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툰 최신 접속주소바로가기
100% 동네 섹파 구하기 바로가기 [AD]토토커뮤니티 NO.1 먹튀검증 토토사이트 추천 바로가기

221회 - 지옥시왕

황제국은 깜짝 놀란 전유진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동양 신화를 재해석한 게임에 저승을 게임 월드에 넣어달라는데 뭘 그리 놀라세요?”

“아니, 그냥 뭔가. 모험, 탐험, 확장성 이런 거 얘기하다가 갑자기 저승이라고 하니깐. 게임에 사후세계를 넣는다니 쫌 이상한 기분이라. 저승은 왜? 싸우다가 죽으면 캐릭터가 저승에 떨어지는 거야?”

“캐릭터가 사망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는 아직 생각해 봐야 해요. 여러 가지 방법이 가능하거든요. 일단 저승이 존재하니까 저승사자가 나오겠죠? 저승사자가 나타나면 ‘부활의 서’ 같은 아이템을 써서 바로 부활시킬 수 있겠죠. 혹은 저승에서 지하신들과 싸워서 이기면 그 자리에서 바로 부활하고, 지면 사원이나 법당 같은 장소에서 부활하되 가지고 있는 아이템 일부가 없어지는 시스템이 될 수도 있구요.”

“죽었다 살아나는 방법도 다양하구나.”

“MMORPG에서는 싸우다 죽는 게 일상이니까요. 체력 관리에 소홀하거나, 강력한 보스급 몬스터 만났을 때 아무것도 못해보고 죽기도 하죠. 부활 프로세스는 그 자체로 하나의 중요한 시스템이에요. 이것도 제가 기획하고 개발해야 할 시스템 목록 중 하나에요. 그런데 전 캐릭터가 죽은 이후가 아니라 살아서 가는 게임 월드로 저승을 말씀드린 거예요.”

“응? 살아서 저승을 간다고? 그럼 저승에 다녀오는 퀘스트를 만드는 거야?”

“일단 게임 월드 중 하나로 명계를 만들고, 이걸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는 차차 논의하면서 정해요. 신비로운 땅이니까 처음부터 완전히 오픈할 필요는 없을 거 같아요. 저승에서 누굴 만나고 오라거나, 뭘 구해오라는 식의 간단한 퀘스트를 받아서 수행하다가, 나중에 명계를 탐험할 수 있도록 월드를 완전히 오프하는 방식이 좋겠어요.”

“저승에서 뭘 구해오라니. 무슨 동네 마실 갔다가 심부름하고 돌아오는 것처럼 말하네.”

“왜요? 살아서 저승에 갔다가 돌아오는 이야기는 신화에 많이 있잖아요. 우리 신화에도 바리데기(바리공주) 이야기가 있고,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오르페우스가 저승에 가서 하데스를 만나고 오잖아요. 신화 속에는 종종 있는 일이죠.”

“저승이 두려우면서도 신비스러운 공간이긴 하지. 호기심도 자극하고. 살아있는 생물체는 모두 죽음을 두려워하는 법이니까. 저승 세계 하나 없는 신화도 없고.”

“그러니까요. 단테가 <신곡>에서 사후세계와 지옥을 묘사했는데 우리 신화에도 흥미로운 지옥이 등장해요. 도산지옥, 화탕지옥, 한빙지옥, 거해지옥, 비시지옥, 독사지옥 등등. 여러 이야기가 있지만 대체로 불교에서 영향을 받은 열 개의 저승이 있고, 각각의 지옥을 다스리는 열 명의 신, 저승시왕이 있죠. 우리가 흔히 저승의 왕으로 알고있는 염라대왕도 저승시왕 중 하나구요.”

황제국이 책장에서 한국 신화에 관한 책을 하나 꺼내 저승편을 펼쳤다. 거기에는 사람이 죽은 후 혼령이 저승으로 가면서 겪는 일에 관해 상세하게 적힌 <죽음의 말>이라는 자료가 있었고, 저승시왕과 그들이 다스리는 지옥이 나열되어 있었다.

1. 제일 진광대왕 - 도산지옥(刀山地獄)

2. 제이 초관대왕 - 화탕지옥(火湯地獄)

3. 제삼 송제대왕 - 한빙지옥(寒氷地獄)

4. 제사 오관대왕 - 거해지옥(鋸骸地獄)

5. 제오 염라대왕 - 비시지옥(沸屎地獄)

6. 제육 번성대왕 - 독사지옥(毒蛇地獄)

7. 제칠 태산대왕 - 양설지옥(兩舌地獄)

8. 제팔 평등대왕 - 탐심지옥(貪心地獄)

9. 제구 도시대왕 - 철상지옥(鐵床地獄)

10. 제십 전륜대왕 - 흑암지옥(黑闇地獄)

“오, 회장님. 자세하게 알고 있네. 공부 많이 했구나?”

“동양 판타지를 꼭 만들어보고 싶어서 저도 이것저것 찾아봤죠. 우리 신화 속의 저승은 대부분 불교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고 하더라구요.”

“그 위대한 염라대왕이 다스리는 지옥이 펄펄 끓는 똥물이 흐르는 비시지옥이라는 거 알고 나 완전 깼었는데. 엄청 근엄하고 멋있고, 저승 최고의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하필 다스려도 똥물지옥이라니. 으으윽.”

“그래서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하나 봐요. 죽어서 염라대왕 만나면 똥물지옥에 들어가야 하니까요.”

“그럴 게 아니라 염라대왕님 안 만나게 착하게 살 생각을 해야지. 암튼 그러니까 열 개의 지옥 세계를 TW 세계관에 꼭 넣어달라는 거지? 게이머들이 저승을 모험할 수 있도록?”

“네, 물론 꼭 열 개여야 할 필요는 없고, 신화 속 모습과 똑같을 필요도 없어요. 불교에는 다른 지옥도 많으니까 그걸 참고하셔도 되고, 혹은 다른 신화 속의 저승과 뒤섞어 TW만의 독특한 저승 세계를 만들어 주시면 더 좋아요. 게다가 선배님 말처럼 비시지옥은 게임으로 묘사하기는 좀 무리가 있잖아요.”

“맞아. 게임 하다가 비위 상하게 시리. 나 같은 사람은 게임하다가 갑자기 토하러 갈지도 몰라.”

전유진이 구토하는 흉내를 냈다. 황제국이 이어서 말했다.

“제가 저승을 꼭 넣어달라고 하는 건 신화에서 저승이 중요한 무대가 되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게임 스토리에서도 저승이나 지옥 세계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저승이? 예를 들면 어떤 식으로?”

“TW는 토테미즘과 샤머니즘이 뒤섞인 고대의 신비로운 땅에서 동물의 원초적인 힘을 계승한 토템 전사들이 등장하는 게임이에요. 각 부족마다 장구한 역사가 있을 거예요. 서로 싸우기도 하고, 협력하기도 했겠죠. 그런데 게임 스토리에서 인간 부족들 간의 대립만으로는 부족해요. 아무리 강력한 힘을 이어받은 부족장이나 주술사라고 해도 결국 인간이니까요.”

“그렇지. 이건 신들의 전쟁이 아니니까.”

“판타지 게임에서는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는 어떤 초월적인 존재, 그러면서도 절대악인 아주 강력한 존재가 항상 필요해요. 판타지 세계의 기본 요건이죠. <반지의 제왕>에는 사우론이 있고, 수많은 용사 판타지에도 마왕이 등장하잖아요?”

“흐음, 그럼 우리는 염라대왕하고 싸워야 하는 건가?”

“아니요. 염라대왕은 지옥을 다스리는 신이지 ‘절대악’은 아니잖아요. 가령 이런 방식이죠. 아주 먼 옛날, 태초부터 존재하던 신적인 존재가 어떤 큰 죄를 저질러 지옥에 잡혀 들어갔어요. 그는 십만 년 동안 지옥에 잡혀 있다가 어떤 계기로 지옥을 탈출해요. 그는 함께 갇혀 있었던 자기 부하들까지 풀어주고 지상으로 올라와요. 세상은 혼란에 빠지고 이제 토템 전사들은 부족끼리 힘을 합쳐서 이 거대한 악귀에 맞서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그들이 살아야 할 대륙이 사라질 판이니까요.”

“아하! 그런 식으로 강력한 레이드의 소재를 만드는 거구나!”

“<에버퀘스트>에서 레이드 해보셨죠? 우린 그것보다 훨씬 스케일이 크고, 전투도 어렵고, 다양한 전략으로 접근할 수 있는 레이드를 만들 겁니다. 근데 레이드에서 쓰러뜨릴 상대가 고작 타락해서 쫓겨난 부족장 정도 레벨이면 별로 흥미가 생기지 않잖아요. 적어도 지상의 운명을 건 싸움은 돼야죠.”

전유진도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양 판타지에서는 이럴 때 보통 전혀 다른 세계의 존재를 끌어들이곤 하는데 동양 판타지에서는 좀 어울리지 않는 방식 같아요. 그럴 때 지상의 존재가 아니라 지하의 존재들, 지옥의 존재를 끌어들이면 훨씬 그럴듯해지지 않을까요?”

“그러게. 회장님 말이 맞아. 태초에 거인이나 기묘한 괴물들이 많이 있었을 거야. 막강한 힘을 가진 초월적인 존재였는데 오랜 시간 지옥에서 고통을 겪으면서 지옥신들조차 어쩌지 못하는 악귀가 되어 버리는 거지. 심지어 원래의 힘에 지옥의 기운이 더해져 버렸어. 가령 화탕지옥에 있던 악귀는 온몸에 뜨거운 화염의 기운을 품고 있어서 주변을 온통 불태워버리는 거야. 그래서 불에 내성이 없으면 맞서 싸울 수조차 없어.”

“금방 응용하시네요? 맞아요. 그런 식으로 지옥에 맞게 힘을 재구성하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요. 그러면 불의 기운을 막아주는 특수한 주문이나 부적이 없으면 싸울 수가 없으니 부적을 구하는 퀘스트가 필요하겠죠? 당연히 이를 막으려고 악귀 부하들이 방해를 할 테구요. 이런 식으로 악귀의 존재로 인한 퀘스트가 실타래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질 거예요.”

“그리고 화탕지옥을 다스리는 초관대왕이 지옥을 탈출한 악귀를 잡아 오면 커다란 상을 내린다고 하고 레이드에서 악귀를 쓰러뜨리면 강력한 아이템을 보상으로 주면 되겠다. 이거 좋다! 지옥을 잘 이용하면 동양 세계관이랑 앞뒤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대형 퀘스트와 레이드를 구성할 수 있겠는데?”

전유진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자 박수까지 치면서 좋아했다. 그녀는 얼른 노트에 방금 떠오른 아이디어를 흘려 적었다. 그러다 조금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

“그런데 말야, 회장님. 만약 저승이나 지옥을 게임 월드로 넣는다면 극락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극락이요?”

“응, 지옥이 있으면 천국도 있어야지. 태극 문양을 생각해 봐. 음이 있으면, 양이 있는 법. 염라대왕님이 있다면, 옥황상제님도 있어야 하지 않겠어? 그래야 균형이 맞지.”

“개념상으로는 그게 맞긴 한데요. 그런데 극락은 만들어도 딱히 특별히 할 게 없을 거 같은데요? 극락은 그야말로 유토피아, 이상향인데 거기서 전투가 벌어지거나 대립이 일어나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꼭 지옥처럼 모험을 하는 곳이라기보다는······. 뭔가 게이머에게 커다란 보상을 내려주거나, 힘이 필요할 때 도움을 청하는 곳으로 만들면 되지. 음······, 아니면 이런 건 어때? 지옥신 중 하나가 딴마음을 품고 지옥의 악귀들을 전부 풀어주고는 극락으로 쳐들어가는 거야. 이른바 천상대전이 벌어지는 거지! 오랜 평화에 방심하고 있던 극락은 초토화되고, 급기야 토템 전사들이 극락신들의 부름을 받아 천상대전에 참여하게 돼.”

“극락을 침범한 저승신과 악귀들이라. 약간 라그나로크 느낌이 나는데요? 세상의 종말과 파멸이 걸린 전쟁이니까요.”

“원래 신화라는 게 디테일한 내용은 조금씩 달라도 구조는 의외로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잖아? 그리고 MMORPG에서 스케일이 중요하다면 세계의 운명을 건 대규모 전쟁도 잘 어울릴 것 같고.”

“분명 그렇긴 한데요. 천상대전급 콘텐츠는 신중하게 써야 해요. 너무 강력한 한 방은 뒤로 이어질 내용이 없어지거든요. 싹 정리하고 새로 시작하고 싶을 때 어울리죠.”

“응, 아무래도 이 정도 스케일은 아주아주 후반부에 배치해야 맞겠지? 일단 게임에서는 예전에 천상대전이 있었고 언제든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수 있다는 암시만 줘야지. 그러면 극락은 설정만 해놓고 이벤트 용도로만 가끔 활용해도 충분할 거 같아. 항상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열어둬야 하잖아. 그렇지, 회장님?”

“네, 맞아요. 그럼 저승은 직접 모험할 수 있는 게임 월드로, 극락은 이벤트용 월드로 남겨두고 TW 세계관의 뼈대를 만들어 주세요. 그사이에 저는 전반적인 게임 시스템 설계랑 개발을 하고 있을 게요.”

“알았어. 그럼 정리해보자. MMORPG는 세계관과 스토리에서 스케일과 확장성이 중요하다. 그러니 한국적인 것에 너무 얽매이지 마라. 게임 월드는 크게 세 개의 세상, 인간이 사는 대륙과 천상의 극락, 그리고 지옥 세계인 저승이 있다. 지옥에 있는 갇혀있는 강력한 악귀들은 저승의 신조차 함부로 다룰 수 없는 태초의 존재들이고, 세상의 종말을 원해 저승을 빠져나가려 한다.”

“네, 정리가 아주 깔끔하네요.”

“좋아. 알겠어. 그럼 이제 회장님 가이드라인 토대로 하나하나 만들어 볼게. 우선 TW 세계관의 창세신화부터 만들어야겠다.”

“창세신화 중요하죠. 모든 세계관이 거기서부터 출발하니까요.”

“맞아. 이제 나도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씩 감이 잡힌다. 역시 회장님하고 얘기를 많이 해야 해. 회장님은 이제 또 방에 틀어박혀 있는 거야?”

“아니에요. 저도 이제 구체적인 시스템 기획에 들어가야 해서요. 이제 동굴 밖으로 나와야죠.”

“잘 됐다! 회장님이 방에만 있으니까 괜히 내가 답답하더라구. 회사 분위기까지 어쩐지 좀 어두워지는 거 같고.”

전유진이 책상 위의 타자기를 두드리며 말했다. 타자기가 타다다닥 리드미컬한 소리를 내며 종이에 느낌표를 연속으로 찍었다.

황제국과 전유진은 각자의 자리에서 TW 초기 기획을 시작했다. 전유진은 스토리랩 팀원들에게 황제국의 가이드라인을 전달했다. 전유진은 스토리랩 사람들에게 각자 분야를 나눠 스터디하고 핵심 내용을 공유하도록 분업 체계를 짰다. 정리한 내용은 사내 인트라넷에 TW 위키에 업로드했다.

TW 위키는 뉴퀘스트 리더십 그룹과 TW 프로젝트 관여자라면 파트에 상관없이 누구나 열람할 수 있었다. 위키는 누구나 언제든 프로젝트에 관해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내용을 찾아볼 수 있도록 만든 종합 문서 정리 및 공유 시스템이었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무조건 담당자를 찾기 전에 일단 프로젝트 위키를 먼저 살펴보면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었다.

“위키에 내용 정리하실 때는 어디서 찾은 내용인지 꼭, 꼭, 꼭 참고 자료 주석을 달아주세요. 그리고 사실 정리가 아니라 본인의 의견을 추가하실 경우엔 해당 부분은 글자를 기울여 주세요. TW 위키의 전체 편집 방침이니까 반드시 지켜주셔야 합니다.”

전유진이 세계관 가이드라인 내용을 정리해서 올리며 스토리랩 팀원들에게도 당부했다.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위키에서 편집 형식을 지키는 일은 대단히 중요했다. 나중에 흐지부지되지 않으려면 특히 초반에 규칙을 엄격하게 잡을 필요가 있었다. 스토리 디렉터이자 스토리랩 책임자인 전유진은 TW 위키를 세심하고 철저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스토리랩이 전유진의 리드 아래 세계관 작업에 몰두하고 있을 때, 황제국은 구체적인 게임 시스템 기획에 들어갔다. 우선 TW를 위해 개발해야 하는 시스템 목록을 정하고 시스템 간 상하관계 및 구조를 정립할 필요가 있었다.

오류신고

아래 오류에 해당하는 버튼을 클릭해 주시면 빠른 시일내 수정작업이 이루어 집니다.

갓겜의 제국 1998 - 갓겜의 제국-221화
[221 / 총265]

갓겜의 제국 1998 - 갓겜의 제국-221화

연재 총 26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