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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퍼센트의 사랑 6화

아무리 무딘 리온이라도 이쯤 되면 속이 상했다.

리온이 가만히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이자, 유원이 뒤늦게 한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리며 말했다.

“존경하죠. 리온 선배.”

그러나 이미 늦은, 안 하느니만 못한 겉치레였다. 몇 번에 걸친 대화 시도가 전부 이와 같은 결말을 맞이하자 이젠 아무리 리온이라도 화가 났다.

리온은 표정을 숨길 생각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텐트로 가 버렸다. 화가 나기도 했고, 몇 번이나 거절당하자 머쓱한 기분이 들어 곁에 있고 싶지 않았다.

“음, 유원 씨…….”

어색한 분위기 속, 남은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당사자인 유원 역시 조금 놀란 기색이었다.

“진지하게 물어보는 건데, 리온 선배 싫어하는 건 아니죠?”

“아니에요.”

1초의 망설임조차 없는 답이 돌아왔다. 물론 싫어하냐는 말에 대놓고 싫어한다는 말이 돌아오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럼 대체 왜 저렇게 행동한단 말인가.

“낯을 가리나? 아직 좀 긴장돼서 그러는 거죠?”

서하가 그럴 수도 있다며 유원을 다독였다.

잠시 망설이던 유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너무 긴장할 것 없어요. 우리 센터는 분위기 좋은 편이고, 리온 선배도 진짜 좋은 사람이거든요? 지금은 좀 속상해하는 것 같지만, 아마 자고 일어나면 다 잊어버릴 거예요.”

“긴장해서 그랬다고 사과드리고, 선배를 싫어하거나 불편해서 그런 거 아니라고 말만 하면 금방 또 화 풀려서 언제 그랬냐는 듯 헤실거릴걸요?”

리온은 꽤 다혈질인 편이지만, 그만큼 화가 가라앉는 속도도 빨랐다.

이 중 리온에게 혼나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지만, 이상한 이유로 화를 낸 적은 없었고 모두 금방 풀고는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었다.

“나도 전에 한눈팔다가 몬스터 하나를 놓쳐서…… 리온 선배한테 혼난 적 있었거든요. 진짜 눈물 쏙 빠지게 혼났는데, 선배가 그런 거 담아 두는 편도 아니고, 본인도 너무 심했다면서 사과해 주셔서 금방 풀렸어요.”

“저도 아무 생각 없이 잠깐 물 뜨러 숙소 이탈한 사이에 큰일 날 뻔한 적이 있어서 혼났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말 걸어 주시더라고요. 이번에도 그럴 거예요.”

각자가 리온에게 혼났던 경험담을 풀며 유원을 달랬다.

유원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랬냐며 웃지도, 어떻게 해야 하냐며 걱정하지도 않고 가만히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렇게 늦은 밤, 돌아가며 불침번을 서기로 정하고, 첫 불침번 에스퍼를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각자 이야기를 끝맺고서야 자신의 텐트로 돌아갔다.

* * *

“선배, 아직 화났어요?”

“몰라.”

주찬이 보스를 잡기 위해 동굴로 향하는 리온을 살짝 떠보았다. 리온은 여전히 입이 삐죽 튀어나온 얼굴을 하고 있었다.

“어제 물어봤는데, 긴장해서 그런 거래요. 너무 속상해하지 마요. 선배.”

“속상해하긴 누가 속상해한다는 거야?”

리온이 주찬을 노려보며 말했다.

솔직히 속상하긴 하지만, 내색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나 몇 번이나 무시당하자 도저히 마음이 상한 티를 내지 않을 수가 없게 됐다.

그러다 보니 더 있다가는 화낼 것만 같아서 제 텐트로 돌아오긴 했지만, 리온은 얼마 가지 않아 자신의 행동을 후회했다.

참았어야 했는데.

가이드로 합류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은 후배가 낯 좀 가리고 싸가지 좀 없다고, 똑같이 받아쳤다니 우스운 일이었다.

하여 여차여차 속을 꾹 내리눌러 화를 내는 것만은 참았지만, 말없이 자리를 뜬 것만으로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었다.

“내가 애도 아니고, 이제 막 센터 들어온 신참도 아닌데 그런 것 가지고 꽁해 있을 것 같아?”

리온이 괜스레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그래, 화내 봤자 뭐 하겠어. 날 좀 꺼리는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예의 없이 구는 것도 아니고 지내다 보면 좀 나아지겠지.

리온은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동굴 속을 걸었다. 주찬이 능력을 사용해 불을 피우긴 했지만, 그래도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그건 그렇고, 이 게이트 보스는 왜 이런 곳에 있는 걸까요? 으으…… 어둡고 축축해서 기분 나빠.”

“언제는 몬스터들이 우리 좋은 자리에 있었냐? 저번엔 지하 던전까지 들어갔었으면서.”

“그래도, 싫은 건 어쩔 수 없다고요. 어!”

화르르!

주찬이 짧게 내지른 탄성과 함께 리온의 뒤에서 불이 피어올랐다. 어둠 속에서 리온을 노리고 있던 작은 몬스터 하나가 비명을 지르며 타올랐다.

“이런 것도 눈치 못 채고, 역시 신경 쓰여서 그러죠?”

“아니라니까. 불 좀 더 피워 봐. 잘 안 보인다.”

“넵.”

주찬이 불꽃의 개수를 늘리자, 동굴 안이 조금 더 밝아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서하가 비명을 질렀다.

“저게 뭐야!”

“역시, 장소가 이상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니까.”

리온이 주변을 둘러보며 전투 태세를 갖추었다. 내내 동굴의 벽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부분에 더덕더덕 달라붙은 작은 몬스터들이 보였다.

“이거, 다 태우려면 고생깨나 해야겠는데. 서하, 할 수 있겠어?”

“할 수는 있겠지만, 하자마자 탈진할 것 같은데요…….”

“그럼 됐어. 보스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 넌 얘네 처리하고 이주찬, 너는 나 보조해.”

리온의 익숙한 지휘에 서하와 주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서하가 처리 못 한 떨거지들 있나 확인 좀 해 주고.”

“네, 네!”

리온은 B급 에스퍼에게까지 역할을 부여한 후, 작게 심호흡을 했다.

평소 같았으면 이 좁고, 축축하고, 더러운 공간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체력이 깎여 힘들었겠지만 충분한 가이딩을 받은 지금은 달랐다.

“간다.”

리온이 서하에게 등을 맡기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신호와 동시에 서하가 벽을 가득 메운 작은 몬스터들을 얼리기 시작했다.

아직 6개월 차 신참이지만 능력이 뛰어나 믿고 등을 맡길 수 있을 만한 사람이니 괜찮겠지. 리온은 걱정 없이 동굴 안쪽을 향해 달렸다.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동굴 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기는 하죠.”

그렇게 도착한 보스의 둥지. 두 사람은 커다란 박쥐의 형상을 하고 거꾸로 매달린 보스를 바라보며 한마디씩을 주고받았다.

게이트 안의 세계는 보스의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은 편이라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참 만나고 싶지 않게 생긴 놈이었다.

“일단 날개부터 찢을 테니까, 바로 불태워.”

“네.”

그때 두 사람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 듯, 눈을 감고 있던 보스 몬스터가 새빨간 눈을 번쩍 떴다.

주찬의 어깨를 치고 날아오른 리온이 보스가 날개를 펴자마자 바람을 이용해, 몬스터의 몸통에서 날개를 찢어 버렸다.

“키에에에엑!”

귀가 떨어질 것 같은 비명이 동굴 안을 울렸다. 그러나, 주찬은 아랑곳하지 않고 침착하게 리온의 명령을 따랐다.

날개를 태웠으니, 적어도 행동에 제약은 확실히 건 셈이다. 날개 달린 놈에게서 날개를 빼앗았으면 다음은 쉽다. 조금 속이 쓰리기는 하지만, 모처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 중인 리온은 말 그대로 날아다니며 보스를 처리했다.

평소와 달리 무리할 정도로 화려하게 능력을 쓰다 보니 조금 지치긴 하는데, 돌아가서 유원에게 다시 가이딩을 받으면…….

“아!”

“선배!”

“괜찮아! 네 쪽에만 집중해!”

잠시 딴생각을 한 대가로 갑자기 날아든 가시에 볼을 내준 리온이 다시 정신을 차렸다. 일단 이놈부터 처리해야 유원에게 다시 말을 걸든 뭘 하든 할 수 있으니까.

“목 한번 질기네!”

오래 지나지 않아 리온이 보스의 목을 잘라 냈다. 가끔 목이 잘리고도 움직이는 놈들이 있기에, 확실히 죽은 것을 확인까지 마치고서야 한숨을 쉬었다.

“하루 좀 더 지났나?”

“네. 잠 안 자고 강행했으면, 최고 기록 깼을지도 모르겠는데요?”

“됐어. 기록이야, 하다 보면 깨지겠지.”

리온에 볼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 내며 말했다. 혹시나 독이 묻어 있으면 어쩌나 조금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괜찮아?”

“서하가 탈진하긴 했지만, 그래도 뭐. 이 정도면 괜찮아요.”

B급 에스퍼, 예진이 더러운 바닥 위에 늘어진 서하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주, 죽을 것 같아요…….”

“일단 나가자. S급 가이드도 있겠다, 금방 회복될 테니 걱정하지 말고.”

리온이 바닥에 축 늘어진 서하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서하가 허공에 대롱대롱 들린 채로 입을 움직였다.

“그래요……. 그래도 S급 가이드니까 구세주죠, 구세주. 그러니까, 선배도 화 푸세요.”

“화나긴 누가 화났다고 그래. 센터 들어온 지 일주일도 안 된 스무 살짜리한테 화내서 얻을 게 뭐가 있다고.”

“그럼 다행이고요.”

네 사람은 부지런히 이동해, 텐트가 있는 곳까지 도착했다. 가장 먼저 달려 나온 것은 놀란 얼굴을 한 지수였다.

“서하 왜 이래요?”

“S급 가이드 믿고 탈진할 때까지 능력 써서 그렇지, 뭐…….”

“아, 유원 씨. 유원 씨! 여기 좀 도와주세요.”

지수가 텐트 안에 있는 유원을 부르기 위해 안쪽으로 뛰어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원이 지수에게 이끌려 나왔다.

“…….”

유원의 눈이 조금 커졌다가 다시 찌푸려졌다.

“일단 앉혀 주세요.”

유원은 서하의 손을 잡고 가이딩을 시작했다. 처음 느껴 보는 S급의 가이딩에 서하가 편안한 얼굴을 하고 몸을 축 늘어트렸다.

“안쪽 상황이 복잡했어요?”

“아니. 빨리 처리하고 싶어서 서하한테 후방을 맡겨서 그래. 그래도 내 매칭 가이드하고 처음 들어온 게이트인데, 빨리 끝내고 멋지게 복귀해야지.”

리온이 마치 어제의 일은 없었던 일인 양 너스레를 떨며 말했다.

“어때, 이 형님이 왜 한국 최강의 에스퍼라고 불리는 줄 알겠지?”

가시에 베인 한쪽 볼이 조금 쓰라리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가만히 서하에게 가이딩을 흘려보내 주던 유원이 잠깐 리온을 바라보고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별거 없네요.”

“뭐?”

내가 지금 뭔가 잘못 들은 건가?

리온이 눈을 깜빡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다른 이들, 심지어는 가이딩을 받던 서하마저 몸을 일으키고 놀란 눈으로 유원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니 잘못 들은 것 같지는 않았다.

“보스 해치우는 데 급급해서 본인이 다치는 줄도 모르고, 부상이나 달고 오는 게 최강의 에스퍼면 최강의 에스퍼도 참 별거 아닌 것 같다고요.”

유원이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다. 동시에, 어떻게든 유원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보려던 리온의 마지막 남은 희망에도 대못이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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