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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회 - 소소한 행복

E3 2002가 사흘간의 행사를 마치고 막을 내렸다. 뉴퀘스트는 E3를 통해 또 한 번 크게 도약했다.

<어둠 속으로>는 E3 베스트 RPG로 선정되었고, <둠 3>와 함께 최고의 그래픽으로 인정받았다. 세계 최고의 게임 쇼에서 그래픽 부분에서 게임 역사에 길이 남을 둠 시리즈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것은 큰 영광이었다.

뉴퀘스트의 던전 부스는 E3를 방문한 관람객들에게 필수 코스가 되었고, 존 카맥이 부스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불거진 게임 그래픽의 세대교체, 이른바 대관식 논쟁은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며 <어둠 속으로>는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황제국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축하하기 위해 축하 파티를 열었다. 모두 파티에 참석했지만 단 한 사람은 예외였다. 게임쇼 중에도 밤마다 부스를 손보느라 일에 매달렸던 <어둠 속으로> 아트 디렉터 올랜도는 E3가 끝나자 축하 파티에 오지 못하고 호텔에서 곯아떨어졌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시작해 차기작으로 발탁되고, E3에서 상까지 타게 된 네이트와 올슨은 샴페인과 칵테일을 퍼마시며 꿈같은 밤을 보냈다. 황제국은 RPG 콤비와 이진수를 축하하기 위해 잔을 높이 들었다.

“퀘스트 엔진 2와 <어둠 속으로>는 사실상 한 팀입니다. 게임 엔진 본부가 철저한 연구로 그래픽과 사운드, AI 등 각종 기능을 최고로 끌어올리지 않았다면, 그리고 <어둠 속으로>가 던전이라는 컨셉을 끝까지 파고들지 않았다면 오늘의 눈부신 성과는 없었을 겁니다. 오른손과 왼손처럼 서로를 완성한 두 팀에게 모두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예에에에에에~!!!!!!!”

황제국과 뉴퀘스트 멤버들은 이진수가 이끄는 게임 엔진 본부와 네이트와 올슨이 이끄는 <어둠 속으로> 개발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진수도 너무 기쁜 나머지 술을 거의 마실 뻔했다. 그는 샴페인을 입술까지 댔다가 냄새로 알콜이 들었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리고 얼른 잔을 내려놓아 파티 시작과 함께 기절하는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즐거운 애프터 파티를 마치고 뉴퀘스트는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황제국은 서울로 돌아가는 멤버들에게 인사했다.

“며칠 뒤에 갈 테니까 다시 서울에서 봐요.”

“이번에는 진짜 오는 거지? 설마 차기작 완성될 때까지 미국에 있는 거 아니지?”

“걱정마. 이번에는 꼭 가. 월드컵도 있잖아. <젤리 러쉬> 월드컵 마케팅도 해야 하고.”

2002년 5월과 6월은 황제국에게 특히 바쁘고 중요한 달이었다. 5월에는 세계 최대의 게임쇼 E3가, 이어서 6월에는 한일 월드컵이 열렸다.

2002 한일 월드컵은 한국인이라면 잊을 수 없는 최고의 순간 중 하나였다. 게임도 게임이지만 황제국은 그날의 감동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었다. 그렇지만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처리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었다.

E3를 마치고 팔로 알토로 돌아온 황제국과 팔로 알토 멤버들은 곧바로 이사 준비를 했다. 새로 계약한 오피스가 리모델링을 끝마치고 뉴퀘스트가 입주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중요한 서류와 자료를 따로 챙기고, 테스트 서버와 백업 데이터 등도 섞이지 않게 잘 분류했다. 개인 짐은 각자 박스에 따로 챙기고, 이사 업체가 컴퓨터와 가구를 차곡차곡 트럭에 실었다.

새 건물 1층에는 이미 라운지를 위한 소파와 탁자, 조명 기구 등이 배송되어 있었다. 새 가구들은 한쪽 벽에 몰아넣고 먼지가 묻지 않도록 비닐로 감싸져 있었다. 뉴퀘스트 직원들은 하루 종일 이삿짐을 옮기고 자기 책상을 정리하며 주변을 정리했다.

이사를 마친 다음 날, 오피스 건물에 ‘NewQuest’ 로고를 달았다. 트럭에 달린 크레인이 뉴퀘스트 로고를 가볍게 들어 올렸고, 인부들이 조심스럽게 로고를 벽에 달았다.

황제국은 길 건너편에서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혁신의 상징 실리콘 밸리에 이제 뉴퀘스트 이름을 건 빌딩이 생겼다. 비록 뉴퀘스트 건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황제국은 뿌듯했다. 샌디가 황제국 옆에서 공사 장면을 함께 지켜보며 말했다.

“두 번째 이사네요. 처음 보스랑 면접 봤을 때 여기는 믿을 수 있겠다 싶었는데. 제 예상보다 더 빨리 성장하고 있어요.”

“우리가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는 것도 샌디 덕분이죠. 근데 여기도 일 년만 지나면 자리가 모자라는 건 아닌지 벌써 걱정이네요.”

“그건 그래요. 팔로 알토에 이만한 오피스 빌딩도 찾기 힘든데요. 여기도 운이 좋아서 한꺼번에 임대할 수 있었던 거라.”

“다음에 오피스를 옮겨야 한다면 사옥을 지어서 가야죠. 충분히 크게 지어서.”

“그럼 제가 미리 건축가부터 알아보고 있으면 되겠네요.”

샌디가 여유 있게 웃으며 말했고 황제국도 고개를 끄덕였다. 황제국도, 샌디도 농담이 아니었다.

<어둠 속으로>가 화제가 되면서 퀘스트 엔진 세일즈 매니저는 엄청나게 바빠졌다. 그의 전화기가 끊임없이 울렸다. 퀘스트 엔진 2는 핵심 기능 개발은 마쳤지만 정식 출시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다. 사람들은 언제부터 퀘스트 엔진 2 라이선스를 구매할 수 있는지, 가격은 얼만지, 커스터마이징은 어디까지 가능한지, 장르를 가리는지 등을 물어봤다.

세일즈 매니저는 퀘스트 엔진 2 예약 프로세스를 만들기로 했다. 퀘스트 엔진 2에 관심이 있는 게임사는 예약 시트에 관련 정보를 남겨놓으면, 엔진이 베타 버전이 되었을 때 차례대로 영업팀과 상담할 수 있었다.

“이제 우리 엔진을 써 줄 게임사를 찾아다니며 초인종을 누르는 시기는 지났네요.”

게임 엔진 라이선스는 아직 뉴퀘스트의 전체 매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다. 하지만 황제국은 시간이 흐를수록 게임 엔진의 가치가 올라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게임 개발에 필요한 인력과 자본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진다. 이제는 게임 엔진 없이 바닥부터 게임을 만든다는 건 생각하지 어려웠다. 게임 엔진이 PC 플랫폼에 한정되는 것도 아니었다. 콘솔은 물론 앞으로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 모바일 게임에서도 활용할 수 있었다.

컴퓨터, 인터넷, IT가 주도하는 세상의 흐름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고, 그럴수록 게임 엔진의 가치도 덩달아 커진다. 퀘스트 엔진 2가 E3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인정받은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뉴퀘스트에는 엄청난 호재였다.

이사를 마치고 황제국은 마지막으로 <어둠 속으로> 제작 방향을 점검했다. PD, PM에 AD(아트 디렉터)까지 리더급 포지션은 채웠지만 새로운 오피스 3층 <어둠 속으로> 팀의 자리는 아직도 많이 비어있었다.

“당분간 게임 컨셉 가다듬고 채용에 집중하시면서 반자동 타겟팅 모드를 개발해 주세요. 저는 그걸로 한국에서 MMORPG 개발을 진행할 겁니다. 작업 내용은 주기적으로 확인하도록 하죠.”

“MMORPG는 어떤 내용으로 할지 정했습니까?”

“컨셉은 대충이요. <어둠 속으로>가 서양 중세를 다루니까, 한국 오피스에서는 동양풍의 판타지 MMORPG를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 중입니다.”

“오! 미국에서는 싱글 플레이 중세, 한국에서는 MMORPG 오리엔탈 판타지! 정말 멋지게 짝을 이루는데요?”

“그러니까 두 분이 반자동 타겟팅 전투 모드도 잘 만들어주셔야 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보스. 논타겟팅 시스템 기반으로 빠르게 개조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그럼 믿고 기다리겠습니다.”

황제국은 팔로 알토 멤버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이진수는 퀘스트 엔진 2 막바지 작업을 위해 계속 팔로 알토에 남아 있기로 했다.

“마무리 잘 부탁해요, 형.”

“당연하지.”

황제국은 이진수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택시에 올랐다. 2002 한일 월드컵 개막을 며칠 앞두고 황제국은 한국에 도착했다. 거의 1년 만의 귀국이었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황제국은 씻자마자 다시 잠들었다. 비행기에서 많이 잤는데도 E3의 피로가 아직도 남아있었다. 아침에 도착해 한숨 자고 일어나니 오후 늦은 시간이었다. 황제국이 급히 옷을 챙겨 입고 나가려 하자 주방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어머니가 뒤집개를 든 채 물었다.

“어딜 가니? 저녁 안 먹어?”

“금방 다녀올게요.”

황제국은 급하게 백화점으로 달려가 가전 매장으로 올라갔다.

“어서 오십시오, 고객님. 어떤 걸 찾으십니까?”

매장에는 이제 막 대형화하기 시작한 LCD, PDP, 프로젝션 TV 등이 전면에 놓여 있었다. 여전히 한쪽에는 브라운관 TV를 팔고 있었다. 황제국은 고민하지 않고 50인치 PDP TV를 한 대 샀다. 2002년 기준 HD 화질에 일반 가정에서 쓸 수 있는 가장 크고 화질도 좋은 TV였다.

“내일 배송 되겠죠?”

“물론입니다, 고객님.”

디스플레이 업계도 브라운관 시대를 지나며 변화가 일어났다. 브라운관 시대에는 소니가 최고의 화질과 품질을 자랑했지만, LCD 시대로 넘어오면서부터는 한국 기업의 디스플레이가 더 인정받기 시작한다.

“뭘 이렇게나 큰 걸 샀어~? 이거 엄청 비쌀 텐데?”

“아들 돈 잘 벌어요. 미국에서 지금 사업이 얼마나 잘 되는데. 그런 걱정하지 마세요.”

“그건 나도 잘 아는데 PDP는 전기세 많이 나온다던데······.”

“응? 엄마 언제부터 TV 전문가가 됐어요? 나 미국 가 있는 동안 TV 공부했어요?”

“니 아빠가 월드컵은 큰 TV로 봐야 한다고 맨날 무슨 TV 살까 고민했잖아. 나도 옆에서 하도 듣다 보니까 외운 거지 뭘.”

“크흠.”

황제국 아버지가 50인치 대형 화면을 넋을 놓고 바라보다 괜히 민망해서 헛기침을 했다.

“전기세 많이 나오면 그것도 제가 낼게요. 걱정하지 말고 보세요. 나중에 60인치, 70인치 TV 나오면 또 바꿔 드릴 테니까 이번 월드컵은 이걸로 봐요.”

“아유~~, 50인치면 됐지. 집에 무슨 극장 차릴 일 있니? 그 큰 TV를 어디다 둬.”

“아 얘가 해준다는데 그냥 모르는 척해. 잘난 아들 이럴 때 덕 좀 봐야지.”

황제국은 한없이 밝아진 아버지의 얼굴을 보자 웃음이 나왔다. 그의 부모님은 여전히 비디오 게임 산업이 어떤지는 잘 몰랐다. 그래도 아들이 한국은 물론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로 유명하다는 사실은 이제 잘 알고 있었다.

아들은 게임 업계에서 최고의 자리를 다투며 잘 나가고 있었지만, 황제국의 부모님은 예전과 다름없이 살고 있었다. 황제국은 문득 그동안 너무 게임 개발에만 매달려 부모님에게 너무 무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차근차근 효도도 해야겠다.’

뉴퀘스트 기업 가치는 이미 손정인이 투자할 때 상정했던 100억 원을 훌쩍 넘은 지 오래였다. 하지만 대표 황제국의 연봉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물론 또래 대학생들이나 사회 초년생들과 비교하면 엄청난 수준이었지만 세계적인 게임 기업 CEO라고 하기엔 소박한 수준이었다.

황제국의 지분이 아무리 커도 당장 현금화할 수 없었다. 뉴퀘스트 지분을 탐내는 사람은 도처에 널렸지만 황제국은 단 한 주도 팔 생각이 없었다. 따라서 그의 개인 수입은 뉴퀘스트에서 받는 연봉이 전부였다.

어느새 창업한 지 5년 차. 그사이 황제국의 연봉도 꾸준히 올랐지만 여전히 이진수, 전용선, 하워드와 같은 핵심 멤버들의 연봉이 훨씬 더 높았다. 대형 TV 하나에 저렇게 좋아하시는 부모님을 보니 황제국은 내년에는 자신의 연봉도 현실화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황제국은 사업을 위해서라지만 미국이나 일본에 밥 먹듯이 다니는데, 아직 부모님은 변변한 해외여행 한 번 보내드리지 못했다.

회사는 이제 황제국이 낮은 연봉을 감수해가며 인건비를 걱정해야 할 단계는 지났다. <젤리 러쉬>가 곧 유럽에서 정식 발매를 앞두고 있었고, 만센트와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해 중국에서도 <젤리 러쉬> 런칭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본에서도 일찌감치 소프트펀드와 퍼블리싱 계약을 맺어 <젤리 러쉬> 서비스를 준비 중이었다.

<젤리 러쉬>가 전 세계에서 서비스하고, 유럽 및 아시아 일대에서도 각종 라이선스 사업을 시작하면 뉴퀘스트는 그야말로 탄탄대로에 올라서게 된다. 황제국은 이제는 자신도 합당한 연봉을 받을 때와 자격이 되었다고 느꼈다.

“오오! 그렇지!”

2002년 5월 31일 금요일 저녁 8시 30분, 황제국은 가족들과 거실에서 월드컵 개막전 프랑스 대 세네갈 전을 시청했다. 세 식구가 캔맥주를 마시며 50인치 HD 화질로 다시 보는 월드컵은 생각 이상으로 즐거웠다.

불과 며칠 전 미국의 최고급 호텔에서 샴페인과 칵테일파티를 벌였던 황제국이 지금은 캔맥주에 오징어 다리를 뜯고 있었다. 그래도 황제국은 가족과 함께하는 아늑하고 평화로운 저녁이 너무나 즐거웠다.

“어어어어어어~????”

전반 30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세네갈이 프랑스를 상대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어떻게든 만회 골을 넣으려는 프랑스와 이를 막으려는 세네갈의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황제국도 긴장해서 경기를 지켜봤다. 혹시라도 그가 아는 과거와 다른 결과가 펼쳐질 수도 있었다.

- 삐이이익!

결국 월드컵 개막적에서 98년 월드컵 우승팀 프랑스는 세네갈에게 0:1로 충격적인 패배를 당했다. 황제국은 이전과 다르지 않다는 점을 확인하자 안도감을 느꼈다.

“아~~, 잘 봤다. 역시 TV는 무조건 큰 게 최고야.”

“그러게요. 진짜 고마워, 아들.”

“뭘요.”

즐거운 개막전 관람을 마치고 자리를 정리한 황제국은 방으로 들어가 <젤리 러쉬>에 접속했다. <젤리 러쉬>에서는 지금 한창 월드컵 못지않게 치열한 경기가 플레이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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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겜의 제국 1998 - 갓겜의 제국-20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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