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화

성역 안에 있는 던전은 단순히 몬스터가 득실거리는 소굴 같은 게 아니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토는 거센 함성에 눈을 떴다.

전장 한복판.

대규모 병력들이 서로 맞부딪히며, 피 튀기는 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비명 소리, 기합 소리, 무기와 무기가 부딪치는 소리 등등….

“죽여라!”

“야만인 놈들을 해치워라!”

온갖 소음들이 들려오는 이곳은, 삶과 죽음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격렬한 전장이었다.

전투는 대륙의 제국군 대 북부에서 대이동을 해 온 야만부족 간의 싸움이었다.

제국군은 중무장을 한 기사들을 앞세우고, 잘 훈련된 병사들로 야만부족에게 대항했다.

반대로, 야만부족들은 가히 엄청난 숫자를 자랑했다.

제국군보다 족히 다섯 배는 많아서, 그 머릿수가 그야말로 까마득했다.

거의 지평선 저 너머부터 끝도 없이 밀고 들어오는 야만부족들을 보고 있노라면, 기가 질려서 도망친다고 해도 누구도 뭐라 할 사람이 없을 것만 같았다.

이 전투는 아주 오래전에 벌어졌던 실제 사건을 구현해낸 것이었다.

약 1,100년 전.

북부의 야만부족 스키타족이 대륙을 침공했고, 당시 대제국이던 카이만 제국의 국경을 초토화시켰다.

이후 스키타족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남쪽으로 내려와서, 카이만 제국군을 쓸어버리며 제국을 분열시켰다.

이 전투는 당시 벌어졌던 전투 중 하나로서, 제국군이 처참하게 패배했던 전투이기도 했다.

비록 기록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띠링!

퀘스트창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