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5화

누명을 쓰고 불명예제대를 당한 순간부터 스푸너의 인생은 풍비박산이 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전쟁터를 구르며 한쪽 눈과 팔과 다리를 잃으면서까지 쌓아 올렸던 명예가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리고 만 것이다.

그 때문에 수십 개의 훈장들은 잡동사니가 됐고, 노후를 책임져주어야 할 퇴직금과 연금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런 스푸너에게 남은 건 불명예제대를 당한 범죄자라는 낙인과 불편한 몸뚱이뿐이었다.

그 후 스푸너의 인생은 생지옥이나 마찬가지였다.

전과가 있는 데다가 몸까지 불편한 중증 장애인인 스푸너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누구도 스푸너에게 일자리를 주려 하지 않았고, 믿어주지도 않았다.

아무리 무죄를 주장하고 억울함을 호소해도 더러운 범죄자라는 손가락질만이 되돌아왔을 뿐이었다.

평생을 국가에 헌신한 전쟁영웅이자 위대한 교관이었건만….

“사실….”

스푸너가 울먹였다.

“목숨을 끊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억울해서 차마 죽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는 부끄럽지만… 평생토록 조국에 이 한 몸 아낌없이 바쳤습니다. 조국에 헌신하느라 가정을 돌보지 못해 이혼까지 당하면서도 군인의 본분을 다했습니다.”

“아….”

“누구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증거와 증인이 너무나도 완벽해서… 옛 전우들조차도 저를 외면했지요. 그런데 전하께서는….”

생판 처음 보는 남.

평생 만난 적도 없는 외딴 시골 마을, 아니 시골 왕국의 국왕.

그런 사람으로부터 선뜻 믿음을 얻고, 위로까지 받았으니 그간 쌓였던 설움이 터져 나올 수밖에….

“저는 스푸너 상사님을 믿습니다. 그리고 교관으로서의 능력도 믿습니다.”

“전하….”

“부디 제 청을 거절하지 마시고, 제 곁에 머무시면서 제 병사들을 훈련시켜 주세요.”

“저, 정말 그래도 되겠습니까?”

“저는 제 병사들이 강해지길 원합니다.”

오토가 미소를 지었다.

“강해져서, 전쟁터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길 바랍니다. 적을 한 명이라도 더 죽이길 바라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스푸너 상사님의 경험과 교육 능력이 절실합니다.”

“하겠습니다.”

스푸너가 오토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이 쓸모없는 몸뚱이를 가진 퇴역 군인의 능력이나마 필요하시다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저야 너무 감사하죠.”

“충성!”

스푸너가 오토에게 경례를 올려붙였다.

“상사 스푸너! 국왕 전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러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알림: <스푸너 상사>를 등용하는 데 성공하셨습니다!]

그렇게 오토는 전설의 교관 스푸너를 등용함으로써 앞으로 병사들의 군사훈련의 질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스푸너의 <정예양성>은 병사들의 능력치를 20퍼센트 이상 올려주는 S급 특기였기 때문이다.

* * *

‘이번에는 누굴까?’

오토는 스푸너를 등용한 직후 마지막 화살표를 따라갔다.

SSS등급 영웅인 와지르에 이어 S등급 영웅인 스푸너가 나타났으니, 또 내심 기대가 되었다.

‘오늘은 운이 진짜 좋은 날인 거 같은데… 마지막 영웅은 누가 나올까.’

어느덧 도달한 마지막 화살표의 끝.

그곳에는….

“히, 히익?!”

오토는 세 번째 영웅을 알아보고는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질을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