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화

오우거들은 기본적으로 단독 생활을 하는 몬스터.

한 마리당 활동 반경이 엄청나게 넓은 영역동물(?)이었다.

그리고 동족의식도 없는지라 혹시 서로 마주치면 목숨을 걸고 싸우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런 오우거들이 무리를 지어 생활할 때가 1년에 딱 한 번 있는데, 그건 바로 짝짓기 시즌인 가을이었다.

특이하게도, 오우거는 수컷은 발정기가 없고 오직 암컷만 발정기가 있는 몬스터였다.

발정기가 온 오우거 암컷은 힘이 비정상적으로 강해지고, 덩치가 30퍼센트 이상 커진다.

그에 비례해 성욕이 엄청나게 왕성해지고, 성격도 훨씬 더 포악해진다.

그래서 수컷을 만나면 거의 죽을 때까지 두들겨 팬 후 강제로 짝짓기를 맺는데, 이게 아주 무시무시했다.

짝짓기 시즌마다 암컷에게 맞아 죽거나 복상사(!)한 수컷 오우거의 시체가 흔하게 발견될 정도였다.

그래서 수컷들은 짝짓기 시즌이 되면 살아남기 위해 최소한 7~8마리씩 무리 지어 생활하곤 했다.

암컷들에게 각개격파(?)를 당하지 않기 위해서 이때만큼은 서로 힘을 합치는 것이다.

“지금은 암컷들이 미쳐 있다는 거 아시잖습니까. 수컷들도 무리 지어 다니는 시기입니다. 지금 오우거 토벌은 너무 위험합니다.”

“알아. 아는데, 그래야 한 번에 오우거들을 모조리 쓸어버릴 수 있지 않을까?”

오우거들은 평소엔 단독 생활을 하기에, 씨를 말리기가 매우 어려웠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오우거들을 어느 세월에 다 찾아내서 사냥한단 말인가?

애초에 오우거 사냥이 쉬운 일도 아니고.

“아무리 그래도 안 됩니다. 수컷 오우거 무리와 마주쳤다간 우리 군이 전멸할 겁니다. 만약 암컷이라도 마주쳤다간… 후우.”

카미유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진저리를 쳤다.

“아시잖습니까. 발정 난 암컷 오우거가 얼마나 강력한지.”

발정 난 암컷 오우거 1마리의 전투력은 수컷 오우거 5마리 정도는 간단하게 찜 쪄 먹을 수 있을 정도.

암컷이 아주 강력한 개체라면, 수컷 무리를 모조리 때려눕힌 후 짝짓기를 벌인 사례도 있다고 했다.

“다 안다니까? 그래도 해야 돼. 형도 알잖아. 저 지역이 오우거들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는 거. 저 지역 오우거들만 정리하면 교역로가 뚫려서 우리 경제도 활성화될 테고.”

“으음.”

“나한테 방법이 있으니까 한 번 해보자.”

“어쩌실 작정이십니까?”

“일단 가자.”

오토가 인벤토리에서 약초를 채집하는 데 쓰는 가방과 호미를 꺼내 카미유에게 넘겨주었다.

“어디 약초라도 캐러 가시는 겁니까?”

“응.”

“왜 갑자기 약초를 캐신다는 겁니까?”

“가보면 알아.”

카미유는 오토의 의도를 잘 몰랐지만, 일단 한 번 따라가 보기로 했다.

* * *

몇 시간 후.

오토는 카미유를 데리고 북쪽 산맥의 어느 한 협곡으로 향했다.

그 협곡은 낮에도 햇볕이 들지 않아 매우 습하고, 또 굉장히 서늘했다.

아직 겨울이 채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벌써부터 곳곳에 고드름이 맺히고 빙판이 보일 정도였다.

“보자… 어디 있나….”

오토는 협곡 곳곳을 둘러보며 무언가를 열심히 찾았다.

“뭘 찾으시는 겁니까?”

“우릴 부자로 만들어줄 아이템.”

“예…? 그게 무ㅅ….”

“찾았다!”

오토가 카미유를 팍! 밀치고는 호다닥! 달려갔다.

그리고 외쳤다.

“심봤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오토의 외침이 협곡을 타고 메아리쳤다.

“이게… 뭡니까?”

카미유가 오토가 발견한 이름 모를 풀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