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뭐지?’
철퇴 안에 곤히 잠들어 있던 카이로스는, 문득 느껴지는 엄청난 에너지의 폭풍에 의식이 깨었다.
‘엥? 여긴 또 어디야? 이 자식은 왜 저기서 저 지랄을 떨고 있어?’
카이로스는 오토가 웬 탕 안에 들어간 채 비명을 질러대는 걸 보고 의아해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화, 환골탈태?!’
카이로스는 오토가 탕 안에서 <환골탈태>라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걸 보고 경악했다.
<환골탈태>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경지에 오른 강자가 어떠한 깨달음을 얻어 자신이 가진 마나의 힘으로 육체를 재구성하는 것을 뜻했다.
육체의 재구성!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육체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욱 강력한 육체를 이룬다는 개념이 바로 <환골탈태>인 것이다.
‘환골탈태를 이런 약품으로 한다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이건 사기다! 사기야!’
어이가 없었다.
카이로스가 알기에, <환골탈태>란 높은 수준의 경지를 이룩한 강자들에게만 허락된 특권이었다.
그런데 저 뺀질뺀질한 놈은 그 <환골탈태>를 마법적인 약품을 통해 인공적으로 이루어내고 있었다.
‘보통 뺀질뺀질한 놈이 아니로다. 환골탈태를 이런 꼼수를 써서 이뤄내려고 하다니.’
그때였다.
“진짜… 개… 같네….”
한참을 비명을 질러대며 고통스러워하던 오토가 축 늘어지더니, 정신줄을 놓았다.
‘이런 멍청한!’
카이로스는 그런 오토를 보고 식겁했다.
‘이 덜떨어진 자식아! 어서 일어나라! 어서! 환골탈태 도중에 정신을 잃으면 모든 게 끝장이란 말이다!’
그러나 이미 정신을 잃어버린 오토에게는 카이로스의 외침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었다.
‘쯧쯧. 결국 꼼수를 부리다가 골로 가는구먼.’
카이로스는 오토의 육체가 황금색 액체에 녹아버리는 걸 지켜보며 혀를 찼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절대강자인 카이로스는 <환골탈태> 중에 정신을 잃는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애송이. 제법 똘똘하긴 했지만, 네놈 명줄도 여기까지인가 보구나. 제 꾀에 제가 넘어간다더니, 네놈이 딱 그 꼴이다. 꼼수를 부리려다가 제 발등을 찍은 셈이니 너무 억울해하지는 마라.’
오토의 명복을 빌어주던 그때.
‘잠깐. 저 뺀질이가 뒈지면 난 어떻게 되는 거지?’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설마… 여기 갇혀서 또 억겁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건가?’
만약 오토가 죽으면 카이로스와 한 약속을 지킬 수 없으리라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자신의 영혼이 깃든 철퇴를 파괴해서 안식을 얻으려던 카이로스의 바람이 수포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젠장!’
마음이 급해졌다.
‘이 뺀질이! 정신 차려라! 어서! 네놈이 뒈져버리면 짐은 어떡하란 말이냐!’
무슨 잡귀도 아니고, 철퇴에 깃들어 또다시 수백 년 이상의 세월을 보내기는 싫었다.
이제는 좀 편히 쉬고 싶었다.
‘빌어먹을! 어쩔 수 없군!’
결국, 카이로스는 오토를 도와주기로 했다.
우웅!
카이로스는 철퇴에 깃든 에너지를 끌어모아 오토에게로 흘려보냈다.
그리고는 오토 대신에 폭주하는 마나를 컨트롤해서 <환골탈태>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도록 돕기 시작했다.
카이로스는 과거 대륙의 3분의 1을 차지했던 절대강자였으므로, 폭주하는 마나를 아주 쉽게 제어해냈다.
과거 <환골탈태>를 무려 2번이나 겪어봤기에, 능숙하게 폭주하는 마나를 제어할 수 있었던 것이다.
* * *
그로부터 몇 시간 후.
“허억!”
정신이 든 오토는 헛바람을 토해내며 벌떡 일어났다.
첨벙!
황금색 물방울들이 튀어 올랐다.
탕 안에서 정신을 잃고 물에 반쯤 잠겨 있었던 모양이었다.
“나… 안 죽은… 건가?”
오토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얼떨떨해했다.
분명히 죽을 줄 알았건만….
- 정신이 좀 드냐?
그때, 카이로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응?”
- 이런 멍청하고 어리석은 놈. 꼼수를 부려서 환골탈태를 이루려고 하니까, 그 사단이 나는 것 아니냐.
“꼼수? 환골탈태? 그게 뭔 소리야?”
오토는 <영지전쟁>에 대해서는 잘 알았지만, 강자들의 경지에 대해서는 까막눈이었다.
게임을 플레이해서는 알 수 없는 정보라서, 카이로스의 말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 육체의 재구성 말이다!
“으응?”
- 환골탈태는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그 고통을 이겨내면서 마나를 제어하려면 초인적인 정신력이 필요하다. 꼼수를 부린다고 한들, 고통을 이겨낼 정신력이 없으면 육체의 재구성을 이뤄내는 건 불가능하단 말이다!
“뭔 소리인지 잘 모르겠는데…?”
- 이런 무식한!
카이로스가 버럭 성질을 내었다.
- 네놈이 폭주하는 마나를 제어하지 못하고 정신을 잃는 바람에 짐이 대신 나서지 않았느냐!
“그, 그래…?”
- 만약 짐이 나서지 않았다면, 네놈은 지금쯤 핏물이 되어 사라졌을 것이다!
오토는 그제야 자신이 살아남은 이유를 깨달았다.
‘아! 내가 정신을 잃은 사이에 얘가 도와줬구나!’
오토 자신조차도 이대로 죽는 줄 알았는데, 살아남았던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정말 고마워. 나 진짜로 죽는 줄 알았거든.”
- 짐은 네놈 같은 허접한테 감사 인사 따위를 받을 생각은 없다. 짐에게는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으니.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지.”
- 짐은 그저 네놈이 약속을 지키기를 바랄 뿐이다. 짐이 자비를 베풀었으니, 네놈도 꼭 약속을 지켜라. 알겠느냐?
“당연하지.”
오토는 카이로스가 구해준 게 고마워서라도 반드시 철퇴를 파괴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잠깐.’
그런데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왜…?”
- 음?
“내 육체를 빼앗을 수도 있었잖아. 그런데 그냥 도와줬다고?”
- 짐이 네놈 따위의 육체는 뺏어서 뭐 하겠느냐?
카이로스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 짐은 이미 이 세상에 미련이 없다. 비록 아르곤 그 개자식에게 배신을 당해 대업을 이루지는 못했으나, 짐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자다. 이미 해볼 것, 못 해볼 것 다 해본 몸이니라. 그런 짐이 뭘 더 누리겠다고 네놈의 육체를 빼앗겠느냐?
“아하?”
- 짐은 그저 쉬고 싶을 뿐이다. 이제 와 아르곤 그 개자식에게 복수할 수도 없으니.
“알겠어.”
그로써 오토는 카이로스를 완전히 신뢰하게 되었다.
왜?
카이로스는 오토의 육체를 빼앗을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러지 않았고, 삶에 별다른 미련도 없는 망자[亡者]였으니까.
‘하긴. 이제 쉬고 싶겠지.’
오토는 카이로스의 마음을 이해하며, 다시금 고마움을 표시했다.
“약속은 잊지 않을게.”
- 그래야 할 것이다.
“좀 미안하긴 해? 내가 딱히 보답할 만한 게 그런 것뿐이라?”
- 음! 정 짐에게 보답을 하고 싶다면….
카이로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 가끔 술이나 한잔 다오.
“술???”
- 짐이 술이라도 한잔할 수 있게 육체를 잠시 양보해다오. 다른 건 괜찮지만, 술은 한잔하고 싶구나.
“그거야 어렵지 않지.”
오토는 흔쾌히 카이로스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목숨을 빚진 마당에 그 정도 보답도 못 해줄 게 뭐란 말인가?
- 저, 정말이냐?
“뭘 어려운 일이라고.”
- 으음! 은혜를 아는 놈이로군!
“아무튼, 고마워. 여기서 나가면 술 한잔하게 해줄게.”
- 알겠다.
오토는 카이로스와의 대화를 마치고, 상태창을 열어 현재 자신의 상태를 알아보기로 했다.
* * *
[알림: <육체개조> 퀘스트를 클리어하셨습니다!]
[알림: 육체가 재구성되었습니다!]
[알림: <신마지체>를 이루었습니다!]
카이로스의 도움 덕분에 <육체개조>는 무사히 끝나 있었다.
[신마지체]
무적황제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강화된 육체.
이 육체의 소유자는 마검사로서 전무후무한 자질을 갖춘 존재가 되어 마법과 검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게 가능하다.
효과 :
- 레벨 당 스킬 강화 +7%
- 레벨 당 스탯 강화 +7%
- 모든 능력치 +20%
- 생명력 재생력 +200%
- 마나 재생력 +200%
- 스태미나 재생력 +200%
- 검술 숙련도 증가 +25%
- 마법 숙련도 증가 +25%
- 검술과 마법 간 재사용 대기시간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