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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퍼센트의 사랑 17화

그 일이 있었던 것은 봄이 반쯤 지나 슬슬 날씨가 따듯하다 못해 더워질 쯤이었다. 허구한 날 말싸움을 하는 것에 지쳐 그냥 투명 인간 취급을 하기로 결심한 리온은 한동안 유원을 피해 다녔었다.

이유원이 없을 때, 빈말로라도 잘 살았다고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죽진 않았으니 그의 가이딩이 없어도 살 수는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신이 힘든 것보단 몸이 힘든 게 낫지. 그렇게 유원을 피해 다녔는데, 지긋지긋한 이유원은 그런 리온을 쫓아다니면서까지 시비를 걸었다.

“아, 그만 쫓아다니라고. 네가 내 페어야? 나 말고도 가이딩 요청 많이 들어올 텐데, 그 사람들이나 도와주라고.”

“다른 사람들은 제가 없어도 가이딩해 줄 사람이 있지만, 형은 저 없으면 힘들잖아요. 제 말이 틀려요?”

“하, 잘났다. 잘났어. 너 없어도 나한테 가이딩해 줄 사람 많거든? 강우 형한테 해 달라고 할 거야. 비켜.”

리온이 앞을 가로막은 유원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그러나 유원은 밀려나기는커녕 단단한 팔로 리온의 앞을 막은 채 틈을 내주지 않았다.

“고집 피울 일이 따로 있지, 자기 건강 하나 못 챙기면서 남은, 세상은 어떻게 지킨다는 건데요.”

“……내가 알아서 한다고. 그리고, 나 너 없을 때도 잘만 살았거든? 누가 보면 네가 내 인생 지켜 주기라도 하는 줄 알겠어.”

리온이 빈정거리며 손에 든 건강음료 팩을 흔들거렸다.

“강우 형 가이딩이랑 약발로 어떻게든 잘 버텼거든? 그러니까 이유원 씨는 네 잘난 S급 가이딩 받고 싶다는 사람한테나 가세요.”

손에 든 건 가이딩 약물이 아닌 평범한 건강음료였지만 자신에게 관심 없는 유원이 그걸 눈치챌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하.”

그 모습을 본 유원이 짧게 한숨을 쉬었다. 유원의 시선이 한참 동안 건강음료 팩에 머물러 있었다.

저렇게 뚫어져라 보면 상표가 보일 텐데. 리온이 다급하게 음료팩을 등 뒤로 숨기고 큰소리를 쳤다.

“할 말 다 했으면 비켜. 나 지금 신고 들어와서 출동하는 길이니까.”

리온이 유원의 시선이 다른 곳으로 향한 틈을 타 그를 밀쳐 냈다. 조금 전과 달리 힘없이 밀려난 유원이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걸로 괜찮을 리가 없을 텐데.”

리온은 그 중얼거림을 무시하고 센터를 빠져나갔다. 그렇게 리온은 한동안 유원의 가이딩을 받지 않은 채 일을 했다.

게이트에 들어가게 되면 싫어도 얼굴을 마주해야겠지만 일반적인 업무를 하면서는 마주칠 일이 없었다.

강우의 가이딩실은 유원의 가이딩실과 거리가 있었고, 가이딩 신청 시스템을 통해 유원이 지금 가이딩실에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리온은 어렵지 않게 유원을 피해 다닐 수 있었다.

그러나 세상일이 다 예상대로 돌아가지는 않는 법.

리온은 이상할 정도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센터로 향했다.

“너, 요즘 얼굴이 많이 안 좋은 것 같은데…… 그냥 유원 씨한테 가이딩 받는 게 어때?”

“자존심이 있지. 어떻게 그래요.”

리온이 센터에 도착하자마자 강우에게 가이딩을 받으며 툴툴거렸다.

리온은 유원이 없을 때와 마찬가지로 운동, 온갖 건강식품, 내성이 생기지 않을 정도의 가이딩 약물, 그리고 강우의 소소한 가이딩을 받으며 버티고 있었다.

그런데 한번 최고급 가이딩의 맛을 알아 버린 몸이라 그런가, 이상하게 예전보다 회복이 안 되는 느낌이었다.

기분 탓일 거라고 생각하며 버텼지만, 때때로 더럽고 치사해도 가이딩을 받아야 하나, 하나 고민이 될 정도였다.

그러나 자존심이 있지, 먼저 유원에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얼굴을 마주할 일이 생긴다면 모를까, 찾아가서 가이딩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너 그러다 진짜 큰일 나.”

“형이 이렇게 많이 챙겨 주는데, 죽기야 하겠어요.”

“그건 건강 보조 식품이지, 만병통치약이 아니야. 너 건강하라고 매번 숙소 앞에 이거 가져다주는 네 팬들을 봐서라도 건강 좀 챙겨라.”

강우가 리온의 옆에 있는 박스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

어느 순간부터 리온의 숙소 앞에 온갖 건강식품이 놓여 있었다. 처음엔 강우가 보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대화를 나누다 그가 보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곤 의아해했었다.

‘너 인기 많잖아. 센터 안에도 네 팬들 있으니까…… 그중에 한 명인가 보지.’

“근데 진짜 누굴까요? 다들 내 앞에서 줬으면 줬지, 이렇게 뒤에서 몰래 챙겨 주는 사람은 처음인데.”

리온이 박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군지 알면 고맙다는 인사라도 할 텐데, 벌써 몇 달째 숙소 앞에 선물을 가져다 놓는 마니또는 아직 정체조차 알 수 없었다.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인가 보지. 아무튼, 그런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건강 좀 챙겨. 기껏 매칭 가이드가 나왔는데 이러고 있는 사람도 너밖에 없을 거다.”

“매칭 가이드가 매칭 가이드 같아야 말이지. 아무튼, 너무 걱정하진 마요. 내일이면 싫어도 걔 얼굴 봐야 하니까.”

리온이 핸드폰을 강우의 얼굴 앞으로 들이밀며 말했다. 핸드폰 위에는 내일 열릴 게이트에 배치될 인원이 적힌 문자가 떠 있었다.

“가이딩 없이 게이트 들어가게?”

“들어가면 싫어도 가이딩 받게 될 테니까, 못 이기는 척 가이딩 받아야죠. 뭐.”

리온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이미 계획이 다 있으셨군. 강우가 못 말린다는 얼굴을 하고 말했다.

“들어가자마자 가이딩 받아. 너 지금 유원 씨 나타나기 전보다 더 상태 안 좋으니까.”

“4년 가이딩 못 받은 것보다 4주 가이딩 못 받은 게 더 심각할 리가 없잖아요. 너무 과보호하는 거 아니에요?”

“과보호가 아니라 진짜 그렇다고……. 잔소리라고 듣지 말고 들어가자마자 가이딩 받아. 난 분명 경고했다.”

“알겠어요. 알겠어.”

리온이 귀를 막는 시늉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게이트 들어가기 전까지 좀 쉬다 가면 괜찮겠죠, 뭐. 오늘은 일도 더 없으니까 빨리 들어가서 잠이나 좀 자야겠어요.”

“그래. 말 안 들을 거면 잠이라도 넉넉하게 자고 들어가라.”

결국 리온의 고집을 이기지 못한 강우가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으며 항복했다. 상태가 많이 불안정해 보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하루도 못 버틸 상태는 또 아닌 것 같아서였다.

“괜찮겠지…….”

강우가 리온이 떠난 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기어코 게이트에서 일이 터졌다.

게이트 자체는 그리 험난한 게 아니었다. 다만 게이트 입구 안쪽부터 몬스터가 득시글대고 있었다는 게 문제였다.

마지못한 척 가이딩을 받을 틈도 없이 전투가 시작됐다.

그리고 상태가 좋지 않았던 리온은 문자 그대로 짐짝이 되었다.

“강리온, 나 띄울 수 있겠어? 그것도 못 하겠음 가이드들하고 뒤로 빠져. 일단은 서하 네가 제일 앞에서 처리하고.”

“네.”

서하가 대답을 하는 와중에도 리온은 제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그렇게나 손쉽게 쓸 수 있던 능력인데, 지금은 천근을 들어 올리는 양 힘들었다. 몸도 무거운 데다 솔직히 광현을 공중에 띄우는 게 가능할지도 의문이었다.

이렇게까지 스스로가 쓸모없다는 생각이 든 것은 에스퍼가 된 후로 처음이었다. 처음 게이트를 들어갔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내가 이렇게까지 무기력하게 있어도 되나? 뭐라도 해야 하는데.’

“띄워 드릴게요. 무조건.”

그나마 경험이 많은 광현이 있어서 망정이었지, 만약 신입들로 이루어진 파티였다면 파티 중 누군가가 크게 다쳤을지도 몰랐다.

리온은 겨우겨우 힘을 쥐어 짜내 광현을 공중으로 들어 올린 것만으로도 이미 지친 상태였다. 전투를 마치고 나니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

“가이딩 부족 증상이야. 유원 씨, 이쪽으로 좀 와 줘요.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이렇게 될 때까지 가이딩을 안 받을 수가 있지? 독한 놈.”

광현이 바닥에 엎어진 리온을 겨우 일으키며 중얼거렸다. 힘없이 축 늘어진 리온이 흐릿한 시야를 들어 앞을 바라보았다.

4년 동안 만성적으로 가이딩이 부족한 상태로 살았을 때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왜 이렇게 된 거지. 흐릿하게 유원이 자신에게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표정이 제대로 보이진 않았지만 글쎄, 아마 이렇게 될 때까지 고집을 부린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으으…….”

“가이딩 제대로 하고 있는 것 맞아? 상태가 영 이상한데.”

“가이딩은 하고 있는데…… 기운이 너무 엉망이에요. 밑 빠진 독에다 물을 붓는 것처럼…….”

당황한 듯한 목소리가 리온의 귓전을 맴돌았다. 이유원이 이런 멍청한 목소리를 낼 수도 있었나. 아, 지금 제일 멍청한 꼴인 건 난가? 의식의 흐름대로 생각을 이어 가던 리온이 도로 축 늘어졌다.

“가이딩이 너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아. 아무래도 단순 접촉만으로 해결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이 상태로 있다가는 한 시간 내로 폭주할 거야.”

어느새 유원이 리온을 품에 안다시피 한 채로 가이딩을 흘려보내고 있었지만 리온의 상태가 나아지질 않았다.

단순 접촉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그다음 단계로 넘어가야만 했다.

“……유원 씨도 싫을 거 이해는 하는데 그래도 게이트 안에서 다 같이 죽을 수는 없잖아요. 강리온이 싫어도, 눈 딱 감고…….”

단순 접촉의 다음 단계는 점막 접촉. 그중에서도 가장 쉬운 것이 입맞춤이었다.

광현이 머뭇거리는 유원을 보며 부탁했다.

“그냥, 응급 처치라고 생각해요. 인공호흡, 뭐 그런 거 있잖아요.”

“…….”

유원이 알 수 없는 얼굴을 하고 리온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중, 무언가 다가오는 소리를 들은 광현이 유원을 재촉했다.

“이러다 우리끼리 처리하기 힘든 몬스터라도 나타나면 큰일 난다고요. 입술 좀 맞댄다고 병 옮는 것도 아니고. 빨리요.”

잠시 입술을 물어뜯던 유원이 결심한 듯 리온을 제대로 받쳐 들었다. 여전히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못한 상태인 리온이 몽롱한 눈으로 유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응급 처치. 인공호흡.”

작게 중얼거린 유원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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