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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퍼센트의 사랑 29화

한국에 마지막으로 S급 게이트가 열렸던 것은 지금으로부터 21년 전의 일이었다.

게이트 출몰 초기에는 S급 게이트가 몇 년에 한 번 꼴로 열렸다고 하지만 21년 전의 게이트 이후로 한국에는 S급 게이트가 열린 적이 없었다.

게이트의 출몰 자체는 잦지만, S급 게이트는 생기질 않으니 그나마 다행인 것 아니냐는 소리가 센터 내에 우스갯소리로 돌아다닐 정도였다.

그런데 갑자기 S급 게이트라니. 리온은 눈앞이 깜깜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한숨을 쉬며 이마를 짚었다.

“무슨 일인지 진짜 말 안 해 줄 거예요?”

“나중에, 센터장님이 공지하실 거야. 나 지금 바로 센터장실 가 봐야 할 것 같은데.”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긴급 게이트라도 터졌어요?”

“차라리 그런 거면 좋겠다……. 어쨌든, 나 간다.”

리온이 주찬을 뒤로하고 급하게 가이딩실을 빠져나갔다. 센터장실에 들어가 센터장을 기다리는 동안 리온은 손톱을 자근자근 물어뜯으며 초조함을 감출 수 없었다.

“차라리 듣지 말고 그냥 와서 말해 달라고 할걸…….”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는데 아무런 설명도 듣지 못하고 가만히 기다리기만 해야 하니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억겁처럼 길게 느껴졌다.

이윽고 마찬가지로 표정이 좋지 않은 센터장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

“S급 게이트가 열릴 것 같다는 게 무슨 소리예요.”

“하, 이걸 어디부터 설명해야 하나…….”

센터장이 가방을 거칠게 책상 위에 내려놓고는 한숨을 쉬었다.

그 역시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무언가 논의해 봐야 할 일이 있다는 말에 부산 센터로 향할 때만 해도 아무런 위기감이 없었다.

중앙 센터의 에스퍼, 가이드들은 보통 서른 중반쯤 되면 센터를 옮기곤 했다. 게이트 공략보다는 본인의 능력으로 소소한 일을 도우며 제2의 삶을 사는 편이었는데 그렇다고 에스퍼 일을 완전히 그만두는 것은 아니었다.

게이트 공략은 중앙 센터에서 전담하다시피 하는 만큼 지방 센터에서 에스퍼들의 임무는 대부분 대민 지원이나 탐지 임무 정도였다.

그런 만큼 나이가 찬 에스퍼들은 지방으로 내려가 그곳에서 은퇴할 때까지 근무하는 케이스가 많았고, 그렇다 보니 에스퍼들의 소속 이관과 관련해 센터끼리 연락을 주기적으로 교환하곤 했다.

보통은 전산으로 처리하던 일로 호출을 한 것이다. 이상하긴 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기에 민현까지 데리고 내려갔던 것인데, 설마 하니 S급 게이트의 전조 때문이었다니.

“아무래도 기류가 심상치가 않아. 이 사진들 좀 확인해 봐.”

그러나 가벼운 마음으로 내려간 센터장과 달리 부산 센터장은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얼떨결에 사진을 받아 들고 그것을 살펴보던 센터장은 사진이 의미하는 것을 깨닫고 표정을 굳혔다.

“이거 며칠 됐습니까?”

“이게…… 최근 일주일 사이의 일이야. 부산은 아니고, 게이트 탐지 때문에 여기저기 파견해 놨는데 병견이가 이런 걸 찾아왔더라고. 3일 뒤에는 윤하가 이 사진을 가져왔고.”

“부산이 아니면, 여긴 어딥니까?”

센터장의 질문에 부산 센터장이 잠시 머뭇거렸다. 불길한 예감에 센터장이 침을 꿀꺽 삼키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지역은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부 수도권 쪽에서 발견된 징조야.”

센터장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어디에 발생하든 게이트는 늘 위험했지만, S급 게이트가 수도권 한가운데 나타나면 상상할 수 없는 혼란이 야기될 것이 분명했다.

물론 게이트가 어디에 등장하더라도 문제였다. S급 게이트의 크기만으로도 근처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공포에 질릴 것이고 만에 하나 게이트를 일주일 안에 처리하지 못해 몬스터가 밖으로 빠져나오기라도 한다면, 그 뒤는 끔찍한 일이 벌어질 터였다.

허허벌판에 생긴다고 해도 그 위험성을 가늠하기조차 힘든데, 한국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권 한가운데 게이트가 생긴다? 클리어하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재앙이 도래할 것이다.

“그리고 이건 오늘 준철이한테 받은 사진. 나도 아니길 바라지만, 이 정도면 확실한 것 같다.”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던 민현의 표정 역시 굳어졌다. 바다 구경이나 하러 가자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 나온 것이었는데 사태가 너무 심각했다.

“그럼, 언제쯤…….”

바싹 마른 입술을 달싹이며 민현이 조용히 물었다.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부산 센터장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마 다음 주면 게이트가 나타날 것 같다. 그리고 이르면 며칠, 길어도 일주일 안에 게이트가 열릴 거고. 최대한 빨리 대비를 해야만 해.”

“최대로 잡아도 2주인가요…….”

센터장이 심각한 얼굴을 하고 중얼거렸다. S급 게이트 모의 훈련은 꾸준히 해 왔지만 21년이라는 세월이 너무도 컸다. 지금 에스퍼들이 S급 게이트를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가 주축이다 보니 걱정되는 부분이 많았다.

“마지막 S급 게이트에 들어갔던 사람 중 지금 현역인 사람이 있던가요.”

“몇 명 있긴 할 거다. 말이 현역이지, 실제로 게이트에 들어갈 만한 사람이 적은 게 문제지. 네가 들어갈 수도 없고.”

부산 센터장이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그의 말대로 센터장은 젊은 시절, 한국에 마지막으로 열렸던 S급 게이트 공략에 참여했던 사람이었다.

“……제가 게이트 안에 들어가면 센터를 지휘할 사람이 없어지니까 함부로 들어갈 수도 없겠고, 누구라도 좋으니 최대한 수소문해 봐야겠네요.”

“지금 중앙 센터에 S급이 몇 명이나 있지?”

“네 명 있습니다. 능력이 괜찮은 A급도 몇몇 있고요.”

센터장이 리온을 비롯한 몇몇 에스퍼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말했다.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효율적인 구성을 꾸려 대비 훈련에 들어가야 했다.

“일선에서 물러난 애들한테 연락하는 건 내가 할 테니까, 넌 바로 센터로 올라가서 센터 안의 에스퍼들로 파티를 꾸려 봐라. 말년에 이런 일이 생기네.”

“혹시 모르니 일단 파견 보낸 에스퍼들의 위치를 알려 주십시오. 믿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제가 직접 현장을 둘러봐야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서라도 이 판단이 오판으로 결론 나면 좋겠군.”

센터장은 묵례를 하고서 그 길로 부산 센터를 벗어나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밤새도록 이상 현상이 감지된 곳을 돌며 일일이 확인 작업을 했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말년에 심심한 선배가 짓궂은 마음에 거짓말로 장난을 친 것이길 바랐다. 만에 하나라도 모두가 잘못 판단한 것이길 바랐다.

그래서 선배님이 잘못 판단하신 거라며 간 떨어질 뻔했다 웃으며 말할 수 있길 바랐다.

하지만, 전조는 거짓도 오판도 아니었다.

확실했다.

S급 게이트는 곧 등장할 것이었다. 허기도 피곤함도 잊은 채, 마지막 장소로까지 달려가 확인을 마친 센터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리온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네 명의 S급 에스퍼를 전부 동원할 수는 없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야 하니까. 본인들의 의사를 물어보고, 능력 상성 같은 것까지 다 감안해서 결정할 생각이다. 너한테는…….”

“전 무조건 들어갈 거예요.”

“그래, 그럴 것 같아서 너부터 불렀다.”

센터장이 착잡한 얼굴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사람들을 위한 일이라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리온이니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내일부터 바로 대비 훈련 들어가는 거예요?”

“그래. 오늘 S급 게이트 팀을 따로 꾸려서 게이트가 열리기 전까지 같이 훈련시킬 예정이다. 게이트 수치를 확인하고 나서 몇 명 더 포함될 수도 있고. 에스퍼 10명, 가이드 6명 정도의 대형 팀으로 생각하고 있어.”

센터장이 볼펜을 손 위에서 돌리며 말했다. 우선 S급 에스퍼를 두 명, 그리고 A급 위주로 팀을 꾸려야 할 것 같았다. B급 중에선 치유계 중 가장 능력이 괜찮은 민현을 넣을 생각이었다.

“가이드는…… 네가 들어가니까 유원이 들어가고, 어차피 너 말고 다른 S급 에스퍼들은 매칭률 좋은 A급 가이드들이 있으니까 진하가 들어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가이드들도 훈련에 참여하는 건가요?”

“당연하지, 최대한 실전이랑 비슷한 패턴으로 훈련해야 하니까.”

이제 정말 말도 걸지 않고 최대한 피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싫어도 붙어 다녀야만 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무엇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S급 게이트.

상황이 이렇다면 개인 감정 따윈 배제해야 했다.

S급 게이트를 클리어하지 못하면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차라리 죽도록 싫은 유원과 붙어 있는 게 나은 일이었다.

“일단 확실하게 팀에 넣을 건 너랑 유원이, 진하…… 정도인가. 그러니까 내가 공지하기 전까지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마. 유원이한테는 해도 된다만, 들어갈지 아닐지 모르는 사람한테 미리 말했다가는 괜히 상황 복잡해질 수 있으니까.”

센터장이 노트북을 열어 센터 내의 에스퍼, 가이드들의 프로필을 보며 말했다. 리온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합동 훈련은 내일부터 하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밤늦게나 할 수 있을 것 같네. 아, 그리고 파티원으로 괜찮을 것 같은 사람 추천 좀 해 줘. 아무래도 나보다는 직접 같이 뛰는 네 판단이 중요하겠지.”

“저도 S급은 잘 몰라요. 같이 게이트에 들어가 본 적이 없으니까…….”

“그래. A급 위주로 봐.”

리온은 그 뒤로 한참 동안이나 센터장의 방에 머무르며 자신과 함께 S급 게이트로 들어갈 사람들을 추려 냈다. 자신과 능력 상성이 좋은 사람, 그리고 다혈질인 자신 대신 팀의 리더를 맡아 줄 만한 사람.

이런저런 요소들을 따져 가며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해가 저물어 있었다.

“내일부터 동시 동작 훈련도 받는다고 했지. S급 게이트 대비 훈련까지 하면 너무 바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괜찮겠어?”

“괜찮아요. 미루고 미룬 벌이라고 생각해야죠. 어차피 그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까 만반의 준비를 해 가는 게 맞기도 하고요.”

리온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S급 게이트,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에서나 본 그 거대한 게이트가 나타난다는데 아무렇지 않게 있을 수는 없었다.

차라리 아무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훈련을 해야 잡생각이라도 안 들지도 몰랐다.

어쨌든 반드시 막아 낸다.

리온이 그렇게 다짐하며 센터장과 함께 명단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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