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픈 직전 >
"그게 전부입니까?"
"예거
"썩 와 닿는 제안은 아니네요."
내 말에 김강철 팀장이 당훅스러워했다.
그는 아무래도 내가 좋아라하면서 덥석 제안을 받을 줄알았나 보다. 이를 보고 거듭 알 수 있었다.
'경영이랑은 역시 거리가 멀어.'
경력이 있는 만큼 자신이 가진 패가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가졌는지는 얄지만 그 이후를 내다보는 데에는 부족했다.
또한 자신의 시나리오 1이 헝클어지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는 것을 보니 2안, 3안을 준비하는 것에도 미숙해보인다.
'아니려나. 그만큼 자기 제안을 자신했을지도.'
액티브, 아크록스, 힐을 직접 플레이해보았고 방금 대화를 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이들 셋은 따로는 부족하다. 뭉쳐서 끌어안아야 된다.
'김강철 팀장은 3D에 관해서는 아주 탁월한 능력을 지녔지만 게임기획이 부족하지.'
그래서 나온 게임이 액티브다.
'성주환 팀장은 유저들이 원하는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파악하고 그것에 맞춘 게임을 기획하는 능력은 탁월하지. 그러나 창의력과 레벨링 쪽이 영 딸려.'
잘 만든 표절작인 아크록스가 여실하게 보여준다.
'김무곤 팀장은 이 중에서 가장 안정적인 개발자지. 문제는 딱 그 범주에서만 머물렀다는 거야. 대작을 만들기에는 여러모로 부족해.'
이를 힐이 증명했다.
이러한 평가를 단정적으로 내가 내릴 수 있는 이유는 미래의 정보와 비교하는 것에 기인했다. 나의 제한적인 지식으로 저들 개개인의 모든 것을 속속들이 알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추후 나올 다양한 게임들과 현재의 작품을 비교해본다면 발전 가능성이나 완성된 형태를 능히 짐작할수 있다. 기발함을 끝날 것인가 그 너머에 도달할수 있는가 여부가 이에 해당한다.
때문에 내가 제안했다.
"이렇게 합시다. 세 개의 게임으로 매출 2억을 달성하면 세 분이 우리 회사로 오는 것으로 말이지요."
"네? 회사를 옮기라고요?"
"이상하네요. 왜 당황하십니까? 어차피 김강철 팀장님은 게임 업계를 떠나려고까지 생각하셨잖습니까. 그런데 재미소프트에 연연해할 이유가 있을까요?"
"그건아게
"게다가 마지막 희망이라는 평가까지 듣고 일부는 공감하셨다고 했지요. 그렇다면 더더욱 희망과 함께 해야지 않겠습니까?"
장점을 돋보이게 하고 단점을 내가 보완해주겠다.
그리 말하면서 덧붙였다.
"그리고 PC패키지 게임의 희망이라는 약간은 간지러운 말을 들으니까 하는 말인데, 솔직히 털어놓자면 저는 패키지 시장에서 돈을 버는 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예에"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의 얼굴이 볼만하게 변했다.
어처구니없음. 놀라움. 당활등등이 한데 어우러졌다. 그때 김무곤 팀장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투로 물었다.
"돈을 버는 것에 관심이 없으신데 왜 이 사업을 하시려는거죠?"
"돈이 되니까요."
"에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얼굴이다.
하나씩 일러주었다.
"우리 한국은 컴퓨터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것이 얼마되지 않습니다. 또한 제대로 된 게임 회사가 생겨난 것도 10년 이내의 일이죠."
게임으로 유명한 미국이나 일본은 회사들과 나의 나이가 비슷할 정도였다. 반면에 한국의 게임사들은 그 경력이 정말로 짧다.
"그럼에도 MMORPG를 세계 최초로 만든 국가가 우리한국입니다. 그뿐 아니라 수준 역시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다고 저는 확신하고 있죠. 그렇다면 패키지 게임은 어떨까요? 국외의 게임들과 경쟁할 수준이 될까요"
면전에서 대놓고 던지는 말에 저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온라인 게임과 패키지 게임은 상황이 다릅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오해가 있는데 온라인 게임에 비해 패키지 게임을 폄하
하려는 게 아닙니다. 현재를 직시하자는 의도거든요. 그리고 저는 이렇게 판단합니다."
호흡을 반 박자끊었다가 힘을 주어 말했다.
"비록 현재의 한국 패키지게임이 세계의 게임들과 경쟁할수준이 못되기는 하지만, 돈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휴식만 제공된다면 패키지 게임 역시도 세계와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런 식의 화술도 하다보니 스킬이 제법 는다. 눈앞의 팀장들이 경청하는 분위기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세계요"
"네. 이미 국내에 그런 게임이 존재하는 것으로 압니다.이름이..."
"킹덤 오브 플레임 말이군요."
"그렇습니다. 비록 해외의 밀리언셀러들과 비교하면 많이 부족할지 모르지만 한국의 현재 인프라를 함께 생각하면 대단한 작품이라 할 수 있지요."
김무곤 팀장이 흥분해서는 용기백배한 표정으로 호응했다.
"그런 게임들을 만들어 내겠다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그쯤은 되어야 큰돈을 벌 수 있을 테니까요."
또한 내 아쉬움 중 하나였던 '세계의 위대한 게임 개발자 타이들에 한국인의 이름을 넣는 것.'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넘치는 포부와희망찬 미래를 장담하며 대화가오갔다.
차차함께하고 있는사람들로부터 나의 거창한 목적에감화되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어느 정도냐면 본래 딜을 걸었던 매출액 2억을 넘기지 못해도 당장 우리 회사로 넘어오려는 기미가 보일 정도였다.
'됐어'
성공적인 미팅이었다.
61. 오픈 직전
"대표님. PC패키지 게임 온라인 판매 계약 목록입니다."
김지애 팀장을 호출하여 목록을 받아들었다.
'바쁘다, 바빠."
요즘 PC패키지와 클로버 스팅 오픈 준비로 정신이 없다.
받은 목록을 받으며 내심 생각했다.
'패키지 게임은 말 그대로 돈 먹는 하마라니까.'
클로버 스팅을 준비하면서 가장 놀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게임 개발비였다.
솔직히 말해서게이머이던 시절에는 마냥상상만하고 언론매체에서 떠들면 '그런가보다'로 여기기만 했다. 그런데 뉴온라인이나나그네로크급의 인기는커녕생판듣지도 보지도못한 수준의 게임조차도 개발비가 최소 3억 이상씩 들었다.
'뉴 온라인이 2억. 나그네로크가 현재까지 2억. 그 유명한 플레지가 개발비 3억인데... 도대체 온라인이랑 패키지 랑 개발환경이 얼마나 큰 차이를 보이는 건데 이러냐?'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어진다.
소위 말하는 '듣보잡'이 3억이고 이름 좀 들어봤다 싶은 게임들은 대부분 5억 원 이상의 개발비를 집어삼켰다. 10억원이내의 제작비를 사용한 RPG, 20억 규모의 RTS를 보면 그야말로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완전히 돈 잡아먹는 하마네. 하긴, 킹덤 언더 플레임도 20억은 들였다니까."
이렇게 이모저모로 알아보다보면 어처구니없는 것만큼나름대로 흥미로운 요소들도 발견하게 된다. 나 혼자 생각
하는 기네스북 감을 보는 듯한 재미라 하겠다.
.1998년도 버전의 삼국지가 개발비용은 20억!"
이 게임, 골 때린다.
이름이 '삼국지'인데 배경은 미래세계!
콘셉트는 삼국지의 인물들이 미래세계에서 전쟁을 벌인다는 것.
이게 말이야 방귀야 싶고 무슨 얼토당토않은 세계관인가 싶으나, 판매량은무려 10만장이나된다. 도무지납득할수없는 콘셉트지만 게임은 잘 만든 모양이다.
이러한 현재의 흐름에서 최고의 개발비를 소모한게임은 '쥬라기월드워2'였다. 자그마치 35억이라는 액수를 들였는데 나온결과물을 봐서는 본전이나마건지면 천지사방에 대고 절을 올려야 할것으로 보인다.
99%로 피눈물을 흘리고 울화병이 생기는 이들이 속출할테고 말이다.
'35억은 그러기에 충분한 액수니까)
미래에는 100억 단위가 우습게 나온다지만, 지금은 막20세기에서 21세기에 들어온 시점이다. 얼마 전까지만해도밀레니엄 바이러스니 어쩌니 하는 논쟁거리가떠들썩했던 실정임을 고려하면 35억은 기함할 정도임에 틀림없다.
'저기... 대표님?,
오죽하면 우스개 중에 이런 말이 있다.
- 국외 AAA급 게임의 개발비는 광고, 엔진, 성우, 장비.
월급으로 계산 된다.
- 일본 게임의 개발비는 머리카락 랜더링. 가슴을 울리는 물리 엔진, 판치라에 들어간다.
- 인디게임은 49%의 커피 값과 50%의 라면 값, 1%의 기타비용으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나는 궁금해진다.
대관절 한국 게임은 저 세 가지 보기 중 어디에 포함되는
걸까?
알수 없는 노릇이다.
'어쨌거나 텐션이 미르의 전사2로 성공하지 못했으면 이쪽에 발을 내미는 건 정말이지 꿈도 꿀 수 없었겠어."
미르의 전사2에서 들어오는 수익이 없이 게이머스 포럼과트레이더스 포럼이 전부였다면 나는 패키지시장이 폭싹주저앉았을 즈음에야 자금의 여력이 생겼을 것이다.
『대표님!?ㄹ』
'누가 부르나?'
그때 상념에 빠져있는 내 귀로 목소리 하나가 불쑥 뚫고 들어왔다.
"대표님!"
'왜...?'
앞을 보니 김지애 팀장이 보였다.
도중에 너무 긴 시간을 다른 생각에 빠졌던 것이다.
"미안합니다. 잠깐 생각을 좀 하다 보니... 어디까지 이야기 했죠?"
"이번에 온라인 판매를 계약한 PC패키지 게임 목록을 드렸습니다."
"아! 그랬었죠. 어디 봅시다."
익숙한 몇 개의 이름들만 보였다.
레이디스, 힐, 아트리에 대륙전기. 아크록스, 코룬1,2,3, 임진왜란2, 쥬라기월드워2...
이외의 것들은 게임 잡지에 번들로만 들어간 애매한 것들이다.
'역시 숫자가 영 딸리네. 10개 채우기가 이리 힘들다니.'
마켓이라기에는 부끄러운 숫자의 상품들이었지만 우리로서는 이게 최선이다.
클로버 스팅 온라인 마켓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제아
무리 출중한김정규 팀장이라고 해도 극복하지못할 만큼이었다.
이 중 임진왜란2는 제 값을 받을 수 있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계약을 해준 게임이다.
출시후 삼개월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패키지("커다란 박스 안에 매뉴얼부터 사은품 등의 여러 가지 게임을 즐기기 위한 다양한 것들이 게임과 동봉된 것)가 아닌 주얼(시디케이스에 게임만 들어 있는 것)을 내보낼 생각을 하고 있는 상태였다.
아직 출시 전인 쥬라기월드워2 역시도 임진왜란2와 마찬가지로 출시 3개월 후부터 우리가판매하는 조건이었다.
'코룬 아재들만 공감하는 주문이 있지. 좌상상우상좌상!"
액션 RPG인 코룬.
전형적인 한국식 고전 판타지. 혹은 무협 스타일의 게임이다.
의와 협, 정의 밖에 모르는 검사가 주인공이며 이 주인공
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는 히로인이자엄청난재능을 품고 있는 정령사. 마지막으로 노익장을 과시하면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뿜어대는 전작 최종 보스 출신의 사제까지 세 개의 캐릭터를 오가면서 플레이할 수 있다.
국내에서 나오기 힘든 수준의 대단한 명작이라고표현할만하다. 실제로 성적 역시 준수했는데 코룬을 개발한 로우쿰이 98년에 부도로 회사가 무너질 위기였는데 이 게임 하나로 극복해냈을 정도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전체 숫자가 너무 적어."
이토록 알찬 게임들을 구비했지만 여전히 품목이 빈한했다.
'에이! 다들 왜 이렇게 꼰대 같은지
현재의 국내 게임 시장은 바보같은 사이클을 돌고 있다.
(1) 게임이 출시가 되자마자. 혹은 출시가 되기도 전에 불법복제판이 인터넷에서 다운로드 된다.
(2) 게임사는 개발비라도 벌기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잡지사의 번들로 제공을 한다.
(3) 정품 구매자는 뿔이 나서 '내가 더러워서 정품을 안사고 만다!'를 외치고 번들 구매와 불법복제로 넘어간다.
(4) 원인은 불법복제지만 번들 시장을 무시할 수 없는 기형적인 형태가 정착한다.
그리고 다시 2번으로 돌아온다.
'게임사는 개발비라도 벌기 위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잡지사의 번들로 제공을 하는 것'이며 전체 파이를 스스로 줄여간다.
그 결과, 2001년 현재. 한국의 게임사는 사실 상 손누리 와 소프트 메가 달랑 두 개만 남았다. 이곳들을 제외한 나머지 86게임 업계는 숨만 쉬고 있지 망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판국에 유료 온라인 시장을 구축하겠다고 우리가 나선 건데, 기존 게임사들이 참 협조를 거지같이 안 해준다.
"대표님.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는 건지 잘모르겠습니다만, 너무 무리수가 아닐까요? 이미 시중에 불법복제가판을
치고 있는 게임에 잡지 부록으로 들어간 게임을 누가 구매할까 싶은데요."
김지애 팀장의 말이 백번 옳다. 나 역시 수긍했다.
당연히 안 하지요. 이걸 누가 삽니까?"
"네?"
"다들 알다시피 현재 패키지 게임을 인식하는 국내 게이 머들은 잡지의 부록이나 웨어즈에서 다운 받아서 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깁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구매할 리가 전혀없지요."
말은 하지않았지만 김지애 팀장이 원망스러운시선을 보냈다.
'그럼 지금까지 저는 월 위해서 뛰어다녔나요?'라는 투였다. 가뜩이나 시간만 쏟고 전혀 성과를 내지 못해서 속상한데 대표이사라는 양반이 이런 대답이나 하고 있으니 저러는 게 당연하다.
이에 대한 대답을 해주었다.
"지금은 게임을 판매하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게임을 구매하게 하는 것이 중요한 때입니다."
"네?"
이번에는 '게임을 판매하는 것과 구매하게 하는 것이 무슨 차이가 있죠7 이런 표정을 짓고 있다.
"우선 시기상으로 올해밖에 없습니다. 저는 2001년을 PC패키지 게임의 황혼기이자 기회가 남은 최후의 시기라고 봅니다. 올해가 가기 전이라면 시장의 형태를 바꿀 수 있고 반드시 흔들어 놓아야만 망하지 않습니다."
미래 기록이 있기 때문에 확실하게 단정지어서 말할 수있다. 이런 식의 확고함은 회사 초창기부터 현재에 이르렀고 직원들이 나를 믿는 특유의 카리스마로 자리 잡았다.
'사실은 커닝인데.'
좋게 좋게 출중한 판단력과 리더십으로 봐주는 것이 민망하면서도 고마울 뿐이다.
"우선은 흔들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현재는 아무리 좋은 게임을 만들어도 절대 팔리지 않는 상태입니다. 왜? 사
서할이유가 없으니까. 때문에 우리가해야 하는 첫 번째의 일은 게임을 사서 할 이유가 있도록 하는 겁니다."
게임성 좋은 수입산 게임을 판매할 수 있다면 너무 좋은 일이겠지만, 현재 우리의 역량이나 규모로 그들을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니 우리가 할수 있는 방법은 당장 수익이 아쉬운 업체들의 게임을 가져와서 망한 게임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말려주는 방법이었다.
그 대표작이 일전에 만남을 가졌던 삼인방의 게임이다.
단, 여기서 액티브는 일부 변경한 상태였다.
"이견 지금 상태로 내보내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워."
단순 판권 계약이 아닌 지적재산권 계약을 맺었다. 패키지로 내보내기는 하되 한국인들의 스타일에 맞춰서 수정한 뒤 시장에 공개하기로 해서다.
기존에 만들어진 액티브는 싱글플레이를 최적화 할수 있도록 수정.
멀티플레이는 재미소프트의 기술지원을 받아
"액티브플레어'라는 게임으로 출시한다.
< 오픈 직전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