요. 처음엔 계속 죽기만 했는데.
- 저런! 손을 쓰시다니, 아직 하수시군요. 전 싱글 미션 정도는 전부 발로 깹니다.
- 헐!!! 님, 퀘넷 아이디 뭐임? 퀘넷 열리면 함 붙어봅시다.
- 진짜요? 저 427승인데. 그래도 해보시겠어요? ㅎㅎㅎ
- 뭘 고작 427승 정도로? 난 511승인데?
- 511승 1093패···?????
- 하··· 됐고, 서버 열리면 바로 전적 캡처 떠서 인증합니다. 님도 인증하세요!
게오동에 들어가니 사람들이 총싸움 대신 키보드 배틀을 벌이고 있었다. PC 통신 게임 동호회에는 전적을 올리며 자기가 어느 정도 실력인지 궁금하다는 글이 종종 올라왔다. 서버 이전을 마치고, 3월 개학과 함께 영건 아레나를 오픈하면 이제 이런 글도 더이상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응, 제국아. 이제 일단 설치는 마쳤고, 지금 테스트 중. 괜찮을 거 같아.”
오후 늦게 전용선에게서 연락이 왔다. 황제국과 이진수는 동방에서 전용선의 지시에 따라 퀘스트넷 신호를 확인했다.
몇 시간의 테스트를 모두 마치고 황제국은 퀘스트넷을 다시 오픈했다. 뉴퀘스트 홈페이지에 퀘스트넷 오픈 공지를 올리고, 오공실업 김상혁에게도 알렸다. 서버 오픈 소식은 곧바로 전국의 PC방에 전달되었다.
황제국은 랩실에서 전용선 컴퓨터로 퀘스트넷 상태를 모니터링했다. 재오픈과 함께 접속자 그래프가 다시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다행히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황제국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 더이상 학교 네트워크가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득이 있으면 반드시 실도 있는 법. 그동안 뉴퀘스트는 S대 1호 게임 벤처로 이름을 알리면서 학교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고 있었다. 지원에는 네트워크 회선 사용 비용도 포함되어 있었다.
비록 학교 전산 네트워크 관리자에게 미움을 좀 받긴 했어도 그동안 회선 사용 비용은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인터넷 대역폭을 사용하는 만큼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다행히 <영건 블러드>는 출시 4개월 차가 되었어도 꾸준히 팔리고 있었다. 이 당시 보통 패키지 PC 게임들은 출시 후 2~3개월만 지나도 소매점에서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게임 잡지에서 번들로 나오기라도 하면 더이상 판매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게임 제작에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에 비해 게임의 수명은 너무나 짧았다.
출시 후 3개월도 버티기 힘든 패키지 판에서 <영건 블러드>는 흔한 할인 행사 한 번 하지 않았다. 물론 황제국은 꿈이 여기서 그칠 리 없었다. 3월에 아레나를 오픈해서 게이머들의 관심을 끌고, 여름에 확장판을 발매하면 매출은 몇 배로 늘어날 것이다. 이미 <영건 블러드>로 재미를 보고 있는 PC방이라면 무조건 확장판을 구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확보한 자금으로 이제는 미국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미국 시장의 성공을 발판으로 유럽과 전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다. 머지않아 전 세계 사람들이 <영건 블러드>를 즐긴다고 생각하자 황제국의 마음이 한없이 부풀어 올랐다.
그날을 위해 황제국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다. 뉴퀘스트는 서버 이전을 무사히 마쳤고, S대 캠퍼스는 새내기를 맞을 준비에 다시 분주해졌다.
황제국은 어느새 대학에 입학한 지도 1년이 지났다는 사실이 실감이 가지 않았다. 이제 곧 99학번 새내기들이 들어올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컴퓨터공학과 학생회장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황제국에게 새터에 올 생각이 없는지 물었다.
“새터요? 글쎄요. 저는 별로 생각 없는데요?”
“역시 그런가? 새내기 중에 너 만나고 싶어 하는 애들 많은데. 걔네 실망할 텐데.”
“저를요? 왜요?”
“왜긴? 장난하냐? 뉴퀘스트를 창업한 98학번 황제국이 지금 S대 공대를 통틀어 최고의 스타인데? 새내기들한테 넌 완전 아이돌이야.”
황제국은 학생회장의 말에도 무덤덤했다. 비록 그가 좀 유명해진 건 사실이지만 그래 봐야 게임 개발자였다. 게이머들이 좋아해 주는 건 사실이지만 대학 새내기들이 그를 좋아할 이유는 없었다.
“안 믿네? 야, 작년에 수능 끝나고 <영건 블러드> 해보고는 의대 가려다 컴공에 원서 넣었다는 녀석까지 있었어.”
“진짜요?”
“그렇다니까? 나도 좀 황당하긴 했는데. 아무튼 그래서 새터는 어려워?”
“네, 지금 2박 3일이나 빠지기는 좀 그렇네요. 방학 때 최대한 작업을 많이 해야 해서요.”
“잠깐이라도 오면 좋을 텐데. 다른 일도 아니고 게임 만든다는데 어쩔 수 없지. 알겠다. 수고해~.”
“네, 잘 다녀오세요.”
전화를 끊은 황제국은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자기 때문에 전공을 바꿔 들어온 새내기가 있다니. 그냥 게임을 좋아해서, 재밌는 게임을 만들려고 전력을 다했을 뿐인데. 이런 식으로 누군가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네.”
황제국이 정신을 똑바로 차린다는 건, 게임 개발에 더욱 몰두한다는 뜻이었다. 황제국은 확장판 콘텐츠 개발과 아레나 시스템 개발, 퀘스트 엔진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며 바쁜 나날을 보냈다. 그렇게 겨울 방학이 지나갔다.
99년 3월 1일, 뉴퀘스트는 그동안 준비했던 영건 아레나를 오픈했다. 자체 알고리즘에 의해 계산된 점수에 따라 총 5등급으로 구분했다. 아레나를 오픈하자마자 게임 좀 한다 하는 게이머들이 너도나도 영건 아레나로 몰려들었다.
오픈 직후, 영건 아레나에만 갑자기 사람들이 밀려들어 잠시 접속 장애가 일어났다. 경쟁 욕구가 강한 게이머들은 마치 아레나가 열리기만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들은 ‘영건 아레나 첫 랭킹 1위’라는 불멸의 타이틀을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한편 3.1절을 맞아 일반 게임에서는 다른 놀이가 인기를 끌고 있었다. 각 팀의 리더를 죽이면 승리하는 리더 킬 모드는 평소에는 즐기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3.1절이 되자 사람들이 온라인 독립운동을 벌이자고 나섰다. 각 팀은 일본인 캐릭터 히로시를 리더로 세우고, 히로시를 먼저 잡으면 승리하는 놀이였다.
뉴퀘스트가 따로 기획한 행사가 아니었다. 아레나 오픈 때문에 휴일에도 출근한 엄지원은 퀘스트넷에서 벌어지는 신기한 현상을 즉각 황제국에게 알렸다.
“재밌네요. 온라인 독립운동이라니.”
“네, 그래서 지금 리더 킬 모드가 처음으로 20%가 넘었어요.”
이는 황제국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인터넷 게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게이머들만의 자생적인 문화가 생겨나기 마련이었다. 황제국은 엄지원에게 3.1절에 일어난 온라인 독립운동 게임 자료를 잘 모아달라고 부탁했다. 게임 잡지에 기삿거리로 제공하고, 추후 비슷한 이벤트를 기획하기 위한 자료로 쓸 생각이었다.
게이머들은 나름대로 3.1절을 기념하며 게임을 즐겼다. 영건 아레나 또한 예상보다 훨씬 인기가 많았다. <영건 블러드> 게임 자체는 수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즐기는 방식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은 환호했다.
또한 게임 동호회마다 3.1절에는 한국 게임을 하자는 캠페인이 갑자기 힘을 받았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너도나도 <영건 블러드>에 몰려들었다. <영건 블러드>는 한국 PC 게임을 대표하는 킬러 타이틀이었다.
“으어어어어! 제국아! 넘었다! 5만 넘었어!”
퀘스트넷을 모니터링하던 전용선이 황제국에게 전화해 소리 질렀다. 황제국은 곧바로 랩실로 달려갔다. 평소 동접자는 2만~3만 정도를 왔다 갔다 하다가 주말에 아주 가끔 4만을 찍고 내려오곤 했었다. 그런데 3.1절에는 여러 가지 효과가 맞물리더니 마침내 동접자 5만을 뚫어 버렸다.
“와~, 만약에 우리 IDC로 안 옮겼으면 진짜 어쩔 뻔했냐? 아찔하네. 회선 때문에 퀘스트넷 터졌으면 나 여기서 울고 있었을지도 몰라.”
“그러게요. 진짜 타이밍 한 번 절묘했어요.”
“설마 사람들이 3.1절이라고 한국 게임 하자는 캠페인을 벌일 줄은 몰랐지. 진짜 대한독립 만세다!”
전용선은 계속해서 올라가는 퀘스트넷 접속자 수를 보며 지금 당장에라도 태극기를 들고 거리로 뛰쳐나갈 태세였다. IDC로 이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퀘스트넷은 그야말로 풀가동 중이었다.
황제국은 데일리콤과 서버 이전을 논의하면서 대역폭 얘기를 꺼냈을 때 그렇게까지는 필요 없을 거라던 데일리콤 직원의 얼굴이 생각났다. 황제국은 지금 그 사람의 표정을 한번 보고 싶었다.
동접자 5만을 넘긴 3.1절에 결국 동접자 6만을 달성했다. 6만을 찍은 후에는 숨 고르기를 하듯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다 이후 5만 초반에서 중반을 계속 유지했다. 그리고 11시 이후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3.1절 파티를 마감했다.
일부러 애국심을 자극하기 위해 만주 웨스턴 게임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3.1절이라고 사람들이 몰려오는 광경을 보자 황제국의 애국심도 덩달아 무럭무럭 자라나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영건 블러드>가 한국 게이머들에게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자랑거리이자 자부심이 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게임이 성공하면 할수록 황제국은 게임이 점점 자기 한 사람의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도 몰랐던 수많은 사람의 마음이 게임을 통해 연결되고, 스스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가는 모습이 신기했다.
사람들에게 새로운 문화의 터전을 만들었다는 사실에 황제국은 무한한 뿌듯함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꼈다. 게임은, 특히 인터넷 게임은 개발하면 끝이 아니었다. 출시 이후 게이머들과 함께 만들어 가는 문화가 훨씬 더 중요했다.
폭풍 같은 3.1절이 지나고 S대 캠퍼스에 다시 새 학기가 찾아왔다. 매년 3월이란 대학에는 새내기의 계절이었다.
캠퍼스에는 입학식을 마친 새내기들이 우르르 깃발을 따라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겨우 2학년이 된 선배들은 고작 대학 생활을 1년 더 해 본 것뿐이면서 마치 100년은 더 살아본 사람처럼 행동했다.
새 학기가 시작하면서 뉴퀘스트 동방에도 빈자리가 늘었다. 방학 내내 게임 개발에 열을 올렸던 오차 커플과 전유진은 잠시 한숨 돌리며 강의실로 들어갔다. 본업이 대학생이었지만 그들에겐 오히려 강의가 쉬는 시간이었다.
게임을 만들 때는 계속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야 하고, 결과물에 책임을 져야 했다. 하지만 대학 강의는 소수의 토론형 강의를 제외하면 그저 교수님의 강의를 잘 받아들이면 되었다.
황제국과 이진수는 이번 학기도 휴학했다. 뉴퀘스트에 입사한 박태권은 대학원으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전용선은 박사 논문이 남았지만, 퀘스트넷을 관리하느라 박사 논문을 쓸 시간이 없었다.
그래도 이광철 교수는 전용선을 채근하지는 않았다. 그는 이번 학기에도 게임 엔진의 분석과 응용 강좌를 개설했다. 황제국 같은 학생은 10년에 한 명 나타날까 말까 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설레는 마음이 드는 건 그도 어쩔 수 없었다.
황제국은 조용한 동방에서 이진수와 함께 확장판을 만들고 있었다. 본편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프로토타입이 필요 없었다. AI를 업그레이드한 퀘스트 엔진에 전유진의 시나리오와 유필승의 전투 맵을 바탕으로 배경부터 먼저 만들었다. 그리고 캐릭터와 각종 오브젝트 모델링이 끝나면 계속 덧붙여 나갔다.
새 학기와 함께 이진수는 신무기를 손에 넣었다. 그는 펜티엄 3 CPU가 출시하자마자 진희컴을 통해 입수했다.
“이거 괘, 괜찮은데?”
펜티엄 3는 부동 소수점 연산을 개선하며 3D와 멀티미디어 기능 처리에 많은 진전이 있었다. 이진수는 더 빨라진 시스템으로 퀘스트 엔진의 렌더링 엔진과 애니메이션 엔진을 손보면서 움직임을 더 자연스럽고, 부드럽게 만들기 시작했다.
모처럼 동방에 황제국과 이진수 둘만 남아 코딩에 집중했다. 동방에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
똑똑똑.
처음에 황제국은 노크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이진수가 기계식 키보드를 조금 세게 두드리나 보다 생각했다.
똑똑똑!
그러나 황제국은 이진수의 키보드 리듬이 변할 적이 없다는 사실을 퍼뜩 깨달았다. 누군가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누구세요?”
황제국이 문을 열었다. 문 뒤에는 처음 보는 앳된 여학생이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