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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회 - 창작자의 고집

“뭐? 이록, 그 쥐새끼가 안 죽는다고?!”

오종석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외쳤다. 전유진이 깜짝 놀랐다.

“보셨죠? 이대로 게임이 나오면 아마 많은 게이머가 이런 반응을 보일 거예요.”

황제국이 손가락으로 오종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종석은 전유진에게 얼른 사과했다.

“앗, 누님.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제가 흥분해서 그만.”

“아, 아니야. 이 정도로 화를 낼 줄은 몰랐네 나도.”

전유진은 큰소리보다 오종석의 날 것 그대로의 반응에 더 놀랐다.

“아니 동료 배신하고, 독립군 배신하는 그런 나라 팔아먹은 매국노 쥐새끼가 안 죽고 살아난다니까 대한민국 사나이로서 화가 안 날 수가 있나요? 솔직히 총살해도 너무 고통 없이 죽이는 거 같아 못마땅한데요.”

“으음, 그 정도구나······.”

“모두가 그런 건 아닐 테지만 아마 많은 사람이 비슷하게 반응할 거예요. 물론 일부러 놔 준 건 아니지만 결국 살았으니까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혹시 후속작을 위해서?”

“응, 그런 이유도 있지. 2편이 나올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나와도 어떤 식으로 활용할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이록이 살아있는 편이 나을 거 같아서.”

“그리고요? 다른 이유는 없어요?”

“소소한 이유로는 멀티 플레이할 때 이록을 선택할 수 있잖아? 싱글 플레이에서 죽어버린 캐릭터를 멀티플레이에서 선택한다는 게 좀 이상해서.”

“그건 전혀 문제가 아니에요. 싱글은 세계관과 캐릭터를 자연스럽게 보여주려는 거니까요. 같은 게임이지만 플레이는 별개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리고는요?”

“그리고······.”

전유진이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물론 마지막에 이록을 쏴 죽이면 속은 시원하겠지만, 이록은 그야말로 모든 걸 내버리고 돈과 생존에 모든 걸 거는 캐릭터잖아? 내 생각에 그런 인간은 절대로 쉽게 죽지 않아.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는 게 그의 성격이고, 운명이거든.”

“흐음······.”

“사실 엔딩 두 개를 놓고 나도 고민했었어. 이록을 쏴 죽이고 끝내는 엔딩 1번. 그리고 이렇게 사라지고 끝나는 엔딩 2번. 1번 엔딩이 통쾌하긴 한데, 마음속에 아무것도 남지 않더라구. 허전해. 그냥 끝이야. 그런데 이록이 사라지는 엔딩은 뭔가 묘한 감정이 마음에 남아.”

“그런데 그 묘한 감정이 긍정적인 감정은 아니잖아요?”

“상쾌한 여운은 아니지. 확실히. 그런데 그 시대가 그랬고, 지금 시대도 그렇잖아? 30년대는 전운이 감돌다 결국 세계대전이 일어났던 시대니까. 우린 지금 IMF 시대의 한복판에 있고.”

“그럴수록 더 밝고, 희망차고, 긍정적이고, 통쾌한 결말을 줘야 하는 거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 선택의 문제니까. 그런데 난 아무리 생각해도 이록이 사라지는 두 번째 결말이 <영건 블러드>랑은 훨씬 더 어울리는 거 같아. 그 생각은 지금도 마찬가지야.”

전유진이 전에 없이 단호하게 말했다. 황제국은 그녀의 분위기에 조금 놀랐다. 지금까지는 항상 자신 없어 하고, 조금은 주눅 들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시나리오와 결말에 관해서는 확실한 자기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황제국은 생각에 잠겼다. 스토리를 쓰는 것은 전유진의 몫이지만, 그는 전체 프로젝트 리더인 PD였다. 게임의 비전과 방향성, 결말을 결정하는 것은 그였다.

전유진이 아무리 단호하게 주장해도, PD가 판단할 때 다른 결말이 더 좋다면 바꿔야 한다. 그런데 황제국은 전유진의 말이 충분히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분명 논란이 일어날 수 있고,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엔딩이었다. 그렇지만 논란이 꼭 나쁜 것은 아니고, 호불호가 갈린다는 건 그만큼 개성이 강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뉴퀘스트는 대중의 취향과 기호에 맞는 재미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대중의 취향에만 맞출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모두의 마음에 드는 게임을 만들기는 불가능하다. 아무리 훌륭한 게임을 만들어도 누군가에게는 욕을 먹게 마련이다.

최대한 대중의 취향을 살피되, 창작자에겐 게임에 관한 확고한 신념과 고집도 필요하다. 그것은 게임을 만드는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다. 또한, 히트작을 넘어 시대를 뛰어넘는 걸작을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문제는 대중의 취향과 창작자의 고집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 것인가였다. 이는 모든 요소를 결합해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하는 황제국의 문제였다.

<삼국지:공성전>을 만들 때는 이런 고민 따위는 필요 없었다. 하지만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고 플레이하는 <영건 블러드>에서는 피할 수 없는 진지한 질문이 되었다.

전유진은 계속해서 황제국을 바라보고 있었다. 문득, 황제국에게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이 떠올랐다. 황제국이 흔쾌히 말했다.

“좋아요. 이록이 살아남는 엔딩으로 가죠.”

“진짜?”

“진짜?”

전유진과 오종석이 동시에 외쳤다. 하지만 두 사람의 억양과 의도는 서로 달랐다.

“네, 제가 방법을 찾은 거 같아요.”

“방법? 무슨 방법?”

“아까 제가 말씀드렸던 첫 번째 문제 기억하세요?”

“맥거핀?”

“네, 맥거핀과 엔딩,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에요.”

“그런 묘수가 있어? 그게 뭔데?”

황제국은 바로 스토리보드 앞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영건 블러드>라고 게임 제목을 쓰고는 그 옆에 작은 박스를 그렸다. 모두 황제국의 손끝을 바라봤다. 그는 박스 안에 ‘확장판’이라고 썼다.

“바로 <영건 블러드> 확장판을 만드는 거예요. 여기서 이록이 반드시 다시 등장해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결판을 내서 게이머들의 해소되지 못한 감정을 풀어줘야 해요.”

“확장판?!”

“이록이 살아 남는 게 더 캐릭터에 어울리고, <영건 블러드> 느낌에도 어울린다는 선배님 의견에 저도 동의해요. 하지만 이 엔딩은 주인공 장건을 생각하면 또 모순되는 결말이죠.”

“그치. 애초에 장건은 이록에게 복수하려고 나선 거니까.”

전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지금 선배님이 써주신 시나리오도 게임으로 완성하기 벅차요. 어차피 뭘 더 추가하기는 힘들거든요. 그래서 모든 미완결 요소들을 확장판에서 끝을 보는 겁니다.”

“음, 근데 예를 들면 어떻게?”

“자, 보세요. <영건 블러드 : 확장판>에 이록이 등장해요. 그런데 어째서인지 그는 일본군이 되어 있어요.”

“관동팔군에서 설계도를 훔친 사람인데 일본군이 되었다고?!”

“네, 놀랍죠? 하지만 이록 캐릭터를 생각하면 불가능할 거 같진 않아요. 일단 게이머는 그 사실만 가지고도 놀라면서 호기심을 가질 거예요. 근데 과연 이록이 있는 곳은 어딜까요?”

“글쎄...?”

“다름 아닌 일본 관동팔군의 비밀 연구소에요. 그는 무슨 이유인지 그곳에서 일본군을 돕고 있어요. 그리고 장건이 그 사실을 알게 되죠.”

“아, 그러면···!”

전유진은 황제국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 것 같았다.

“네, 관동팔군은 여전히 비밀 병기를 만들고 있어요. 독립군은 일본군의 비밀 병기를 파괴하고 싶어 해요. 그래서 장건에게 의뢰를 하죠. 우린 비밀 연구소를 칠 거다. 같이 가자. 장건이 대답해요. 내가 왜? 너희 돈 많아? 그러면 독립군이 대답하겠죠.”

“이록이 거기 있어!”

전유진이 황제국 대신 외쳤다.

“바로 그거에요. <영건 블러드>에서 해결하지 못했던 미완결 퀘스트를 끝낼 때가 온 거죠. 만주 어딘가에 있는 일본의 비밀 연구소에서.”

“아, 진짜 그러면 여기서 해결하지 못한 감정을 싹 해소할 수 있겠다. 근데 말이야, 일본군에게서 설계도를 훔쳤던 이록이 어떻게 일본군이 되어 있어?”

“그건 앞으로 선배님이 찾으셔야죠.”

“어?”

전유진은 잠깐 무슨 말인지 몰라 사고가 정지한 듯 눈을 깜빡였다.

“제가 방금 <영건 블러드> 시나리오의 미진한 부분을 메울 수 있는 확장판 메인 플롯을 짜드렸어요. 그럼 그에 맞춰 논리를 세우고, 콘텐츠를 채우는 건 선배님 몫이죠.”

“아~~, 어. 그래, 그렇지. 내가 해야지.”

차현주는 일을 해결해주는 것 같으면서 동시에 두 배로 일을 안겨주는 황제국의 솜씨에 마음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전유진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 분명 내가 주장하던 엔딩을 지켰으니까 좋아야 하는데. 왜 내가 진 기분이지?”

“게임 만드는 데 이기고 지는 게 어딨어요? 저는 어디까지나 더 재밌는 게임이 나올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것뿐이에요. 전 언제든 제 주장을 철회할 수 있어요. 더 좋은 제안을 주시기만 한다면요.”

“아니야. 확장판 플롯 완전 맘에 들어. 어쩐지 이록이라면 딱 거기 있을 것만 같아. 기회주의자의 화신이니까. 그리고 장건이면 자기 손으로 해결하러 나서겠지. 왜 그렇게 됐고, 어떻게 만나게 될지는 내가 생각해 볼게.”

“좋습니다. 그럼 확장판까지 고려하고 <영건 블러드> 시나리오를 손보도록 해요.”

“OK!”

전유진은 어려운 과제를 받았지만, 자신의 엔딩을 지켜낸 것이 기뻤다. 황제국은 그녀에게 챕터별로 세세한 피드백을 남겼고, 다음 제작 회의에서 수정한 내용을 공유하기로 했다.

비록 위험 부담이 있는 엔딩이지만 황제국은 이록이 도망치는 것이 세기말 분위기에도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래야 확장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해 비밀 병기까지 제대로 떡밥 회수가 가능했다.

아직 본격적인 인터넷 시대가 아니라는 점도 엔딩을 밀어붙이는 결정에 한몫했다. 만약 인터넷 시대라면 게임 발매 하루 만에 싱글 엔딩이 커뮤니티에 퍼지면서 엔딩 이상하다는 여론이 순식간에 퍼질 것이다.

아무리 멀티플레이가 주력인 게임이라고 하더라도, 발매 초반에 나쁜 여론이 퍼지면 판매량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또한 시나리오를 쓴 전유진은 비난 여론을 보며 상처받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만 아직은 PC 통신이 주요하고, 그마저도 쓰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전 국민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21세기하고는 게임을 즐기는 문화도, 후기를 공유하는 방식도 다르다. 황제국은 그 점을 믿어보기로 했다.

“참, 그리고 엔딩 장면에 추가 영상을 하나 넣어요. 일본군 장교가 연구소에서 비밀 병기가 거의 완성되었다고 보고하는 장면이요. 확장판이 있다는 걸 미리 보여주는 거죠.”

“오, 그거 진짜 좋은 방법이다. 꼭 그러자.”

전유진이 박수까지 치면서 쿠키 영상 아이디어에 맞장구를 쳤다. 그 모습을 보며 황제국이 말했다.

“사실 <영건 블러드> 시나리오에서 제일 좋으면서 아쉬운 점은 따로 있어요.”

황제국은 피드백을 정리하며 말했다. 전유진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에 되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제일 좋으면서 동시에 아쉬운 점이라니?”

“말이 이상한가요? 왜 장점이 곧 단점이라고 하잖아요. 저한테 <영건 블러드> 시나리오의 장점은 시나리오가 진지하다는 거예요. 이건 확실히 어른들의 이야기고, 어른들의 게임이죠.”

“그렇지? 근데 왜 그게 아쉬워?”

“반대로 보면 시나리오가 진지하고 역사적이라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라면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어요.”

“아······.”

“당장 이 게임을 일본이나 러시아에 많이 팔 수 있을까? 라고 하면 대답하기 어렵네요.”

“중국, 러시아, 일본에서는 좀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겠다.”

“분명 있을 거예요. 저도 그걸 감수하고 OK 한 거예요. 처음부터 1차 목표는 한국에서, 한국 PC방을 휩쓰는 거고, 그건 자신 있으니까요.”

“세계 시장이라. 난 솔직히 한국에서도 얼마나 성공할까 잘 모르겠는데. 제국이 넌 꿈이 정말 커.”

“제 꿈이요? 제 꿈으로 따지면 <영건 블러드>도 아직 첫 스텝에 불과한데요?”

“대체 얼마나 큰 꿈을 꾸고 있는 거야?”

“앞으로 하고 싶은 게임이야 많죠. RPG도 있고, RTS도 있고, 시뮬레이션 게임도 재밌겠고, 교육용 게임도 의미가 있죠. 앞으로 뭘 만들던 가장 재미있고, 가장 개성 있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요. 그러다 보면.”

황제국이 한 박자 끊었다.

“어느 순간, 세계 최고의 게임 회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죠.”

전유진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섯 명이 쓰기엔 충분히 넓지만 그래도 한 칸짜리 동아리방. 분위기 좋고, 재능있는 사람들이 모였지만 고작 다섯 명인 동아리. 여기서 황제국은 세계 최고를 말하고 있었다.

“제가 미쳤다고 생각하세요? 하지만 최고의 기업들이 그렇게 시작했어요. HP도, 마이크로소프트도, 애플도. 전부 작은 차고에서 친구 몇 명이 모여서요. 바로 우리처럼.”

“아니, 전혀. 오히려 나는 내가 미친 거 같은데?”

전유진은 아까와 같은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점점 우리 회장님이 하는 말이 다 그렇게 될 것처럼 느껴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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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겜의 제국 1998 - 갓겜의 제국-5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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