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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4화

다음 날.

“그럼, 나중에 뵙겠소.”

“다시 만나는 그날까지 건강하시오.”

테르테미안과 파라곤은 거의 비슷한 시각에 잘츠부르크 가문을 떠났다.

“예, 두 분 대공 전하 모두 살펴 가십시오.”

오토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에 목숨을 맡긴 사람들을 배웅해 주었다.

이제 테르테미안과 파라곤은 오토의 꼭두각시나 다름없었다.

오토가 하자는 대로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테르테미안과 파라곤은 오토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자신들의 믿음을 더욱 돈독히 했다.

그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사람 심리가 그러했다.

지금 테르테미안과 파라곤은 가슴 속 저편에서 피어오르는 의심과 불안감을 애써 외면하는 중이었다.

오토에게 버림받는 순간 자신들은 끝장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았기에, 더욱 오토를 믿고 의지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마치 사기꾼에게 자신의 전재산을 맡기는 사람들의 심리와 맞닿아 있었다.

일만 잘 풀린다면 황위에 오를 수 있다는,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기대감 또한 한몫을 톡톡히 했고.

오토는 그런 심리를 귀신같이 파악하고, 교묘하게 잘 이용하고 있는 거였다.

잘츠부르크 가문을 떠나는 길.

“살펴 가도록 해라.”

테르테미안이 파라곤을 향해 넌지시 한 마디를 건넸다.

“예, 형님.”

파라곤이 대답했다.

“형님께서도 살펴 가십시오.”

“그래, 동생아.”

인사를 주고받고 각자의 마차에 오르는 테르테미안과 파라곤의 속내는 빼다 박은 듯 판박이처럼 똑같았다.

‘후후. 오토 국왕을 철석같이 믿고 있겠지. 하지만 오토 국왕은 이미 내게 충성을 맹세했거늘.’

테르테미안은 저 멀리 마차에 오르는 파라곤을 힐끔 쳐다보며 고소해했다.

테르테미안은 자신이 파라곤보다 유능하다 생각하고 우월감을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상식적으로 오토가 파라곤과 손잡을 리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것은 파라곤 역시 마찬가지였다.

‘형님은 언제나 스스로를 과신했소. 늘 나를 무시하고, 내리깔아보았지. 그 오만함과 자만심이 형님의 발등을 찍을 것이오. 이미 나는 오토 드 스쿠데리아와 손잡고 형님을 사냥할 생각이거든. 후후후.’

파라곤은 테르테미안이 어려서부터 보여 주었던 특유의 오만한, 자만심, 그리고 동생인 자신을 업신여기는 태도에 완전히 질려 있었다.

또한, 진심으로 자신이 테르테미안보다는 뛰어난 인물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형제 사이의 깊은 감정의 골과 과소평가가 오토를 더욱 신뢰하게끔 만드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테르테미안과 파라곤이 잘츠부르크 가문을 떠나고.

“쯧쯧쯧.”

오토가 멀어지는 그들의 마차를 바라보며 혀를 찼다.

“탐욕이 화를 부르는 법이지. 황위에 눈이 멀어서 사기나 잡히고. 사람이 분수를 알아야 되는데.”

“그거 사기꾼들이 흔히 하는 말 아입니까?”

“뭐?”

“사기 친 놈이 나쁜 게 아니라 당한 놈이 멍청한 거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야 이!”

오토가 카미유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내가 사기꾼이라는 거야?”

“그럼 아닙니까?”

“사기꾼은 맞지.”

카미유가 되묻자 오토는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모략은 모략.

아무리 미사여구로 치장한다 한들, 오토가 테르테미안과 파라곤에게 사기를 쳤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사기도 사기 나름.

오토는 이 대륙을 위해, 세계대전에 휘말려 죽을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사기를 친 것이었기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도 없었다.

“나 하나 좋으라고 그런 거 아니잖아. 좀 봐 주라.”

“알고 있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건…….”

“으응?”

“전하의 이런 행보가 후대의 역사가들에게 어떻게 비춰지고 평가될지 그게 걱정될 뿐입니다.”

“아.”

“아무리 좋은 의도로 펼친 모략이라지만, 좋은 평가를 받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만.”

“뭐, 그렇겠지.”

오토가 별것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저 사람들을 한 명이라도 더 살리고 싶을 뿐이고, 세상이 평화로웠으면 좋겠어. 단지 그뿐이야. 남들이 뭐라고 지껄이던. 후손들이 날 어떻게 평가하던 상관없…… 지는 않지.”

오토가 돌연 얼굴을 바꾸었다.

“흥!”

오토가 생각만 해도 짜증난다는 듯 인상을 와락 구렸다.

“역사왜곡하면 돼!”

“예……?”

“역사가 놈들 싹 다 잡아다가 내 입맛대로 쓰라고 하면 되지! 앞으로 역사서 쓸 때 나한테 검사받고 쓰라고 해!”

“그거…… 폭군들이나 하는 짓 아닙니까?”

“아! 몰라!”

오토가 잔뜩 심통이 난 표정으로 떼를 썼다.

“어차피 역사는 승자에 의해 쓰이는 거거든? 개나 소나 왕위에 오른 놈들은 죄다 그랬는데 왜 나는 안 돼? 할 거야! 역사왜곡!”

“…….”

“역사가 놈들! 나 멋있게 기록 안 해 주면 아주 손모가지를 다 분질러 버릴 거야!”

“……제발 적당히 좀 괴롭히시길 바랍니다.”

카미유는 문득 역사가들이 불쌍해졌다.

물론 오토의 성격상 역사가들을 잡아다가 고문하고 죽이지는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냥 내버려둘 것 같지는 않았다.

다만 온갖 악랄하고 비열한 짓으로 역사가들을 괴롭혀서, 그들이 오토에 대한 나쁜 평가를 하지 못하도록 만들고야 말 것이란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 * *

약혼식이 끝났지만, 오토는 잘츠부르크 가문을 떠나지 않았다.

기왕 북부로 온 김에, 오토는 장벽 너머 야만부족들과의 평화협정을 추진할 생각이었다.

문제는 그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는 것.

‘어떻게 야만부족과 휴전협정을 맺고 동맹을 맺지?’

잘츠부르크 가문이야 가주이자 북부대공인 지안카를로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그렇다 치고.

장벽 너머 야만부족들은 절대로 대륙인들을 믿지 않을뿐더러, 1년 365일 찢어 죽일 궁리만 하는 족속들이었다.

오랜 세월 대륙인들과 부딪쳐 오면서 쌓인 원한과 불신이 워낙에 깊다 보니, 말이 아예 안 통하는 지경까지 가 있었던 것이다.

애초에 대화를 시도하는 것 자체가 엄청나게 위험해서, 사신을 보냈다간 토막 난 시체만을 돌려받을 게 분명했다.

그만큼 야만부족들과의 휴전협정은 어려워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조차 쉽지가 않았다.

‘어떻게든 야만부족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사실은 이 상황 자체가 변수나 다름없었다.

본래 오토가 짠 계획에 잘츠부르크 가문은 들어가 있지도 않았고, 그건 야만부족 역시 마찬가지였다.

야만부족들과 잘츠부르크 가문의 역할은 북부제국군에 맞서 싸우다 장렬하게 공멸하는 것.

그렇기에 야만부족들을 어떻게 구슬려야 할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애당초 염두에 두었던 세력이 아니라서, 공략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차라리 다른 세력이라면 사정이 조금 나았을 테지만, 하필 잘츠부르크 가문과의 휴전협정은 그 난이도가 더욱 높을 수밖에 없었고.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나.”

엘리제가 생각에 잠긴 오토에게 물었다.

“아.”

오토가 대답했다.

“어떻게 하면 장벽 너머 야만부족들이랑 휴전협정을 맺을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어.”

“꼭 그래야만 하는 건가?”

엘리제가 오토에게 물었다.

“싫어?”

“그건 아니다.”

엘리제가 고개를 저었다.

“서로 평화롭게 지낼 수만 있다면, 나 역시 그러고 싶은 심정이다.”

“아.”

오토는 엘리제의 말뜻을 이해했다.

오토는 엘리제의 내면에 전쟁에 대한 회의감과 피로감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엘리제는 자신이 원해서 야만부족들을 베어 온 게 결코 아니었다.

야만부족들로부터 대륙을 지켜내기 위해서, 그 전에 당장 자신을 믿고 따르는 기사들과 아라드 제국군 병사들을 위해 싸워 왔을 뿐이었던 것이다.

물론 사람들은 그러한 엘리제의 속마음을 전혀 몰랐다.

전쟁의 여신이 그 누구보다 평화를 바란다는 건 상상하기 힘들 테니까.

엘리제 스스로도 군의 사기를 위해 온화한 모습을 내비친 적이 없기도 했고.

“하지만 야만부족들을 설득하는 건…….”

엘리제가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불가능에 가깝다. 그들이 우리 대륙인들에게 가진 불신과 증오는 상상하는 것 이상이다.”

“그렇겠지…….”

그 누구보다 야만부족을 잘 아는 엘리제의 발언이었기에, 오토는 그 말에 부정할 수가 없었다.

“목숨을 구해 주는 게 아니라면…… 애초에 대화조차 불가능할 거다.”

“목숨?”

“그들에게 있어 생존은 가장 중요한 가치다. 그들의 삶은 생존 그 자체다. 태어나면서부터 생존을 위해 투쟁을 벌여야 하는 게 그들의 삶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척박한 장벽 너머에서 살아남을 수가 없으니까.”

“생존, 생존이라…….”

그 말을 곱씹던 도중.

‘아?’

오토는 불현듯 떠오른 생각에 눈을 반짝였다.

어쩌면 방법이 떠오를 것도 같았기 때문이다.

“자기.”

오토가 엘리제를 돌아보았다.

“자, 자기?!”

순간 엘리제의 뺨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한평생 이성으로부터 그런 달콤하고 간질간질한 호칭으로 불릴 날이 있을 줄은 상상해 본 적도 없었기 때문이다.

“쪽♥”

오토가 기습적으로 엘리제의 뺨에 입술을 맞췄다.

“……!”

순간 부끄러웠는지, 엘리제가 고개를 푹 숙였다.

“고마워. 덕분에 방법이 떠올랐어.”

“그, 그런 건가.”

엘리제가 푹 숙인 채 대답했다.

“……도움이 되었다니 정말 다행이다.”

야만부족의 전사들을 가차없이 베어 버리는 전쟁의 여신조차 오토 앞에서는 그저 부끄럼 많은 한 명의 여인이었다.

* * *

‘지금 혹한의 강인함을 훔쳐다가 야만부족들을 약해지게 만든다면?’

혹한의 강인함이란 장벽 너머 야만인들에게 강인함을 부여하는 성물로서, 그들이 그 척박하고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었다.

오직 장벽 너머에서, 그것도 야만부족의 혈통을 지닌 사람들에게만 효과를 발휘한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높은 등급의 성물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혹한의 강인함을 얻어서 일시적으로 약해지게 만들고, 그런 야만인들을 도와주면서 자연스럽게 휴전협정을 맺고 대화를 시도한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계획이었다.

물론 이 또한 비열한 모략이라는 걸 오토도 모르지는 않았다.

‘이거 완전히 병 주고 약 주고잖아…….’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넣은 뒤 손을 내밀고,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

정말이지 비열한, 오토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이게 사람 새끼인가 싶을 지경이었다.

야만부족들이 그렇게도 증오하는, 속이 시커매서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될 대륙인의 표본과도 같은 행동이었다.

‘시간이 얼마 없어. 이렇게라도 해야 돼.’

하지만 오토는 그 계획을 강행하기로 했다.

비열하다, 간악하다, 교활하다, 사악하다, 간사하다, 야비하다, 기타 등등등.

온갖 손가락질을 다 받을 테지만, 상관없었다.

‘이렇게라도 해야 모두가 살아.’

모두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오토는 자신이 어떠한 평가를 받든 상관없었다.

손이 더럽혀질지언정, 세상을 위해서라면 똥물을 뒤집어쓸 각오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짐 싸.”

오토가 카미유와 카심에게 말했다.

“어디로 갑니까?”

“어디로 모시면 되겠습니까, 전하.”

“귁! 귁귁귁!”

카미유, 카심, 펭이가 오토에게 물었다.

“노르딕 산으로 갈 거야.”

그 순간.

“맙소사.”

“히, 히익?!”

“귀이익?!”

카미유, 카심, 펭이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노르딕 산은 야만부족들의 성지(聖地).

그곳으로 간다는 건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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