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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회 - PS2 Dev Kit

황제국은 미국 지사 설립을 위한 조사 차원에서 미국 출장을 떠나기로 했다. 출장에는 미국에 퀘스트넷 서버를 만들어야 하는 전용선과 함께 갈 예정이었다. 소프트펀드에서 현지 직원 하나가 가이드 역할을 해주기로 했다.

“황금 같은 미국 출장인데 이걸 사장님이랑 가게 되다니. 나 같은 행운아가 세상에 또 있을까?”

“없을걸요? 심지어 미국 동부에서 서부까지 횡단하는 빡센 일정이라 뭐 구경할 시간도 없어요.”

“이야~ 행복하네. 행복해. 사장님과 미국 횡단이라니. 근데, 제국아, 일정이 너무 빡빡한 거 아닐까? 하루나 이틀 정도는 좀 여유를 주는 게 어때?”

“저도 그러고 싶지만 해야 할 일이 잔뜩이라서요.”

“하아~~, 너무 잘 나가는 회사는 이게 문제야. 역시 대기업에 들어가 안락한 시스템 안에서 아무도 모르게 살아야 하는건데······.”

“아직 대기업에 미련 남으세요? 저한테 지분 넘기실래요? 가격 잘 쳐 드릴게요.”

“에헤이! 무슨 그런 소리를! 절대 안 팔아! 퀘스트넷은 내 혼, 영혼이 담겨 있다고! 안 되지, 안 돼, 안 돼!”

이후 전용선이 더이상 출장에 토를 달지 않았다. 두 사람은 미국 출장을 위해 비자를 신청했다. 수수료를 납부하고, 요구하는 몇 가지 서류를 제출한 다음 인터뷰 예약을 잡았다.

인터뷰 날, 황제국과 전용선은 광화문에 있는 주한 미국 대사관으로 향했다. 그러나 대사관 앞에는 이미 벽을 따라 기나긴 줄이 서 있었다.

“와~, 이걸 언제 기다리고 있냐.”

전용선이 툴툴거리면서도 얼른 줄 맨 뒤에 가서 섰다.

“덥다. 더워~~.”

한여름 뙤약볕 아래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린 끝에 황제국과 전용선은 대사관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툴툴거리던 전용선은 입구의 무장한 경비원이 가방 검사를 하는 동안은 조용했다.

대사관에 들어와서도 다시 인터뷰 접수를 하고 기다려야 했다. 인터뷰 창구 앞에는 이미 수십 명이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기다리다 황제국 차례가 돌아왔다.

“파이팅.”

전용선이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국은 이민자들의 나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입출국 관리가 아주 철저했다. 단순한 여행객도 혹시나 들어왔다가 나가지 않고 불법으로 취업하거나, 체류할까 봐 경계했다. 무슨 목적으로 방문하는지, 기간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꼬치꼬치 캐묻기로 유명했다.

불허가 날 이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이런 인터뷰는 항상 긴장되기 마련이다. 황제국은 출장 이유를 머릿속으로 되새김하며 인터뷰 창구로 갔다.

정장을 입은 노란 머리의 백인 남자가 유리창 뒤에서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일하는 영사들은 노동 강도가 높았다.

한국에는 출장, 유학, 여행, 가족 방문 등 다양한 이유로 미국에 가려는 사람이 넘쳐났다. 그에 비해 비자 발급을 담당하는 직원은 언제나 턱없이 부족했다. 남자는 무표정한 얼굴에 다소 날카로운 눈으로 황제국을 바라보며 영어로 질문했다.

“미국을 방문하는 목적이 무엇입니까?”

“비즈니스 출장입니다. 미국에 지사를 설립하기 위해 먼저 후보지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비즈니스? 당신이?”

무표정하던 남자가 순간 미간을 좁혔다. 영사의 의심 회로가 발동했다. 말투와 눈빛부터 ‘너처럼 어린 애가?’라고 묻는 것 같았다.

“무슨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까?”

“저는 게임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대학교에서 벤처 기업을 창업했고, 발매한 게임이 크게 히트했습니다. 올해 그 게임의 확장판을 냈는데 그것도 잘 돼서, 이제 미국에서도 게임을 판매하기 위해 지사를 설립하려고 갑니다.”

황제국은 자신을 의심하는 영사 앞에서 책잡히지 않게 또박또박 출장 가는 이유를 설명했다. 영사는 여전히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이것저것 캐물었다. 그런데 황제국의 설명을 듣던 영사의 표정이 점점 미묘하게 바뀌었다. 그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잠깐만. 뭔가 이상한데···? 혹시 당신이 개발했다는 게임이 <영건 블러드>인가요?”

“네, 맞습니다. 제가 <영건 블러드>를 개발한 뉴퀘스트 대표, 황제국입니다.”

“오! 마이 가아아아아~~~~앗!”

갑자기 남자가 소리를 지르며 양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는 황제국을 1cm라도 가까이에서 보려고 눈을 크게 뜨고 유리에 얼굴이 닿을 만큼 접근했다. 황제국은 당황해서 상체를 조금 뒤로 뺐다.

“정말로? 진짜로 당신이 ‘그’ 황제국이라고요? <영건 블러드>를 개발한?”

“네, 맞습니다. 그런데 왜 그러시죠?”

“믿을 수가 없어! 맙소사! 난 <영건 블러드>의 엄청난 팬입니다. 확장판도 나오자마자 샀어요! 검은 황소 진짜 너무너무 멋집니다! 정말 놀랍네요. 여기서 당신을 만나다니, 오~!”

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계속 감탄사를 연발했다. 인터뷰를 기다리던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어 전부 황제국을 바라봤다. 황제국은 설마 비자 발급 인터뷰를 <영건 블러드> 팬을 만날 줄은 몰랐다. 두 사람은 웃으면서 잠시 게임 이야기를 나눴다. 남자는 매일 퇴근 후에 게임을 아주 재밌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은 길어야 5분이면 끝나는 인터뷰가 황제국은 10분 넘게 이어졌다. 황제국이 ‘그’ 황제국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이미 인터뷰가 아니라 팬 미팅이나 다름없었다.

“제 인생 게임을 만들어 주어서 고맙습니다. <영건 블러드>는 미국에서도 반드시 통할 겁니다. 이제 머지않아 미국에 있는 제 친구들과도 <영건 블러드>를 할 수 있겠네요.”

“아마 그럴 겁니다. 제가 비자만 받는다면요.”

“오, 이런! 내 정신이! 누가 감히 당신을 막겠습니까? 여권 주십시오.”

황제국이 여권을 건네주었다. 남자가 황제국의 여권을 확인하고 말했다.

“며칠 후에 여권에 비자를 찍어서 보내 드릴 겁니다. 잘 다녀오세요. 분명 미국에서도 크게 성공할 겁니다. 당신은 내 영웅이에요. 만나서 정말 반가웠습니다.”

“고맙습니다.”

무표정했던 남자가 이제는 밝게 웃고 있었다. 이어서 전용선 차례가 되었다. 그도 황제국과 같은 뉴퀘스트 직원으로 함께 출장을 간다고 설명했다. 전용선의 비자 발급도 프리패스였다.

“야~, 진짜 우리 제국이 무섭네. 어떻게 대사관에서도 널 알아보냐?”

“그러게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황제국은 자기도 믿기지 않는다는 듯 웃었다. 전혀 뜻밖의 해프닝이었다. 며칠 후 두 사람은 미국 비자가 발급된 여권을 받았다.

출국 날짜가 다가왔지만 황제국은 미국에 가기 전 정리할 일이 있었다. 퀘스트 엔진을 PS2 용으로 개조하기 위한 팀 세팅이었다.

<영건 블러드> 확장판을 발매한 후 7월 초, 약속대로 스튜디오 X에서 두 명의 개발자가 퀘스트 엔진 개조를 위해 바다를 건너왔다. 야마시타와 무라카미였다.

황제국과 오종석이 공항으로 나가 두 사람을 맞이했다. 재일 교포 2세 야마시타는 황제국을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대표님!”

“안녕하세요. 한국에 잘 오셨습니다.”

“이날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야마시타의 통역으로 네 사람이 통성명했다. 그들은 우선 숙소에 짐부터 풀기로 했다. 최소 몇 개월을 서울에서 지낼 예정이라 일반 호텔이 아니라 레지던스 호텔을 숙소로 잡았다.

야마시타와 무라카미는 각자 커다란 캐리어를 두 개씩 가져왔다. 처음에는 오래 머무를 예정이라 짐이 많은 줄 알았다. 하지만 짐을 풀고 S대로 가려는데 두 사람은 캐리어를 하나씩 다시 들고나왔다. 야마시타가 캐리어를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여기에 PS2 개발 키트(Development Kit, 줄여서 Dev Kit)가 들어있습니다. 아마 보시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그래요? 기대되는데요?”

황제국도 콘솔 개발 경험은 없었다. 콘솔 게임을 개발하려면 콘솔 제작사에 비용을 내고 개발 키트를 사야 한다. 소규모 게임 회사는 개발 키트 구매 비용도 만만치 않은 부담이다.

네 사람은 PS2 개발 키트가 담긴 두 대의 캐리어를 들고 S대 공대로 향했다. 황제국은 퀘스트 엔진 개조 프로젝트를 위해 회사 공간을 재배정하기로 했다. 이진수와 스튜디오 X의 개발자는 긴밀한 소통을 위해 함께 붙어 있어야 했다.

그런데 동방에는 도저히 두 사람의 자리를 더 만들 공간이 없었다. 그래서 아직 공간에 여유가 좀 있는 랩실에 스튜디오 X 개발자 자리를 만들고, 이진수가 잠시 랩실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이진수 자리에는 인턴 민소영이 오기로 했다.

자리 배치를 마친 랩실에 야마시타와 무라카미가 도착했다. 황제국은 모두를 랩실로 불러 두 사람을 인사시켰다.

“안녕하세요. 스튜디오 X에서 파견 나온 야마시타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자루 부탁, 드림니다.”

뉴퀘스트 멤버들이 따뜻한 박수로 두 사람을 맞이했다. 야마시타는 오히려 스튜디오 X에 있을 때보다 더 편안해 보였지만, 한국말을 모르는 무라카미는 다소 긴장하고 있었다.

뉴퀘스트 멤버들도 다른 회사에서, 그것도 일본인 두 명이 들어오자 어색해 보였다. 특히 함께 일해야 하는 이진수는 어제부터 긴장해서 계속 드드득 거렸다. 아이스브레이킹이 필요했다.

“자, 여기 두 분이 일본에서 신기한 걸 가지고 오셨습니다. 캐리어 안에 들어 있는 걸 한 번 보여주세요.”

“아! 알겠습니다.”

야마시타가 무라카미에게도 캐리어를 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캐리어를 조심스럽게 눕히고는 지퍼를 열었다. 그 안에는 옷으로 감싸 놓은 거대한 PS2 개발 키트가 있었다. 두 사람은 각자의 PS2 개발 키트를 책상 위에 올렸다. 개발 키트는 아주 크고 무거워 보였다.

“우와~!”

“엄청 크다.”

뉴퀘스트 멤버들은 처음 보는 콘솔 개발 키트에 탄성을 질렀다. 이진수는 호기심을 보이며 개발 키트를 앞뒤로 살펴보았다. 황제국도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다. 개발 키트는 플레이스테이션 2와 생김새가 거의 똑같았다. 다만 크기가 웬만한 컴퓨터보다도 더 컸다.

“이것이 플레이스테이션 2 DTL-T10000입니다. 플레이스테이션 2와 개발용 워크스테이션이 합쳐진 머신입니다.”

야마시타와 무라카미가 PS2 개발 키트에 관해 설명했다. PS2는 도시바가 PS2 용으로 개발한 이모션 엔진을 CPU로 사용했고, 내부에서 데이터가 오가는 데이터 버스가 128비트인 혁신적인 머신이었다.

“PS2는 저장 장치로 DVD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일반 CD-ROM보다 용량이 7배 이상 넉넉합니다. 개발 키트에는 에뮬레이션 기능이 있어서 코딩 후에 곧바로 게임을 실행해 볼 수 있습니다. 모니터도 두 대를 연결할 수 있어서 한쪽에서는 게임을 실행하고, 다른 쪽에서는 오류가 발생하는 코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그거, 그거 좋네요. 드득.”

야마시타가 PS2 개발 키트의 기능을 설명하자 모두의 관심이 집중됐다.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이진수도 여러 질문을 던졌다.

PS2 개발 키트는 리눅스 OS로 돌아갔다. PS2는 모니터와 키보드, 마우스만 연결하면 그대로 컴퓨터였다. 나중에는 PS2를 컴퓨터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리눅스 키트가 나오기도 했다.

무라카미가 그의 PS2 개발 키트에 모니터와 이더넷(인터넷),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전원을 연결했다. 시연을 위해서 전원을 켜자 웅장한 팬 소리가 들렸다.

“오우, 이거 뭐야? 무슨 비행기 이륙하는 소리가 나네?”

“네, 덩치에 걸맞게 좀 시끄럽습니다.”

오종석은 PS2 개발 키트가 내는 소음에 깜짝 놀랐다. 개발 키트가 부팅을 마치자 로그인 화면이 나왔다. 무라카미가 ID와 패스워드를 입력하자 이진수가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다 용기를 내서 말했다.

“あの(아노), あの······.”

“はい(하이)! どうぞ(도우조), どうぞ.”

이진수가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가리키자 무라카미가 이진수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얼른 자리를 양보했다. 이진수가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조심스럽게 시스템을 살피기 시작했다.

다음 날, 황제국과 이진수는 스튜디오 X 개발자를 위해 퀘스트 엔진에 관해 설명했다. 민소영도 총체적으로 재학습하는 차원에서 자리에 함께했다.

먼저 황제국이 전체 시스템을 개괄하고, 이진수가 그래픽 모듈과 라이브러리에 관해 설명했다. 야마시타가 무라카미에게 열심히 통역해 주었다. 설명이 이어질 때마다 야마시타와 무라카미는 계속 감탄하느라 바빴다.

“대단합니다. 확장성을 고려한 설계도 그렇고, 그래픽 처리 기술도 그렇고. 전체 구조에서 개별 기능 모듈까지 하나하나 이렇게 훌륭하게 설계되어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진짜요. 저도 소스 코드 하나하나 뜯어가며 배우면서 계속 그 생각만 들었어요. 하나하나 꼭꼭 씹어서 소화하는 것도 벅찰 정도예요.”

“소영 양은 정말 운이 좋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시작할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다른 개발자보다 몇 년은 앞서 있는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더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민소영은 퀘스트 엔진 PS2 개조 프로젝트에 낄 실력은 아니었지만, 스튜디오 X에서 온 개발자들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 노력했다. 친절하고 싹싹한 그녀의 태도에 두 사람도 안정감을 느꼈다.

다음에는 반대로 스튜디오 X 개발자가 PS2 개발 키트에 관해 설명했다. 그들은 콘솔 개발에서 주의할 전반적인 사항과 PS2 하드웨어에 따른 개발 특성을 설명했다.

퀘스트 엔진은 다양한 PC 시스템 환경을 고려해 개발했다. 반면에 콘솔은 수천만 대 이상의 기계가 똑같은 사양으로 대량생산되어 팔린다. 퀘스트 엔진을 오직 PS2에 맞춰 최적화시키는 일이 아주 중요했다.

퀘스트 엔진 개조 팀은 이진수가 PM이 되어 개발 계획부터 짜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중요한 개발 프로젝트 PM을 모두 황제국이 맡았다. 이진수는 첫 PM을 맡고 약간 불안해 보였다.

“나, 자, 잘 할 수 있을까?”

“형, 이 일은 이 세상에서 형 말고는 아무도 못 해요. 그러니까 걱정 마세요. 그럼 저 없는 동안 잘 부탁드려요.”

“아, 알았어. 해볼게.”

“두 분 오시자마자 제가 출장을 떠나게 돼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먼저 시작하고 있을 테니 걱정 말고 잘 다녀오세요.”

“이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황제국은 PS2 엔진 팀 세팅이 끝나자 전용선과 함께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뉴퀘스트의 해외 진출을 위한 첫걸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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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겜의 제국 1998 - 갓겜의 제국-1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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