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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회 - USA TOP 20

<영건 블러드> 미국 발매 후 일주일이 흘렀다. 이제 곧 크리스마스였다. 뉴퀘스트 팔로 알토 사무실은 모두 <영건 블러드> 로고가 새겨진 대형 녹색 양말을 머리에 쓰고, 크리스마스 캐럴을 크게 틀어놓고 일했다.

그들은 크리스마스 업데이트에 여념이 없었다. 비록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낼 수는 없어도 기분만큼은 내고 싶었다. 황제국은 런칭 준비 막바지로 한창 바쁘던 11월 말, 서울에 있는 이진수에게 크리스마스 에디션 업데이트를 요청했다.

99년 크리스마스 에디션은 가까이에 쌓인 눈을 처리하지 못해 멀리 있는 배경에만 눈을 덧씌웠다. 하지만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사이 3D 그래픽 카드는 GPU라는 이름을 달고 한껏 발전했다.

덕분에 예전보다 더 많은 계산을 더 빠르게 할 수 있었다. 또한 이진수의 3D 그래픽 프로그래밍 실력도 향상했다.

이진수는 먼저 실내 맵부터 손을 썼다. 작년에는 창문 너머로 눈이 내리는 모습만 표현했다. 이번에는 한 단계 발전해 창틀에 눈이 쌓인 모습까지 표현하기로 했다.

그냥 창틀을 따라 일렬로 일정한 높이로 눈이 쌓인 모습을 만들 수도 있었지만, 이진수는 사실적인 묘사를 원했다. 그는 창틀 모서리에 더 많은 눈이 쌓이게 하고, 울룩불룩하게 눈이 쌓이도록 정교하게 연출했다.

“와우~!”

“이거 진짜 같네요.”

이진수가 FTP에 업로드한 1차 빌드를 확인한 팔로 알토 멤버들이 모두 감탄했다. 사실 게임에 열중하는 게이머들에게는 그저 배경으로 스쳐 지나가는 한 장면이었다. 한참 적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데 눈 내리는 만주 벌판을 바라보며 창틀에 쌓인 눈을 감상할 사람은 없다.

누군가는 알아보지도 못하는 곳에 자원을 낭비하는 비효율적인 일로 치부할 수 있었다. 황제국 역시 이런 디테일 차이를 대다수 게이머는 모르고 지나간다는 것을 잘 알았다. 동종 업계 기술자나 극소수의 눈 밝은 게이머들만이 이런 차이를 구분한다.

하지만 황제국은 이런 표현이 결코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게이머가 디테일 차이를 당장 알아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사실적인 그래픽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업데이트해야 한다. 그래야 퀘스트 엔진도 발전하고, 다음 게임에도 발전한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전체적으로 더 나은 그래픽은 금방 알아본다. 비록 느낌적인 느낌일 뿐이라도, 인상적인 장면은 뇌리에 남는다.

이진수는 이어서 실외를 작업했다. 건물 지붕과 창틀, 현관, 난간 등에 눈이 쌓인 모습을 만들었다. 황제국은 여기에 맵 군데군데에 세울 눈사람을 추가했다. 그러자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한층 더해졌다.

“좋네. 이게 진짜 크리스마스지.”

전용선도 업데이트된 버전을 흡족하게 바라봤다. 황제국은 저작권 사용료가 비싸지 않은 크리스마스 팝송과 밴드 음악을 사서 BGM으로 넣었다. 캐럴이 싫은 사람을 위해 BGM을 크리스마스 버전과 일반 버전을 선택할 수 있게 배려했다.

팔로 알토 사무실은 테스트 서버에 크리스마스 버전을 업데이트하고 테스트했다. 피터와 친구들이 다시 파트 타임 QA 요원으로 소환되었다. 그들은 징글벨 노래를 흥얼거리며 서로를 향해 총을 쏴댔다.

서울 사무실 역시 크리스마스 버전 업데이트를 준비했다. 1999년 크리스마스는 뉴퀘스트 최초의 글로벌 동시 업데이트였다. 컨셉은 ‘화이트 블러디 크리스마스’.

오종석은 황제국을 대신해 작년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크리스마스 에디션 보도자료를 냈다. 하지만 기자들이 진짜 궁금해하는 건 따로 있었다.

“미국에서 <영건 블러드>가 발매한 걸로 아는데 판매량을 얼마나 되나요?”

“온라인 데모 18만 동접자 중에 실제 게임을 산 비율은 얼마나 됩니까?”

“<언리얼 토너먼트>, <퀘이크 3 아레나>와 FPS 삼국지가 예상된다고 했는데 전망은 어떻습니까?”

<영건 블러드> 미국 진출은 한국 게이머와 업계 관계자들에게 큰 관심사였다. IMF 그늘 속에서 해외에서 선전하는 스포츠 스타가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오르는 시대였다. 언제나 비디오 게임의 찬밥 시장으로 밀려 있던 한국에서 대대적으로 미국에 출사표를 던진 대학생 창업자 황제국과 뉴퀘스트에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 <영건 블러드> 미국에서 잘 되고 있을까요? 지금쯤 발매 했으려나?

- ㅇㅇ 12월 10일인가 11일인가 그쯤 한다고 했으니까 발매 했겠네요.

- 으··· 내가 다 떨림. 제발 잘 됐으면 좋겠는데. 미국에서 영건이 대박 나면 엄청 뿌듯할 거 같음.

- 미국에 있는 유학생 친구 얘기 들어보니 쏠쏠하게 팔리는 모양입니다. 친구도 가전 보러 갔다가 충동구매했다고 ㅋㅋㅋ

- 근데 솔직히 쉽지 않죠. 미국이 만만한 곳도 아니고. 난 좀 성급하다고 봄. 황제국 아직 나이도 어린데 차기작이나, 차차기작 정도에 경험도 더 쌓고 총알도 더 마련해서 나가는 게 순리 같은데.

- 이건 무슨 소리? 기회 있으면 나가는 거지. 게임 재밌기만 한데 미룰 이유가 뭐가 있어요?

- 지금 FPS 대작들 쏟아지는 거 안 보입니까? 기사에서는 FPS 삼국지니 뭐니 하면서 빨고 있지만, 솔직히 미국에서 퀘이크, 언리얼이랑 위촉오 다툼할 사이즈는 아니죠. 객관적으로.

- 객관적으로 지금 영건이가 한국에서도 스타랑 거의 또이또이한데요? 내가 한국인이라서가 아니라 영건이는 재미도 재미지만 어떤 FPS보다 완성도 높아요.

- 영건이 잘 만든 걸 부정하지는 않음. 다만 쌀국에는 영건이 말고도 잘 만들고, 즐길 게임이 너무 많은 게 문제는 문제임.

- 나도 까놓고 말해서 한국에서 돈 벌어서 미국에다 퍼주고 돌아오는 건 아닌지 걱정됨.

- 걱정마세요. 황제국이 당신보다 훠어어어어얼씬 똑똑함. 다 생각이 있어서 미국 갔겠죠.

- 그러게. 황제국이 설마 언리얼이랑 퀘이크 모르고 미국 갔을까? 별걱정은 ㅎㅎㅎ

- 그냥 잘 되기나 기도합시다. 저건 진짜 걱정이 아니라 잘 나가니까 괜히 배아파서 저러는 거임.

인터넷이 확산되긴 했지만 아직 전 세계 뉴스와 커뮤니티 실황이 그날그날 전파되는 수준은 아니었다. 열성 팬들은 팔로 알토 블로그까지 찾아갔지만 아직 판매량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그럴 이유가 있었다. 황제국 역시 공식적인 판매량 집계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소프트펀드가 <영건 블러드>를 판매하는 매장은 1천 개가 넘었다. 직접 입점한 대형 매장이나 중소형 가전 마트도 있지만, 게임만 납품하는 소규모 로컬 게임샵도 있었다. JD를 비롯해 게임 유통팀이 열심히 나서고 있었지만 게임 유통을 시작한 첫 주여서 판매량 집계에도 시간이 걸렸다.

일단 황제국은 퀘스트넷 동접자 현황으로 판매량을 추측했다. 게임을 발매 후 금/토/일 3일간 최고 동접자는 1.8만 명. 온라인 데모 최고 동접자의 1/10이었다.

“최고가 1.8만이고, 평균이 1만 아슬아슬하게 넘으니까 이 정도면 최소 3만 장 정도는 팔렸겠지?”

“아마도요. JD가 첫 달 3만 장 넘으면 일단 희망이 있다고 했는데 첫 문턱은 이미 넘은 거 같은데요?”

발매 첫날 동접자가 적어서 하루 종일 전전긍긍했던 전용선은 주말 동안 안정적인 수치가 나오자 일단은 안심했다. 하지만 마음을 놓을 순 없었다. 처음부터 PC방에 몇만 장을 깔아놓고 시작했던 한국에 비해, 미국은 PC방 같은 버팀목이 없었다. 마케팅에만 수억을 들인 터라 마음이 더 초조했다.

띠리리리리링!

사무실에서 전화가 울리면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다들 JD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조용! 조용!”

전용선이 외치고, 박선호가 재빨리 사무실에 울리던 캐럴을 껐다.

“예스. 예스. 으흠. 으흠. 굿. 굿. OK.”

황제국은 몇 마디만 하고 끊었다. 모두 기대감과 초조함이 뒤섞인 얼굴로 황제국을 바라봤다. 전용선이 물었다.

“나왔어? 제국아?”

“네.”

“얼마래? 몇 장?”

“42,192장이요.”

황제국이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팔로 알토 멤버들이 소리를 지르며 거실을 마구 뛰어다니고 소란을 피웠다.

“워후우~~~~!!!!!!!!!!!”

“예스! 예스! 예스!”

로렌스, 타쿠르, 앤소니가 마구 몸을 흔들면서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그 무리에 박선호가 뛰어들었다. 네 마리 짐승들이 사무실에서 광란의 춤을 추었다.

“컴온, 보스! 컴온!”

“아니야! 난 괜찮아. 난 괜찮아.”

타쿠르가 부르자 황제국은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멤버들은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후! 후! 후! 후!”

“뿜뿜~~!!!!”

“왜, 왜들 이래요?”

이미 짐승으로 돌변한 팔로 알토 멤버들은 증기 기관차 소리를 내더니 황제국에게 달려들었다. 황제국은 피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전용선은 얼른 주방 식탁 위로 피신했다.

“영건 블러드! 영건 블러드! 영건 블러드!”

네 사람은 황제국을 번쩍 들어 올리더니 게임 이름을 외치며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정원으로 나가더니 다짜고짜 황제국을 공중에 던졌다.

“황제국! 황제국! 황제국!”

“으아아아~~~! 으아아아~~!”

그들은 각기 조금씩 다른 발음으로 황제국을 연호하며 행가래를 했다. 중력과 무중력을 번갈아 느끼며 황제국은 올라갈 때마다 비명을 질렀다. 전용선은 재빨리 카메라를 가져와 이 신기한 광경을 찍었다.

“축하해요, 보스.”

“다들 애써준 덕이에요. 후우~.”

땅에 내려주자 황제국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면서도 멤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는 현관에서 카메라를 들고 웃고 있는 전용선을 발견했다. 황제국은 네 명에게 턱으로 전용선을 가리켰고, 네 사람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재밌었죠, 보스?”

“말도 마요.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황제국과 사인방은 이제 장난은 끝났다는 듯 사무실로 들어가려 했다. 전용선은 아무런 눈치도 채지 못하고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야, 제국아. 아까 니 행가래 사진 내가 다 찍어 놨어. 오늘 블로그에 올릴 거 아주, 어어어어~!”

황제국을 놀리던 전용선은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다섯 남자에 의해 몸이 번쩍 들렸다.

“잠깐만! 잠깐만! 야! 야!”

그는 발버둥을 쳤지만 행가래는 피할 수는 없었다.

“으에에에에에~! 으에에에에엑~!!!”

전용선의 이상한 비명이 팔로 알토 길거리에 울렸다. 하지만 길을 걷는 사람들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어떤 남자는 무슨 일인지도 모르면서 축하한다며 엄지를 치켜들고 지나갔다.

그날 저녁, 황제국은 오랜만에 멤버들과 함께 레스토랑을 찾았다. 39.9달러에 판매하는 <영건 블러드> 패키지 42,192장이면 무려 168만 달러에 달했다. 뉴퀘스트의 몫은 50만 달러가 조금 넘었다. 발매 첫 주에 처음 미국에 올 때 들고온 투자금을 모두 회수한 것이다.

“그동안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치얼스~~!”

황제국은 팔로 알토 멤버들과도 샴페인을 마시며 성공을 자축했다. 훌륭한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 좋은 동료들, 짜릿한 성공. 이 순간 모든 것을 다 가진 것 같았다.

그러자 문득 서울 오피스 사람들이 생각났다. 우연이지만 처음부터 함께 한 오종석, 차현주, 최고의 개발 파트너 이진수, 국문과 수업에서 만난 전유진, QA를 도와줬던 춘섭이, 처음으로 공개 채용한 유필승과 엄지원, 늘 구박받지만 가장 낙천적인 박태권 선배, 그리고 자기 발로 찾아온 민소영까지.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일본까지 따라가 스튜디오 X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도록 도와준 조윤권, PC 게이머의 남동진 기자와 김성진 편집장, 퀘스트 엔진 최적화는 물론 벤처 창업까지 이끌어 준 이광철 교수님, 선뜻 거액을 투자한 소프트펀드 손정인, 무료 봉사로 OST를 만들어준 유희철, 몰래 회선을 이용했던 PC방 사장님, 그리고 오공실업 김상혁 과장까지.

그가 여기까지 오는 동안 도움을 받은 사람이 너무너무 많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영건 블러드>를 사랑하고 재밌게 즐기는 수많은 게이머가 있었다. 팔로 알토 멤버들이 신이 나서 웃고 떠들며 자축하는 사이 황제국은 조용히 이런 생각에 잠겨 샴페인을 홀짝였다.

“무슨 생각하냐?”

“그냥요. 여기까지 오는데 도와준 사람들이 진짜 많았구나 싶어서요.”

“그러게. 태권이 이 자식은 잘하고 있나 모르겠네. 농땡이만 안 부리고, 입만 다물면 참 괜찮은 놈인데.”

“잘하고 계실 거예요. 무소식이 희소식이잖아요.”

“제발 그랬으면 좋겠는데.”

황제국은 문득 민소영이 생각났다. 그가 매번 피드백을 하는 것도 아닌데 민소영은 여전히 빠짐없이 업무 일지를 보내고 있었다. 최근에 업데이트한 소냐 빌드는 캐릭터가 한층 귀엽게 다듬어져 있었다.

그가 미국에서 <영건 블러드>에 매진하는 사이, 서울에서는 새로운 게임이 싹을 띄워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다. 황제국은 전유진이 항상 민소영에게 복덩어리라고 하던 말이 생각났다.

“정말 어떻게 그런 복덩이가 저절로 찾아왔을까?”

“응? 뭐라고?”

“아니에요. 자, 다 같이 한잔합시다!”

“예~~~!!!!”

축하 파티를 마치고 황제국은 서울 오피스에 메일을 보내 판매량을 알렸다. 게임 개발에 함께 해 준 그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후, 또 하나의 기쁜 소식이 날아왔다. 매주 미국의 컴퓨터 게임 관련 각종 데이터를 수집해 공개하는 피씨게임박스오피스닷컴이 1999년 12월 셋째 주 게임 판매 순위를 공개했다.

19th - (New!) Young Gun Blood / NewQuest

<영건 블러드>가 게임 차트에서 무려 19위를 차지하며 발매와 동시에 TOP 20에 이름을 올렸다. 팔로 알토 사무실에는 흥분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크게 울려 퍼졌다. 발매일에 누구보다 마음을 졸였던 전용선은 눈물을 찔끔거렸다. 감히 기대하지도 못했던 환상의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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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겜의 제국 1998 - 갓겜의 제국-14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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