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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1화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마치 분사되듯 뿜어진 용암이 쏟아졌다.

모두가 피할 순 없었다.

범위가 너무 넓어 피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만약 저 용암을 뒤집어썼다간 그대로 녹아내릴 터.

‘이건 막아야 돼.’

오토의 눈이 빛났다.

촤라락!

오토의 손에 들린 쿠란이 회색 오러를 머금었다.

촤아아아아아―!!!

회색 장막이 바칼이 뿜어낸 용암을 가로막았다.

쩌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장벽이 솟아났다.

석화의 권능을 마치 북부의 대장벽처럼 넓게 펼쳐서 바칼이 뿜은 용암을 차단했다.

“뛰어!!!”

오토가 버럭 소리쳤다.

석화의 장벽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터.

무너지기 전에 재빨리 도망치는 것만이 살길이었다.

- 어딜 도망치려 하는가!

바칼이 분노에 찬 호통을 내지르며 오토가 만들어 낸 석화의 장벽을 몸으로 들이받았다.

와르르르르르르르르!

장벽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

바칼의 움직임이 지축을 뒤흔들었다.

‘비, 빌어먹을!’

바칼이 뒤를 바짝 쫓아오는 것을 본 오토의 표정이 시퍼렇게 질렸다.

콰앙! 콰아앙!

바칼은 자신의 앞을 가로막은 고대의 구조물들을 모조리 부숴 버리면서, 가히 어마어마한 속도로 오토 일행을 뒤쫓았다.

오토 일행이 축지의 권능을 이용해 무시무시한 속도로 도망치고 있었음에도, 바칼을 따돌리기란 쉽지 않았다.

‘미치겠네. 공간 도약도 안 되고.’

혹시나 싶어 공간 도약을 시도해 보았지만, 이곳 샴발라에서는 불가능했다.

모르긴 몰라도, 이곳 지저세계 자체가 성물인 천지개벽의 저주를 받아 만들어진 장소라 그런 모양이었다.

- 어딜 도망가느냐!

- 감히 지상의 인간들이 샴발라에 발을 들여놓다니!

그 와중에 곳곳에서 아가르타인들이 나타나 오토 일행을 향해 공격을 퍼부어 대기 시작했다.

아무리 본대가 저 멀리 나가 있는 빈집이라고는 하나, 바칼 혼자만 덩그러니 있는 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 나의 권속들이여…… 끔찍한 기생충들이여…….

바칼이 이곳 지저세계에서 가장 역겨운 존재들을 불렀다.

- 나와라…… 나와서 너희의 주린 배를 채울지어다.

그러자 바칼의 몸 곳곳에 구멍이 뻥 뚫리는가 싶더니, 그 안에서 거대한 구더기들이 튀어나왔다.

거대한 뱀인 바칼의 몸에서 빠져나온 만큼, 구더기들의 덩치 또한 어마어마하게 컸다.

몸길이가 족히 3미터는 넘고, 수천 개의 날카로운 이빨이 돋아나 있었으며, 몸에서는 끈적끈적한 산성 체액이 줄줄 흘러내렸다.

그런 구더기들의 숫자가 수백 마리에다가, 이동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

“……!”

“……!”

덕분에 오토 일행은 눈 깜짝할 사이 적들에게 포위되고 말았다.

분신들이 조금만 더 시간을 벌어 주었다면 샴발라를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싸워야 하나?’

오토는 순간 고민했다.

작정하고 전력을 다한다면 바칼도 충분히 쓰러뜨릴 자신이 있었다.

그러나 후유증이 아직 다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바칼과 싸웠다간, 무슨 대가를 치러야 할지 상상조차 할 수가 없었다.

안 그래도 여기까지 오는 것도 슬슬 버거워서 숨이 가빠 오는데, 격한 전투까지 치르자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싸우지 않는다면?

죽는다.

싸우지 않고 이 위기를 넘길 방법은 없어 보였다.

그렇다면…….

꽈악!

오토는 자기도 모르게 쿠란을 세게 움켜쥐었다.

“이판사ㅍ…….”

그때.

스으으으으!

오토의 목에 걸려 있던 천지개벽이 스스로 빛을 발했다.

오토가 성물의 권능을 발동시키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힘을 발휘하여 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어……?”

오토는 빛을 내뿜는 천지개벽을 발견하곤 자신이 뭘 해야 할지를 깨달았다.

성물이 이렇듯 스스로 힘을 발휘하는 이유는 단 하나.

‘적대적이구나.’

오토는 천지개벽이 저 아가르타들을, 이곳 샴발라를 증오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 그럴 만하지.’

천지개벽이 아가르타들을 증오하는 건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과거 대륙 동부에 자리해 있던 아가르타 문명이 지하로 가라앉게 된 것은 금지된 마법들을 사용해 천지개벽을 연구하다가 그 저주를 받았기 때문.

“너의 주인으로서 명령하니.”

오토가 천지개벽의 권능을 개방했다.

“저들을 징벌하라.”

그 결과.

우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지하도시 샴발라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진동했다.

쾅! 콰앙! 콰아앙! 쾅! 콰앙!

와르르르르르르르르!

뒤이어 천장이 무너지며 수십 톤에서 수백 톤에 달하는 돌덩어리들이 아가르타들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렸다.

또한, 땅거죽도 뒤집어지면서 아가르타들을 집어삼켰다.

그렇게 지하도시 샴발라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성물의 분노였다.

아가르타 문명을 땅 밑으로 처박아 버렸던 천지개벽이, 이제는 아예 매장시켜 버리려는 듯 작정하고 권능을 발휘하고 있었던 것이다.

“으갸갸갹!”

오토는 떨어져 내리는 돌덩어리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계속해서 내달렸다.

“야 이 미친놈아! 우리까지 깔려 죽겠잖아!”

악에 받쳐 소리쳐 보았지만, 한번 발동된 천지개벽의 권능은 이 거대한 지하도시 샴발라를 통째로 무너뜨리려 하고 있었다.

“죽어라 뛰어어어어어어어―!!!”

오토의 입에서 처절한 고함이 터져 나왔다.

* * *

천지개벽의 권능이 발동된 덕분에, 오토 일행은 간신히 아가르타인들을 뿌리치고 샴발라를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우르르르르르르르르!!!

등 뒤로 샴발라가 무너져 내리는 소음과 진동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천만다행이었다.

만약 혼란스러운 틈을 타 빠져나오지 못했다면, 아가르타들과 함께 천지개벽의 권능에 휩쓸려 생매장을 당했으리라.

“으어어어어어…….”

오토는 샴발라로부터 거의 5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지점에 가서야 겨우 달리는 걸 멈추고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헉, 허억.”

“헉헉.”

카미유와 마검사들 역시 지칠 대로 지쳐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아무리 축지의 권능을 사용했다고 한들, 수 킬로미터를 전속력으로 달려왔으니 체력적으로 한계에 달했던 것이다.

“우웨에에에에엑!”

오죽했으면 토하는 사람마저 있을 지경이었다.

“지, 진짜로 죽을 뻔했네. 헉헉.”

“그러게 말입니다. 헉헉.”

오토와 카미유가 헉헉거리며 서로를 마주 보았다.

씨익!

그런 오토의 얼굴에는 환한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카미유 역시 오토만큼은 아니었지만 웃고 있었다.

오토와 카미유는 지난 몇 년 동안 숱하게 생사의 경계선을 넘나들며 동고동락해 온 사이.

그런 두 사람에게 있어 이런 위험천만한 모험은 죽어도 잊지 못할 추억거리이자 무용담이었다.

이번 모험의 경우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몰랐고.

“뭐가 그렇게 재미있으십니까?”

“히히! 스릴 넘치잖아! 히히히!”

“어련하시겠습니까.”

“안 죽었으면 된 거지. 헤헤.”

오토가 히죽 웃으며 몸을 일으키려던 그 순간.

“저, 전하?”

카미유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왜? 나 또 이상해? 몸이 또 투명해졌나?”

“그게 아니라…….”

“……?”

“뒤를 보십시오.”

“뭔데 그ㄹ…… 히익?!”

오토는 카미유의 말에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다가 그만 제자리에서 얼어붙고 말았다.

샴발라의 군주 바칼.

고대 아가르타 문명의 마지막 황제.

그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쫓아오고 있었다.

용케도 샴발라의 붕괴로부터 살아남아 끝까지 오토 일행을 추격해 온 것이다.

- 절대로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땅굴 안에 바칼의 분노에 찬 고함이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 네놈들이 무사히 돌아갈 수 있도록 놔둘 것 같은가!!!

화가 머리끝까지 난 바칼은 어마어마하게 빨랐다.

“튀, 튀어!”

결국, 오토 일행은 또다시 죽어라 내달려야만 했다.

- 모조리 씹어 먹어 버릴 것이다!

“으아아아아아악!”

- 게 서지 못할까!

다시 시작된 추격전.

다행스럽게도, 좁아터진 땅굴 안에서 바칼의 움직임은 그리 자유롭지 못했다.

거대한 덩치 때문에 억지로 땅굴을 뚫어 내며 쫓아오고 있는지라 제 속도를 다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에라! 모르겠다!”

오토는 달리던 도중 눈 딱 감고 마정석 폭탄을 터뜨렸다.

그 결과.

펑펑! 펑! 펑! 펑펑펑! 펑! 펑펑펑! 펑펑! 펑! 펑펑펑! 펑! 펑!

곳곳에 설치해 두었던 마정석 폭탄들이 연쇄적으로 폭발을 일으키고, 땅굴이 무너져 내렸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오토는 젖 먹던 힘을 다해 달려야만 했다.

무너진 땅굴이 바칼을 집어삼켰지만, 오토 일행도 죽어라 달리지 않으면 땅굴에 매몰되어 생매장을 당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5분쯤 달렸을 무렵.

“헉, 허억…….”

오토는 지혜의 샘 밑, 그러니까 지저세계로 향하는 입구에 도착해서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바칼은 더는 쫓아오지 못했고, 땅굴은 폭발에 의해 무너지면서 완전히 사라져 버린 뒤였다.

이미 샴발라가 붕괴했으니, 이제 대륙 지하에 지저세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즉, 오토와 카미유의 마지막 모험도 막을 내린 것이다.

“아직도…… 재밌으십니까? 헉, 허억.”

카미유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토에게 물었다.

“아, 아니.”

오토가 질렸다는 듯 절레절레 도리질을 쳤다.

방금은 정말로 위험했기에, 두 번 다시 이러한 위험을 자초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모험은 이제 그만할래. 허억, 허억. 나, 죽기 싫어. 헉헉.”

“잘 생각하셨습니다.”

오토와 카미유는 무병장수하고 싶었지, 엉뚱한 곳에서 비명횡사하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이 시절이 그리워지겠지만…….

“으. 답답해. 빨리 올라가자. 지하라면 아주 지긋지긋하니까.”

“예, 전하.”

그렇게 오토 일행은 반중력 마법을 이용해 지혜의 샘 밑바닥을 떠나 마칸 왕궁의 지하를 향해 솟구쳐 올랐다.

* * *

오토는 한나절 정도 휴식을 취한 후 곧장 마칸 왕국을 떠났다.

성물을 손에 넣은 이상 더는 마칸 왕국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너, 내가 지켜본다. 똑바로 살아, 쥐 죽은 듯이. 알겠어?”

“며, 명심하겠습니다!”

알렉스 국왕은 오토의 경고에 얼굴이 시퍼렇게 질려서는 두 번 다시 엉뚱한 짓을 벌이지 않을 것을 맹세했다.

“두고 보면 알겠지. 그럼, 나 간다.”

“살펴 가십시오. 하하하…….”

오토는 알렉스 국왕을 향해 눈을 한번 흘기고는, 공간 도약을 사용해 사라져 버렸다.

오토가 떠난 후.

“개 같은 새끼! 오토 드 스쿠데리아! 이 씨발놈아!”

알렉스 국왕은 그제야 오토에게 당한 치욕과 굴욕에 치를 떨었다.

아무리 약점을 잡았다고 한들, 알렉스를 대하는 오토의 갑질은 그야말로 상상 초월이었다.

입에서 쌍욕이 나오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두고 보자…… 내 어떻게 해서든 네놈에게 복수할 터이니…….”

알렉스 국왕은 와신상담의 심정으로, 복수를 다짐하며 이를 부득 갈았다.

그로부터 며칠 후.

오토가 다녀간 후유증(?)으로 인해 겨우 심신의 안정을 취하고 있던 알렉스 국왕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보고를 받았다.

보고의 내용은 다른 게 아니었다.

“저, 전하! 큰일 났사옵니다!”

“큰일이라니?”

“주변국들이 외교관을 보내 정식으로 선전포고를 해 왔사옵니다!”

“뭐, 뭐라?!”

“그, 그것이! 오토 드 스쿠데리아 국왕으로부터 정보를 받았다면서 본국을 초토화시켜 버리겠다 하옵니다!”

“……!”

“지금 5개 주변국들의 군대가 본국의 국경을 향해…….”

“아.”

알렉스 국왕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아가르타와의 야합이 들킨 이상 마칸 왕국에 미래는 없었다.

마칸 왕국 혼자서 주변국들의 군대를 상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사실상 멸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는 말은, 오토가 약속을 어기고 마칸 왕국과 아가르타의 야합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단 뜻이었다.

즉, 비밀을 지켜 주겠다던 오토의 약속은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했다.

한번 봐주겠다며 그렇게도 갑질을 해 대더니, 사실 알렉스 국왕을 가지고 놀았던 것이다.

“이이…… 이이이이……!!!”

알렉스 국왕의 입에서 몸서리치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것도 잠시.

“오토 드 스쿠데리아 이 개새끼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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