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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퍼센트의 사랑 42화

“나한테 이 능력이 주어진 건 기적도, 운도 아니야. 내가 그런 희생으로 살아남았으니 그렇게 희생하라는 의무인 거지.”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의 각오를 떠올리자 마음이 조금 진정된 것인지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나한텐 그게 전부야. 나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 살았으니까. 그런 사람들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 세상에 없었을 테니까.”

능력 측정에서 자신이 S급 에스퍼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리온은 기쁨보다도 먼저 의무감을 느꼈다. 그저 이 힘으로 다른 사람들을 구해 주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무런 능력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희생으로 받은 구원이자 목숨이었다.

그들과는 달리 남들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는데, 책임감을 갖지 않으면 안 되는 거였다. 제 목숨은 언제든 내놓은 거라고 암시하고 세뇌하듯 스스로에게 족쇄를 걸었다.

이 대단한 능력을 갖고도 그깟 목숨이 아쉬워서 도망칠 자격 따위는 제게 없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의무감이 부담이 되지 않았던 순간이 단 한 순간도 없었다면 거짓말일 것이었다. 그렇지만 자신에겐 그럴 능력이 있으니까, 그런 능력이 주어졌으니까 조금 다치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지금은 너무 버거웠다.

S급 게이트에서의 전투란 팔이 살짝 베이는 정도로, 가이딩 부족에 허덕이는 정도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런 피곤함과 아픔을 감수해서 모두를 지킬 수 있다면 괜찮았다. 이 고비 하나만 넘기고 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는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사람들은 모두 리온만 바라보고 있는데, 팔이 조금 베이는 정도가 아니라 팔이 잘리는 것을 감수하더라도 이 게이트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없었다.

힘든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다른 형태를 한 몬스터가 하나 나타날 때마다 점점 불안해지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그런데도 티를 낼 수가 없었다.

‘솔직히 리온이 네가 없었으면…… 나도 지금만큼 버텼을지 모르겠다.’

리더인 현서마저도 리온에게 의지하고 있는 마당에 누구에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냔 말이다.

자신이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도 능력에 대해서는 나름 자부심이 있었던 리온이었기에, 리온은 이곳에 들어온 지 겨우 이틀 만에 지난 4년간 느끼지 못한 절망감을 느꼈다.

“기사든 어디서든 내 얘기야 널려 있으니까 다 아는 얘기일 텐데 들어 줘서 고마워. 그래도 이렇게 내 입으로 말하고 나니까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조금 진정되고 나자 유원의 앞에서 펑펑 운 것이 새삼 부끄러워진 리온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변명하듯 말했다.

“네 말대로 최강의 에스퍼니 뭐니 하는 소리를 들어도 결국 별거 없긴 하네. 결국 나도…….”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든 리온이 유원을 보고 당황했다. 평소대로의 덤덤한 얼굴을 하고 있거나, 아주 조금 정도는 자신을 이해한다는 얼굴 정도를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

유원의 예쁜 얼굴 위로 조용히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치 그 아픔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는 듯이, 리온의 아픔이 자신의 아픔이라는 듯이.

보는 것만으로도 그 마음이 느껴지는 것 같은 얼굴에 리온이 당황스러움에 입을 다물었다.

“……왜, 왜 네가 그래…… 나도 이제 다 울었는데.”

“힘들었겠네요. 많이 힘들었죠.”

“……투정이지 뭐. 나도 사람이니까, 한 번쯤은 이런 날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원의 단단한 품이 리온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모두가 잠든 시간, 멀리서 누군가가 코를 고는 소리만이 들리는 적막 속에서 일어난 일에 리온은 순간 자신이 꿈이라도 꾸고 있나, 생각했다.

“그냥 울어요. 주찬 선배도 완전히 곯아떨어졌어요. 아무도 안 들을 때, 지금이라도 실컷 울어 둬요.”

방금 본 눈물이 신기루였던 것처럼 유원의 품은 따듯하고 다정했다. 4살이나 어린, 그리고 4년이나 후배인 앙숙의 품에 안겨 있다는 것에 당황한 것도 잠시, 리온은 다시 차오르는 눈물에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 입술을 움찔거렸다.

“예전에 한번 말했었죠? 저는 형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그 말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아무렇게나 했던 말이 아니에요.”

“……킁.”

유원이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을 말하는 것 같았다. 리온이 그새 눈물이 가득 고인 눈을 깜빡이지 않으려 애를 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형을 구해 준 사람들은 분명 좋은 사람들이셨을 거예요. 죽음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아무리 어린아이라 하더라도 그렇게 행동하기는 쉽지 않았을 테니까요.”

“그래, 그러니까 나는…… 그분들이 날 도와준 만큼, 남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어야…….”

“형이 살아남기를 바라셨을 거고, 또 형이 행복하길 바라셨을 거예요. 좋은 사람들이셨으니까, 구해 준 아이가 남에게 도움을 베풀 수 있는 사람으로 크길 바라셨겠지만 자신을 갉아먹어 가면서까지 그러길 바라지는 않으셨을 거예요.”

어린아이를 달래기라도 하듯 다정한 손길로 등을 토닥여 주는 유원의 손길이 퍽 조심스러웠다.

“분명 그랬을 거예요.”

리온이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유원은 제 어깨가 축축하게 젖어 드는데도 리온을 내치지 않았다. 리온 또한 자신을 안은 몸을 밀어내지 않고 가만히 그 품에 몸을 맡겼다.

철이 든 이후, 그 버스 안의 사람들이 그 상황에서 느꼈을 불안감을 알게 된 이후부터, 어른이 생각보다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부터 리온은 자신에게 쉬어 갈 자격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다.

“이미 좋은 사람이잖아요. 자랑스러운 사람이고, 멋있는 사람이에요.”

세상에 빚을 진 기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상황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떼를 쓰던 자신을 보던 부모님의 마음이 어땠을지 생각해 보게 됐고 그때마다 밀려오는 자괴감에 괴로워했었다.

S급이 아니라 기준치를 겨우 통과한 C급으로 판명받았더라도 중앙 센터에 들어왔을 테지만 에스퍼가 되지 않았더라면 소방관이나 경찰 같은,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직업을 가졌을 것이다.

힘들어도 남한테 내색할 수 없었다. 죽음의 공포를 눈앞에 두고도 어린아이에게 그 불안이 옮을까 티 내지 않았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 생기니 기분이 이상했다.

“사람들을 구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그냥, 자기 생각도 조금 정도는 했으면 좋겠고, 사람을 구하다 죽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그래도 될까. 나는…… 적어도 나는 나 하나 살겠다고 사람들을 포기하면 안 되는 사람이잖아. 그런데 내가…….”

“그건 포기하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포기하라는 게 아니에요. 적어도 본인이 다치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평소보다 조금 가라앉은 목소리, 잠시 울컥한 것 같은 목소리에 리온이 입을 다물었다.

“저는 형이 의무 때문에 사는 사람이 아니라, 행복하기 위해 사는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너한테서 이런 이야기를 들을 줄은 몰랐는데, 조금 신기하네.”

리온이 작게 웃으며 말했다. 틱틱거리고, 사사건건 시비만 걸던 유원이 자신을 이렇게 달래 주는 일이 생길 것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평소에 하던 말도 지금 하는 이야기와 별로 다를 건 없나. 생각해 보니 말투의 차이일 뿐, 시비가 아닌 진심이었다는 전제로 생각해 보면, 의도는 비슷한 것 같기도 했다.

“평소에도 좀 좋게 말해 주지 그랬냐. 나 다혈질이라 시비 거는 것 같으면 바로 열부터 뻗친다고.”

“그런 이유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몰랐어? 아는 줄 알았는데.”

유원의 어깨가 살짝 흠칫하더니 고개를 살살 저었다. 유원이 변명하듯 말했다.

“……생각하던 거랑 달라서, 그리고 자꾸 다쳐 오면서도 다치고 싶은 사람처럼 또 똑같은 일을 하니까…… 그렇게 하지 않았어도 해결될 수 있을 만한 일들도 있었잖아요.”

“내가 마음이 약해질까 봐 늘 나는 그래야 한다고 계속 생각했거든. 그랬더니 몸이 먼저 나가더라.”

리온이 유원의 품에서 빠져나오며 말했다. 꽤 오랫동안 운 탓에 내일이면 눈이 퉁퉁 부어 있을 것이 분명한 얼굴이 살짝 웃음 지었다.

“아, 그래도 이렇게 다 울고 나니까 좀 낫다. 다른 사람들한테는 내가 운 거 꼭 비밀로 해 줘. 다들 괜히 걱정할 테니까.”

“혼자 힘들어하지 마세요. 정 힘들면, 앞으로는 저한테라도 이야기해 주세요. 제가 그렇게 믿음직스럽지는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들어 주는 사람이 있는 쪽이 마음이 편하다면 그렇게 해 주세요.”

눈 밑이 살짝 붉게 물든 유원이 말했다. 유원에게 이런 식으로 위로받아 보는 것은 처음이라 이상한 기분이 들었던 리온이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앞으로는 이런 모습 보이는 일 없을 거야. 점점 익숙해지겠지. 이런 일은 처음이라…… 괜히 너한테 이런 모습 보였네. 괜찮아. 내일부터는 다시 마음 다잡고 잘해 볼 테니까.”

“그런 모습 보여도 되니까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저도 가이딩 부족하지 않도록, 짐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게요.”

“……그건 그렇고. 이주찬 이 자식은 같이 불침번을 맡아 놓고 가이드만 남겨 둔 채로 혼자 잠을 자? 안 되겠네, 이거. 가서 한 대 때려 주고 와야겠다.”

몽글몽글해진 분위기에 문득 이상야릇한 기분이 든 리온이 일부러 호들갑을 떨며 텐트 밖으로 나갔다.

이번에야말로 유원과의 관계가 조금 괜찮아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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