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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회 - 역량 검증

황제국은 소설창작 수업에서 우연히 만난 영문학과 97학번 전유진이 판타지 소설 작가로 대성하는 전진희 작가의 동생이라는 말에 재빨리 기억을 더듬었다.

‘전진희 작가에게 동생이 있었다고? 혹시 동생도 책을 냈던가? 아니면 게임 업계에서 일한 경력은?’

<룬의 칠드런>을 대히트시킨 전진희 작가는 유명 작가가 된 후, 게임 회사와 협력해 세계관 개발과 시나리오를 쓴 적이 있다. 만약 그녀의 동생도 글을 쓰고 책을 냈다면, 혹은 게임 업계와 어떤 연관을 맺었다면, 분명 건너 건너서라도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억 속 하드디스크를 뒤져봐도 ‘전진희 작가의 동생, 전유진’이라는 이름은 없었다. 아마도 전유진은 이후 글을 쓰지 않고 전혀 다른 일을 한 것 같았다.

‘왜지? 이렇게 소설을 잘 쓰는데?’

영문학과에 다니면서 굳이 국어국문학과 창작 수업을 수강할 정도인데. 게다가 황제국이 보기에 그녀의 소설은 비록 단편이긴 하지만 스토리의 기승전결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황제국이 어떻게 말을 이어가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전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언니가 쓰는 소설 보고 예전에 떠올렸던 소재로 맘 먹고 국문과 수업까지 들어와서 소설 내봤는데······. 역시 안 되나 봐요, 나는.”

“네? 아니에요. <제국의 망령들> 진짜 재미있어요.”

전유진이 체념하는 듯 말하자 황제국이 얼른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황제국이 단순히 위로한다고 생각했다.

“고마워요. 수업 때도 재밌다고 해주고. 분위기가 그럴 분위기가 아니었는데.”

“분위기가 좀 살벌하긴 하네요. 생각보다.”

“그래도 학부 수업이라 이 정도면 많이 순한 편이래요. 대학원이나, 아니면 문창과라고 아예 창작 쪽 학과로 가면 정말 소설 한 편 가지고 마음을 갈기갈기 찢는다고 하더라구요.”

“그 정도인가요?”

황제국도 가끔 국문과 출신 기획자와 일을 해 본 적은 있지만, 수업에 참석해 보긴 처음이었다. 프로그래머들이 코드 리뷰할 때도 살벌할 때가 있다. 그래도 프로젝트마다 사람마다 분위기는 제각각이다.

프로그램이란, 우선 만들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야 한다. 구현하려는 기능을 정한 다음, 목표를 얼마나 짧고, 간결하고, 명확하게 코딩할 것인가의 승부다. 똑같은 기능이라도 구현 방법은 여러 가지고, 프로그래머마다 제각각 선호하는 방식도 다르다. 그래서 누가 더 효율적인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프로그래머의 코드 리뷰는 목표가 명확하다. 구현하려는 기능, 즉 목적지가 있고, 여기까지 가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코딩할 것인가? 즉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 어느 쪽으로 갈 것인가의 논쟁이다.

반면 소설의 합평회는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다. 아름답고 감동적인 소설, 예술적인 소설이란 보는 사람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 누군가에게는 정말 눈물 날 만큼 감동적인 소설도, 누군가에게는 심드렁하고 하품 나는 소설일 수도 있다. 그런 점은 게임과도 비슷했다.

“이해할 수가 없네요. 소설이라는 게 논리회로처럼 좋은 거, 나쁜 거를 딱딱 구분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모르겠어요. 대학 다니면서 느낀 건데 문학을 공부하는 사람들은 약간 문학을 신성시하는 경향이 있는 거 같네요. 영문학과도 그렇고 국문학과도 그렇고. 난 그냥 할리퀸(Harlequin) 소설 영어로 읽고 싶어서 온 건데. 여긴 다 셰익스피어만 읽어서. 에고, 내가 별소리를 다 하네.”

전유진이 손으로 자기 입을 때리면서 얼른 입을 막았다. 황제국도 로맨스 소설로 유명한 할리퀸 출판사에 관해 들어서 알고 있었다.

그녀가 쓴 소설에서도 느낄 수 있었지만, 역시 전유진은 세계문학파가 아니라 장르문학파로 보였다. 남자들도 카뮈나 괴테, 도스토옙스키가 아니라 <은하영웅전설>과 <삼국지>, <영웅문>을 주로 읽는 사람으로 나뉘는 것처럼.

전유진에 관해 어느 정도 파악한 황제국은 슬쩍 미끼를 던졌다.

“저기 혹시요, <제국의 망령들> 말고 다른 소설은 없어요? 너무 재밌어서 다른 것도 읽어보고 싶어서요.”

“에? 내 소설을요?”

“네, 저도 이런저런 소설도 많이 읽고, PC 통신에서도 찾아 읽고 하거든요? 그런데 선배님 소설만큼 재미있는 건 거의 못 봤어요.”

“에이~~, 무슨. 내 소설이 뭐가 그렇게 재밌다고. 말도 안 돼. 장난치지 말아요.”

전유진은 손을 휘휘 내저었다. 아무래도 자신감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장난이라니요. 제가 왜 오늘 처음 본 선배님에게 장난을 치겠어요. 정말 재밌어서 다른 것도 읽어보고 싶어서 그래요. 다른 건 쓴 거 없으세요? 단편만 쓰세요? 혹시 중편이나 장편은요?”

“아니, 누굴 보여 줄 정도는 아닌데······.”

“그럼 쓰신 건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없지는 않은데······.”

전유진은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황제국은 그녀가 너무 생각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았다.

“그럼 보여주세요. 꼭 읽어보고 싶어요. 제가 선배님의 1호 팬이 되겠습니다. 꼭이요.”

“에이~, 팬은 무슨~~.”

그녀는 또다시 손을 휘휘 내저었지만 ‘팬’이라는 말이 좋았는지 자기도 모르게 입술이 씰룩 올라갔다. 황제국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그럼 다음 주 수업 때 꼭 보여주세요.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게요.”

“음~, 그래요 그럼.”

“약속하신 겁니다?!”

전유진은 얼떨결에 약속했다. 황제국은 웃으면서 인사하며 그녀와 헤어졌다.

황제국이 보기에 전유진은 여러모로 게임 시나리오 작가에 어울렸다. 전진희 작가의 동생이라는 것은 참고사항일 뿐이었다. 언니의 재능이 동생에게도 반드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니까. 영국의 브론테 자매처럼 문학적 재능이 특출난 자매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매우 희귀한 경우였다.

그보다 황제국은 전유진이 쓴 소설과 그녀의 취향에 주목했다. 무엇보다 그녀가 쓴 <제국의 망령들>이 <대양항해시대>라는 게임 속으로 빙의하는 소재라는 게 중요했다.

<대양항해시대>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대항해시대>가 분명했다. 소설 속 스토리는 그녀의 오리지널이었지만, 돈을 모아 배를 사고, 항해사와 선원을 고용하며 보급을 준비하고 항해를 통해 부를 축적한다는 내용은 분명 <대항해시대>였다.

황제국은 전유진이 분명 게임을 좋아하거나, 최소한 <대항해시대>라도 재미있게 해봤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아직 웹소설도 없는 시대에 게임 빙의 소설을 쓸 리가 없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마지막 실력 검증이었다. 이미 전유진은 황제국의 마음속에서 1차 서류 전형과 면접을 통과했다. 이제 마지막으로 소설 포트폴리오를 통한 역량 검증이 남아있었다.

혹시라도 <제국의 망령들>이 그녀가 전력을 다해 완성한 유일하게 재미있는 작품일 수도 있었다. 그럴 확률은 거의 없어 보였지만 검증은 철저할수록 좋았다.

황제국은 다음 수업까지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스팀펑크 만주 웨스턴 FPS의 캐릭터 설정을 가다듬고 배경 월드에 어떤 요소들이 있을지 생각했다. 동시에 이진수와 게임 엔진을 만들어나갔다.

그는 중간고사 이후 점점 빠지는 수업이 늘어나고 있었다. 이광철 교수의 ‘게임 엔진의 분석과 응용’ 과목도 초반에는 꼬박꼬박 들어갔지만, 이제는 아예 들어가지 않았다. 황제국이 이광철 교수 수업에 빠지자 이진수도 수업에 빠졌다. 둘은 그 시간에 함께 동방에서 게임 엔진을 만들었다.

컴공과 학생들은 이진수가 전공 수업에 빠지자 이상하게 생각했다. 이진수는 평소 과 사람들과 교류는 없었지만, 전공 수업만큼은 절대 빠지지 않았다. 그럴 것이 이진수에게는 컴퓨터에 관해 마음껏 배우고, 자기 실력을 펼칠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이진수는 학교 수업이 아니라, 학교의 울타리를 넘어서, 진짜 세상에서 통할 게임 엔진을 만들고 있었다. 골수까지 프로그래머인 이진수에게 모든 것은 효율의 문제였다. 게임 엔진 수업을 듣는 것보다 황제국과 함께 게임 엔진을 만드는 편이 더 효율적이었고, 심지어 더 재미도 있었다.

그렇게 한 주가 지나고 황제국은 다시 국문과 소설 창작 수업에 들어갔다. 그는 자리를 잡고 전유진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수업 시간이 몇 분 남지 않았는데 전유진은 나타나지 않았다. 황제국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설마 소설을 보여주기 싫어서 아예 수업을 빠지는 건가?’

잠깐이긴 했지만 대화를 나눠 본 전유진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였다. <제국의 망령들>이 합평회에서 물어뜯길 때는 담담해 보여서 잘 몰랐는데, 조금 대화를 나눠보니 그녀는 결코 자신감이 넘치는 타입은 아니었다.

소설이 재밌다고 몇 번을 얘기해도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겸손이 아니라 진짜로 자기 작품에 자신이 없어 보였다. 보여주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집에 가서 생각해 보니 역시 안 되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을 수도 있었다.

‘내가 너무 안일했나? 바로 점심 약속을 잡고 소설을 보여달라고 해야 했나? 아, 삐삐 번호라도 받아 놓을걸. 만약 이대로 수업에 쭉 안 들어오면 어떡하지?’

그녀는 이미 기말 과제인 단편 소설을 지난 시간에 제출했다. 학점을 받을 수 있는 기본 요건을 채운 상태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었다.

황제국은 나쁜 예감에 휩싸였다. 그는 계속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1분, 1분.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철컥.

4시 정각에 문이 열리고 창작론을 맡은 국문과 교수가 들어왔다. 황제국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자, 시작할까? 오늘은 누구지? 소설 나눠주고 10분 동안 읽도록 하지.”

교수의 말에 오늘 첫 합평을 할 국문과 학생이 긴장한 얼굴로 자기가 쓴 단편소설을 돌렸다. 황제국은 프린트물을 받고 읽기 시작했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문을 힐끔거렸다. 하지만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10분 지났군. 이제 다들 읽었지? 그럼 시작해 볼까? 오늘은 누구부터 얘기해 볼까?”

본격적인 합평회가 시작하고, 학생들은 다시 눈치 게임을 시작했다. 한 명이 주위를 스캔하다 쓰윽 손을 들었다. 지난주에 황제국의 발언 중에 끼어들었던 학생이었다.

“그래, 자네. 소설 읽어보니 어땠나?”

교수가 그녀를 지목했다. 황제국은 이제 전유진을 반쯤 포기했다. 나중에 과 사무실이라도 찾아가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지목받은 학생이 막 입을 여는 순간, 교실 문이 열렸다.

끼이이이이이이익.

전유진이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늦어서 문을 살짝 열고 들어간다는 게 되려 모두의 주목을 끌고 말았다. 황제국은 반색하며 얼른 전유진에게 손짓해 자기 옆자리를 가리켰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전유진은 교수와 학생들에게 연신 사과하며 재빨리 황제국 옆자리로 와서 앉았다. 그녀는 품에 A4 용지 다발을 잔뜩 안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상당히 두꺼워 보였다.

“흠흠. 제가 생각하기에 이 소설은······.”

교수에게 지목받은 학생이 헛기침으로 사람들의 주의를 끌고는 소설에 관해 말하기 시작했다. 황제국과 전유진을 제외한 모두가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다시 합평회가 시작되었다. 황제국은 전유진에게 목소리를 낮춰서 물었다.

“안 오시는 줄 알았어요.”

“미안요. 그동안 썼던 소설 보여주려고 전산실에서 프린트 뽑는데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그럼 이게 다?”

“네.”

황제국은 그녀가 책상 위에 올려놓은 프린트 다발을 가리켰다. 언뜻 보기에도 수백 장은 넘어 보였다. 깜짝 놀란 황제국에게 전유진은 프린트물을 들춰 보이며 기절초풍할 한마디를 얹었다.

“앞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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