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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회 - 검은 황소

황제국의 예상대로 데일리콤에서 연락을 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대한통신에서도 연락이 왔다. 황제국은 전용선과 함께 데일리콤과 대한통신 사람들을 모두 만나 보았다.

“어떠세요?”

“음, 사실 대한통신 쪽을 좀 더 기대했는데 IDC는 생각했던 것만큼 아니네. 아직 준비가 미흡해 보여.”

“제 생각도 그래요.”

황제국이 보기에도 데일리콤이 조건이 더 좋아 보였다. 황제국은 처음부터 IDC는 데일리콤 아니면 대한통신 중 하나로 정할 생각이었다. 양쪽 모두 99년에 IDC를 오픈하니 지원하는 서비스를 보고 결정할 생각이었다.

미팅 전에는 황제국도 대한통신에 더 기대를 걸고 있었다. 한국에 통신 인프라를 설치한 국영 기업인 만큼 대한통신은 유선, 무선 가릴 것 없이 통신 영역에 있어서는 독보적 1등 기업이다. PC 통신 마이텔 역시 대한통신이 여러 회사와 합작해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었다.

그러나 가끔은 1등이라서 오히려 시장 변화에 대응이 느릴 때도 있다. 대한통신은 IDC에서는 데일리콤에 비해 한발 늦은 상태였다. 데일리콤은 그들의 논현 IDC 센터를 자신 있게 소개했다.

“저희 논현 센터는 한국에서 오직 데이터센터를 목적으로 지어진 최초의 전문 시설입니다. 무려 8,000평 규모에 기업의 인터넷 서비스를 위한 모든 인프라가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빠른 회선은 기본이고, 해킹에 대비한 방화벽은 물론, 발열을 잡는 냉각 시스템까지 지금이든 앞으로든 한국에서 이런 코로케이션(Colocation, 서버를 외부 데이터 센터에 위탁해 운영하는 서비스)을 제공하는 곳은 없다고 자신합니다.”

데일리콤은 한국 최초의 전문 데이터센터라는 근거 있는 자신감을 내세웠다. 황제국은 시설도 시설이지만 위치가 논현이라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학교에서 논현이 아주 가깝지는 않았지만, 뉴퀘스트가 영원히 S대에 있지는 않을 것이다.

때가 되면 게임과 각종 IT 기업들이 몰려있는 테헤란로로 진출하게 될 텐데, 그러면 논현이 아주 가깝다. 데일리콤 IDC 센터는 관세청 사거리에서 언주로를 따라 테헤란로 방향으로 가다 보면 있었다. 그 길을 따라 조금 더 가다 보면 황제국이 손정인을 처음 만났던 르네상스 호텔이 나온다.

반면 대한통신의 혜화 센터는 테헤란로와 멀리 떨어진 강북에 있었고, IDC 전문 센터도 아니었다. 기존 통신국 중 하나를 리모델링해 IDC로 개조한 것이었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IDC를 위해 설계한 센터보다 약점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있었다. 데일리콤이 머지않아 대기업에 인수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계속해서 변함없이 논현 센터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문제는 아니었다. 오히려 대기업이 인수해서 안정성도 더욱 믿을 수 있었다.

결국 황제국과 전용선은 퀘스트넷을 데일리콤 논현 센터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데일리콤으로부터 서버 이전에 관한 풀 패키지 서비스도 약속받았다.

전용선은 곧장 서버 이전 계획을 세웠다. 하루하루가 살얼음판이었고, 3월 1일부터 랭킹 시스템 아레나를 오픈하기로 했기 때문에 서버는 2월 중에 진행하기로 했다. 전용선은 랩실에서 자기가 직접 설계한 서버 랙을 보면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아, 이거 설계하느라 진짜 고생했는데. 몇 달 써보지도 못하고 알맹이는 전부 IDC로 가는구나.”

퀘스트넷에 관한 전용선의 애착은 각별했다. 황제국은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테스트 서버는 여기 남겨야죠. 빈 랙만 덩그러니 남진 않을 거예요.”

“그야 그렇기는 하지만.”

전용선은 IDC로 옮기는 게 좋으면서도 착잡해 보였다. 퀘스트넷은 수많은 CPU와 램, 하드디스크로 구성된 서버 머신일 뿐이지만 전용선에게는 단순한 서버 그 이상이었다. 기계와의 사랑은 휴먼 안드로이드가 나올 때까지 기다릴 것도 없었다. 바로 황제국 눈앞에 있었다.

뉴퀘스트는 퀘스트넷 서버 이전 계획을 공지하고, 오공실업에도 이 사실을 알렸다. 그렇지 않아도 간혹 발생하는 접속 장애 문제로 골치 아파하던 김상혁도 좋아했다. 퀘스트넷에 장애가 발생하면 그는 전국 수십 개의 PC방 업주로부터 걸려오는 전화로 휴대폰에 불이 날 지경이었다.

IDC 이전 결정으로 네트워크 대역폭 문제를 정리하자 황제국은 다음 이슈로 넘어갔다. 일본군 비밀 병기의 동작을 만들어낼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섭외하는 일이었다.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일본군 비밀 병기 일명 ‘검은 황소’는 <영건 블러드> 확장판뿐만 아니라 시리즈 전체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장치였다. 이진수가 처음 애니메이션 엔진을 만들 때 사람이 걷는 모습을 만들 때조차 고생했던 걸 생각하면, 검은 황소의 움직임을 참고할 자료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냥 진짜 황소 움직임을 보고 따라 하면 되지 않을까? 꼭 따로 전문가를 섭외해야 해?”

“그래야지. 이건 진짜 황소가 아니라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거대한 로봇이니까. 황소의 움직임과 비슷하면서도, 무엇보다 보는 사람이 ‘기계 같다’고 느껴야 해. 그게 핵심이야. 우리가 그런 느낌을 만들려면 몇 달이 걸릴지 몰라.”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황제국은 확고했다. 만약 움직임이 너무 날렵하면 태산같이 웅장한 느낌을 살릴 수 없고, 진짜 황소의 움직임을 그대로 적용하면 스팀펑크의 분위기가 살지 않는다.

기계적이면서, 자연스럽게.

뉴퀘스트 내부에서 이런 모순적인 느낌을 만들어 낼 만한 크리에이터는 없었다. 안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외부에서 찾아야 한다. 황제국은 한국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란 스튜디오는 죄다 찾아보았다.

스튜디오는 그의 생각보다 많았다. 그런데 한국은 자체 제작보다 다른 나라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청받아 그리는 경우가 많았다. 그들 대부분은 이미 받은 작업 물량을 소화하기도 벅차서 뉴퀘스트 일을 받으려 하지 않았다.

대부분 규모가 영세했고, 새로운 기획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TV나 극장에서 방영할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것도 컸다. 얼마의 이익이 생기더라도 스튜디오 포트폴리오로 쓸 수가 없는 일이었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서는 어렵겠다고 판단한 황제국은 차선책으로 영화 특수효과팀을 살폈다. 아직도 한국 영화에 ‘방화(邦畫)’라는 말을 쓰이곤 하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99년 2월에 국가 비밀 요원들의 이야기를 다룬 <쉬리>가 개봉하면서 한국에도 블럭버스터가 터졌다. 스크린쿼터제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한국 영화가 이때를 기점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황제국은 바로 그 영화의 특수효과를 맡았던, 한국에서 특수효과로 최고로 꼽힌다는 디멘션 특수효과를 찾아갔다. 사무실 바로 옆에는 특수효과에 쓰이는 다양한 도구들이 가득 쌓여있는 창고가 있었다. 디멘션의 정도영 대표는 단단해 보이는 인상이 한눈에 봐도 황소 같았다.

“게임을 만드신다고요?”

그는 황제국과 통성명을 하고는 곧장 일 얘기로 넘어갔다. 디멘션이 최고의 팀으로 평가받다 보니 늘 동시여 몇 개의 영화 제작에 참여하고 있었다. 황제국은 그가 원하는 효과를 짧게 설명했다.

“실제 크기가 25~30미터에 달하고,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대형 로봇이 진짜처럼 움직이는 모습을 게임에 넣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냥 걸어 다니면 너무 밋밋할 것 같아서요. 그 움직임을 실제처럼 재현해서 영상을 찍고, 그걸 기반으로 게임을 만들려고 합니다.”

“미안하지만 잘 이해가 안 가는데···. 그럼 우리가 만든 그 로봇을 찍은 화면이 그대로 게임에 나간다는 뜻인가요? 우린 촬영하는 사람들이 아닌데.”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저희는 그 움직임을 본떠서 3D 그래픽으로 재구성할 겁니다.”

“더 이해가 안 가네요. 쓰지도 않을 로봇을 만들어서 움직이는 걸 찍어달라?”

“가령 이렇게 생각을 해볼게요. 영화 <로보캅> 당연히 보셨겠지요?”

“당연하죠. 그걸 안 봤을 리가 있나요.”

“거기서 로보캅과 싸우는 ED-209라는 로봇이 있지 않습니까?”

“그 자동차 모양에 기관총 달고, 다리가 두 개 달린?”

“네, 바로 그 녀석이요. 보면 영화에서 ED-209가 아주 기계적으로 움직이는데 자연스럽게 보이잖아요. 기계적인 움직임이 자연스러워 보인다는 말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요.”

“아~, 무슨 말인지는 알 것 같네요. 로보캅도 로보캅인데, 그놈도 움직이는 게 아주 멋있었지.”

“바로 그런 움직임입니다. 그걸 증기기관을 통해 움직인다고 가정하고 리얼하면서도 멋있게, 또 웅장하게 보이고 싶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3D로 그릴 수는 있는데, 그런 움직임을 만들어 낼 아티스트는 없습니다.”

“이제 무슨 말인지 좀 알 것 같네요.”

정도영은 미간을 찡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우리보고 모형을 만들어서 움직임을 연구해 달라 이 말인데······.”

“바로 그렇습니다. 모형 제작도 하시지요?”

“사실 우린 만들기보다는 부수고, 폭파하는 게 더 전문이긴 한데. 그래도 뭐, 감독이 만들어 달라고 하면 어떻게든 만들기는 합니다. 그런데 로봇 디자인은 나왔습니까?”

“아직 스케치 단계지만 몇 가지 있습니다. 큰 틀은 여기서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황제국은 파일에서 차현주가 스케치한 검은 황소를 내밀었다. 거대한 몸체에 굵은 다리. 그리고 이마에 조종석이 달린 머리와 등에는 대형 포대가 올라있는 디자인이었다.

“저희는 이걸 ‘검은 황소’라고 부릅니다.”

“확실히 그런 느낌이 있네요. 그런데 이게 증기기관으로 움직인다고요?”

황제국은 스팀펑크 세계관인 <영건 블러드>에 관해 설명했다. 정도영이 감탄했다.

“아니, 우리나라에 그런 게임이 있어요? 난 영화만 하는 사람이라 전혀 몰랐네. 나도 한번 해보고 싶어지는데요?”

“저랑 같이 PC방에 한 번 가시죠. 제가 자세하게 설명 드리겠습니다.”

처음에는 영화 일이 아니라 게임이라서 다소 시큰둥했던 정도영이 미팅을 진행할수록 흥미를 보였다. 황제국은 무언가 진행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확실히 지금까지 했던 영화들하고는 전혀 다르네요. 이게 영화였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참.”

정도영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래도 분명 재미는 있겠어요. 이놈이 어떻게 걸을지, 어디에서 증기를 뿜어낼지, 나도 궁금해지네요.”

“그럼 수락하시는 건가요?”

“그 전에 궁금한 게 있습니다. 이걸 꼭 로봇으로 만들 필요는 없겠죠?”

“다른 방법도 있나요?”

“사실 이걸 로봇으로 만들기가 더 어렵습니다. 내 생각에는 비슷한 디자인으로 적당한 모양을 만든 다음에 안에 사람이 들어가서 동작을 만드는 게 훨씬 나을 것 같습니다만.”

“북청사자놀음처럼 말씀인가요?”

“하하하하! 그렇게 얘기하니까 딱이네요. 우린 사자탈 대신 강철 황소탈을 쓰겠지만요.”

정도영이 북청사자놀음이란 말에 배를 잡고 눈물까지 흘리며 웃었다. 그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며 말했다.

“우리도 할리우드 놈들이 에일리언 만들 듯이 정교한 로봇을 만들면 정말 좋겠지만, 아쉽게도 그쪽으로 쌓여있는 노하우가 없습니다. 기술이 부족하면 늘 그렇듯이 몸으로 때우는 거죠.”

그가 씁쓸하게 말했다. 움직임이 정교한 로봇을 만들기엔 기술적인 베이스가 너무 부족했다. 설령 돈이 있다고 해도 뚝딱 만들어 낼 수 없었다. SF 불모지인 한국에서 로봇을 만들어 특수효과를 쓸 일이 거의 없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이런 도전도 재밌겠네요. 아는 액션 감독이랑 스턴트맨들도 많으니까. 우리가 껍데기 만들고, 스모크로 증기기관 효과를 내고, 그 사람들과 함께 동작을 테스트해 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되도록 다양한 움직임과 걸음걸이를 테스트해 주세요. 저희가 그걸 토대로 게임에서 멋진 증기 황소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좋습니다. 기대되는데요?”

황제국이 정도영과 악수를 했다. 정도영은 악력이 어마어마했다. 그들은 작업 기간과 비용, 결과물 등에 관해 세부적인 내용을 협의했다. 황제국은 디자인이 확정되는 대로 디멘션에 보내기로 했다.

황제국도 게임을 제작하면서 영화 특수효과팀의 손까지 빌리게 될 줄은 몰랐다. 하지만 <영건 블러드> 확장판은 세계로 나갈 게임이고, 전 세계에 한국 게임을 제대로 알릴 첫 게임이 될 것이다. 문득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황제국은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어떤 사명감을 느꼈다.

한국은 비디오 게임 시장에서 아주 작은 변방으로밖에는 여겨지지 않았다. 황제국은 <영건 블러드>로 게임의 본고장인 미국을 깜짝 놀라게 만들고 싶었다. 비록 그들에 비하면 역사는 짧고 저변도 좁지만, 게임을 향한 열정과 실력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단 한 장면이라도 어설퍼 보이는 것은 참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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