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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회 - 철벽의 동아리

황제국은 아무리 작은 조직이라도 제대로 돌아가려면 적어도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선 공통의 뚜렷한 목표가 있어야 하고, 구성원에게 맞는 저마다의 역할이 있어야 하며, 그들이 잘 어우러질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이제 게임 개발 동아리 뉴퀘스트의 첫 프로젝트가 정해졌다. 동시에 좋은 게임 개발을 위해서는 동아리에도 기초 공사가 필요했다. 황제국은 먼저 사람마다 역할을 정했다.

“먼저 이진수 선배님은 뉴퀘스트의 리드 프로그래머를 맡아 주세요. 프로그램 코딩과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시면 돼요. 현주는 게임의 비주얼 스타일을 정립하고, 캐릭터나 배경 등 게임에 필요한 그림을 그려줘. 종석이는 각종 자료 조사와 퀘스트 등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각자 자기가 생각하던 역할과 비슷해서 역할 분담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보조 프로그래머로 진수 선배님을 서포트하는 동시에, 게임 제작을 책임지는 PD로 모든 부분에 관여할 거예요. 현주랑 종석이는 <삼국지:공성전> 한 번 같이 했으니 알지? 규모가 좀 커지겠지만 일하는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야.”

“오케이! 문제없어.”

“그리고 종석아. 너한테는 따로 부탁할 게 있어.”

“응? 나한테? 뭔데?”

황제국이 가방에서 통장과 현금 카드를 꺼내서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네가 뉴퀘스트의 부회장을 맡아줬으면 해.”

“내가 부회장을? 부회장 같은 타이틀이면 진수 선배님이 하셔야 하는 거 아냐?”

“난 코, 코딩만 할 거야. 딴 거 시키면 난 나가. 드드드.”

“네? 아니, 나가실 것까지는······.”

아직 이진수의 성격을 잘 모르는 오종석은 깜짝 놀랐다. 황제국이 부회장이 해야 할 일을 설명했다.

“부회장이라고 해도 이름만 거창한 거야. 사실 하는 일은 살림꾼이야. 중요한 일인데, 동시에 좀 귀찮은 일이긴 하지.”

“정확히 뭘 하면 되는데?”

황제국이 책상 위에 있는 통장과 현금 카드를 오종석에게 내밀었다.

“일단 제일 중요한 건 돈 관리. 이게 뉴퀘스트가 쓸 통장이야. 개발용 PC 사느라 이제 100만원 조금 안 돼. 우리 동아리가 정식 승인 나면 지원금이 좀 들어올 거고. 앞으로 우리 활동비니까 네가 맡아서 관리하면서 입출금 내역들 잘 정리해줘.”

“오, 오종종! 경영학과의 빠워를 보여줘!”

“참내, 야! 경영학과가 입출금 관리하고 장부 적는 학과 아니거든?!”

차현주가 오종석의 등을 두드리자 오종석이 툴툴거렸다. 그래도 그는 군말 없이 통장과 현금 카드를 받았다.

“그리고 또 하나 있어. 활동 내용 정리가 필요해. 동아리가 공간이랑 지원금을 받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활동 보고를 해야 하거든. 일단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제작 회의를 할 텐데, 그때 네가 회의 내용을 좀 기록해 줘. 아주 세세할 필요는 없어. 결론만 잘 정리해도 괜찮아.”

“음, 회의록 정리?”

“응, 이게 형식적인 거 같은데 사실 굉장히 쓸모가 많아. 우리가 뭘 했는지 돌아보기 좋고, 나중에 서로 말이 달라서 싸울 필요가 없거든. 회의록을 보면 되니까.”

“에이, 싸움 씩이나? 누가 회의에서 자기가 한 말을 까먹기라도 할까 봐?”

“그래도 확인차 남겨두는 게 여러모로 좋아.”

황제국은 머릿속에 회사에서 겪었던 수많은 뻔뻔한 사례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분명 시킨 대로 해갔는데 자기가 언제 이렇게 시켰냐고 오리발을 내미는 건 차라리 애교였다. 회의할 때는 열을 올리며 반대해놓고, 막상 일이 잘 풀리는 거 같으면 자기가 주도한 일처럼 교묘하게 꾸며서 성과를 가로채려는 사람도 있었다.

물론 뉴퀘스트는 아직 소규모 동아리라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낮았다. 있어도 황제국이 보고만 있지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황제국은 처음부터 중요한 결정은 꼭 기록해서 문서로 남기고, 참여자들과 공유하는 문화를 일찍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규모가 좀 커진 다음 갑자기 안 쓰던 회의록을 쓰자고 하면 자칫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었다. 좋은 문화는 빨리 시작해서 처음부터 습관화하는 편이 좋다.

역할 정리까지 마치자 저녁 시간이 지나 있었다. 첫 회의를 마친 뉴퀘스트는 저녁을 먹고 간단한 뒤풀이를 가졌다. 이진수는 소주 대신 사이다를 소주잔에 따라 마셨다.

“새로운 게임을 위해서! 짠~!”

“크, 크으으으으...므므.”

이진수가 소주잔에 사이다를 원샷하고는 고개를 흔들며 이상한 소리를 내자 차현주가 박수를 치면서 좋아했다. 그들은 술잔을 주고받으며 각자 FPS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떠들었다. 한참 떠들다가 오종석이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 주말인가? PC 게이머 4월호 나오는 거?”

“어, 아마 그런 거 같네. 번들 게임 나오겠네.”

“이번에도 기자님이 보내주기로 했지? 그럼 동방에 가져다 놓자. 뉴퀘스트 동방에 PC 게이머가 없으면 말이 안 되지. 이참에 집에 있는 게임 잡지랑 패키지 게임 몇 개 가져와야겠어. 동방에 좀 더 게임 개발 동아리다운 분위기가 필요해.”

“맞아, 맞아!”

오종석의 말에 차현주도, 황제국도 동의했다. 주말이 되자 PC 게이머 4월호가 발매했다. <삼국지:공성전>과 맵 에디터가 번들에 포함된 PC 게이머 4월호는 나오자마자 속속 팔려나갔다.

남동진 기자는 그가 회사 입사 후 처음으로 주도적으로 밀어붙여 성사시킨 번들 게임이라 설레이면서도 동시에 긴장되는 마음이었다. 그래도 이제 <삼국지:공성전>을 해보고 싶다는 전화는 받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물론, 착각이었다.

4월호가 발매되자 다시 전화통에 불이 났다. 이번에는 이벤트 문의 전화가 폭주했다. 대부분 잡지에 자세히 적혀 있는 내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물어보는 전화였다. 남동진은 하루에도 수십 통의 전화를 받느라 힘들긴 했지만,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에 안도감과 보람을 느꼈다.

“편집장님, 매일 전화가 너무 와서 죽겠어요. 전화 받는 알바가 필요할 거 같습니다.”

“분명 니가 벌인 일이다. 니가 책임진데메? 필요하면 네 월급에서 알바비 떼서 알바 뽑아 줄까?”

김성진 편집장은 남동진 기자가 징징거리면 타박했지만, 속으로는 웃고 있었다. 그는 이번 4월호를 보통 때보다 2배나 인쇄해서 총판에 보냈다. 그리고 첫 주말에 이미 절반이 팔려나간 걸 확인했다. 잘하면 PC 게이머 창사 이래 최고 판매량을 기록할 것 같았다.

황제국은 학교에 입학한 후, 누가 물어보지 않으면 자기 입으로 먼저 <삼국지:공성전>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PC 게이머 4월호가 발매되고 번들 게임이 공개되자 그가 <삼국지:공성전>의 개발자라는 소식이 컴퓨터공학과를 넘어 전교에 퍼져 나갔다.

이제 과 선배들이 일부러 황제국을 찾아와 밥을 사주거나 간식을 사주면서 게임 개발 과정을 물었다. 전생에서는 선배에게 점심 한 번 얻어먹으려고 쭈뼛쭈뼛 다가갔었는데, 이제는 더이상 학교에서 자기 돈을 쓸 필요가 없어졌다.

밥 먹는 자리에 가보면 선배들이 <삼국지:공성전>을 좋아하는 다른 과 친구들을 불러 어울리기도 했다. 덕분에 황제국은 예전에는 알지 못했던 사람도 많이 만나게 되었다.

같은 얘기를 하고, 또 하는 게 약간 지겹긴 했지만, 게임 개발 얘기를 진지하게 듣는 사람들을 보면 또 어느새 자세하게 이야기를 풀어놓게 되었다. 그런데 개중에는 게임 개발이 별거 아니라고 은근슬쩍 깎아내리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특히 97학번 구성범은 좀 유별났다. 그는 황제국과 98학번 후배 몇 명에게 밥을 산다고 불러놓고는, 개발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계속 끼어들면서 아는 척을 하더니 마지막에 슬쩍 이렇게 덧붙였다.

“나도 해봤는데 기술적으로 썩 대단한 건 없던데? 발상은 좀 기발하긴 하더라. 나라면 한 달씩이나 걸리진 않았을 거 같아. 그래도 고등학생 때 이 정도 만들었으면 쫌 하긴 하나 보다.”

“그냥 반짝 떠오른 아이디어로 만든 거예요. 대단한 건 아니죠, 뭐.”

황제국은 그냥 웃어넘겼다. 만약 예전이었다면 아무리 선배라도 일부러 자기 게임을 깎아 내린다면 가만히 듣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생활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 본 황제국은 굳이 후배들 앞에서 자기 잘났다고 거들먹 거리는 구성범이 귀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실 황제국은 구성범이 졸업 후에 어떤 일을 했는지 들어서 알고 있었다.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한 그는 한동안 잘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협력 업체에서 뒷돈을 받은 것이 들통났는데, 수완 좋게 벤처 기업 임원 자리로 도망갔다. 거기서는 언론 홍보를 통해 투자금 모으는데 열을 올리더니, 제대로 제품은 출시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다음에는 VC(벤처 캐피탈) 투자 심사역으로 변신했다.

실력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항상 실력보다는 말이 앞서고, 남을 깎아내리고 자기를 포장하는 데 누구보다 능한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을 앞에 두고 굳이 게임은 기술이 전부가 아니며, 사람들이 좋아하는 기발한 발상의 가치도 대단히 높다면서 싸울 필요가 없었다.

황제국은 모두의 사랑과 인정을 받을 수 없다는 것쯤은 이제 잘 알고 있었다. <길드&파이트> PD를 하면서 게이머들에게 들었던 조롱이 아직도 그의 가슴 한쪽에 남아있었다. 비록 그의 뜻대로 만든 게임이 아니었고, 욕을 먹을 거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욕을 먹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을 겪고 나니, 사람들의 평가에 조금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도 배우게 되었다. ‘너보다 내가 잘한다’는 걸 내세우고 싶은 대학 선배의 화법 정도에는 흔들릴 일이 없었다.

“근데 듣자니까 게임 개발 동아리 만들었다며? 아, 그거 나도 예전에 만들어 볼까 했었는데 다른 일이 너무 바빠서 잠시 잊고 있었는데. 어때? 내가 좀 도와줄까?”

황제국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재밌게도 이런 선배들은 정말 하나같이 레파토리가 똑같았다. 게임 해봤다면서 살짝 띄워주는 척하다 무시하고는 자기 실력을 과장되게 떠든다. 그리고는 동아리 이야기를 꺼내면서 들어가고 싶다고 말하지 않았다. 백이면 백, ‘자기가 도와줄까?’라고 물어본다.

물론 구성범 같은 사람을 뉴퀘스트에 받아 줄 이유는 전혀 없었다. 게임 개발에 대해서는 쥐뿔 아는 것도 없으면서 입으로만 떠들고, 아는 척하느라 멀쩡히 돌아가는 프로젝트에 딴죽만 걸 게 뻔했다.

오종석이나 차현주랑 같이 일하기에 불편할 거라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차현주에게 집적거리기라도 하면 황제국도 황제국이지만, 오종석이 결코 가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잡지에서 차현주 사진을 본 선배들이 예쁘다면서 혹시 남자 친구 없으면 소개 좀 해달라는 사람이 제법 있었다.

그렇다고 같은 과 선배에게 대놓고 안된다고 말하기에는 황제국의 사회성이 너무 높았다. 대신 그에게는 감히 컴공에서는 넘을 수 없는, 가드 불능의 카드가 있었다.

“아, 정말요? 그렇지 않아도 저희 실력 있는 프로그래머가 많이 필요하거든요. 마침 새 게임 엔진도 바닥부터 설계 중이고.”

“게임 엔진? 음, 시작부터 좀 크게 하네?”

게임 엔진 얘기를 하자 일단 구성범이 움찔한다. 잽을 한 번 날린 황제국은 그다음으로 진짜 카드를 꺼냈다.

“네, 그래서 저 혼자 하기는 벅차서 이진수 선배님이랑 함께 하고 있어요. 근데 제 실력으로는 서포트도 쉽지 않네요.”

“응? 이진수 선배? 설마 바이너리?”

“네, 96학번 이진수 선배님이요. 이진수 선배님 도와서 렌더링 엔진이랑 물리 엔진 설계를 좀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떠세요? 아직은 설계 중이고, 3D 기반이라 3D 벡터에서 행렬 연산이랑 좌표 공간 변환 같은 게 필요해요. 이진수 선배님이 아주 의욕적으로 하고 계세요. 근데 전 수학이 좀 딸려서. 저야 선배님이 오시면 천군만마를 얻은 거죠.”

“아~, 그래? 근데, 어쩌지? 내가 요즘 하는 일이 많아서. 나도 참 아쉬운데 지금 도와주기는 좀 어려울 거 같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그때 하자.”

“아~~, 바쁘시다니 어쩔 수 없네요.”

“그러게. 다 먹었지? 그만 일어날까?”

게임 엔진도 벅찬데, 컴공에서 실력 뛰어나기로 유명하고, 상대하기 어렵기로 더 유명한 이진수 선배 이야기를 꺼내자 구성범은 즉시 꼬리를 말고 도망갔다.

같은 시각, 이진수는 혼자 동아리방에서 렌더링 엔진에 골몰하고 있었다. 그는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그렇지만 그의 존재 자체가 동아리 주위를 맴도는 귀찮은 모기떼를 쫓아버리는 모기향과 같았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뉴퀘스트를 청정하게 유지하는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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