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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퍼센트의 사랑 52화

“두 분 친해진 모습 참 보기 좋은데 앞으로도 그렇게 잘 지내시면 좋겠네요.”

진하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제가 하고 싶은 말만 던진 유원이 웃었다. 미묘하게 무시하는 것 같은 말에 민현이 진하의 눈치를 살폈다.

‘어…… 그런가요?’

‘말 편하게 하시라니까요. 형.’

민현이 유원에게 무의식적으로 존댓말을 썼을 때는 말을 편하게 하라며 정정까지 해 줬으면서, 진하에게는 호칭을 정정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진하 형을 싫어하는 건가? 둘이 무슨 이야기하는 것도 못 봤는데…… 내가 모르는 속사정 같은 거라도 있는 건가?’

머릿속으로 수많은 생각을 하는 민현과 달리, 정작 무시를 당한 장본인인 진하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그래서 더 재미있다는 듯 흥미로운 얼굴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너무 그렇게 보지 마요. 난 유원 씨 편이거든.”

진하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는데요.”

“눈치 없는 사람들은 단순하게 생각할지 몰라도…… 난 아니라서.”

두 사람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 민현이 둘 사이에서 유원과 진하를 번갈아 보았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 지금 이 상황에 할 법한 얘기도 아닌 거 같고요.”

유원이 한쪽 눈썹을 눈에 띄게 찌푸린 채 말했다. 기분이 나쁘다는 것을 숨길 의지조차 없어 보이는 모습에 민현은 놀랐지만, 당사자는 그게 보이지도 않는다는 듯 태연히 웃을 뿐이었다.

“아, 그러네요. 그냥 응원한다는 말이었어요.”

쾅―!

그때, 리온이 사라졌던 방향에서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흩어져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팀원들이 일제히 소리가 난 방향을 돌아보았다.

“무슨 소리야?”

“신호탄이 터지진 않았는데.”

“그래도 가 봐야지. 신호탄을 터트릴 수도 없을 정도로 급한 상황일 수도 있잖아.”

현서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리가 난 곳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선배님.”

“내가 한 명 정도는 등에 태우고 뛸 수 있을 것 같은데.”

“제가 갈게요.”

그러자 현서가 태환의 등에 업혔다. 다리 근육에 온 힘을 집중한 태환이 숲을 향해 달려가려는 순간, 다시 한번 큰 소리가 숲을 울렸다.

쾅―!

“저기, 리온 선배가…….”

그 소리에 놀라 잠시 멈칫한 사이 하늘 위에 리온의 형태가 떠올랐다. 하늘에서 리온이 보였다. 금방이라도 뛰쳐나가려던 태환과 현서가 움직임을 멈추고 리온을 바라보았다.

“괜찮은 건가?”

“잠깐, 팔이…….”

리온이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팀원들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잠깐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팔에 큰 상처가 나 있었다.

“……형.”

그때 겁도 없이 가장 먼저 뛰어나간 것은 유원이었다. 유원은 비척거리며 바닥으로 내려오는 리온을 받아 들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괜찮아.”

“뭐가 괜찮다는…….”

“잠깐만요. 상처 좀 볼게요.”

민현이 그런 유원을 밀쳐 내고 리온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팔의 상처는 크지 않았다.

“별거 아냐. 조금 방심해서…….”

잠깐의 방심이 큰 사고를 일으킨다는 것쯤은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는데도, 사고는 한순간에 일어났다.

처음 보는 몬스터들을 마주하는 건 이제 익숙하다고 생각했는데, 그야말로 기상천외한 생김새의 몬스터에 당황한 사이 공격이 날아들었다.

“크게 다친 건 아니야.”

“그러네요. 큰 소리가 났던 것에 비하면 상처는 얕아요. 찢어진 상처라 피가 많이 흐른 것뿐이에요.”

리온의 상처를 치료해 준 민현의 말에 팀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소리가 난 건 다른 이유니까. 괜히 걱정 끼쳤네.”

“그럼……?”

정찰을 위해 날아갔던 리온은 난생 처음 보는 형태를 한 몬스터를 보고 순간 당황했다. 처음에는 저게 보스인가, 생각했지만 비슷하게 생긴 것들이 여럿 있는 걸 보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윽.”

팔에 난 상처는 잠깐의 방심이 낳은 결과였다. 몬스터의 날카로운 발톱에 상처를 입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리온은 뒤늦게 가까이 다가온 몬스터의 팔을 베어 냈다.

“끼에엑!”

제게는 지금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 있었기에 적당히 처리하고 피하는 방법을 택한 리온은 보스를 탐색하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땅에서 솟아난 몬스터들이 리온을 따라 올라오지 못할 만큼 높이 멀어진 후, 리온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그대로 멈추어 섰다.

“저건…….”

“크르르…….”

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보스는 리온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숲 한가운데 구멍이 뚫려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칠흑같이 검은 표피, 그사이 타오르듯 빛나는 붉은 눈동자.

어둠 속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에 리온이 경계 태세를 갖추었을 때 몬스터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온다.’

쾅―!

본능적으로 방어막을 펼치자마자 공격이 날아들었다. 공격을 막아 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팔이 얼얼할 정도로 빠듯한 방어였다.

조금이라도 늦었더라면 무슨 일이 생겼을지 모를 일이었다. 제대로 닿은 것도 아니었는데, 충격으로 인해 조금 전 입은 상처가 벌어졌는지 팔이 쓰라렸다.

거리가 꽤 있음에도 불구하고 막아 내는 것도 버거울 정도의 공격.

그나마 다행인 것을 생각해 보자면 공격이 닿기까지 시간이 꽤 걸려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것 하나뿐이었다.

‘근접전으로 갔다간 뼈도 못 추릴 수도 있겠는데.’

리온이 얼얼한 팔을 주무르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보스가 그런 리온의 사정을 봐줄 리 없었다. 오히려 이때를 노렸다면 모를까.

“크르르…….”

다시 한번 공격을 준비하는 모습에 리온이 조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아무리 높은 곳으로 올라가도, 보스의 시야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쾅―!

그리고 다시 한번 하늘이 흔들릴 정도의 굉음이 울려 퍼졌다. 공격으로 인해 보스의 시야가 흐려진 틈을 타 몬스터의 사정거리 내에서 벗어난 리온은 곧바로 팀원들에게 향했다.

“……그랬구나. 그 정도 크기에 그만한 위력이라…….”

“어느 정도의 거리였는지, 보여 줄 수 있나?”

리온은 태환의 말에 보스의 공격을 받았을 때 위치했던 곳까지 사용하지 않는 물건을 띄웠다.

“리온아, 저 정도였어?

희수가 리온이 띄운 물체를 보며 묻자, 리온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더 높이 올라간 물체가 어느새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아져 있었다.

“리온아 이제 그만해도 되겠다.”

태환의 말에 리온은 물체를 안전한 곳으로 던져 버렸다. 태환과 희수는 잠시 작게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어린 후배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일단 전략을 잘 짜야 위험할 일이 없을 것 같다. 이래서야 공격할 틈도 못 찾고 당할 수도 있어. 리온아 보스 이전에 본 몬스터는 어땠냐.”

“땅에서 솟아났어요. 처음 보는 거라 그 외에는 알아낸 게 없는데…… 그래도 상대하기 힘들 정도는 아니었어요. 수가 좀 많아 보이기는 했지만, 공격 한 번에 나가떨어졌으니까요.”

“땅에서? 더 자세히 설명해 봐.”

순식간에 가라앉은 분위기에 모두가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리온이 전해 준 보스의 형체나 위력은 예상했던 것 이상이었다.

“아무래도 가이드들은 더 깊이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어요. 어차피 보스가 있는 곳까지 거리는 그렇게 멀지 않으니까, 안전한 곳에 머무르게 하고 우리가 이동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래, 인력이 귀한 상황에서 괜히 위험하게 만들 수는 없으니까.”

현서가 리온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가이드, 에스퍼 할 것 없이 모두의 얼굴에 긴장감과 비장함이 감돌았다.

“가이딩 받는 대로 바로 다시 출발할 거니까 다들 준비해요. 이번에 나가면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 모르니까 챙겨야 할 건 미리 다 챙겨 두고.”

“그래.”

리온의 말에 에스퍼들이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남은 기간 동안 저 몬스터들을 다 처리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면 1분 1초를 아껴야 했다.

“가이딩이 필요하면 지체 없이 바로 돌아와야 해요. 다들 말 안 해도 알겠지만…… 그래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틴다고 미련하게 굴지 말고, 특히 강리온 너.”

“이번엔 안 그래요. 저도 이제 몸이 재산이라는 거 안다고요.”

이미 한차례 이런 일이 있었던 리온에게 주의하라는 의미로 잔소리를 하고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는지, 예주가 리온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몸이 재산이라 그런 것도 맞지만…… 다들 여기서 멀쩡히 나가는 걸 목표로 하기로 했잖아. 너 저번에도 가이딩 미루다가 게이트 안에서 폭주할 뻔한 적 있다며.”

“그땐…… 그때랑은 달라요. 지금은 진하도 있고, 또 유원이랑도 그 정도로…….”

긴급 가이딩을 받았던 그때를 떠올린 리온이 얼굴을 살짝 붉힌 채 손사래를 쳤다. 아무튼 그런 상황을 다시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은 리온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무튼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리온이 그렇게 말하며 유원을 힐긋 바라보았다. 유원은 무언가 하고픈 말이 있는 것처럼 리온 쪽을 바라보았으나,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서 입을 다물었다.

“수다 떨 시간 없어 바로 출발하자.”

준비를 마친 현서가 팀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다른 팀원들 역시 빠르게 준비를 마친 뒤 리더의 지시가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네.”

“조심해야 해, 다치지 말고.”

“아저씨, 어린 애들 사이에서 몸 사리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나대다가 다쳐서 오지도 말고.”

“그래, 고맙다.”

각자의 배웅이 끝나고 에스퍼들이 보스가 서식하는 숲을 향해 발걸음을 뗐다. S급 게이트의 끝을 향한 첫 걸음이 어렵게 서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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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퍼센트의 사랑 - 99퍼센트의 사랑 (5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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