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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회 - 확장판 알파 버전

99년 1학기가 시작되어도 <영건 블러드> 확장판 개발 작업은 계속 진행 되었다. 학부생인 콘텐츠 파트 트리오는 방학 중에 최대한 많은 일을 해놓았다.

차현주는 시간표를 몰아서 주3일 수업을, 전유진과 오종석은 주4일만 수업을 들었다. 그리고 수업이 끝나면 동방에 나타났다. 아무도 그들에게 강제하거나, 압력을 주거나, 눈치를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자발적으로 시간표를 조정했다.

“방학이야 남들처럼 일 할 수 있지만, 학기 중에는 시간 많이 못 쓰는데도 월급은 똑같잖아. 내가 받는 돈 생각하면 하루라도 시간 더 빼야지.”

“그렇게 부담 느낄 거 없어.”

“아니야. 안 그러면 내가 납득이 안 돼.”

차현주는 검은 황소 디자인을 완성하자 의욕이 바닥을 찍고 다시 반등했다. 그녀는 그동안 밀려있던 디자인 작업을 하나씩 해치우기 시작했다. 그동안 말도 별로 없고, 의기소침해져 있던 모습과 정반대로 무한 동력의 폭주기관차 같았다.

얼음 같던 차현주가 측은해서 돌봐주려고 힘들었던 오종석은, 이제는 용광로처럼 활활 타오르며 미친 듯이 작업하는 그녀를 보며 쓰러질까 봐 전전긍긍했다. 그는 황제국에게 한숨을 쉬며 괴로움을 털어놓았다.

“제국아. 이 형님이 충고 하나 해 줄게. 너는 예술가는 만나지 마라. 정말 좋은데, 그게 또 힘들어요.”

“그렇게 죽겠냐?”

“죽기는 인마. 사랑 덕분에 사는 거지. 너는 아무리 말해줘도 이 형님 마음 모른다. 애들이 사랑을 알겠냐?”

오종석이 애들은 가라는 듯 손을 휘휘 젖더니 우수에 젖은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봤다. 황제국은 무슨 드라마 속 비운의 남주에 빙의한 듯한 오종석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러나 그의 감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지이잉~~~.

“어, 현주 수업 끝났다. 나 간다~~.”

오종석은 차현주 문자 한 통에 부리나케 벤치에서 몸을 일으켜 사라졌다. 황제국은 커플의 푸념을 진지하게 들어준 자신을 바보 같다 여기며 남은 커피를 원샷하고 동방으로 올라가려고 일어났다.

그런데 그때 황제국 앞에 오토바이 한 대가 섰다. 남자는 헬멧을 벗고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바로 앞에 있는 황제국의 전화기가 울렸다.

“어라?”

특수효과업체 디멘션에서 보낸 퀵서비스였다. 그는 황제국에게 봉투 하나를 건네고는 오토바이에서 내리지도 않고 그대로 떠났다. 봉투 안에는 비디오테이프가 들어있었다.

황제국은 얼른 동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콘솔 코너에 갖춰놓은 VCR에 테이프를 밀어 넣고 이진수를 불렀다.

디멘션 정도영 대표가 화면에 나타났다. 그는 공터에 서 있었고, 옆에는 시커먼 물체가 엎드려 있었다.

“제 옆에 있는 거, 보이시나요? 이놈이 검은 황소입니다. 그냥 시커먼 덩어리인 건 감안해 주세요. 우린 특수효과팀이지 미술팀이 아니니까. 그래도 나름 진짜처럼 보이게 하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검은 황소를 시연해 보이겠습니다.”

정도영 대표가 박수를 두 번 짝짝 때리더니 화면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카메라가 검은 황소를 비추며 가까이 다가갔다.

“약간 특촬물(일본의 괴수물이나 히어로물) 같은 느낌 나는데요?”

“그러게.”

황제국과 이진수는 검은 황소가 어떤 움직임을 보일까 기대하며 화면을 응시했다. 그런데 검은 황소는 몇 초간 아무런 움직임도 없이 그대로 있었다. 황제국이 속으로 ‘뭐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커다란 휘슬 소리가 들렸다.

삐이이이이잉-!

동시에 검은 황소의 두툼한 양어깨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철컥 소리와 함께 어깨가 천천히 위로 솟아올랐다. 솟아오른 어깨는 마치 스스로 숨을 쉬듯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마치 심장이 뛰는 걸 눈으로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뭐지? 어떻게 한 거지?”

두 사람은 화면 가까이 다가가 어깨를 관찰했다. 황제국이 전달한 디자인이나 설정에는 어깨가 움직인다는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증기가 솟아나오며 규칙적으로 오르고 내리는 어깨를 보자 처음부터 그랬어야 한다는 걸 황제국도 깨달았다.

검은 황소는 이윽고 쇳소리와 함께 목을 빼면서 머리를 앞으로 쭉 뻗었다. 눈에는 시뻘건 불이 들어왔다. 이윽고 검은 황소가 머리를 하늘로 치켜올리더니 입을 크게 벌리며 화염을 내 뿜었다.

“오오오오오!!!!”

“지, 진짜 로봇이야?!”

황제국과 이진수는 동시에 소리를 지르며 감탄했다. 황제국은 검은 황소가 진짜 기계가 아니라 안에 사람이 들어가 움직임을 조작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진수가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다 알고 봐도 정말 기계처럼 보였다.

불을 뿜으며 기지개를 켠 검은 황소가 마침내 앞발을 크게 내딛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러자 쇳소리와 함께 허리가 늘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뒷다리를 펴더니 검은 황소가 네 다리로 대지에 섰다.

검은 황소 눈에 불빛이 살짝 밝아졌다 어두워지기를 반복하며 고개를 천천히 흔들었다. 아주 단순한 동작인데도 보는 사람을 긴장시켰다. 당장에라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 어느새 두 사람은 말이 없이 화면에 빠져들었다.

쿵! 쿵!

검은 황소가 발을 내디디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걸음 소리가 크게 울렸다. 이진수는 검은 황소의 걸음걸이를 뚫어져라 관찰했다. 앞발이 먼저 움직이면, 뒷다리가 엇갈리며 따라왔다. 걸음걸이는 태산처럼 무거웠다.

삐이이이이이-!

또다시 휘슬 소리가 나더니 어깨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러자 검은 황소가 앞다리를 들어 올리며 포효했다. 차현주의 컨셉 아트에 있던 이미지 대로였다.

검은 황소는 이제 속도를 올려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육중한 무게 때문에 대단히 빠른 속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거대한 몸집에도 둔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디멘션은 아주 절묘하게 움직임을 만들어 냈다.

“우와~!”

이어서 검은 황소가 방향을 트는 모습, 머리를 움직이는 모습, 뒷발로 땅을 긁는 모습 등 다양한 움직임을 선보였다. 시연이 모두 끝나자 정도영 대표가 다시 나와 어떻게 검은 황소와 움직임을 구현했는지 설명했다.

특수 효과는 눈으로 보기엔 정말 그럴싸했다. 하지만 정작 어깨와 머리, 목 등에 설치한 특수 효과 장치는 조잡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럼에도 원하던 효과만큼은 100% 재현해 냈다. 황제국은 왜 디멘션이 업계 1위인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어깨가 들썩이는 아이디어가 맘에 드는지 모르겠네요. 이놈은 기계지만 살아있는 생물체 같은 느낌을 주면 더 좋을 것 같아서. 게다가 증기기관 하면 거대한 피스톤을 뺄 수 없잖아요? 피스톤이 움직이는 게 보이면 좋겠는데 어디에 넣을까 하다가 역시 어깨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도영 대표는 왜 어깨를 수정했는지 설명했다. 황제국의 그의 설명에 120% 납득했다. 비디오에서 검은 황소가 움직이는 부분은 10분 정도였다. 하지만 황제국은 이걸로 충분하다고 느꼈다. 디멘션에 들인 비용이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이진수는 이미 검은 황소 움직임을 <영건 블러드>에 3D 그래픽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계산하고 있었다. 일본 군대의 비밀 병기 ‘검은 황소’가 등장하는 장면은 본편과 확장판을 통틀어 최고의 하이라이트가 될 것이다. 그야말로 컴퓨터 그래픽 기술력과 연출의 예술성이 결합한 명장면이 나올 것 같았다.

두 사람의 마음은 검은 황소의 두툼한 어깨처럼 부풀어 올랐다. 두 사람은 즉시 하던 일을 접어두고 검은 황소가 등장하는 컷신을 작업하기 시작했다.

황제국은 디멘션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살리기로 했다. 어깨가 숨을 쉬듯 움직이고, 눈을 붉히면서 목을 꿈틀거리는 모습은 검은 황소가 마치 살아있는 악마처럼 보이게 했다. 황제국이 정확하게 바라던 느낌 그대로였다.

황제국은 검은 황소의 등장장면을 가장 극적으로 연출하기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검은 황소의 움직임과 카메라 워크를 고려해 콘티를 짜기 시작했다. 이진수는 텍스쳐가 없는 3D 모델을 만들어 검은 황소의 움직임을 재현하는 데 집중했다.

게임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가닥이 잡히자 개발 작업은 더욱 탄력을 받았다. 황제국은 게임의 내용과 유희철을 반영한 유철 캐릭터 자료를 유희철에게 보내고 확장팩 OST를 요청했다. 유희철은 그의 캐릭터를 보고 아주 마음에 들어 했다.

“야~, 기타를 총으로! 이거 진짜 폼 난다, 응? 드디어 내가 <영건 블러드>에 데뷔하는구나! OST 작업한 보람이 있어~.”

“맘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내용은 어떤 거 같으세요?”

“말도 마. 나 엔딩 씬보고 울 뻔했잖아. 수련이 얘는 왜 이렇게 가슴 아프게 만들었어?”

“아무래도 시대가 시대잖아요? 좀 더 가벼운 내용으로 해도 좋긴 하겠지만, 유진 누나가 엔딩을 너무 멋지게 뽑아서요. 손댈 수가 없었어요.”

“그래. 진짜 자기 오빠를 향해 총을 겨누고, 차마 쏘지 못하는데 장건이 대신 죽이는 모습은 진짜 명장면이다. 내가 태어나서 게임 많이 해봤지만, 역시 한국 게임이라 그런가? 한국인의 감성에는 이런 게 딱이야. 막 가슴이 뜨끈뜨끈해져. 크~, 나도 장건처럼 멋있는 사나이가 되고 싶은데 말이지.”

“이수련이 좀 한이 서려 있죠?”

“그래그래. 근데 야, 너 좀 변했다?”

“제가요?”

“응, 예전 같으면 ‘형님은 이미 장건보다 더 멋있는 사나이죠’ 했을 텐데. 작업 끝나고 좀 뜸했더니 마음이 멀어진 거냐? 엉?”

“그럴 리가 있나요. 장건은 장건이고, 형님은 형님이죠. 어떻게 게임 캐릭터한테 형님을 비교하겠습니까?”

“됐다. 대충 야부리로 넘어갈 생각하지 마. 확~, OST 작업 대충 해버릴까 보다.”

물론 말은 그렇게 해도 진짜 작업을 대충할 유희철이 아니었다. 그래도 황제국은 유희철을 살살 구슬렸다. 금세 기분이 풀린 유희철은 최고의 OST를 약속했다.

게임의 굵직한 내용이 정리되면서 캐릭터와 스킬, 전투 맵들도 속속 구성을 갖춰나갔다. 이수련과 유철은 3D 모델링이 거의 최종 단계에 이르러 있었다. 뉴퀘스트는 본편에서 함께 작업했던 모델러들 외에도 추가로 3D 모델러를 몇 명 더 섭외했다. 확장판이 본편보다 내용이 길지는 않지만 비주얼 요소와 퀄리티를 최대한 올리기 위해 최대한의 물량을 투입했다.

황제국은 본편을 작업하며 확보해 놓은 인력과 작업 채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작업을 빠르게 진행 시켰다. 동시에 직원들이 다른 파트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놓치지 않도록, 주간 개발 회의를 통해 동기화에 신경 썼다.

“어? 이거 모델링 예전 버전인데?”

“이거 맵 제가 어제 수정했는데 반영이 안 됐어요.”

“텍스트 그거 내가 조금 바꿨는데?”

학기 중에 개발이 맞물리고, 공간이 동방과 랩실로 나뉘면서 작업에도 조금씩 혼선이 일어났다. 작업 파일은 각자의 컴퓨터에 산발적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스토리, 디자인, 오브젝트, 맵 등이 계속 업데이트되는데 오직 작업자만 알고 있는 경우가 생겼다.

“아무래도 이번 게임이 끝나면 회사 서버를 구축해서 작업물을 관리하고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겠어요.”

“으, 응. IDE(Integrated Development Environment, 코딩/디버깅/컴파일 등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도 필요해.”

“네, 그래야겠어요.”

작년 3월, 처음 동아리를 결성하고 <영건 블러드> 개발을 시작한 이후로 이제 1년이 지났다. 그 사이 게임을 출시하며 사람도, 공간도 늘어났다. 그러나 회사 운영과 제작 환경은 처음 동아리를 만들며 세팅했던 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필요한 일이 있으면 그 위에 레고 블록을 쌓듯 하나하나 덧붙여 나갔다.

그래도 <영건 블러드> 확장판은 기존 작업의 연장선이기에 조금 정신없어도 대부분 맥락을 이해하고 금방 작업을 쫓아갈 수 있었다. 하지만 프로젝트가 바뀌고, 회사 규모가 더 커지면 뒤죽박죽이 될 확률이 높았다.

처음에 잘 지켜지던 문서 작성도 작업이 누적되자 소홀해지는 게 눈에 보였다. 작업 방식에 조금씩 균열이 드러나고 있었지만, 당장은 게임 개발이 급했다. 그리고 아직은 황제국이 게임의 모든 것을 꿰고 있는 터라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다음 단계가 되면 더이상 황제국 혼자서 커버하기는 무리였다. 같은 게임을 만들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작업 환경과 커뮤니케이션 툴을 정비할 필요가 있었다. <영건 블러드>를 마무리하면 뉴퀘스트라는 회사 조직도 다음 단계를 준비할 차례였다.

황제국은 서로 다른 속도로 진행되는 작업을 두루 챙기면서 하루라도 빨리 게임을 완성하기 위해 개발에 매달렸다. 결국 중간고사 직전인 4월 중순 무렵, <영건 블러드> 확장판의 알파 버전을 완성했다. 아직 부분적으로 미완성인 부분도 있었만,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게임의 전체 흐름을 확인하기에는 충분했다.

완성도를 어느 정도 확인한 황제국은 PC 게이머에 이수련을 비롯한 <영건 블러드> 확장판 캐릭터 일러스트 몇 가지를 독점 공개했다. 단, 이수련은 일러스트 외에는 이름까지 모두 ???로 표기하고, 아무런 정보도 제공하지 않았다. PC 게이머는 부랴부랴 페이지를 수정해 5월호 인쇄 일정을 맞출 수 있었다.

“매번 이렇게 급박하게 자료를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이고, 대표님. 죄송은 무슨요. 저희야 독점 기사라면 인쇄 전날에 주셔도 OK입니다.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PC 게이머 편집장 김성진은 황제국과 <영건 블러드> 확장판이 게임판에 또 한 번의 태풍을 몰고 올 거라고 확신했다. 그에게 뉴퀘스트는 황금알을 낳는 오리나 마찬가지였다. 감히 황금알을 잡지 일정에 맞춰서 낳으라고 채근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월간지의 숙명을 받아들인 김성진이 할 일은 명확했다. 황금 동아줄 뉴퀘스트를 더 단단히 붙잡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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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겜의 제국 1998 - 갓겜의 제국-1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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