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군을 악령들에게 던져준 오토 일당은, 숲속 깊은 곳으로 빠르게 질주했다.
아군이 걱정되긴 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무한히 부활하는 악령들과 천년만년 싸울 수도 없는 노릇 아니겠는가?
“뺀질이! 계획이 뭐냐!”
“뭐긴 뭐야! 갑옷을 찾아야지! 그래야 사태가 해결돼!”
악령의 숲 토벌의 핵심은 <원혼귀갑>을 빠르게 찾아내어, 보스를 처치하는 것.
그러니 괜한 잡몹(?)들과 드잡이질이나 하고 앉았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물론 그런 잡몹들의 발목을 잡아줄 아군이 필요했기에, 쿤타치 공국의 정예들을 데려온 것이고.
그렇게 오토 일당은 쿤타치 공국의 정예들의 희생으로 숲속 깊은 곳까지 빠르게 파고들 수 있었다.
‘에라이. 200렙만 찍었으면 굳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이게 뭔 개고생이야.’
무적황제의 세 번째 권능을 손에 넣은 상태라면, 망령의 숲을 토벌하는 데 불과 30분도 채 걸리지 않을 터.
오토는 하필 이런 시기에 망령의 숲으로 들어온 게 못내 아쉬웠다.
하지만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씹어야 하는 법.
‘어쩔 수 없지.’
오토는 아쉬움을 뒤로 하고, 계속해서 내달렸다.
“내 한을 풀어줘….”
“살아 있는 자들이여… 죽음의 품으로 오라….”
<원혼귀갑>이 자리한 곳에 가까워지자 더욱 강력한 악령들이 나타나 오토 일당의 앞을 가로막았다.
“여긴 싸워서 돌파해야 돼!”
오토가 소리쳤다.
“제가 좌측을 맡겠습니다.”
“우측을 맡으마.”
오토를 중심으로 카미유와 카이로스가 좌우로 흩어져 삼각편대를 이뤘다.
“나는 산 자들을 증오하는 자… 살려두지 않을 것이다….”
“가자… 같이… 죽음의 수렁으로….”
“절대로 살아서 나가지 못하리라….”
고위급 악령들은 강력했다.
또한, 그 수가 매우 많았다.
아무리 오토, 카미유, 카이로스라 하더라도 돌파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오토 일당은 꾸역꾸역 악령들을 처치하며 <원혼귀갑>이 떨어져 있는 커다란 고목나무까지 쭉 전진했다.
‘저기다.’
오토는 저 멀리 <원혼귀갑>을 발견하고 눈을 빛냈다.
<원혼귀갑>은 커다란 고목나무에 기대어 있는 하얀 백골이 입고 있었다.
전 주인이 고목나무에 기대어 죽으면서 <원혼귀갑>도 자연스럽게 이 숲에 버려지게 된 것이다.
“거의 다 왔어! 조금만 더!”
오토가 카미유와 카이로스를 향해 소리치던 때.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어….”
“죽일 거야… 죽일 거야… 죽일 거야… 죽일 거야… 죽일 거야… 죽일 거야….”
수천여 명은 될 것 같은 악령들이 나타나 오토 일당을 덮쳤다.
그러던 때.
“폐하께는 다가가지 못할 것이다.”
“감히 폐하께 대항하려 하는가.”
“폐하를 해하려는 자들은 산 자와 죽은 자를 가리지 않을 것이다.”
아가토, 힐데가르트, 막시무스가 수백 명의 망령기사들을 데리고 나타나 악령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원혼귀갑>에 담긴 힘이 악령들뿐 아니라 카이로스의 옛 전우들에게까지 힘을 나누어 주고 있었기에, 본의 아니게 팀킬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여기 맡아 줄 수 있지?”
오토가 카이로스를 돌아보았다.
“혼자 아니잖아.”
“혼자가 아니라….”
카이로스가 자신을 둘러싼 옛 전우들을 돌아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가라, 뺀질이. 여긴 짐이 맡으마.”
“오케이.”
그렇게 오토는 카이로스에게 뒷일을 부탁하고 <원혼귀갑>을 향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왜?
카이로스가 옛 전우들과 함께 벌떼처럼 몰려드는 악령들을 막아 줄 테니까.
* * *
카이로스와 망령기사들은 몰려드는 악령들에 맞서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실력은 카이로스와 망령기사들이 앞섰지만, 악령들의 숫자가 워낙 압도적인 탓에 전투는 팽팽했다.
하지만 카이로스는 전혀 힘들어하지 않았다.
씨익!
카이로스는 너무나도 즐거워서 웃었다.
“뭣들 해! 다 쓸어버려! 부활하자마자 또 죽여 버리란 말이다! 크흐흐흐!”
먼 옛날.
그때 그 시절이 생각이 났다.
카이로스가 제국을 세우고 황위에 오르기 전.
아직은 거대 용병단의 대장이자 군벌이었던 카이로스는, 늘 이렇듯 전우들과 함께 싸우며 전장을 누비곤 했다.
물론 그때는 카이로스의 무력도 대륙 최강을 논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서, 그리 강한 건 아니었다.
그저 혼란스러운 시대에 나타난 수없이 많은 군벌들 중 하나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때가 카이로스의 인생에서 가장 유쾌하고, 재밌고, 행복하고, 낭만 있던 시절이었다.
비록 엄청난 강자는 아닐지언정, 전우들과 함께 대륙을 누비며 울고 웃고 동고동락하던 때가 가장 속 편하게 즐거웠던 것이다.
물론 그 당시엔 그걸 잘 몰랐지만….
“폐하! 여긴 제가 막습니다!”
“다 죽여 버릴게요!”
“우리 폐하한테 덤비는 놈들은 모조리 골통을 부숴 준다!”
그렇게 카이로스는 용병 시절을 함께 했던 옛 전우들과 함께 악령들과 맞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뺀질이한테 술 한 잔 사야겠군.’
카이로스는 오토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 줄 알았다.
또한, 두 번 다시는 함께하지 못할 줄 알았다.
그런데 수백 년이 지난 뒤 다시 만나 함께 싸우게 될 줄이야….
카이로스에게는 옛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끔 해 주는, 아주 행복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 * *
마침내 <원혼귀갑>이 있는 곳에 도착한 오토와 카미유.
그런 오토와 카미유의 앞을 이 숲의 실질적인 지배자와 그 추종자격인 악령들이 가로막았다.
[강령기사 퀴논]
생명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