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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회 - 스스로 움직이는 회사

프로젝트 소냐는 컨셉 회의를 거쳐 좀 더 형태와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프로젝트가 구체화되자 또 다른 효과가 나타났다. 동방 콘텐츠팀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것이다.

여름 방학 전까지 <영건 블러드> 확장판을 내기 위해 1학기 내내 달렸던 콘텐츠팀은 막상 게임을 발매하고 방학이 되자 약간 공황 상태에 빠졌다. 드디어 학교 수업에 신경 쓰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는 방학이 됐는데 정작 할 일이 없었다.

황제국이 미국에 잠깐 출장 가 있는 동안 할 일을 알아서 찾아보라고 했지만, 오종석은 유필승과 캐릭터 발란스 조정을 챙기며 오공실업과 커뮤니케이션하느라 바빴다. 반면 전유진은 <영건 블러드> 소설화를 기획하려 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했고, 차현주는 이제 <영건 블러드>가 아니라 새로운 걸 그리고 싶었다. 그러나 뭘 그려야 할지 몰랐다.

뉴퀘스트에 합류한 이후로 콘텐츠팀 멤버들은 학기 중이든, 방학이든 늘 하루를 꽉꽉 채워 배우고 일했다. 입으로는 “황제국이 너무 부려 먹는다”, “언제쯤 쉴 수 있는 거냐”는 말을 달고 살았던 차현주는 드디어 시간은 있고, 할 일은 없는 상황이 오자 오히려 당황했다.

차현주는 확장판 발매 이후 훨씬 바빠진 랩실을 보면 기분이 이상했다.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동방에서 뭐 할지 고민하다 아이디어를 얻겠다고 콘솔 게임 좀 하면서 뒤적거리다 집에 가면 마음 한쪽이 찜찜했다.

항상 옆에서 누가 뭘 하든 상관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던 이진수까지 랩실로 가버렸다. 갑자기 회사의 중심이 온통 랩실로 이동해 버린 느낌이었다. 차현주는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묘한 박탈감과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못 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더 잘 알고 있어서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러다 황제국이 예산 1천만원을 마음껏 써도 된다고 선언하고, 민소영이 프로젝트 쏘냐를 들고 나타나자 이제야 해야 할 일을 찾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황제국에게 말했다.

“쏘냐 개발에는 내가 직접 3D 모델링을 핸들링해 보고 싶어.”

“모델링을 직접 하겠다고? 모델링은 모르잖아?”

“아니, 내가 직접 하는 게 아니라 3D 모델러 섭외하고, 피드백하고, 다듬는 일. 그리고 나도 3D 모델링 배울 거야. 기초 정도는 알아야 모델러하고 얘기가 통할 테니까.”

“그래, 좋은 생각 같다. 어차피 내가 미국 가면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 이 참에 모델러를 뽑아야 하나 생각했었는데. 현주 네가 하겠다면 나도 든든하지.”

“OK, 나 그럼 이제 쏘영이랑 얘기해서 소냐 디자인 들어간다.”

차현주는 민소영과 소냐의 캐릭터 디자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차현주는 머리와 몸통 일체형에 팔다리가 가늘고 짧은 디자인 방향성에는 공감했다.

“그런데 내가 봤을 때 팔다리 비례는 좀 손을 보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리고 머리랑 몸통은 지금 같은 O자형 말고 8자 형태로 서로 구분되는 모양도 실험해 보자.”

“아, 그래도 괜찮을까요? 저는 O자 형태밖에 할 수가 없어서 그렇게 했던 거라서요.”

“응, 이제 내가 디자인하고 3D 모델링까지 같이 볼 거야. 모델링은 나도 배워야 하는 거라 같이 손 맞춰서 잘해보자.”

“좋아요, 좋아요! 선배님이 맡아주시면 소냐가 훨씬 귀여워질 거 같아요.”

민소영은 박수까지 치면서 좋아했다. 그녀는 혼자 진행하던 교육용 프로젝트가 차기작 후보로 발전하더니, PM 역할까지 맡게 되어 어리둥절하다 못해 두려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황제국이 컨셉 회의를 열고 어떻게 생각을 가다듬어야 하는지 직접 보여주면서 생각의 길을 밝혀 주었다. 그리고 차현주가 디자인을 맡아주겠다며 손을 내밀었다. 뒤이어 오종석과 전유진은 같이 맵을 만들며 장애물 코스를 연구하기로 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긴. 우리가 고맙지. 쏘영이 아니었으면 우리 전부 실업자 될 뻔했는데? 우리 복덩어리.”

전유진이 민소영을 꼭 끌어안으며 등을 두드렸다. 민소영을 동생 삼고 싶다던 전유진은 그녀 덕분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기자 더더욱 민소영을 좋아하게 되었다.

하지만 전유진은 <영건 블러드> 소설 출판 계획도 버리기 아까웠다. 그녀는 결국 황제국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회장님, 나 이거 너무 고민되는데 회장님 의견이 궁금해.”

“무슨 고민인데요?”

“<영건 블러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소설을 쓰고 싶거든? 내가 이 얘기는 했었지?”

“네, 게임 시나리오대로 쓸까, 아니면 다른 관점에서 쓸까 고민하신다고.”

“응, 이거 그냥 버리기엔 아까워서 소냐 프로젝트 하면서 계속 진행해볼까 하는데, 회장님 생각에는 뭐가 나아? 시나리오대로 쓰면서 게임에 없던 디테일을 살릴까? 아니면 전혀 다른 관점에서 써볼까?”

“전혀 다른 관점은 뭔데요?”

“음, 이건 주로 캐릭터들의 뒷이야기야. 시나리오 쓰면서 생각나는 대로 끄적여 놓은 캐릭터들 이야기. 장건은 만주에 오기 전에 뭘 했는지, 왜 그렇게 돈을 좋아하게 되었는지 같은?”

“오, 그거 괜찮은데요?”

“괜찮은 거 같아? <영건 블러드> 팬이라면 읽어보고 싶을 거 같지? 그리고 이수련 이야기도 있어. 이록이 가족을 어떻게 배신했는지, 이수련이 이록 때문에 독립군에서 어떤 수모를 겪었는지, 그런데도 결국 오빠에게 배운 저격 능력 때문에 끝끝내 살아남은 이야기, 이런 거.”

“아, 그것도 궁금하다. 이수련은 참 마음을 건드리는 부분이 있어요. 항상.”

“아무래도 한이 많으니까. 그리고 거기에 굴복하는 게 아니라, 결국 이겨내는 캐릭터니까. 나도 이수련 보면 참 슬픈데, 애정이 많이 가. 그래서 더더욱 포기하기 싫은데, 내 몸은 하나고. 뭘 하는 게 좋을지 모르겠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간단한데요?”

“뭐가 간단해?”

“둘 다 하시면 되잖아요?”

“둘 다 하라고? 내가 아무리 쓰는 게 빨라도 그랬다간······.”

“아니요. 꼭 누나가 직접 다 쓰실 필요는 없죠. 작가를 고용하세요.”

“응? 작가를 고용한다고? 내가 작간데 무슨 작가를 고용해?”

“제가 예산 권한 열어드렸잖아요. 문체 괜찮고, 성실하신 작가님 선정해서 매절(장당 원고료를 받는 방식)로 계약해서 쓰면 되죠. 누나는 스토리라인을 제공하고, 글은 고용한 작가가 쓰고.”

“아아!”

“제 생각에는 이미 뼈대가 다 완성된 <영건 블러드>를 다른 작가랑 계약해서 진행하고, 이수련 이야기를 누나가 쓰면 좋을 거 같아요. 아무래도 후자는 이야기만큼이나 이수련의 심리가 중요할 텐데, 그건 누나가 아니면 살리기 힘들 거 같아요.”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난 왜 생각을 못 했지?”

IP 확장은 게임계에서도 흔한 일이었다. 아직은 적극적인 회사가 별로 없지만 조금 지나면 게임 내용을 바탕으로 영화나 애니메이션, 소설 등을 만들기 시작한다. 미디어를 확장해 팬을 넓히고, 기존 팬들에게는 새로운 재미를 준다.

한국에는 아직은 이렇다 할 사례가 없었는데 만약 <영건 블러드> 소설책이 나오면 뉴퀘스트가 게임 IP 확장의 선두 주자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일단 IP를 확장하려면 원래 IP가 히트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영건 블러드>가 최적이기도 했다.

황제국은 이수련 스토리가 팬들의 흥미를 끌 뿐 아니라 깊은 이야기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흥행뿐 아니라 작품성에서도 인정받을 소설이 될 가능성이 충분했다. 적어도 <영건 블러드> 흥행을 등에 업고 돈 벌려고 무분별하게 책을 써서 판다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다.

<영건 블러드>와 뉴퀘스트의 브랜드를 지키기 위해 황제국도 무분별한 IP 확장은 경계했다. 그러나 전유진이 추진한다면 대충 앞뒤만 맞춰서 소설을 낼 리는 없었다. 글에 관해서라면, 황제국이 게임을 내는 것 이상으로 까다로운 전유진이었다.

한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방황했던 동방 콘텐츠팀은 이제 다시 제각기 할 일을 찾아 움직이며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황제국은 그가 직접 주도하지 않은 프로젝트들이 속속 생겨나는 것을 보면서 뿌듯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들이 자라서 내 품을 떠나는 기분이 이럴까?’

아이는커녕 결혼도 해본 적 없는 황제국은 적절한 비유인지는 몰라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지난 1년 고작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친구와 선배가 이제는 스스로 프로젝트를 만들고 있다.

심지어 인턴으로 들어온 민소영은 뉴퀘스트의 차기작이 될지도 모른 프로젝트를 이끌게 되었다. 황제국은 이제 확실히 회사가 다음 단계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감상에 빠져 있을 때가 아니었다. 콘텐츠팀이 알아서 움직이며 대표인 황제국의 시간을 벌어주고 있었다. 콘텐츠팀 뿐만이 아니었다. <영건 블러드> 라이브 서비스를 운영하는 랩실과 퀘스트 엔진을 PS2 용으로 수정하는 이진수팀 역시 차곡차곡 일이 돌아가고 있었다.

팀원들이 열심히 일하면서 황제국의 시간을 벌어주고 있었다. 황제국은 그 시간을 값지게 쓸 의무가 있었다.

황제국이 매일 들여다보기는 했지만 이제 웬만한 일들은 황제국에게 사후 보고로 처리되었다. 황제국은 홍보와 한국e프로스포츠협회 등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직접 챙기고, 라이브 운영에서도 콘텐츠 업데이트 등 주요 이슈만 체크했다. 그 외 일상적인 업무들은 이제 팀원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처리했다.

“이 정도면 믿고 떠나고 될 것 같아. 나 없는 동안 한국 오피스는 종석이 네가 책임지고 맡아줘. 내가 미국에 있는 동안은 네가 서울 오피스 매니저야.”

“알았어. 미국에서 꼭 성공해야 한다.”

병역업체지정과 해외 지사 설립, 비자 발급 등 필요한 행정 절차를 끝마치고 황제국은 전용선과 미국 출장 준비를 했다. 이제 여름방학도 거의 끝나고 있었다.

황제국은 출장을 떠나기 전에 소냐 프로젝트에 온라인 기능을 붙이는 작업을 마무리하려고 매달렸다. 그는 민소영에게 퀘스트 엔진의 네트워크 모듈을 설명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1대1로 붙어서 알려줬다.

이제 미국으로 가면 한동안 배울 기회가 없기 때문에 민소영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황제국의 코칭을 빨아들였다. 황제국은 지난 몇 개월 사이 몰라보게 달라진 민소영의 실력에 다시 놀랐다.

출국 전날까지도 황제국은 민소영과 함께 퀘스트넷 테스트 서버에 프로젝트 소냐를 업데이트했다. 이름은 가칭으로 ‘소냐 온라인’으로 붙였다. 버전은 아직 v0.1이었다.

민소영은 테스트 서버에 접속해 온라인 버전 소냐를 하면서 연신 감탄했다. 그녀는 자신의 첫 네트워크 게임에 완전히 감동 받았다. 그녀는 잠시 황제국과 둘이서 1:1 대결을 펼치며 좋아했다. 두 사람은 굴러오는 바위와 단두대를 피해가며 신나게 달렸다.

“우와, 우와!”

“<영건 블러드>도 많이 하면서 그게 그렇게 신기해?”

“그럼요! <영건 블러드>는 뭔가 제가 다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게임이잖아요. 근데 소냐는 제가 코드 한 줄 한 줄 만들어서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니까 너무 신기해요. 서버랑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저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실시간으로 이해하니까 너무 짜릿해요.”

“잘됐네. 사내 FTP 서버 만들어 놨으니까 이제 중요 빌드 업데이트 나오면 나랑 공유해. 테스트 서버에도 그때그때 업데이트하고. 나도 미국에서 틈틈히 피드백할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선배님.”

“그래. 가기 전에 최소한의 기능은 만들고 가서 다행이다. 이제 여기에 새로운 콘텐츠를 차곡차곡 만들어서 붙여 봐. 아마 하다 보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요소들이 생길 거야. 고민도 많겠지만, 그럴 때 계속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봐. 그러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될 거야.”

“이렇게 큰 기회를 주셨는데. 절대 선배님 실망시키지 않을게요.”

“기회는 소영이 네가 스스로 만든 거지. 여기 입사할 때처럼. 그럼 이제 슬슬 회식하러 나가 볼까? 다들 기다리고 있겠다.”

뉴퀘스트의 미국 진출과 황제국과 전용선의 기나긴 미국 출장을 기념하는 회식 겸 환송회가 열리고 있었다. 황제국과 민소영은 테스트 서버 업데이트를 마치고 가기로 해서 조금 늦은 상태였다.

“저, 선배님. 이거.”

“응? 이게 뭐야?”

민소영이 주저하면서 포장지로 싸여있는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황제국이 의아한 눈으로 물었다.

“그동안 제가 계속 너무 도움만 받아서요. 이번에 떠나시면 오래 못 볼 텐데 뭐라도 선물이라도 드리고 싶어서요.”

“무슨, 그럴 필요 없는데. 그래도 기왕 주는 거니까 잘 받을게.”

황제국은 그 자리에서 선물을 뜯어 보았다. 노란색 바탕에 귀여운 동물들이 그려진 넥타이였다.

“뭘 드리면 좋을까 생각해 봤는데 잘 모르겠어서요. 미국에 가면 비즈니스 미팅도 많을 테니까 넥타이가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귀엽네. 고마워. 잘 메고 다닐게.”

황제국은 과연 미국에서 정장을 입고 다닐 일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해 보았다. 비즈니스 미팅을 해도 정장을 입고 나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민소영의 성의를 생각해 넥타이를 다시 상자에 잘 개어 넣고 가방에 넣었다.

두 사람은 회식 장소로 이동했다. 1차는 삼겹살집이었다.

“오오오~, 오늘의 주인공 왔다!!!!”

“야, 나도 주인공이야!”

황제국이 나타나자 멤버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제국은 툴툴거리는 전용선 옆에 웃으며 앉았다. 그들은 떨어져 있어야 하는 서운함과 미국 진출에 대한 설렘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2차에는 유희철이 깜짝 등장해 전유진이 거의 기절할 뻔했다.

“뉴퀘스트의 미국 진출을 위하여!”

“위하여!”

“<영건 블러드>의 성공을 위하여!”

“위하여!”

다음 날, 황제국과 전용선은 쓰린 속을 부여잡고 겨우 비행기에 올랐다. 첫 미국 출장길에는 계속 맥주를 홀짝거렸던 전용선도 이번에는 술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두 사람을 태운 비행기는 아메리칸 드림을 향해 태평양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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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겜의 제국 1998 - 갓겜의 제국-12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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