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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퍼센트의 사랑 26화

“힘만 있으면 뭐 해요. 한 번에 하나밖에 못 하는데.”

“야, 한 번에 하나도 힘든 사람 많아. 그리고 아주 못 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것에 비해 조금 서툰 거잖아.”

“센터장님이 동시 동작 훈련 받으라고 할 때 좀 성실히 받을 걸 그랬어요. 여태 크게 불편한 일 없었다고 그거 믿고 까불다가 이렇게 된 것 같아서…….”

다른 능력과는 달리 동시 동작은 능숙히 다루지 못한다는 것은 리온 역시 알고 있는 자신의 단점이었다. 그러나 워낙 힘도, 가동성도 좋다 보니 그런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몬스터들은 대부분 지능이 떨어졌고 게이트에선 늘 뒤를 지켜 주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여태 문제가 된 일은 없었다.

그래서 동시 동작 훈련을 받을 시간이 아깝다며 다른 업무를 맡기도 하고, 게이트에 들어가 실전 위주로 실력을 키워 왔는데 그게 이렇게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다.

“너무 자책하지 마. 어쩔 수 없는 결정이지. 그렇다고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우리 다 다칠 걸 각오하고 게이트 안에 들어가는 거잖아.”

“그래도, 제가…….”

“결론만 생각해. 어쨌거나 다 잘됐잖아. 그렇게 안 했으면 네가 다쳤을 거고, 그 상황에서 네가 다쳐 버리면 우리도 일이 복잡해졌을 거야.”

광현이 리온의 어깨를 토닥거리며 그를 위로했다. 그리 대단한 위로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옆에서 괜찮다는 말을 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조금 진정이 되는 기분이었다.

“진짜 안 들어갈 거냐? 너 걔랑 붙어 있기만 하면 싸우잖아. 여기 병원이야. 센터처럼 너희 치고받고 싸운다고 수습되는 곳 아니다?”

“……그래도 집까지 데려다줘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서요. 먼저 들어가세요.”

“그래, 뭐…… 네가 꼭 그래야 한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

광현이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말했다. 그럼 먼저 들어가 보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난 그가 리온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곤 병원을 빠져나갔다.

“……다시 오셨네요. 가서 쉬셔도 되는데.”

“됐어. 멀쩡하게 집까지 걸어가는 걸 봐야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서.”

다시 응급실 안으로 들어가자 링거를 꽂은 채 누운 유원이 보였다. 이 한여름 날씨에 추위로 인해 하얗게 질린 입술이 다 돌아오지 않은 것을 보고 있자니 미안한 마음이 드는 리온이었다.

“……미안.”

“뭐가요?”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니까…….”

리온이 눈더미를 내려놓던 순간의 감각을 떠올리며 손을 파르르 떨었다. 이래도 되나, 싶으면서도 결국 돌아설 때 평소에 쌓인 불만이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내가 이러고도 에스퍼 자격이 있나. 리온이 그렇게 생각하며 말했다.

“내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처리했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리온이 고개를 푹 숙인 채로 말했다. 역시 자신은 아무리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상대가 다치는 것보단 자신이 다치는 것이 나았다.

“링거 다 맞으면 내가 집까지 데려다줄게.”

“미안해하지 마세요.”

유원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리온은 그럴 수가 없었다.

‘동시 동작하는 거 서툴잖아요. 어차피 공격 받으면 그거 놓쳐요. 저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당장 본인 몸부터 좀 챙기라고요!’

그 말을 들은 순간 느꼈던 약간의 짜증과 손이 떨릴 정도의 초조함, 리온은 아직도 그 설산 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제가 그렇게 하라고 한 거고, 그렇게 안 했으면 형이나 민찬 선배가 보스한테 더 심하게 공격당했겠죠.”

“달라. 나나 선배는 에스퍼고, 넌 아니잖아.”

게이트 안에서 가이드는 일반인이나 다름없었다.

궁지에 몰리면 본능적으로라도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힘을 발산하는 에스퍼들과 달리 그들에겐 아무런 힘이 없었다.

그러나 한 번에 짧게는 3일, 길게는 일주일이 걸리는 게이트의 특성상 어쩔 수 없이 가이드들까지 데리고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야 하기에 에스퍼들은 반드시 그들을 보호할 의무가 있었다.

그게 비록 키도 크고 근육도 어지간한, 입만 열면 짜증 나는 소리를 해 대는 성인 남성이라도 마찬가지였다.

게이트 안에서는 팔순이 지난 노년의 여성 에스퍼가 이십 대 초중반의 일반 성인 남성보다 강하다.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던 말이었다.

“다쳐도 내가 다치는 게 맞아.”

리온이 축 처진 채 말했다. 원래 게이트에서 나올 때마다 다쳐 있는 것은 자신이었다. 큰 부상은 드물었지만 자잘한 부상 정도는 달고 사는 리온이었다.

그때마다 유원이 잔소리를 해 대곤 했었는데, 이번엔 응급실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사람이 바뀌어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 사이의 기류가 완전히 달라졌다.

“……괜찮다고 했잖아요. 그냥 벽에 부딪힌 정도예요. 기껏해야 모레 정도면 아무렇지도 않을 텐데요.”

“그래도, 내가…….”

“걱정돼요?”

유원이 뜬금없이 물었다. 물어보지 못할 만한 질문도 아니었다만, 유원의 입에서 나왔다기엔 조금 유치한 질문이었다.

“……당연하지. 어쨌거나 넌 센터의 가이드고, 내 매칭 가이드야. 그리고 내가 게이트 안에서 지켜야 할 사람이기도 했고…….”

“그럼 이제 조금이나마 알겠네요.”

“뭘?”

리온이 큰 눈을 깜빡거리며 물었다.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이해하지 못해 가만히 있자 유원이 말했다.

“자기 몸 하나 못 챙겨서 다쳐서 나올 때마다 사람들 기분이 어떨지요.”

“너……!”

지금 이 상황에서까지 시비를 걸고 싶으냐? 순간 욱한 리온이 이곳이 병원이라는 것을 깨닫고 입을 꾹 다물었다.

“이 상황에 그런 걸 따져야 해?”

“역지사지라는 말이 있잖아요. 남 구하려다가 다쳐 오는 거 볼 때마다 형 주위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라고요.”

“뭐가 똑같다는 거야. 구해 줄 능력이 있는 사람이 구해 주는 거랑 그럴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자기 몸 다쳐 가며 희생하는 건 전혀 다른 상황이거든?”

“형은 형이 그렇게 능력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본데, 제 생각엔 딱히 그렇지도 않거든요.”

유원이 리온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로 말했다.

“매번 다쳐서 돌아오고, 제가 여기에 들어와서 일한 5달 동안 형이 쓰러진 것만 네 번을 봤어요. 기사에선 그런 이야기까진 안 하니까 다들 모르겠죠.”

“그거야, 내가 크게 다친 걸 알면 사람들이 불안해하니까, 굳이 알릴 필요 없잖아.”

“그게 무슨, 결국 형도 다른 사람들이랑 다를 것 없는 사람인데, 일부러 다친 것도 아닌데 다친 거 하나하나 눈치 봐 가면서 한국 에스퍼의 간판이라는 소리 듣는 게 그렇게 뿌듯한 일이에요?”

한국 에스퍼의 간판. 솔직히 그 말이 부담스럽지 않다면 거짓말이었다. 영광스러운 호칭이지만 그만큼 어깨를 무겁게 하는 것도 많았다.

이따금씩 에스퍼 관련 행사를 할 때 동원된다거나, 리온의 부상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동요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병원에 다닐 때도 최대한 조용히 다녀야 한다거나.

게이트에 들어갈 때마다 파티원과 상황을 책임져야 하는 자리에 있었고, 그 부담감이 가끔 리온을 심적으로 짓누를 때도 있었다.

그러나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그리고 자신에게 이런 힘이 있기에 해야만 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늘 뿌듯함을 느끼며 일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제발 몸 좀 챙기며 일하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리온에게 이런 말까지 하지는 않았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그래도 되겠지. 난 그런 평범한 보통의 사람이 아니야.”

“보통 사람이에요. 형이 무슨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아니, 신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긴 하지. 당연히 뿌듯한 일이고, 내가 한 행동에 후회 없어.”

리온이 큰 소리를 내지 않으려 조곤조곤 이야기를 이어 갔다.

“네가 대체 왜 날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모르겠는데, 너도 그런 의무감이 뭔지 아니까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가이드 일 시작한 거 아니야?”

“대학 진학을 포기했지, 나 자체를 포기하진 않았어요.”

“한마디를 안 지지.”

링거 수액이 모두 떨어질 때까지는 옆에 있어 주려고 했는데, 역시 저놈은 자신과 상극이었다. 아직 수액이 반도 넘게 남아 있는데 과연 이 수액이 다 떨어질 때까지 소리치지 않고 재수 없는 얼굴을 마주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돌아가요.”

“어?”

“게이트에서 나온 지 얼마나 됐다고 그렇게 손톱이나 물어뜯으면서 불편하게 앉아 있어요.”

걱정해 줘도 저렇게 얄밉게 말을 한다. 리온이 부글거리는 속을 겨우 진정시키며 말했다.

“너 환자야.”

“혼자 택시 타고 집도 못 갈 정도로 아프진 않아요.”

“내가 아플 땐 그렇게 유난을 떨더니, 너야말로 네 몸 좀 신경 쓰지?”

“드디어 제 입장에서 생각해 주시는 거예요? 감동이네요.”

비꼬는 것이 분명한 말투에 리온이 결국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웬만하면 참으려 했는데, 대놓고 시비를 거는 사람 곁을 지켜 줄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그럼 그 잘난 몸 이끌고 혼자 집에 가면 되겠네. 내가 괜한 참견을 했다.”

입을 저렇게 재수 없게 놀리는 것을 보니 정말 아프지도 않은 것 같았다. 리온이 씩씩거리며 커튼을 걷고 응급실을 빠져나갔다.

“빨리 숙소 들어가서 푹 쉬기나 하세요.”

유원이 그런 리온의 뒷모습에다 대고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리온에게 닿을 리가 없을 만큼 작고 소심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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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퍼센트의 사랑 - 99퍼센트의 사랑 (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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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퍼센트의 사랑 - 99퍼센트의 사랑 (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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