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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으로 >

*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로는 강서원이 가장 급하다. 그런 만큼 회장실 바깥의 매니저 중 가장 초조한 이는 강서원의 매니저였다.

‘뭔가 뾰족한 방법이라도 있었으면 좋을 텐데.’

압박감도 제일 심했다.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은 김해수는 말할 것도 없고 임옥빈 역시 ‘그까짓 카드 발언 가지고 뭔 난리야?’라고 냉소할 수 있다. 그냥 철없는 젊은 연예인의 실수에 불과하니 말이다.

반면에 반민족과 매국 행위가 들어가는 사건은 급이 달랐다. ‘보다 나은 작품 활동으로 보답하겠습니다.’라거나 ‘죄송한 마음으로 자숙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와 같은 말과 기다림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제대로 처신하지 못한다면, 배우의 커리어와 미래가 송두리째 날아갈 게 자명했다.

‘그런데 왜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지?’

담당 배우인 강서원을 집으로 데려다주는 차 안.

묘한 표정을 짓고 나온 후 강서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무언가 생각에 골똘히 잠겨 있는듯하다.

꽤 긴 시간, 고민이 끝나기를 기다렸지만, 기다린다고 그의 입이 딱히 열릴 것 같지는 않았다. 매니저는 인사이드 미러로 강서원의 표정을 살폈다.

“윤태식 회장이랑은 무슨 대화를 했길래 이렇게 말이 없어?”

“그냥, 별 이야기 안 했어.”

소속사에는 물론이고 자신도 가장 우려하는 바를 물었다.

“분량 다 쳐 낼 거래?”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뭔데? 무슨 대화를 했길래 말도 없이 그러는 거야?”

말을 하다 보니 답답함을 담아 강서원을 압박하게 된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변이 이상했다.

“윤 회장님 말이야. 스캔들이나 따로 사귀는 사람은 없었지?”

“딱히 없는 거로 알아. 있다고 해도 윤 회장쯤 되는 거물에 대해 우리가 알 리가 없기도 하고. 주 활동무대가 미국이지 한국인 건 아니니까. 친분을 자랑하는 할리우드 인사들은 수두룩하다지만··· 그런데 갑자기 그건 왜?”

“김해수 선배랑 잘 될 것 같아서.”

“뭐라고?”

“회장님이 선배를 마음에 들어 해. 앞으로의 커리어는 맡아놓고 책임져 주신다고 했거든.”

“맙소사! 진짜냐?”

순간, 운전 중에 전방 주시를 놓치고 뒤를 냉큼 돌아봤을 정도의 이야기였다. 깜짝 놀라서 얼른 다시 앞을 보며 운전에 집중하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회장실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여러모로 상상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매니저에게 강서원이 말했다.

“얘들은 아직까지 이러네.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거도 해결해 주신댔어.”

불안하고 대응책을 마련하려고 스트레스받는 연예인의 심정과 온라인은 정반대였다. 마치 세상 전체가 자신을 증오하는 것처럼 보일 만큼 검색하는 모든 곳과 모든 이가 그를 욕하고 있었다.

【일본 천황 위해 싸우자! 1급 친일파였던 강서원의 외증조부】

【강서원은 위안부 친일파 후손】

【강서원 외증조부 친일파설 이거 진짜일까?】

┕ 이미 예전에 인터뷰한 거 다 떴는데, 진짜일까는 무슨 진짜일까야?

┕ 그냥 친일파인 줄 알았는데, 1급 친일파였어? 그런 사람을 자랑스럽다고 한 거고?

┕ 위안부까지 일본에 가져다 바친 수준이면 친일파가 아니라 민족반역자지.

┕ 매국노라고 불려야 하는 거 아니야?

┕ ㅋㅋㅋ 이런 사람이 자랑스럽다니 강서원 지능 수준 알 만하다. ㅋㅋㅋㅋㅋ

┕ 대가리 빠가사리 인증이지. 정확한 역사의식은 갖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 딴따라들이 외모 빼면 머가리 텅텅 인 거 아직도 모름?

┕ 얘 잘 보면 머리숱 존나 없음. 빡빡이 미래에 한 표~

가족 관계는 기본이다. 인격 모독부터 온갖 말이 욕설을 낳고 자가 증식하는 중이었다. 대안이 없었다면 이를 바득바득 갈았을 것이다. 그러나 뒷배가 확실한 지금은 달랐다.

“형. 악플러랑 합의해주지 말고 싹 다 고소하게 자료 수집해 줘. 소속사에서 괜히 이런 데 대응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 힘은 이 자식들한테 쓰자. 인터넷 바깥이 얼마나 살벌한지 꼭 보여줄 거야.”

매니저는 윤태식과 김해수의 관계에 대한 의문을 기억 한 편에 밀어두었다. 본래 온갖 소문이 들리는 연예계인 만큼 이런 잡담거리는 나중에 꺼내어 술안주로 써먹으면 된다.

“너무 흥분하지 마. 악플이 무플보다 나은 거 알잖아. 게다가 대응하지 않는다니. 그렇게 보면 사장님이 서운해하셔.”

“그게 무슨 말이야?”

“사장님이 가만히 있을 만큼 아마추어가 아니잖아. 봐봐. 기사는 엄청 많이 올라오는데 의외로 게시글 쪽에 가면 보이는 양이 확 줄지?”

과연 그러했다. 이슈 몰이가 굉장히 이루어지는데 게시글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를 언급하며 매니저가 뿌듯하게 말했다.

“기사는 아직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커뮤니티나 블로그에 올라온 게시글은 내리도록 하고 있어. 우리 소속사가 그 정도 힘은 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더군다나 21세기에 연좌제가 말이 되냐? 이것만 바로 잡아도 여론은 잡을 수 있어.”

“그러면 안 돼!”

“안 된다니?”

“왜 시키지도 않은 일을 하고 있는 거야?”

“그럼 저걸 그냥 놔두냐?”

기껏 신경 써서 관리해주는 데 배은망덕한 반응이라며 서운해 하는 기색이다.

하지만.

- 소속사에서는 아마도 이번 사태를 더욱 키울 수 있는 글들을 삭제하려 할 겁니다. 하지만 그러지 마십시오. 과열되어 지나친 모욕이 올라올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얼음처럼 굳어진 강서원의 뇌리로는 윤태식과 김해수의 썸이라는 상상 대신 조금 전에 들은 말이 비로소 떠오르고 있었다.

- 지나치다 싶어야 그릇된 정보를 바로잡을 때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정의롭고 공식적인 절차로 사과하는 강서원 배우의 이미지가 빛을 발합니다. 가장 극적으로 상황을 종식히기 위해 소속사가 압박하는 흠결을 만드는 건 어리석은 일입니다.

절대로 관련된 글을 지우거나 해서는 안 된다며 윤태식 회장은 그에게 몇 번이고 당부했다. 강서원이 다급히 소리쳤다.

“형! 회사에 전화해. 당장!”

“왜?”

“게시글 지우는 거 중단하라고 해!”

“너, 자꾸 이러면 서운해진다. 너를 위해서 지금 회사 전체가 얼마나 초비상으로 움직···”

“전화하라고!”

강서원은 지금까지 가족만큼 친하고 서로 잘 안다고 여겼던 매니저가 너무나도 답답하게만 여겨졌다. 하지만 자신이 회장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탓이라는 사실을 곧 깨닫고 최대한 빠른 어조로 말했다.

“윤 회장님이 조언해 줬어. ‘친일파의 후손이라고 나까지 싸잡는 것은 연좌제이니 여론을 돌릴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괜히 그런 행동을 했다가는 내 사상도 친일파와 같다는 여론이 만들어져서 되돌리기 힘들어진다.’고 말이야.”

외증조부가 친일파인 것보다 관련 게시글이 사라지는 것이 더 큰 문제를 불러올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가만히 있으라고?”

“맞아. 윤 회장님이 해결하게 그냥 둬야 해.”

“서원아. 그러면 우리랑 넷플렉스랑 원투 펀치로 같이 움직이는 게 효과도 더 좋지···”

“아니야. 안 좋아!”

최소한의 설명은 했으니 빨리 좀 움직였으면 좋겠다. 그 심정을 담아 붉어진 얼굴로 흥분하니 강서원의 닦달에 매니저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일단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허공에 대고 고개를 숙이며 ‘예. 예. 부탁드립니다.’를 연발했는데 대화가 썩 원만하게 이루어지는 느낌은 아니었다. 도중에 매니저는 휴대폰의 아래를 손으로 가리고 숨죽여 물었다.

“서원아. 이거 지금 못 잡으면 큰일 날 수도 있대. 무조건 지금은 숨죽이고···”

“형. 이건 숨죽이는 게 아니라 숨지는 거야. 이건 친일파 사건이라고. 모르겠어? 지금 이 글을 지우는 건 외증조부가 친일파인 사건에서 내가 친일파인 사건으로 바뀌는 거야.”

“알았다.”

지금까지 소극적이었던 매니저도 이번 말에서 무언가 깨닫는 것이 있는지 적극적으로 회사에 어필을 시작했다.

한편, 강서원도 얼른 GF의 명함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받은 이는 윤태식 회장의 측근인 김유천 비서실장이었다. 그에게 지금의 상황을 알렸다. 회장실에 있던 사이에 이미 소속사에서 움직이고 있던 모양이라는 말과 함께였다.

- 알겠습니다. 계획보다 더 빨리 움직이지요.

“네. 죄송합니다.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 강서원 배우가 죄송할 일은 아닙니다. 이때다 싶어서 말도 안 되는 기사들을 써 재끼는 기레기들이 문제인걸요.

“그 사람들이야 그게 직업이니까요.”

강서원은 불만이 없지는 않으나 연예인과 기자는 악어와 악어새 같은 관계라고 생각한다. 속마음 같아서는 쌍욕을 퍼붓고 싶지만, 저들에 대해 악감정을 가지면 그의 정신건강에도 좋을 건 없었다.

그런데 김유천 비서실장이 꾹 누르고 있는 그의 불만을 대신 해소해주었다.

- 상상으로 기사를 써대는 놈들을 기자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저희 외증조부가 친일파이신 게 아닌 건가요?”

- 그건 맞죠. 그런데 1급 친일파라는 건 없습니다.

“네?”

- 친일파는 친일파일 뿐, 거기에 급수를 메기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즉, 1급이니 2급이니 하는 건 다 자극적으로 보이기 위한 날조지요. 여기에 위안부라니요. 고소 못 할 거라는 걸 아니 터무니없는 헛소문을 아무 죄책감도 없이 퍼트리는 겁니다.

‘이딴 것들이 기자라니.’라며 비서실장이 혀를 찼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그의 말이 더할 나위 없이 속 시원했다.

- 아무튼, 지금부터라도 게시글 삭제는 중단하세요. 그리고 최대한 빨리 공식 사과를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이후, 5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새로운 기사가 올라왔다.

【게시글 삭제는 강서원의 의지가 아닌 명예훼손을 의식한 사이트의 단독 행동.】

【사실을 숨기거나 할 생각 없다. 앞으로는 게시글이 삭제되는 일은 없을 것.】

【조만간에 공식 사과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안 그래도 게시글이 자꾸 지워지길래 강서원을 의심했는데, 그건 아닌가 보네요.

┕ 순진하시기는. 자기네가 지워놓고는 문제 생기니까 발뺌하는 거임.

┕ 글쎄. 어디에도 삭제로 문제 생긴 건 없는데?

└ 묻지 말고 좀 검색을 해봐. 내가 찾아주지.

└ 옛다~ 이거.

【강서원 게시글 삭제 논란.】

【친일파 논란의 강서원 외증조부 친일 행적 감추려···】

└ 오! 있다. 역시 ㅋㅋㅋㅋ

└ ??? 이거 이상한데? 강서원 입장 표명이 6분 전. 삭제 논란 기사는 13초 전?

└ 미래를 달리는 사과 방송이냐?

└ 시간을 보면 게시글 삭제에 대한 최초 기사보다 삭제에 대한 강서원측 기사가 더 빨라요. 논란되기 전에 먼저 기사가 올라온 것 보면 발뺌은 아닌 것 같은데요?

┕ ㅇㅇ 공식 사과를 하겠다는 거 보면, 영 생각이 없는 사람은 아닌가 보네.

┕ 바보냐? 공식 사과하겠다면서 뻘 소리 하는 사람들 한둘이래?

└ 일단은 지켜봅시다.

상반되는 두 내용의 기사들의 시간 차이.

그 탓에 이슈 몰이를 위해 올라오던 기사들이 뚝 끊겨버렸다. 조금이라도 늦었다면 아마도 윤태식 회장의 말처럼 커다란 후폭풍으로 성장하여 말 그대로의 재앙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높았다. 강서원은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거 회사에서 한 거야?”

“아니. 게시글 삭제하라고 했던 것들 중단하기도 벅찬데 그걸 언제 올렸겠어?”

회사가 아니면, GF에서 움직인 거라는 이야기다.

“아니. 무슨 소속사가 영화 제작사보다 커버를 못 해줘?”

회장실에서 보고는 신뢰가 갔었지만, 막상 몸소 겪으니 든든한 뒷배의 안전함에 마음이 푹 놓일 정도였다. 그러자 매니저가 툴툴거렸다.

“생각해봐라. 우리 회사가 연예기획사 중에 탑3네 뭐네 하지만 고작해야 연예기획사 중에서야. 반면에 GF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에서 노는 회사라고. 비교할 걸 비교해야지.”

“그건 그러네.”

“아무튼, 네가 왜 가만히 있는 게 돕는 거라고 했는지 이제 이해했다. 나도 말로는 글로벌이니 했는데, 진짜 이렇게까지 빠를 줄은 몰랐어. 혹시, GF에서 연예기획사 준비하고 있거나 그런 거 아니야?”

“설마.”

“왜? 방송사도 있고, 영화 제작사도 있고, 연예기획사도 할 만하지. 아니면, 아까 윤 회장이 김해수 씨한테 마음 있다며? 그럼 재벌이 한 사람 밀어주려고 만드는 그런 건가?”

“엉뚱한 소리 하지 마.”

“서원아 혹시 저기로 옮기게 되면, 나 데려가라. 알았지?”

“됐고, 집에 가 가자.”

“오케이~”

웃으며 돌아가는 길에 본 휴대폰에는 ‘일부를 보여준다, 일부만 보여준다.’와 ‘매너 있는 소개팅’이라는 유머 섞인 칼럼이 올라오고 있었다. 은근하게 밑부터 다져나가는 모습이다. 강서원은 새삼 마음을 다잡았다.

“형. 이번 영화 홍보는 망가지는 예능이건 뭐건 다 잡아줘.”

어차피 될 영화지만, 혼을 불태워서라도 더욱 크게 성공하도록 최대한 협조하기로 결정했다.

*

배우들의 이슈는 계획했던 대로 진화에 들어갔다. 강서원에게 대본을 주었고 그는 배우답게 충실히 기자회견에 임했다.

【강서원 외증조부 친일파 논란 사과.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강서원 친일파 후손 논란 직접 나서서 사과. 반성하고 공부하겠다.】

【강서원 외증조부 친일파 논란 사과에도 비난 봇물.】

┕ 강서원 아웃.

┕ 죗값 치르라는 것도 아니고 최소한 부끄러워할 줄은 알아야지 자랑스럽다고 인터뷰까지 할 일이냐?

┕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본인의 증조할아버지 성함은 알고 계세요? 알고 그랬으면 모를까. 몰랐는데 너무 몰아가는 거 같은데?

┕ 몰랐다고? 오십대도 아니고, 강서원이 친일파가 어떤 존재인지 모르는 게 말이 되냐?

┕ 친일파가 뭔지 모르는 게 아니라. 자기 할아버지가 친일파인 걸 몰랐다는 거지.

┕ 원래는 강서원에게 부정적인 입장이었는데, 빠른 인정에 사과까지 하는 데도 이러는 거 보면 진짜 일부러 몰아가는 거 같네.

단번에 기적처럼 모든 이가 대동단결하여 ‘우리가 지나쳤으니 이제는 제대로 봐줍시다.’라고 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화근이 제거되었으며 악플을 다는 이들을 자중하게 만드는 분위기는 확실히 만들었다.

“이제 확대 재생산되는 일은 없겠군요. 그러면 다음은 어떻습니까?”

“김해수 배우 쪽도 문제없습니다.”

이번은 문제에 대한 해명이 아닌 만큼 김해수가 모친의 채무자를 불러 이를 정리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후는 서사를 만들어나갔다.

【김해수, '13억 빚더미'로 알려진 가정사】

【27년 차 배우의 애환】

【월세에 사는 슈퍼스타. 그동안 갚은 빚만 170억】

【어머니와 금전 문제로 오랜 갈등. 연락 끊은 지 2년】

최대한 김해수라는 배우의 잘못보다는 어머니와 얽힌 가정사로 이야기를 풀었다. 엄청난 인기를 끄는 대배우가 어머니의 빚을 갚으며 현재는 월세로 살고 있다는 다소 휴머니즘적인 이야기인데 대중들에게는 이런 게 아주 잘 먹힌다.

여기서 마음먹기에 따라 그녀의 모친을 인간 이하의 쓰레기로 매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외부적인 압력 없이는 냉정하게 칼로 무 자르듯 끊지 못한 사람이 김해수이고 부모 자식이라는 천륜의 관계다.

【빚더미에 눌린 슈퍼스타】

┕ 드라마에서 비슷한 엄마 본 거 같은데.

┕ 아직도 이 나라는 자기 자식이 부모의 재산 같은 개념이 남아 있는 듯.

┕ 부모가 되어서 자식의 앞길을 막는 일은 없어야지.

┕ 이걸 지금까지 계속 갚아줬다고? 심지어 진짜 밝히기 힘들었을 텐데. 더 많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먼저 나섰다는 게 정말 대단하고 멋지다.

나는 김해수의 모친을 악마화하기보다는 김해수라는 배우에게 연민의 감정이 더욱 증폭되고 책임지는 연예인의 모습을 씌워주었다. 이는 채무자들의 빚을 대신 갚아주고 그녀가 강단 있게 선언하는 퍼포먼스를 통해 완성될 수 있었다.

【김해수, 마지막까지 책임지고자 전 재산 다 써】

【오랜 불화 끝, 그녀의 결단.】

【가정사 공개한 김해수의 눈물과 선언. ‘그녀의 책임은 오늘 이후 당사자의 것.’】

└ ㄷㄷㄷ 엄마를 이름이랑 그녀라고 부르네. 어머니를 어머니라 하지 못하고···

└ 그거랑 이게 맞냐? ㅂㅅ. 김해수도 피해자잖아.

└ 돈 빌리면서 ‘내 딸이 김해수여~’라고 했을 텐데, 저 할멈 이젠 개털이겠네. 확실히 가족이라고 다 가족이 아니야. 개자식들도 많지만, 개부모들도 똑같이 많아.

└ 전재산 다 썼다는데 울 언니 어떡해요 ㅜㅜ 이제부터 꽃길만 걸어요 ㅠㅠ

└ 그냥 모르쇠로 가도 문제없을 텐데, 170억을 한 큐에 갚는 대범함! 하이틴 스타! 쎈언니!

└ 세상 쓸모없는 걱정이 연예인 걱정이야. 서민이 부자 걱정해서 뭐해?

└ 울버렌으로 이미 월드 스타입니다.

└ 개봉도 안 했는데?

└ 누가 만들었는데 저게 쪽박 차겠음?

└ ㅇㅈㅇㅈㅇㅈ

문제를 지적받고 뒷수습을 하는 것보다 훨씬 깔끔한 그림이다. 한편, 임옥빈의 작업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반응은 ‘연애 얘기하기 전에 애인 있냐고부터 묻는 게 예의 아니냐?’와 ‘오늘도 이렇게 인터넷으로 배워갑니다.ㅠㅠ’가 있었다.

“언론사 놈들 지금쯤 부들부들하고 있겠군요. 작업 치려던 게 죄다 무너졌으니 말입니다.”

“네, 회장님. 해당 기사 터지고 분위기가 지금 쑥대밭이라 합니다.”

언론사들이 울버렌을 저격하며 준비한 화살은 두 개다.

강서원 매국 프레임과 김해수 사기 행위다. 그러나 김해수의 모친 사건을 아껴둔 건 강서원의 이슈가 그만큼 파급력이 컸기 때문이다.

이렇듯 시차를 두고 요리할 심삼이었는데 내가 둘 다 못 잡게 만든 것이다. 이로써 일본의 사주를 받았건, 저들이 알아서 기었건 간에 일본이 부르르 떨만한 울버렌의 상영은 탄탄대로를 달리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에서 웃기는 변수가 발생했다.

“회장님. 기자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이번에는 또 무슨 멍청한 짓을 하려고 한답니까? 휘 잭맨의 가정사?”

“노골적으로 GF와 회장님 가족분들에게 접근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뭐?”

반사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내리친 주먹은 책상에 주먹 모양의 도장을 찍고 육중하게 흔들려 실내의 묵직한 울림을 만들었다. 벽에 건 장식물마저 진동했으니 책상 위의 물건들이 남아날 리 없다. 자빠지며 소음이 일었다.

그러나 그따위가 무슨 상관이랴.

나는 놀라서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김유천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정말입니까?”

“사··· 사실입니다!”

“이놈들이 진짜 미쳤나 보군요.”

손아귀에 힘을 주었다. 당장 눈앞에 있으면 절제하던 힘을 모조리 써서 박살 내버렸을 만큼 화가 났다. 한편으로는 언론사들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언론사의 수익 60%는 기업의 광고에서 생산된다. GF는 대기업이며 저들에게 있어 큰 고객이다. 그런데 고작 이런 일로 우리를 표적으로 삼아서 공격하다니 이게 제정신으로 할 수 있는 일일까.

‘돈 이전에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건가?’

하지만 누구에게나 역린은 있는 법.

저들이 젊은 부자의 도전이 성미를 건드렸다면, 내게는 가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일반적이었다면 들끓는 감정을 가라앉히고 이성과 합리성을 따져 움직였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예측 가능한 상대가 된다면, 상대는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간을 보며 자극해올 게 틀림없다. 줄에 묶인 개를 길고양이가 바깥쪽에서 도발하듯 말이다.

해법은 무엇일까.

간단하다.

‘내가 만만하게 보인다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해줘야지.’

나는 보통 사람이었다면 손목뼈가 시큰거리거나 주먹에 통증이라도 있어야 정상인 내 손을 한 차례 보았다.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힘을 제대로 실어서 내리치면 원목 테이블을 부숴버리는 게 가능하리라는 강력한 예상마저 들었다.

이렇듯 내 육체 능력은 쓸 일이 없어서 기껏해야 영화 촬영의 액션에 선보이는 게 고작이다.

‘그게 문제였나.’

권력과 재력도 그러하다. 있지만, 나는 그 힘을 허투루 낭비하거나 과시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유약한 이미지로 남았다면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

“사람을 때려보신 적이 있습니까?”

“네?”

당황해하는 그에게 내가 말했다.

“저는 어릴 때 괴롭힘을 꽤 많이 당했습니다.”

“회장님이요?”

“어릴 때부터 덩치는 컸는데, 사람을 때리려고 하면 심장이 쿵쾅거리고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더군요. 그래서 덩치만 큰 멀대니 뭐니 하면서 소위 일진이라 불리는 녀석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이 마음이 바뀐 계기는 우연하게 생겼다.

“그러다 어느 날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저도 모르게 반격을 했습니다. 그런데 거대한 괴물처럼 보이던 녀석이 한 대 맞고는 개구리처럼 나자빠지더군요. 그 이후로 어떻게 됐을 거 같습니까?”

“일진을 이겼으니 일진이 되셨을까요?”

“아닙니다. 대신 한 가지 변화가 생겼지요. 다른 사람을 때리는 건 여전히 주저하는 상태인데 묘하게도 그 녀석만큼은 때려도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는 겁니다.”

그렇게 폭력에 대한 거부감이 지워져 갔다.

“사람을 치면 안 된다. 이런 식의 교육이 제 행동에 죄책감을 부여하고 있었는데 몇 번 때리다 보니까 그 녀석한테만큼은 죄책감이 생기지 않더군요. 익숙해지는 과정이었고 나중에는 필요할 때 그놈이 아닌 누구에게도 대응하는 융통성을 발휘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셨군요.”

“마음의 변화를 겪은 뒤에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이 녀석은 나를 왜 괴롭혔던 걸까. 이해할 수 없던 그 행위의 대답은 간단한 거였습니다. 저항하지 않으니까, 편하니까, 익숙하니까, 만만하니까, 그래도 되니까.”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이야기를 듣고 있는 김유천 비서실장에게 지시했다.

“곽지원 부사장님을 부르십시오.”

“예, 회장님.”

그가 나가고 나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정경유착.

이는 기업가가 정치인에게 정치 자금을 제공하고 정치인은 반대로 기업가에게 여러 가지 특혜를 베푸는 것을 말한다. 정치인과 기업가 사이의 부도덕한 밀착 관계인데 나와는 꽤 거리가 있는 단어이기도 했다.

딱히 한국에서 특혜받을 것이 별로 없었기에 GF는 정치적 배경이 거의 없었다. 그러다 보니까 우리는 힘이 없다는 착각을 많이 해오고 있다.

‘웃기는 일이지.’

저들은 착각하고 있다.

힘이라는 것은 돈에서 나온다. 그런데 가장 돈 많은 기업이 힘이 없다는 게 말이 되겠는가. 언론사라는 지식인들의 집합체이자 나라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다루는 집단에서 이런 착각을 한다는 게 우스울 따름이다.

“부르셨습니까?”

괜히 내리친 주먹 탓에 제법 어지러운 회장실이었다. 이를 보고 곽지원 부사장은 웃으며 들어오다가 표정을 굳히고 내게 고개 숙였다.

“중국에 다녀오셔야겠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한 우리나라는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종이 신문보다 인터넷 신문을 보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다. 종이 신문이 팔리지 않으니 매출이 급감하고 보는 사람이 적으니 광고주들도 종이 신문보다 인터넷 신문을 더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뀌어 갔다.

그러나 인터넷 신문에서의 수익은 고작해야 2%로 광고 수익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처참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보지도 않는 종이 신문에 돈을 주는 광고주들은 누구일까?

국내 주요 대기업과 외국계 기업들이다.

우선, 이걸 끊어주마.

“일본과 국내 언론사들에 GF가 어떤 그룹인지 보여줄 요량입니다. 가서 돈 무서운 줄 모르는 사람들에게 돈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려주고 오십시오.”

지갑에서 붉은색의 명함을 꺼내 곽지원 부사장에게 주었다.

“이게 무엇입니까?”

“쑤전팽의 명함입니다.”

“쑤전··· 팽? 설마, 중국 총 서기요!?”

곽지원 부사장이 명함을 성물처럼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았다.

나와 만났을 시기만 해도 상하이 서기였던 쑤전팽은 작년부터 공산당 총 서기를 맡게 됐다. 그리고 조만간에 국가 주석으로 확실하게 정권을 물려받게 된다. 즉, 그는 중국을 움직인다.

“너무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어차피 대리인으로 가는 만큼 쑤전팽을 직접 만날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냥 만나는 대리인에게 부탁만 전달해주시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 실장님은 권용민 의원을 만나고 오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전투의지로 다져진 저들이 나갔고 나 역시 움직일 채비를 갖췄다.

미국에서 만나 볼 회장들이 많다.

< 게임으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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