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3회 - 프로젝트 TW
황제국은 뉴퀘스트에 새로운 인사 발령을 냈다.
- 인사이동 : 전유진 차장
- (전) : 젤리 러쉬 라이브팀 맵 에디터
- (현) : 프로젝트 TW 스토리 디렉터
뉴퀘스트 서울 오피스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인사 발령에 술렁거렸다.
“뭐지? 스토리 디렉터라니? 드디어 <영건 블러드 2> 제작하는 건가?”
“아닐걸요. 앞에 프로젝트 TW라고 되어 있잖아요. <영건 블러드 2>였으면 프로젝트 YB2로 했을 거 같은데요.”
“아, 그렇네. TW? 뭐지? 타이거 월드?”
“음, 뭔가 스팀펑크 세계관을 더 밀고 나간 거 아닐까요? 예를 들면 티타늄 월드? 아니면 타이탄 윈터?”
“오, 타이탄 윈터! 뭔가 그럴싸한데? SF 느낌 나고.”
“토성 위성이 타이탄이고, 태양에서 머니까 엄청 추울 거란 말이죠? 거기서 일어나는 SF FPS 게임 같은 거 아닐까요?”
“가능성 있네. 마침 이진수 본부장님이 퀘스트 엔진 2도 거의 완성했다고 하니, 미국에서 RPG 만드는데 서울 오피스에서도 슬슬 신작 준비해야지.”
“솔직히 많이 늦었죠. 대표님이 쭉 미국에만 있는 바람에. 진작에 시작했어야 하는데.”
“어쩔 수 없지. 어차피 퀘스트 엔진 2 나올 때까지는 기다려야 했으니까.”
사람들은 저마다 ‘TW’의 의미를 추측했다. 전유진과 친한 동료들은 그녀가 다시 스토리와 관련된 일로 복귀하는 걸 축하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다시 자기 자리를 찾았다고 생각했다.
“근데 TW가 뭐예요?”
“금방 알게 될 거예요.”
사람들의 궁금증이 프로젝트 TW에 쏠리자 전유진이 웃으며 말했다. 항상 회사의 중요한 사항을 직접 공유하는 황제국은 이번에도 프로젝트 TW를 임직원에게 공개했다.
그는 먼저 반자동 전투 시스템을 사람들 앞에서 시연했다. 논타겟팅처럼 어렵지 않고 시원시원하게 전개되는 전투에 사람들은 감탄했다. 시연을 끝내고 황제국이 말했다.
“방금 보신 전투 시스템을 기반으로 차기작을 제작하려고 합니다. 프로젝트 TW는 뉴퀘스트 서울 오피스가 만들게 될 MMORPG입니다."
“MMORPG를?”
“드디어!”
황제국이 장르를 밝히자 직원들의 눈이 반짝였다. 사람들 사이에 미국에서 싱글 RPG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서울에서도 퀘스트 엔진 2 성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싱글 게임을 만들 거란 예측이 있었다.
그러나 황제국의 선택은 정반대였고, 임직원들은 안도를 넘어 환호했다.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회사라면 MMORPG는 누구나 한 번쯤 꿈꾸는 장르다. 끝을 알 수 없는 방대한 세계에서 수만 명이 넘는 게이머들이 동시에 상호작용하는 MMORPG는 개발사에 기술에서도, 콘텐츠에서도, 운영에서도 크나큰 도전이다.
이미 한국에서도 <레가시>, <바람의 왕국>, <뮨> 등 대형 MMORPG 히트작들이 있었다. 한국에서 가장 선도적인 게임 개발사 뉴퀘스트가 신작으로 MMORPG를 선택하자 직원들은 드디어 올 게 왔다는 반응이었다.
“프로젝트 TW라고 하셨는데 TW는 무슨 의미인가요?”
“TW는 토템 워리어(Totem Warrior)의 약자입니다. 프로젝트 TW는 동양 판타지를 컨셉으로 하고 있습니다. 고대 신비의 땅에 동물의 힘을 숭배하는 부족이 있습니다. 그들은 토템으로 섬기는 동물의 힘을 이어받아 강력한 전사로 거듭납니다. 프로젝트 TW는 이런 토템 전사들의 성장과 투쟁에 관한 게임이 될 예정입니다.”
사람들이 ‘TW’를 토대로 예측했던 내용은 모두 틀렸다. 황제국은 전유진을 불러 사람들에게 인사시켰다.
“안녕하세요. 새삼스럽게 인사드리려니까 쑥스럽네요. 프로젝트 TW에서 스토리 디렉터를 맡게 된 전유진입니다. 한국 고유의 느낌을 살린 세계 최고의 MMORPG를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현재까지 결정된 사항은 미국에서 만든 반자동 전투 시스템과 전유진 디렉터를 중심으로 동양 판타지 스타일의 세계관과 스토리를 만든다는 것뿐입니다. 좀 더 준비를 갖추고 사내 제작발표회 같은 느낌으로 하고 싶었는데 여러분이 유진 디렉터님을 들들 볶을까 봐 일찍 발표하기로 했습니다. 외부에는 절대 비밀을 지켜주시기를 바랍니다.”
황제국의 별거 아닌 농담에도 직원들은 웃으며 박수를 쳤다. 게임 회사에서 신작 프로젝트는 언제나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존재였다. 게다가 신작이 MMORPG라면 기대와 흥분으로 부풀어 오르는 게 당연했다.
프로젝트 TW를 사내에 공개하고 황제국은 이신우에게 TW 스토리팀에서 전유진을 도울 사람들을 채용하도록 지시했다. 이신우는 황제국이 전달한 내용을 보고 물었다.
“분류가 세계관 디자이너, 시나리오 라이터, 퀘스트 라이터로 세분화 되어 있네요. 아무래도 이쪽은 판타지 소설 작가분들이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좀 찾아볼까요?”
“글쎄요. 글을 쓴다는 것 때문에 많은 사람이 소설가가 게임 시나리오에도 잘 어울릴거라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잘 맞는 조각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겁니다.”
황제국은 전유진과 했던 대화를 이신우에게도 전해주었다. 이신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메인 시나리오는 어차피 전유진 선배님이 맡을 겁니다. 우리한테는 그보다 세계관 구상과 구성을 도와줄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 모순될 요소를 걸러낼 만큼 꼼꼼하고 세심한 사람, 게임 시스템에 밝아서 전 디렉터님의 부족한 점을 메꿔줄 수 있는 사람이 더 필요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채용은 셋 중에 어느 직무를 우선순위로 진행할까요?”
“우선 필요한 건 세계관 디자이너부터긴 하지만 큰 의미는 없을 겁니다. 생각해 보니 전체적으로 팀과 직무에 잘 맞을 것 같은 사람이 있으면 채용한 다음, 스토리팀에서 일을 진행해 나가면서 차차 직무를 세분화하는 쪽으로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네요.”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통합해서 신규 프로젝트 스토리팀에서 사람을 구한다고 하고 지원자를 받아보겠습니다.”
“잘 부탁드려요, 차장님.”
옆에 있던 전유진이 이신우의 손을 꼭 붙잡고 간곡히 부탁했다. 전유진은 프로젝트 TW에 참여하면서 자신이 ‘디렉터’가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하지만 황제국은 규모가 큰 프로젝트에는 모듈마다 리더가 반드시 필요하며, 그가 가장 믿을 수 있는 전유진이 맡아야 한다고 그녀를 설득했다.
“나 잘 할 수 있을까?”
“당연하죠. 소영이도 PM을 하는데요. 선배님이 왜 못하겠어요?”
“그런가? 근데 소영이도 처음에 참 힘들어했었는데.”
“새로운 일을 맡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적응하는 과정이 필요하잖아요. 너무 걱정 마세요. 보다가 선배님이 제대로 못하는 것 같으면 제가 잘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 드릴게요.”
“에엑? 회장님이 그러니까 나 벌써부터 무서운데?”
전유진이 몸서리를 쳤다. 뉴퀘스트 초창기 멤버들은 이제 회사에서 모두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었다. 이진수와 전용선은 본부장으로 회사의 기술을 책임지고 있었고, 차현주는 <젤리 러쉬> 아트 디렉터로, 인턴이던 민소영은 PM을 맡고 있었다.
오종석도 하워드 밑에서 일을 착실하게 배워 이제는 중요한 라이선스 계약을 책임지고 진행할 정도가 되었다. 회사 지분을 3.47%나 가지고 있고 초창기부터 회사 발전에 큰 기여를 해온 전유진이 이제야 디렉터급이 된 것은 오히려 많이 늦은 감이 있었다.
전유진은 유독 자리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차현주가 디렉터가 되고, 민소영이 PM을 할 때도 자기가 더 기뻐하며 응원해 주었다. 그녀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 하고 싶은 일만 할 수 있으면 된다는 주의였다.
반대로 그렇게 자리 욕심이 없기 때문에 황제국은 전유진을 MMORPG 기획에서 중요한 스토리 디렉터를 맡기기로 했다. 그녀의 능력은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고, 디렉터라는 자리를 이용해 쓸데없는 분란을 일으키거나 정치질을 할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프로젝트 TW는 게임의 규모만큼이나 필요한 개발 인력도 많았다. 초기 기획 단계에서 꼭 필요한 인력만 해도 황제국이 어림잡기로 20명 이상. 그만큼 개발조직 관리에도 상당한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 면에서 전유진은 황제국 입장에서는 일 잘하면서도 예측 가능한 필수 인재였다.
‘단 하나 걸리는 건 남에게 쓴소리를 잘 못 한다는 건데. 작품과 연관되면 또 다르니까.’
자기주장 확실한 차현주나, 집요한 면모가 있는 민소영에 비하면 전유진은 다소 심약한 타입이었다. 하지만 자기 권리를 주장할 때와 자기 작품을 변호할 때의 전유진은 전혀 다른 사람이기도 했다. 황제국은 전유진이 잘 해낼 거라고 전유진보다 더 그녀를 믿고 있었다.
“제국아, 잠깐 시간 있어?”
이신우와 전유진이 스토리팀 채용 문제를 논의하고 나가자 차현주가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황제국은 차현주가 왜 들어오는지 알 것 같았다. 그는 대뜸 물었다.
“하고 싶어?”
“내가 묻기도 전에 물어보네? 벌써 눈치챈 거야?”
“TW 아트 디렉터 때문이잖아? 그거 말고 네가 날 찾아올 이유가 뭐겠어.”
“하여튼 재수 없어. 그래 맞아. <삼국지 공성전>에 <영건 블러드>, <젤리 러쉬>까지 모두 내 손을 거쳤는데 이걸 안 할 수는 없지.”
“안 돼.”
“뭐? 왜?”
차현주는 황제국이 딱 잘라 거절하자 당황했다. 그녀는 황제국의 반응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네가 TW 아트 디렉터가 되면, <젤리 러쉬>는? 누구한테 맡기고?”
“아니, 그것도 내가 할 수 있어. 충분히.”
“이것 봐. 내가 이럴 줄 알았지.”
“뭐가? 왜?”
황제국이 웃자 차현주가 더욱 당황해서 물었다. 황제국이 설명했다.
“현주 너한테 TW 아트 디렉터를 맡기지 않는 건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어. 하나, <젤리 러쉬>는 BM 때문에 캐릭터 아트가 아주 중요해. <젤리 러쉬>는 현재 우리 회사의 생명줄이고, 그걸 여기까지 키운 차현주 아트 디렉터의 자리를 대체할 사람은 쉽게 찾을 수 없어.”
“뭐, 그거야.”
황제국이 오히려 자기를 치켜세우자 차현주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젤리 러쉬> 비주얼 아트를 책임지고 있는 차현주가 빠지면 당장 회사 매출에 공백이 생길 수 있었다.
“또 하나. TW는 시대극에 동양 판타지야. 귀여움을 추구하는 <젤리 러쉬>랑은 추구하는 스타일이 전혀 달라.”
“시대극이 왜? 나 <삼국지 공성전>도 했었고, <영건 블러드>도 따지고 보면 시대극이라고. 얼마든지 잘 할 수 있어.”
“응, 너가 잘하는 건 알아. 근데 넌 멋있는 거보다 귀여운 걸 잘해. 훠~얼씬.”
“그거야. 귀여운 게 뭘 해도 귀여워서 좋기는 해. 작업이 힘들어도 해놓은 거 보면 또 귀여워서 기분 좋고.”
“그러니까. 그게 진짜 너한테 맞는 스타일인 거야. 너도 <젤리 러쉬>를 하기 전까지 네 스타일을 잘 몰랐던 거지. 이렇게 귀여운 게 잘 맞을 줄은.”
“그건 맞아. 솔직히 좀 하다 보면 질릴 줄 알았거든? 근데 아니야. 귀여움에는 질린다는 개념이 없더라고. 그냥 보고 있으면 계속 좋아. 뿌듯해. 막 안아주고 싶고 그래.”
“근데 TW는 귀여운 캐릭터가 등장할 요소가 별로 없어. 게다가 토템 전사들은 그렇다 쳐. 필드에 돌아다니는 몬스터는 어쩌려고? 무섭고, 기괴하고, 어떨 때는 징그러운 몬스터를 디자인해야 해. 할 수 있겠어?”
“으~~, 징그러운 거? 그건 좀 그런데?”
차현주가 생각만 해도 싫은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그녀는 순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뚝 떨어졌다.
“그러니까. 다 널 위해서 하는 말이야. 차현주니까 일을 맡으면 당연히 열심히 하겠지. 하지만 몬스터 작업할 때면 마음에서 우러나오지도 않는 걸 하려고 꾸역꾸역하게 될 테고, 당연히 퀄리티도 마음에 안 들 테니 너한테는 두 배로 고역이겠지. 그러면 자연히 넌 불행해지고, 종석이까지 괴로워지겠지. 그럼 우리 회사에 얼마나 타격이 크겠어?”
“아, 또 여기서 옛날얘기를?!”
황제국은 차현주가 검은 황소를 디자인하던 때를 떠올리며 말했다. 차현주가 발끈했지만 재수 없다고 투덜거릴 뿐 반박은 하지 못했다.
“너가 <젤리 러쉬>에 많이 익숙해져서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젤리 러쉬>는 앞으로도 할 일이 무궁무진해. <젤리 러쉬>는 10년, 20년 뒤에도 전성기를 달릴 게임이야.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아트 디렉터 차현주가 굳건히 중심을 잡아줘야 해. 현실적으로 프로젝트 두 개를 진행하는 건 불가능하고, 내가 보기에 넌 TW보다 <젤리 러쉬>가 훨씬 잘 어울려.”
“그래 알았어. 너가 그렇게까지 얘기한다면. 뭔가 월드컵 끝나니까 약간 맥이 풀리는 것 같았는데 신규 프로젝트 한다는데 나한테 말이 없어서 와 본 거야.”
“널 적임자라고 생각했으면 제일 먼저 널 불렀겠지. 아무렴 그 자리에 차현주를 고려하지 않았겠어?”
“그러게. 제국이 네가 미국에 하도 오래 있어서 이제 나는 잊은 줄 알았지.”
“그럴 리가 있겠냐? 근데 왜? 요즘 일이 손에 안 잡혀?”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그냥 월드컵 준비로 한창 달리다가 축제가 끝나고 평소로 돌아오려니까 뭔가 일상생활에 적응하기 힘든 느낌? 약간 금단 증상같은 느낌이야.”
“그래. 그럴 줄 알고 내가 널 위해서 대형 이벤트를 하나 생각 중인데.”
“대형 이벤트? 그게 뭔데?”
미국에서 <젤리 러쉬>는 해피해피밀 준비, 국립공원 시리즈 준비, 반스 콜라보 준비 등으로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 오피스는 월드컵이라는 큰일을 끝내고 소강기에 들어간 상태였다. 그리고 연말까지 큰 이벤트 거리가 없었다. 자칫 라이브 조직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환경이었다.
“올 연말쯤에 뉴퀘스트의 성과를 공유하는 일종의 컨퍼런스 자리를 마련하고 싶어. 이번 월드컵 마케팅도 그렇고, 북미 쪽 성과도 있고, TW 제작 발표회도 겸해서. 언론에 성과를 공개하고, 리더급들이 스피치로 경험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하려고.”
“흐음, 컨퍼런스?”
“응, 조만간 리더십 미팅(뉴퀘스트 경영자 회의)에서도 얘기할 거야. 이번 E3에서 우리 부스 봤었지? 게임 속 공간을 현실에 구현해서 화제가 됐었잖아. 우리도 <젤리 러쉬>의 경험을 오프라인으로 확장하면 어떨까 해서. 일상적인 공간을 <젤리 러쉬>로 재해석해서 꾸미는 거지.”
“오프라인으로? 젤로 운동회처럼?”
“개념은 비슷해. 근데 그때처럼 사람들이 참여해서 뛰는 것보다는 좀 더 전시회에 가까울 거 같아. 그동안 <젤리 러쉬>를 만들면서 축적한 비주얼 요소들을 활용해서. 거대한 스케일로. 정말 많은 사람이 볼 수 있게.”
“커다란 스케일? 제국이 너 대체 컨퍼런스를 어디서 열 생각인데?”
“코엑스.”
“헐. 그러니까 지금 코엑스를 <젤리 러쉬>로 싹 덮어버리자? 우리 컨퍼런스에 맞춰서?”
“맞아. <젤리 러쉬>를 중심으로 지난 5년간 뉴퀘스트의 역사를 코엑스에서 공개 전시회를 연다고 생각해.”
차현주의 머릿속에서 순식간에 <젤리 러쉬>로 꾸며진 코엑스가 떠올랐다. 생각만 해도 몸이 떨릴 정도였다.
“하자! 우리 꼭 하자!”
“올 연말 목표로 준비해 보자. 내가 다음 주 리더십 미팅에서 발의할 테니까 너도 생각 좀 정리하고 있어.”
“OK! 알았어! 고마워!”
차현주는 TW 아트 디렉터 자리를 얻지는 못했지만 웃으면서 황제국 방을 나섰다. 차현주처럼 임직원 중에 새로운 프로젝트로 자리를 옮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요구를 모두 들어줄 수는 없었다.
차기작이 아무리 중요해도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에 구멍이 생기면 곤란하다.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는 사람도 달랠 수 있는 당근이 필요했다. 다행히 이번 당근이 차현주에게 아주 잘 먹힌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