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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1화

“뭐, 뭔데!”

오토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놀라 버럭 소리쳤다.

보통 차우차우와의 보스전을 치를 때 끊임없이 번개가 떨어지는 건 필드의 특성이었다.

주기적으로 떨어지는 번개가 차우차우와 싸우는 플레이어와 동료들을 괴롭게 하는 것 말이다.

그런데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쾅! 콰앙! 쾅! 쾅! 쾅쾅쾅! 쾅!

번개가 무슨 포탄 세례처럼 퍼부어대는데, 이게 비인지 번개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번쩍!

쾅! 쾅! 쾅!

“취, 취이이익!”

“으으으으으으으으!”

“으악!”

동료들이 쏟아지는 번개 폭격을 맞으며 하나둘씩 쓰러져갔다.

제아무리 고무고무 망토를 입고 있다고 한들 1~2초에 한 번씩 번개에 직격당하니, 버텨낼 재간이 없었던 것이다.

우릉, 우르릉!

두두두두두두두두두!

그 와중에 차우차우가 미쳐 날뛰며 바그람을 들이받으려 하면서, 앞을 가로막는 모든 걸 파괴했다.

폭격처럼 내리치는 번개들.

미쳐 날뛰는 차우차우.

대환장파티가 따로 없을 지경이었다.

‘번개가 이렇게까지 많이 내리치지는 않았는데.’

필드의 환경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욱 가혹했다.

이는 명백한 변수.

오토조차 예상하지 못했던, 가히 극악의 난이도였다.

‘이게 말이 돼? 이러면 전멸인데.’

고무고무 망토를 입고 번개를 버텨내고.

여럿이서 야만의 몽둥이를 이용해 차우차우를 기절시키는 게 천둥산 보스전의 핵심.

그런데 번개가 이렇게 많이 내리친다면, 다 같이 차우차우를 공격할 수가 없었다.

내리치는 번개에 의해 각개 격파될 테고, 그럼 끝이었다.

‘이건 너무ㅎ….’

그때.

쾅! 쾅! 쾅!

번개 세 발이 오토의 정수리를 강타했다.

“커헉!”

오토가 피를 토하며 나뒹굴었다.

[알림: 번개 에너지를 흡수해 마나가 영구적으로 상승하였습니다!]

[알림: 번개 에너지를 흡수해 마나가 영구적으로 상승하였습니다!]

(중략)

[알림: 번개 에너지를 흡수해 마나가 영구적으로 상승하였습니다!]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어질어질하네.”

오토는 벼락에 맞아 반쯤 기절 상태에 있으면서도, 마나가 오르는 걸 보고 어이가 없었다.

아프긴 더럽게 아프고.

어지럽긴 더럽게 어지러운데, 벼락을 맞을 때마다 마나가 오르는 게 황당했다.

문제는 그런 사람이 오토 말고도 한 명 더 있었다는 것.

“으, 으악! 악! 으아악! 그, 그만! 으아아악!”

저 멀리 카심이 집중공격(?)을 맞고 있었다.

카심은 오토만큼이나 많이 벼락을 맞고 있었는데, 그럴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마나의 양이 급격히 늘어나는 게 보였다.

카심도 오토처럼 벼락에 맞을 때마다 마나를 획득하고 있었던 것이다.

“…너도?”

오토는 카심이 자신과 같은 현상을 겪고 있는 걸 보고 실소를 지었다.

‘나도 나지만 저 인간도 어지간하네.’

카심은 불행의 아이콘.

뭐만 했다 하면 휘말리기 일쑤라, 인생이 고난과 역경으로 가득 찬 인물이었다.

근데 또 막상 고난과 역경을 겪고 나면 비약적으로 강해지곤 했는데, 지금도 같은 맥락이었다.

벼락을 처맞는 와중에도 오토처럼 마나가 상승하고 있었으니, 가히 기연을 위해 태어난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었다.

“저, 전하…!”

카심이 오토를 향해 소리쳤다.

“저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듭니다! 크윽! 이, 이 검을… 쓰십시오!”

카심이 오토를 향해 검 한 자루를 내던졌다.

쾅!

뒤이어 번개 한 줄기가 카심의 정수리를 때렸다.

“컥!”

카심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카심이 아무리 강해졌다고 해도, 연속으로 벼락을 맞은 이상 버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귁! 귁귁귁!”

“…….”

“귀익! 카심! 일어나라! 귁!”

펭이가 그 하찮고 앙증맞은 날개로 기절한 카심의 뺨을 연신 후려쳤다.

한편, 오토는 카심이 던져 준 검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카심이 오토에게 던져 준 검은, 검성의 네 자루 검 중 하나였다.

암속성의 흑성검.

화속성의 백화검.

수속성의 수벽검.

그리고 명속성의 광명검.

그중 명속성의 광명검이었다.

“이걸 왜 나한테….”

번쩍!

쾅!

내리친 번개가 오토가 아닌 광명검을 때렸다.

파직!

파지직!

그러자 광명검으로부터 강한 전류가 뿜어져 나오는가 싶더니, 검신이 반짝반짝 찬란하게 빛났다.

마치…….

‘흡수하는 건가?’

오토는 카심이 광명검을 던져 준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해보자.’

오토는 본능적으로 광명검을 손에 쥐고, 검신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설마 죽기야 하겠어.’

벼락 폭력이 내리치는 천둥산 꼭대기에서 금속으로 이루어진 검을 치켜든다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카심이 괜히 광명검을 던져 줬을 리 없었으므로, 오토는 속는 셈치고 가만히 있어 보았다.

그 결과.

번쩍!

쾅!

파지지지직!

벼락 폭격이 오토가 치켜든 광명검이 집중되었다.

그리고…….

[알림: 번개 에너지를 흡수해 마나가 영구적으로 상승하였습니다!]

[알림: 번개 에너지를 흡수해 마나가 영구적으로 상승하였습니다!]

(중략)

[알림: 번개 에너지를 흡수해 마나가 영구적으로 상승하였습니다!]

마나가 미친 듯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 * *

“뺀질이 이 미친놈아! 뭐 하는 것이냐!”

“전하! 왜 자살을 하십니까!”

카이로스와 카미유는 광명검을 하늘 높이 치켜든 오토를 보고 기겁했다.

죽고 싶어 안달이 난 게 아니고서야 인간 피뢰침 노릇을 자처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카이로스와 카미유의 걱정과는 다르게, 오토는 꽤나 잘 버텼다.

파직!

파지직!

오토는 벼락 폭격을 홀로 받아내면서도, 기절하지 않았다.

물론 고통스럽긴 했다.

“크윽!”

코피가 줄줄 흘러내리고, 눈앞이 어지러웠지만 버틸 만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스으으!

광명검이 번개의 데미지를 어느 정도 상쇄시켜 주었을뿐더러, 전기 에너지를 흡수한 뒤 마나로 바꾸어 오토에게 건네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웅!

한 술 더 떠서, 오토의 마나홀은 광명검이 건네준 마나를 탐욕스럽게 빨아들이며 마나의 총양을 늘이는 중이었다.

“나, 나는.”

오토가 고통을 참으며 동료들에게 말했다.

“괜찮으니까… 차우차우부터… 크윽!”

피뢰침 역할을 자처한 덕분에, 벼락 폭격이 모두 오토에게 집중된 상황.

오토 하나의 희생으로 나머지 동료들의 움직임이 자유로워진 상태였다.

즉, 차우차우를 상대하기에 최적의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취이이익!”

바그람이 포효했다.

“모두 공격하라! 취익! 차우차우를 제압해야 한다! 취익!”

그런 바그람의 명령에 따라서, 모든 이들이 차우차우를 향해 덤벼들었다.

파직!

파지직!

차우차우는 몸에서 강력한 전류를 내뿜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모두가 고무고무 망토를 착용한 상태라, 차우차우가 뿜어내는 전류에 대해 면역이었기 때문이다.

퍽!

퍼억!

바그람과 오크 전사들.

카이로스와 영혼기사들.

그리고 카미유와 마검사들.

수십여 명이 일제히 야만의 몽둥이를 휘둘러 차우차우를 패기 시작했다.

- 뀌, 뀌이이이익!

차우차우는 쏟아지는 몽둥이찜질에 저항하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 뀌익? 뀌이익?

야만의 몽둥이에 맞으면 저주와 마비에 걸리기 마련.

거기에 세 대 이상 맞으면 기절 효과까지 더해지니, 제아무리 차우차우라도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수십여 명이 야만의 몽둥이로 두들겨 패는 바람에, 차우차우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몸을 움직일 만하면 마비에 걸리고.

마비가 풀리는가 싶으면 잠깐 기절하고.

기절에서 깨어나면 또 곧바로 마비와 기절이 2단 콤보로 들어오고.

때문에, 차우차우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때리는 대로 두들겨 맞는 것뿐이었다.

수십여 명이 퍼부어 대는 몽둥이찜질이 거의 무한에 가까운 마비와 기절 효과를 가하고 있었던 것이다.

- 뀍! 뀌이익! 뀌이이익!

그렇게 차우차우는 고통에 찬, 돼지 멱따는 비명을 지르다가 쿠웅! 하고 쓰러져 버렸다.

계속된 몽둥이찜질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기절해 버린 것이다.

그 결과.

스으으으으!

하늘을 뒤덮었던 먹구름이 걷히는가 싶더니, 한 줄기 햇살이 내리쬐었다.

더 이상의 천둥·번개는 없었다.

언제 벼락 폭격이 퍼부어졌느냐는 듯 여느 산의 풍경과 똑같은 날씨가 펼쳐졌다.

그리고 오토는…….

“으으… 으으으으!”

털썩!

버티고 버티던 오토는 그만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광명검이 제아무리 번개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고 한들, 데미지가 누적되어 정신을 잃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 *

전투가 끝난 후.

“이, 이거 어떻게 해야 하느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카미유는 카이로스의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

파직!

파지직!

기절한 오토는 온몸에서 전류를 뿜어내는, 인간 배터리가 되어 있었다.

늘 찰랑찰랑 윤기 있던 머리칼도 마치 오래된 빗자루처럼 뻣뻣하게 서 있을 정도였다.

지지지지직!

오토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전류가 어찌나 강력했던지, 고무고무 망토를 입었음에도 가까이 다가가기가 무서울 지경이었다.

“컥!”

실제로, 오토에게 가까이 다가갔던 마검사 하나가 감전당해 중상을 입기도 했다.

고무고무 망토를 입고 있었음에도 마검사가 중상을 입었다는 것은, 실제로 오토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전류가 강력하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때문에, 누구도 감히 오토에게 접근하지 못했다.

섣불리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제가 살펴보겠습니다.”

결국, 카미유가 총대를 메고 오토를 향해 다가갔다.

감전의 위험이 있었지만, 카미유는 거침없었다.

기사로서.

또한, 형으로서.

군주인 오토를 향한 카미유의 충성심은 감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던 것이다.

파직!

파지직!

가까이 다가가자 전류가 덮쳐왔지만, 카미유는 굴하지 않았다.

“크윽!”

카미유를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아내는 한편, 마나를 끌어올려 전류에 저항했다.

그러면서 오토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몸을 숙였다.

“전하, 괜찮으십….”

바로 그때.

“……!”

카미유는 순간 자신이 속았다는 걸 깨달았다.

씨익-

오토가 히죽 웃고 있었다.

“이 무슨….”

덥석.

오토가 카미유를 꽉 붙들었다.

“흐흐. 잘 걸렸다.”

“크, 크윽! 이게 뭐 하시는… 크윽!”

“정말 가까운 사이면 콩 한 쪽도 나눠먹는다잖아.”

오토가 카미유의 귓가에 속삭였다.

“우린 군주와 기사를 넘어 형동생 하는 사이니까.”

“크, 크으윽!”

“고통도 나누면 반이 된다는데, 감전되는 것도 반으로 나누면 되지 않겠어?”

“그게 무슨 개소ㄹ….”

다음 순간.

파지지지지지지지지지지직!!!

오토로부터 강한 전류가 뿜어져 나와 카미유를 덮쳤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카미유는 정말이지 오래간만에, 거의 처음으로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오토로부터 뿜어져 나온 전류가 너무나도 강력해서, 의지와는 상관없이 비명이 터져 나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토는 카미유를 놓아주지 않았다.

꽈악!

오히려 더 강하게 카미유를 붙들고, 계속해서 전류를 뿜어내었다.

마치 작정하고 카미유를 감전사시키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말이다.

“크악! 크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카미유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오토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지지지지지지직!

오히려 뿜어내는 전류의 양을 더더욱 늘렸다.

“……!”

“……!”

“……!”

그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너무나도 놀라서 어쩔 줄을 몰랐다.

곁에서 보기에, 장난이 지나친 것을 넘어 카미유가 진짜로 감전사할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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