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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퍼센트의 사랑 34화

“저는 형이 은퇴할 때까지는 계속 일할 생각이에요.”

“오오……?”

사람들이 조금 놀란 얼굴을 하고 유원을 바라보았다. 붙어 있기만 하면 늘 싸우면서 저런 말을 하다니, 의외였다.

“……네가?”

“네.”

그중에서도 가장 놀란 것은 리온이었다. 자신을 위해서 은퇴 일정까지 맞춰 주겠다니, 정말이지 그와는 어울리지 않는 친절이었다.

“저 없다고 형이 일 그만두실 것도 아니잖아요.”

“당연하지. 내가 너 없다고 왜 일을 그만둬.”

“그럼 게이트 안에서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제가 일을 그만두겠어요.”

그 순간, 리온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정말 뜬금없게도 게이트 안에서 입을 맞췄던 그날의 기억이 머릿속에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너, 네가 그만두고 싶을 때쯤엔 매칭률 괜찮은 다른 가이드가 또 나타날 수도 있지. 진하도 있고.”

“글쎄, 나는 네 열정을 따라갈 자신이 없는데…….”

한번 삑사리를 낸 리온이 겨우겨우 대답했다. 진하는 단칼에 거절했고, 유원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대답할 뿐이었다.

“그래도 상관없어요.”

“왜 페어 안 맺은 거야? 가이드가 이렇게 속이 깊고, 게다가 널 꽤 좋게 본 모양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태환이 음료를 술처럼 마시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현서가 이대로 뒀다간 리온이 태환에게 무슨 소리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한 건지 말을 돌렸다.

“그럼 내일부터 바로 훈련 합류하시는 건가요?”

“어, 어어. 그렇지. 게이트에 들어가는 건 오랜만이니까 몸도 풀어야 하고 후배님들 상성이나 특징도 잘 파악해야 하니까. 내일부터 잘 부탁해.”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현서가 태환과 희수의 옆에서 계속해서 말을 걸었다. 덕분에 리온에게로 가 있던 관심이 조금 사그라졌기에 리온은 당황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의외로 사람 설레게 하는 재주가 있네.”

“흥. 저래 놓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짜증 나게 굴걸. 한두 번 속았어야지.”

리온이 툴툴거리며 식사를 이어 갔다. 그 모습이 재미있다는 듯 큭큭거리던 진하가 유원에게 말을 걸었다.

“유원 씨가 리온이 많이 좋아하시나 봐요.”

“…….”

유원이 대답 없이 진하를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하여튼 저 싸가지 어디 안 가지. 리온이 그럴 줄 알았다는 얼굴을 했다.

“괜히 말 걸지 마. 저렇게 대답도 안 하고 재수 없게 구는 게 취미인 애니까.”

“글쎄, 내 생각엔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네가 사람이 너무 좋아서 그래. 어디 가서 사기 당하고 오는 건 아닌지 원.”

리온이 툴툴거리며 말했다. 그러나 진하는 정말 재미있다는 얼굴을 하고 유원과 리온을 번갈아 볼 뿐이었다.

* * *

이튿날, S급 게이트 공략 팀의 모든 에스퍼들이 모여 훈련에 들어갔다.

거의 10년 만에 훈련을 해 본다는 태환은 조금 긴장한 얼굴을 하고 훈련장에 나타났다.

“선배긴 하지만 사실상 처음부터 배우는 거나 마찬가지니까 새내기라고 생각하고 가르쳐 줬으면 좋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서로 상성을 맞춰 보고 실전 감각을 깨우는 정도로 갈게요.”

현서가 그렇게 말하며 서하를 향해 손짓했다.

“그럼 서하부터 가자.”

“네? 저부터요?”

“아직 몸도 안 풀리셨을 텐데 S급인 나나 리온이부터 시작할 수는 없잖아.”

“저 친구가 A급이었지? 흠, 저 양반이 괜찮을는지 모르겠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광경을 보고 있던 희수가 조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센터에는 에스퍼에 비해 가이드의 수가 적은 편이었기에 오늘은 페어를 제외한 나머지 가이드들은 센터에 출근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중에는 페어가 아니지만 확실한 매칭 가이드인 유원도 끼어 있었다.

“괜찮으실 거예요.”

“S급이어도 근거리형인 데다가 최근에는 짐 나르는 일 정도밖에 안 해서, 다치지나 말았으면 좋겠네.”

희수가 턱을 괴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래를 바라보았다. 말할 때마다 티격태격하더니 걱정되기는 하는 모양이었다.

“유원 씨는 리온 씨한테서 시선을 못 떼네. 그렇게 걱정돼요?”

훈련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희수가 유원에게 질문했다. 서하와 태환 뒤에서 훈련을 보고 있는 리온을 빤히 바라보던 유원이 대답했다.

“네, 걱정돼요.”

“간판급 S급 에스퍼인데, 그렇게나?”

“그만큼 몸 사릴 줄 모르는 사람이라서요.”

“아하. 그런 타입이구나.”

유원의 입매가 굳어 있었다. 훈련이니 크게 다치는 일은 없을 테고 이 자리엔 민현도 있으니 다치더라도 금방 치료가 가능하겠지만, 그렇다고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 있죠. 자기 몸 상하는지도 모르고 다른 사람들한테만 더 신경 쓰는 사람.”

희수가 그런 사람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거렸다. 유원은 희수가 누굴 말하는지 알 것 같았다. 복잡한 생각이 들어 미간을 잠시 좁히고 있던 유원이 질문을 꺼냈다.

“……어떤 마음이 드셨어요?”

“응?”

“그런 유형의 사람을 보면서 어떤 마음이 드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요.”

유원이 한껏 집중한 채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리온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한 채 말했다. 리온이 다쳐서 돌아올 때마다, 그러면서도 어쩔 수 없다며 또 다쳐서 돌아올 것 같은 태도를 보일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다.

리온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은 유원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고 있었지만 그도 결국 인간이었다. 운이 나빠 게이트 안에서 크게 다치기라도 했다가는 영영 그곳에서 나오지 못할 수도 있는 인간.

“본인 인생, 본인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마음대로 하라고 하는 것도, 그 용기를 응원해 주는 것도 안 되더라고요.”

언제쯤이면 목숨이 아깝지 않다는 듯 구는 리온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 있을까.

유원은 자신이 그럴 일은 영영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많이 걱정되나 보네. 하긴, 게이트 안에서 다치는 사람이 꼭 능력이 부족해서 다치는 건 아니지. 오히려 자기가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나서는 사람이 더 많긴 해요.”

희수가 자신의 현역 시절을 떠올리며 말했다.

스무 살, 첫발을 디딜 때만 하더라도 센터는 시스템이랄 것도 없이 모든 게 변변찮던 때였다.

정말 악으로 깡으로 버티던 시절. 일찍 일을 그만둘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어제 갔던 식당 주인분이 내 선배의 부인인 건 알죠? 내가 센터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선배의 장례식에 가게 됐어요,”

“……네.”

장례식. 무게감 있는 단어에 유원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그런데 다들 그런 일이 벌어진 데에 슬퍼하기도 했지만, 외려 결심을 한 것처럼 말하기도 하더라고요. 자기들도 그 상황이 오면 목숨을 바쳐야 하는 것처럼. 두려워하긴커녕 외려 불타오르는 것처럼 보였달까.”

“…….”

“처음엔 나도 이해가 안 갔어요. 어쨌거나 우리도 찌르면 피 나오고 다치고 죽는 건 마찬가지인데, 어떻게 다시 게이트에 들어갈 수가 있을까. 다들 제정신이 아니야, 그랬죠.”

희수는 먹먹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땐 답답하기도 하고, 이해도 안 갔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 사람들은 바보 같은 게 아니라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것이 있어서 오히려 더 나서는 거라는 걸 알게 됐죠. 내가 물러서면 내 소중한 사람들이 다칠지도 모른다, 그 생각만 가지고서요.”

“……그런가요.”

“그리고 그런 사람들은, 죽어도 안 변해요. 아주 빌어먹게도 단단한 사람들이거든요. 그런데 그래서 좋아하게 되더라고요.”

희수가 오래전, 자신의 현역 시절을 회상하며 말했다. 그녀의 이야기를 조용히 경청하고 있던 유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하기 쉬운 건 아니에요.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요. 하지만 언젠가는 그 마음에 대해 깨닫는 순간이 올 거예요. 내가 그랬던 것처럼.”

유원이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정말 그런 순간이 올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는 일이었다.

“어, 저. 저!”

희수가 서하의 공격에 뒤로 넘어진 태환을 보며 경악했다. 저럴 줄 알았다는 얼굴로 희수가 말했다.

“보나 마나 힘을 있는 대로 쓰고 있을 테니까 가이딩도 좀 붙어서 해 줘야겠네요. 전 내려가 있을게요.”

“네.”

“어휴, 아저씨 학대라니깐.”

희수가 태환을 걱정하면서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순식간에 아래로 달려가 가이딩을 해 주는 희수를 보던 유원이 작게 중얼거렸다.

“언젠가는 딱 저 정도의 사이라도 될 수 있을까.”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싫어하지는 않는 게 눈에 보이는, 입만 열면 상대를 디스하지만 그래도 친한 사이라는 것이 한눈에 보이는 두 사람.

그 모습이 조금 부러워 보인다는 생각을 하던 유원이 이내 고개를 저었다.

어쩌면 강리온과 자신은 앞으로도 서로를 이해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자신도 지금 이상으로 나은 관계를 바라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사이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던 유원이 난간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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