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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퍼센트의 사랑 115화

말로 흥한 자, 말로 망한다더니 말로 망해 본 사람은 끝까지 말로 망하는 것이 운명인가 보다.

리온이 그렇게 생각하며 식은땀을 삐질 흘렸다.

‘아니, 근데 사귀자는 말을 안 했잖아!’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건 자신이 아니라 애초에 정확한 말이 오간 것도 아닌데 착각한 유원의 탓이라는 생각이 든 리온이었다.

“…….”

그게 이 분위기에서 해도 되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럼 우리가 무슨 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화가 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화가 났다기보다는 충격을 받은 것 같은 목소리였다.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리온이 잠시 뭐라고 말을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며 마른 입술을 축였다.

하지만 유원은 그런 리온의 태도를 부정적인 쪽으로 생각한 것인지, 그렇지 않아도 굳어 있던 표정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흙빛으로 물들었다.

“……는 사이라고 생각했지.”

리온이 그 모습을 보고 마른침을 한번 삼킨 뒤 어렵게 입을 열었다. 입 안에서 우물거리던 말은 제대로 발음되지 못했다.

“뭐라고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제대로 듣지 못한 유원이 되물었다. 한참을 우물거리던 리온이 결심한 듯 고개를 팍 쳐들었다.

“썸 타는 사이인 줄 알았다고! 아직 사귀자고 말을 안 했는데 어떻게 사귀는 게 되냐.”

리온의 가치관대로라면 분명 맞는 말이었다. 게다가 웬만해서는 오늘 사귀자는 말을 하려고 벼르고 있던 리온이었는데, 정작 소리 내어 말하자니 ‘썸’이라는 한 글자에도 기절할 것처럼 심장이 떨렸다.

“싫다는 게 아니라 나는……. 아, 진짜 이런 소리까지 해야 하냐고.”

부끄러움이 밀려오자 괜히 짜증을 내게 됐다. 매번 이러다가 싸우기만 했으면서, 리온이 알면서도 툴툴거렸다.

“솔직히 나는 좋아한다는 소리도 제대로 한 거 아니었잖아. 뭐, 그래도 네가 눈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니까 무슨 뜻인지는 당연히 알았겠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거랑 사귀는 거랑 같은 건 아니지. 그러니까…… 난 좀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고.”

리온이 조금은 횡설수설하며 말했다. 유원의 얼굴도 차마 바라보지 못한 리온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익어 버릴 것 같을 만큼 뜨거워져 있었다.

“그래서 얘기하려고 했는데……. 진짜, 이건 내 잘못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아니, 사귄다는 게 그냥 말도 없이 대충 오늘부터 사귀는 거겠지? 하고 얼렁뚱땅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아니지 않냐? 그렇게…….”

“형.”

리온이 한참을 변명하자 유원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그의 말을 잘랐다. 아까와 달리 싸늘함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은 말투에 리온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었다.

혼자 착각해 꽤 웃긴 꼴이 된 상황이었는데, 그와 어울리지 않게 유원은 꽤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알겠어요. 제가 착각하고 있었네요. 죄송해요.”

“그, 그래.”

너무 순순한 태도에 되레 당황한 리온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유원이 언제 그랬냐는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돌아와 말했다.

“말을 먼저 했어야 했는데.”

어쩐지 이 상황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닌 것 같은 말이었다. 리온이 어색하게 말했다.

“그래, 네가 잘못했지.”

“제가 잘못했으니까, 그럼 이번엔 제가 제대로 말해야겠네요.”

“뭘? 아, 잠깐만.”

반사적으로 물었다가 이다음에 나올 말이 무엇인지 당연하게 눈치챈 리온이 당황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해요. 저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강한 힘을 가진 사람도 아니에요. 그렇지만 형이 세상을 지키는 사람이라면 전 형이 오랫동안 사람들을 지킬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

“…….”

“그러기 위해서 꼭 연인 관계가 될 필요는 없겠지만, 조금 욕심을 내고 싶나 봐요.”

자신은 그 말을 어떻게 해야 부끄럽지 않게, 그리고 어색하지 않게 말할 수 있을지 한참을 고민하고도 답을 찾지 못했는데 유원은 준비라도 한 듯 이런 말을 술술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 모습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선수를 뺏긴 것이 억울하다는 마음보다 저 말이 가져다주는 마음이, 그 행복함이 좋았다.

“말도 안 하고 오해해서 미안해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확실하게 이야기할게요. 좋아해요. 그러니까 저랑…….”

그 말을 할 때는 여태 술술 말하던 유원의 얼굴도 살짝 붉어졌다. 하지만 유원은 이내 망설임 없이 말했다.

“사귀어 주실래요?”

낯간지러운 말에 귀 끝이 살짝 달아오른 것이 리온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아마 지금 자신의 얼굴도 저것과 다를 바 없는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었다.

조금 놀려 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 보기도 했지만 이내 그만두기로 했다. 리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래 주지 뭐.”

멀리도 돌고 돌아, 비로소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한 순간이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날씨가 완전히 추워질 때쯤 두 사람의 관계가 센터 알려졌다. 놀란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몇 명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박 터지게 싸우는 것도 관심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거지.”

“그래도 신기하긴 하지 않아요?”

“그거야 그렇지. 뭐, 그래도 결국 이렇게 된 거 보면 역시 매칭률이랑 서로에 대한 호감도가 상관없는 건 아닌가 봐.”

1~2주 정도는 만나는 사람마다 그 이야기를 하곤 했지만, 센터 내의 소문이란 빠르게 퍼지는 만큼 빠르게 사그라드는 것이기도 했다.

겨울이 지나가는 동안 두 사람의 이야기는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지워져 갔다. 센터는 바쁘게 돌아갔고, 사내 커플에 대한 관심은 한철 잠깐 타오르고 마는 것이었다.

벚꽃 나무에 꽃이 하나둘 피어날 때쯤에는 붙어 다니는 두 사람이 모두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사내 봉사 시간, 다음 주면 다 채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오래도 걸렸다, 진짜. 잡아 놓으면 게이트 열리고, 나오면 또 명단 올라가고.”

리온이 홀가분하다는 얼굴을 하고 말했다. 그놈의 사내 봉사, 당직 근무 추가 때문에 명색이 연인인데 집에서 본 시간보다 센터나 게이트 안에서 본 시간이 더 많을 정도였다.

“그래도 이번 달에는 게이트가 좀 잠잠해서 다행이었죠.”

“센터 안에서만 일할 땐 가이드가 더 바쁜 것 같기도 해. 수도 좀 더 적고, 사건 없어도 할 일이 있으니까.”

이게 유원의 집인지, 리온의 집인지 싶을 정도로 리온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시간이었다.

리온이 유원을 밉지 않게 흘겨보며 말했다.

“그러니까 저번 같은 일은 다시는 하지 마.”

“……노력해 볼게요.”

유원이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오늘은 두 사람의 새로운 집을 보러 가는 날이었다.

사실 유원은 사귀게 된 당일, 정확히 얘기하자면 사귀자는 이야기를 하기 전부터 이사를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해 왔었다.

‘난 여기도 괜찮은데.’

‘제가 안 괜찮아요. 이 집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잠깐 머무르는 손님 같잖아요.’

하지만 유원이 집에 오는 시간이 짧으니 급하게 이사할 필요가 있겠냐는 리온의 말에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에서야 집을 보러 가게 된 것이었다.

게이트 배정도 조금 넉넉하겠다, 사내 봉사 시간도 거의 다 채워서 여유도 있겠다. 같은 날 반차를 내 여기저기 돌아보기로 한 두 사람이었다.

“평생 안 쓰던 휴가, 반차 다 너 때문에 몰아 쓰는 것 같아.”

“저 없었으면 아직도 기숙사에서 지내고 계셨으려나요.”

“아마 그랬겠지? 출퇴근하기 얼마나 편한데.”

“지금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라고 하면 싫어하실 거면서.”

“…….”

리온이 반박할 말이 없어 입을 꾹 다물었다. 있는 대로 살 때는 몰랐는데 확실히 살아 보니 기숙사보다 유원과 함께 사는 것이 훨씬 편하기는 했다.

“따로 찾아본 조건은 있고?”

“방은 우리 방, 옷 방, 운동 방. 이렇게 세 개 있으면 좋을 것 같고, 형이 요리하는 거 좋아하니까 주방이 넓은 곳으로요.”

“……침실이 은근슬쩍 하나네?”

“이참에 침대도 큰 걸로 바꾸는 게 좋겠죠?”

뻔뻔한 말에 리온이 유원을 가볍게 때렸다. 하지만 이번에도 반박할 말은 없었다.

“또 언제 바빠질지 모르는데 오늘 최대한 꼼꼼히 보고 결정해야죠.”

“그렇지. 그리고 내일은…… 중요한 날이니까. 일찍 들어가서 쉴래.”

“뭘 그런 걸 가지고 긴장을 하고 그래요. 컨디션이랑 상관있는 일도 아닌데.”

“그래도, 기분이라는 게 있잖아.”

“은근히 그런 거 신경 쓴다니까.”

유원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내일은 두 사람의 페어 등록을 위한 매칭률 재측정이 있는 날이었다.

S급 게이트도 더 이상 소식이 없고, 유원이 후처리 팀의 메인 가이드 자리에서 내려오면서 다시 페어나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었던 터라 잊고 있다가 최근 센터장의 제안으로 다시 신청서를 작성한 두 사람이었다.

“측정 다시 했는데, 매칭률 더 떨어진 건 아니겠지?”

“그런 게 불안해요?”

유원이 살짝 웃으며 리온의 손을 잡았다. 불안한 마음을 안심시키듯 밀려오는 상쾌한 가이딩이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아니.”

리온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실 매칭률이 더 떨어졌더라도, 혹은 여전히 1퍼센트의 틈을 메우지 못했더라도 상관없었다.

유원에게, 그리고 그를 대하는 자신의 마음에 조금의 부족함도 없으니 그런 숫자에 연연할 틈이 존재하질 않았다.

“괜찮아.”

99퍼센트라는 대단하고도 완전하지 않은 숫자가 언젠가는 놀라웠고, 또 언젠가는 실망스러웠지만, 이제는 상관없었다.

1퍼센트, 혹은 그보다 더 큰 공백에도 불안함이 끼어들지 못할 만큼 서로를 사랑하게 되어 버렸으니까.

리온이 유원의 손을 마주 잡고는 환하게 웃었다.

<99퍼센트의 사랑>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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