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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회 - E3 2002

“제국아~~!”

“선배님.”

“대표님, 오랜만입니다.”

E3를 보기 위해 서울 오피스에서 스무 명이 넘는 사람들이 L.A.로 날아왔다. 황제국은 오종석, 차현주, 민소영, 유필승, 이신우, 하워드 등 반가운 얼굴들을 오랜만에 만났다.

그들은 E3가 열리는 L.A. 컨벤션 센터 근처 호텔에 묵었다. 황제국과 이진수는 호텔 레스토랑에서 서울 오피스 멤버들과 저녁을 먹으며 오랜만에 밀린 이야기를 나눴다.

“<젤리 러쉬> 런칭하면 돌아온다더니 아예 돌아올 생각을 안 하네?”

“미안. 그렇게 됐네. 나도 <젤리 러쉬> 런칭하고, 퀘스트 엔진 2 개발만 좀 확인하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신작에 발동이 걸리는 바람에.”

“현주는 너 분명 미국에서 여자친구 생긴 거라고 했는데. 내가 절대 아닐 거라고 했지.”

“진짜 정말로 아니야?”

“아니야. 테러 때문에 힘들게 런칭하고, 해피해피밀에 반스랑 계약하고, 유럽 사업 체크하고, 퀘스트 엔진 2랑 신작 RPG랑 챙기고 하느라 누구 만날 시간도 없어.”

“사실 저한테 사람들이 계속 물어봐요. 대표님 누구 만나는 사람 없냐? 없으면 소개시켜 주겠다고 하는데 대표님은 꿈쩍도 안 해요.”

L.A.에서 자란 박선호가 부러움 반, 안타까움 반이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황제국은 변명 아닌 변명을 했다.

“평생 연애도 안 하고 혼자 살 생각은 아니에요. 그냥 지금은 게임 만드는 게 너무 재밌어서 그래요. 이번 <어둠 속으로>만 해도 지금까지 하고는 전혀 다르니까.”

“저도 자료만 봐도 어떤 게임일지 너무 해보고 싶더라구요. E3에서 해볼 수 있는 거죠?”

“응, 아직 게임이 좀 무거워서 시연용 콘텐츠는 제한적이긴 해. 대신 플레이 영상은 많이 준비했어. 이번에 우리 부스를 아예 던전 컨셉으로 꾸몄는데 엄청날 거야. 기대해도 좋아.”

“진짜요? 우와! 빨리 보고 싶다.”

민소영은 눈은 반짝이며 기대감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서울 오피스 멤버들은 황제국이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주는 내용을 통해 팔로 알토에서 무슨 일이 진행 중인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영상 자료와 기획 내용일 뿐, 퀘스트 엔진 2와 <어둠 속으로>를 직접 만져보지는 못했다. 퀘스트 엔진 2는 현재 UI 개선 작업 중이었고, <어둠 속으로>는 이제 팀 세팅 단계였다.

“그나저나 이번 게임은 진짜 미국에서 개발해서 그런가 분위기가 지금까지랑 전혀 다르던데요? 내용도 어둡고.”

“진짜요. <젤리 러쉬>랑은 너무 달라서 놀랐어요.”

“기자들한테 전화 엄청 와. 홍보대행사 통해서도 문의가 엄청 많고. 이번에 미국에서 퀘스트 엔진 2랑 신작 RPG 만드는 거 E3에서 처음 공개한다고 하니까 다들 난리 났어.”

오종석은 한국 E3 관련 기사 스크랩 자료를 황제국에게 내밀었다. 한국에서 이름 좀 있는 언론에서는 대부분 E3 기사가 내며 추후 보도를 예고했다.

- 한국 게임계의 젊은 거장, 황제국. E3 출격 예고!

- <젤리 러쉬>로 미국을 완전 정복한 뉴퀘스트, 2002년 E3도 정복한다!

- 미래에서 온 신기술! 퀘스트 엔진 2, 올해 E3에서 전격 공개 예고.

- 이번에는 RPG?! E3에서 던전 탐험 컨셉의 신작 공개하는 뉴퀘스트.

- 황제국, E3에서 퀘스트 엔진 2와 신작 발표 예고에 미국 게이머들 가슴도 두근두근.

미국에도, 한국에도 아직 <어둠 속으로>에 관해 RPG라는 장르 말고는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E3 소식을 기다리게 만들기 위한 전략이었다.

올랜도는 E3 오픈을 앞두고 뉴퀘스트 부스를 마지막으로 만드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할리우드에서 함께 작업했던 비주얼 아티스트 몇 명을 불러 뉴퀘스트 부스를 직접 만들었다.

“워호호, 이건 뭐야?”

다른 게임 회사 부스를 만들던 인부들은 뉴퀘스트 부스를 지날 때마다 다들 한마디씩 했다. 일반적인 게임쇼 부스와는 전혀 달랐다.

“뭐합니까? 전쟁 준비라도 하는 거요?”

“비슷하죠.”

던전의 틀을 만들기 위해 목책을 만드는 올랜도를 보고 사람들이 농담을 던지며 관심을 보였다. 올랜도는 신경 쓰지 않고 작업에 열중했다. 사람 키를 훌쩍 뛰어넘는 목책을 세운 올랜도는 두꺼운 스티로폼을 붙여 형체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끌로 스티로폼을 파내기 시작했다.

수많은 스티로폼 알갱이들이 눈사태처럼 흘러내렸다. 올랜도와 동료들이 내부 작업을 하고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진공청소기로 하얀 알갱이들을 쉴 새 없이 빨아들였다.

“빨리빨리. 빨리빨리.”

다른 부스에 비해 손이 훨씬 더 많이 필요했지만 주어진 시간은 똑같았다. 올랜도는 작업 내내 ‘빨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황제국이 작업 중인 부스에 들러 뭘 도와줄지 물었지만 그는 한마디로 거절했다.

“모르는 사람이 끼면 시간만 더 걸립니다. 그냥 오픈하고 놀랄 준비만 하세요.”

황제국은 군말 없이 순순히 돌아갔다. 그리고 E3가 오픈하는 날 뉴퀘스트 멤버들과 함께 부스를 찾았다.

“이게 진짜 되네······.”

황제국은 완성된 부스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뉴퀘스트 부스는 온통 울퉁불퉁한 바위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던전 바깥은 퀘스트 엔진 2와 <어둠 속으로> 시연을 위한 자리로 남겨두고, 부스 입구에는 곧바로 던전으로 들어가는 커다란 입구 시커먼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올랜도는 스티로폼을 깎은 후 스프레이로 색을 칠해 바위 같은 느낌을 만들었다. 하나의 색이 아니라 여러 가지 밝기로 겹겹이 칠해 언뜻 보면 진짜 자연에 있는 바위같아 보였다. 외벽에는 담쟁이덩굴을 붙이고, 입구 양옆으로는 사람 키 높이 정도의 진짜 돌로 만든 기둥이 서 있었다.

“기둥은 아는 친구 통해서 스튜디오에서 빌려온 겁니다.”

“그 스튜디오에서도 우리가 빌린 걸 알고 있나요?”

“그럴 리가요.”

밤새 한숨도 자지 못한 올랜도가 지친 표정으로 쿨하게 말했다. 스튜디오가 촬영 소품이 사라진 사실을 발견하지 못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정말 훌륭하네요. 올해 E3 부스 중 단연 최고예요.”

완성된 부스를 둘러본 황제국은 감탄하며 올랜도에게 엄지를 치켜들었다. 서울과 팔로 알토의 다른 멤버들도 부스를 보고 감탄사를 연발했다. 해외 게임쇼가 처음인 민소영은 모든 것이 신기했고, 차현주는 부스 이곳저곳을 관찰하며 어떻게 만들었는지 분석했다.

E3 2002 행사가 시작되자 관람객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E3 2002에는 70여 개국, 450개 이상의 업체가 참가하고 공개되는 게임만 1천 개가 넘었다. 큰 부스를 열고 여러 개의 게임을 동시에 발표하는 대형 게임사 역시 자사 게임을 조금이라도 더 알리려고 혈안이었다.

올해는 어떤 게임이 나왔나 둘러보던 관람객들이 비슷비슷하게 생긴 부스를 쓱 훑었다. 그러다 뉴퀘스트 부스 앞에 서면 일단 모두 걸음을 멈췄다.

대형 던전의 입구를 발견하자 사람들은 쇳조각이 자석에 끌려가듯 던전 속으로 들어갔다. 뉴퀘스트 부스는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오 마이 갓~~!”

던전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다. 앞이 겨우 보이는 던전 속에는 을씨년스러운 바람 소리가 들렸다. 조심스럽게 앞으로 가다 보면 던전 벽에 왼쪽에는 늑대가, 오른쪽에는 사람을 압도하는 크기의 늑대인간이 양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어두운 던전 안에서 서서히 움직이는 조명이 늑대인간 조각을 비추면 빛과 그림자의 강렬한 대비가 늑대인간을 더욱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 으르르르르르.

“왓?!”

“뭐야?”

“무슨 소리야?”

바람 소리만 흘러나오던 던전에서 갑자기 낮고 위협적으로 으르렁거리는 늑대 울음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 순간 공포를 느꼈다. 이어서 쿵쿵거리는 낮은 발걸음 소리가 들리면 사람들은 호기심에 홀리듯 던전의 어둠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장막을 걷고 조금 더 들어가면 여러 대의 모니터가 설치된 장소가 나왔다. 모니터에는 <어둠 속으로> 동영상이 플레이되었고, 중앙 모니터에서 메인 스토리가 나왔다. 네이트는 애니메이션 컷신으로 스토리를 넣고 싶었지만 도저히 시간 안에 만들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몇 장의 컨셉 일러스트와 함께 <어둠 속으로> 이야기가 내레이션으로 흘러나왔다.

- ··· 고향으로부터 도망친 후 10년. 세상은 당신이 깨운 늑대인간과 괴물들에 의해 온통 황폐해지고 말았다. 흉년이 들고, 숲은 불타고, 점점 더 많은 성과 마을이 폐허가 된다. 그럼에도 당신은 숱한 죽음의 위기를 넘기며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그러나 잠을 자려고 눈을 감으면 그날의 악몽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늑대인간에게 물어뜯기는 친구들의 얼굴이 또렷하다. 세상 끝까지 도망쳐도 그날의 기억에서 도망칠 수는 없다. 이제는 무엇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것인지조차 헷갈린다. 결국 당신은 다시 고향으로 향한다. 모든 악몽의 근원을 찾아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영원히 피하고 싶고, 영원히 도망치고 싶었던 던전을 찾아, 끝이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 속으로 향한다.

굵은 중저음의 내레이션이 끝나면 안쪽에서 조명이 켜졌다. 불빛 아래 어떤 사람이 쓰러져 있었다. 그는 온몸이 굵은 털로 뒤덮여 있었다.

“늑대인간이다!”

“으악!”

갑자기 늑대인간이 깨어나 손을 뻗었다. 날카로운 손톱에는 빨간 피가 묻어 있었다. 사람들이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면 더 깊은 곳에서 기사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철그럭.

철그럭.

“이제 네 고향으로 돌아가라. 지옥으로.”

중세 시대 갑옷을 입은 남자는 묵직한 대사를 남기고 긴 칼로 쓰러져있는 늑대인간을 찔렀다. 물론 진짜 찌르는 것은 아니었다. 기사는 몸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가리고 바닥 틈에 칼을 찔러 넣었다. 그러면 늑대인간이 비명을 지르며 죽었다.

죽은 척이었지만 스토리를 익히고 던전에 몰입한 사람들은 정말 늑대인간이 죽은 것처럼 느껴졌다. 관람객들은 던전에서 벌어지는 살벌한 광경에 온몸에 소름이 돋고 말을 잃었다.

“날 따라와라. 다시는 함부로 어둠 속에 들어오지 마라.”

늑대 인간을 죽인 기사는 사람들을 던전 밖으로 인도했다. 마침내 던전을 탈출한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과 함께 몸서리를 쳤다.

이목을 끌기 위해 현란한 그래픽과 시끄러운 사운드가 판치는 게임쇼 한복판에서 어두운 던전으로 들어가 주인공의 지독한 심연을 체험한 관람객들은 잠시 현실과 게임의 경계가 헷갈릴 지경이었다.

“던전이 분위기로 끝나면 안 됩니다. 들어가면 게임 스토리를 절대 잊을 수 없게 만들어야 해요.”

황제국은 부스를 던전으르 꾸민다면 사람들이 스토리를 체험할 수 있도록 연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퀘스트는 늑대인간과 기사 역할을 할 배우를 섭외했고, 게임 콘텐츠를 충실하게 재현했다. 던전을 나온 사람들은 이어지는 시연 코너에서 퀘스트 엔진 2 안내 동영상을 보고, 뉴퀘스트의 신작 RPG <어둠 속으로>를 직접 해볼 수 있었다.

“진짜다. 이 게임은 진짜야.”

던전에서 강렬한 체험을 한 관람객들은 네이트와 올슨이 만든 <어둠 속으로>의 논타겟팅 전투의 박력과 긴장감에 또 한 번 전율을 느꼈다.

뉴퀘스트 부스는 금세 입소문을 탔다. 던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차례를 기다리며 줄이 섰다. 한국과 미국 게임 기자들도 뉴퀘스트의 던전 부스에서 일어나는 일을 세세하게 취재했다. 부스를 체험하고 나온 사람들은 감동에 찬 눈빛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어둠 속으로>같은 게임이 존재한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아요.”

“마치 내가 진짜 던전 속에 들어가서 싸우는 느낌이었어요. 진짜 끝내줍니다.”

“E3에 왔는데 뉴퀘스트가 만든 던전을 보지 않는다면 바보같은 짓이죠.”

“삽니다. 나오면 무조건 사요. 이건 꼭 사야 하는 게임이에요.”

뉴퀘스트 부스 외에도 E3에서 화제가 되는 부스가 있었다. 액티비전 부스는 작은 극장을 차려놓고 <둠 3> 데모 버전을 상영하고 있었다. 둠 가이가 우주 기지에서 각종 괴물과 좀비들에 맞서 싸우는 모습은 게임 팬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했다.

멋지게 디자인된 SF 우주선 안에서 실시간으로 랜더링되는 다이나믹 라이팅 효과는 조명에 따라 빠르게 반응하는 그림자 효과를 만들어 무서운 장면을 연출했다. <둠 3>를 보고 나온 사람들은 이 세상 최고의 그래픽이라며 <둠 3>를 찬양했다.

이진수도 액티비전 부스에 가서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둠 3> 데모를 봤다. id tech 엔진으로 만든 <둠 3>는 과감한 빛의 효과는 물론 섬세한 질감의 배경 텍스처까지 흠잡을 데 없는 표현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둠>은 이진수에게도 의미가 깊은 게임이었다. <둠>을 개발한 존 카맥은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워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게임 엔진을 만들었다. 이진수에게 존 카맥은 우상이자 언젠가 뛰어넘어야 할 벽이었다.

E3에서 <둠 3>를 보자 이진수는 기뻤다. 어린 날의 우상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둠 3> 데모를 세 번이나 보고서야 뉴퀘스트 부스로 돌아왔다.

부스에서는 황제국이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옅은 금발에 안경을 낀, 마르고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였다. 이진수는 그 남자가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봤다. 이진수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황제국은 이진수를 보고 손짓을 했다.

“아, 마침 저기 오네요. 인사하세요. 퀘스트 엔진 2 개발을 총괄한 뉴퀘스트의 테크니컬 리더, 이진수 본부장님입니다. 형, 이분은······.”

“조, 조, 조, 조온 카맥···!”

이진수는 뉴퀘스트 부스에 방문한 그의 우상 존 카맥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손이 덜덜덜 떨리고, 속은 울렁거려 토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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