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갑자기 왜 그러냐?”
오토는 카이로스의 울적한 목소리에 살짝 당황했다.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가.
“시간?”
- 짐이 죽은 지 얼마나 지났느냐는 말이다.
“글쎄.”
오토가 잠시 생각을 해보다가 대답했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고 한 500년 됐지?”
- 그랬군. 세월이 그렇게 흘렀어.
“근데 아까 했던 얘긴 뭐냐? 뒤통수? 누명?”
-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인다고 하였다.
“그렇긴 하지.”
- 참으로 덧없구나.
카이로스의 목소리에 씁쓸함이 뚝 묻어나왔다.
- 한평생 오직 혼란스러운 세상을 안정시키겠다는 일념 하나로 살았거늘….
“그게 무슨 말인데?”
- 짐은 의형제를 맺었던 놈… 아르곤 그놈에게 배신을 당했다. 북부의 장벽을 시찰하러 갔다가 돌아오던 중 반란군의 공격을 받았지….
“그건 역사서에 없는 얘긴데?”
- 말하지 않았나.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이는 법이다.
“아르곤 대제한테 배신을 당하고 누명을 썼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
- 그게 아니라면 짐이 왜 그런 산골에서 홀로 죽어갔겠는가? 왜 역사에는 폭군으로 기억되겠는가? 짐이 인육을 먹어?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다들 그런 줄 알던데?”
- 아르곤… 네 이노옴… 이 형을 배신한 것으로도 모자라 한평생 쌓아온 명예마저 더럽힌 것이냐….
오토는 카이로스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보이자 솔직히 좀 당황했다.
지금 카이로스의 말은 오토조차도 모르는 이야기로, 공식 설정에도 등장하지 않는 비하인드 스토리에 가까웠다.
애초에 게임에서는 <카이로스의 징벌>에 깃든 카이로스의 영혼이 말을 걸어오지도 않았고.
“자세히 좀 얘기해 봐.”
하지만 카이로스는 오토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분노가 치밀어 올라서 입을 다물어버린 듯했다.
“뭐야?”
오토는 카이로스의 목소리가 더는 들려오지 않자 얼굴을 찌푸렸다.
“진짜로 숨겨진 뒷이야기 같은 게 있는 건가?”
제아무리 오토라도 이 세계에 대한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는 법.
‘나중에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 쟤가 날 속이려고 뻥 친 걸 수도 있고. 일단 좀 알아봐야겠네.’
오토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 * *
다음 날 아침.
“아르곤 대제와 식인황제 카이로스에 대한 역사적 자료가 필요하시다는 말씀이십니까?”
“응.”
오토가 카미유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는 아르곤 대제의 입장에서 쓰인 자료 말고, 카이로스한테 우호적인 시각에서 쓰인 자료. 동화책이나 특정 지역에서 내려오는 전설 같은 것도 상관없어.”
“한 번 알아보겠습니다. 그런데 그 자료는 왜 필요하신 겁니까?”
“카이로스가 이상한 이야기를 하던데?”
“철퇴에 깃든 악마가 진짜 카이로스였습니까?”
“응.”
“맙소사.”
“자기가 배신을 당했대. 아르곤 대제한테. 폭군이었다는 것도 억울한 누명이었다는데?”
“그 악마가 영주님을 현혹시키려 드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육체를 빼앗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건 나도 알지. 근데 느낌상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거든. 그래서 설득력이 있는 건지 아닌지 확인이나 한번 해 보려고.”
“일단 알겠습니다. 최대한 알아보겠습니다.”
“고마워.”
바로 그때.
띠링!
오토의 눈앞에 퀘스트창이 떠올랐다.
[알림: 퀘스트가 발생했습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왕조건설!]
내용 : 왕국을 건설해 스쿠데리아 왕조의 시대를 열어라!
타입 : 에픽 퀘스트
진행률 : 0% (0/1)
조건 :
- 특산물 개발 × 1
- 교역로 확보 × 1
- 몬스터 서식지 토벌 × 3
- 모든 지역에서 민심 70 이상 달성 × 1
- 대관식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