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거재밌다? >
여기서 나는 진두지휘하듯이 대표이사로서의 권한을 무차별로 행사했다. 게임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우리는 잘만들었는데 시장이 병신이라고!"라는 사상으로 무장한 개발자들을 누를 필요가 있어서였다.
- 잘만든 게임을 아무도 모르는 비운의 게임으로 남기지는 맙시다.
내가 요구한 액티브 플레어의 첫째 수정안은 '부스터의 속도와 이용시간 감소'이고 둘째가 비행시 게이지 감소를 통해 공중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에 제약할 것'이었다.
액티브 플레어의 최고장점은 기사, 마법사, 궁수 같은 식의 클래스처럼 메카닉 기체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있다.
머리, 가슴, 팔, 다리, 부스터라는 파츠 별로 원하는 것을
선택하여 메카닉을 완성한다.
또한 각각의 파츠에는 중량이 있어서 무조건 좋은 것만 넣었다가는 육중한 무게 때문에 기동성을 상실한다. 느릿느릿하게 기어 다니게되니 살아있는 표적으로 사냥당하기 십상이 된다. 영리하게 머리를 써야 하는 것이다.
참고로 공중 부양시간은 추가적인 파츠를 제작하기 보다는 부스터에 성능을 부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부스터의 속도도 줄여야만 했지.'
이 게임의 매력 요소이자 진입장벽이 되는 것이 속도감이다.
초보들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고수와의 갭을 필요 이상으로 넓혀버리는 그것!
잘하는편인 나로서는 너무나도 안타까웠지만, 액티브플레어는 이 부분에 상당한 칼질을 해야만 했다.
당연히 재미소프트에서는 상당한반발을 했지만, 액티브
와 비교해서 인기가 없을 시 다시 복구하겠다는 말에 결국그들도 수긍했다.
마지막 요구는 '멀티 플레이의 경우 우리 측에서 서버를 감당해주겠다. 대신 추가 지분을 달라.'는 것이었다.
'스드따라하다 가랑이 찢어진 게임들이 꽤 됐지. 무작정벤치마킹한다고 다 잘되는 게 아니야."
폭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스타 드래프트의 엄청난 인기.
디 때문에 최근에 생겨나는 모든 게임들은 스타 드래프트의 멀티플레이를 따라하고서버들을 장착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이는자충수이자스스로 게임의 가치를 더욱 깎아먹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유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었다. 국내 게임사들은 당장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버거워하고 예산 역시 빠듯한 실정이다. 이런 회사들이 온라인 서버를 추가로 감당한다는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우리는 계약한게임 업체가원한다면 '2,000명의
동시접속이 가능한 플레이 서버를 감당해주겠다.'와 같은 배려를 해주었다. 그럼에도 아크록스와 액티브, 임진왜란2만이 우리의 서버를 이용하는 것에 동의했다.
우리의 선심을 거절한 쥬라기월드워2.
'층! 내가 얼마나 잘 운영하는지 두고두고 지켜볼 거야.'
내심 툴툴 거리지만 이건 비난이 아닌 아쉬움의 표현이다. 잘 못할 것이라는 미래가 빤히 보여서다.
쥬라기월드워는 충분히 인기를 누렸던 전작을 가지고 있으며공룡이 나온다는 특이성때문에 충성도 높은 유저들을 보유했다. 네 개나 되는 종족에 각기 다른 특성이 어우러진 상당히 잘 만든 게임이이다.
'다만 국산 게임 특유의 발적화 등등의 문제는 여전하겠지만."
어쨌거나 숫자는 적어도 우리의 상품 구성은 알차게 이뤄졌다.
여기에 레이싱 게임인 '레이볼트'만 추가되면 딱 좋겠지
만 말이다.
생각난 김에 물어 보았다.
"김지애 팀장님. 레이볼트 쪽은 연락이 없습니까?"
"유통사와는 연락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본 개발사인 어클레인 엔터테인먼트가 현재 부도 위기인 상태라 협상하기가 곤란한 입장이라고 합니다."
국산게임은통상적으로 유통사가게임 개발에 밀접한관계를 가지고 있다. 때문에 유통사와의 계약으로 쉽게 판권을 획득할 수 있지만 레이볼트는 해외 게임이다. 김정규 팀장이 신중하게 접근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개발사를 무시하고 판권계약을 했다가 자칫 뒤탈이 생길까 우려한 것이다.
'그런데 어클레인이 부도 위기라고? 여기가?'
액트비전, 임포그램과 더불어서 3대 게임사라고 불리는 곳이 망해간다고 한다. 이는 어클레인의 입장을 생각하면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우리에게는 좋은 기회일 수 있다.
'모든 권한을 우리가 구매해버린다면...?! 아니야. 욕심이 너무지나쳐. 지금만 해도 충분해.'
이삭줍기를 한답시고주워 담으려다가자칫 들고있는 것들마저 떨어뜨리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다.
기업들이 무리하게 문어발식 확장을 하다가 망했다는 사례는 과거는 물론 미래에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멍청하게 있는 새끼들이 왜 욕심을 더 부려7라고 혀를 찼는데 내가 그 바보 멍청이에 합류할 수는 없다.
'중심을 잘잡자.'
일단 레이싱은 잠시 미뤄두기로 한다.
*
이튿날, 게이머스포럼의 게시판에 새로운 인사발령에관
한 내용이 게시되었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 게이머스 포럼에는 팀장 사원과 일반 사원으로만 분류가 되었는데, 이제는 사원, 대리, 과장, 차장 등의 직위가 생겨났다.
'아직은 사실상 큰 의미가 있진 않지만, 나중에는 의미가 생기겠지.
직위가 생기기는 했지만, 다들 경력이 고만고만하다.
고진환 팀장 등의 기존 팀장들은 차장의 직위를 받았고.
그 이후 능력을 보이는 사원들 중에 몇몇이 대리와 과장으로 승진했을 뿐이다.
이번 인사 변화로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게이머스 포럼에 최초로 임원이 생겨난 다는 점이다. 바로 친구인 이규환이 그 주인공인데 시스템개발부에서 시스템개발부문이라는 것으로 격상되었으며 첫 부문장이 바로 배추였다.
'친구야. 잘해보자.
규환이는 이제 게이머스 포럼 시스템개발부문의 부문장
이라는 직책을 가진 당당한 이사가 되었고 게이머스 포럼의 지분 2%를 선물로 받게 되었다.
현재 게이머스 포럼의 기업 가치는 약 150억이며 여기에서 2%면 3억 가량의 지분을 받은 셈이 된다. 또한 우리회사는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니 가치는 결코 작지 않았다.
또한 기존 경영관리팀의 팀장이었던 김지애 차장은 클로 버 스팅의 초대 팀장으로 발령났다. 그리고 그녀의 후임으로는 이미진 과장이 새로운 경영관리팀의 팀장이 되었다.
김정규 팀장과 그녀 사이에서 내린 결론.
일은 하고 싶어하는 사람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는 거였다.
그리고 한 달의 시간이 지났다.
2001년 6월 4일 월요일.
클로버 스팅의 출시를 단 일주일만 남겨둔 시점이다.
클로버 스팅은 당초의 계획대로 아바타를 통한 채팅기반의 "채팅 & 음악 방송"을 메인 콘텐츠 내세웠다. 또한 서브콘텐츠는 9개의 86 주얼 게임과 2개의 자체 캐주얼 온라인게임으로 구성했다.
이 가운데후자의 것인 2개의 캐주얼 온라인 게임은 간편하고 단순한 구성이 돋보이는 문자그대로 캐주얼한 게임이다.
첫째인 클로버 다이스는 주사위 보드 게임 장르다.
둘째인 판타지 스팅은 카드게임인 16 장르인데 둘 다사실상 완성도가 낮은 베타테스트 게임이나마찬가지였다.
'인력이 아직 부족해.'
이는 기존의 넷젠과 크라비티의 개발자들이 협력하여 뼈대를 완성했고 강과 바람 팀이 클로버 스팅에 미리 합류하면서 단기간 동안에 제작했다. 출중한 능력자들이 합심했으나 시간적인 한계는 불가항력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완성도 면에서 상당히 부족한 모양새가 되었다.
그래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만큼 꾸준하게 업데이트가 이뤼질 것이다. 아울러 이를 뒷받침할 자금력은 황금과 기회의 땅, 중국에서 꾸준하게 들어오는 상황이었다.
'그쪽에서는 미르의 전사2의 동시접속자가 무려 20만 명에 육박한다니까 황금광산이나 다를 바 없지.
중국에서의 비약적인 상승세.
덕분에 수익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여 이번 달에는 15억원의 매출액이 나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뉴 온라인 역시도 60억원이될 것으로 추산되니 다른 작은 아마추어 팀 한 두 개를 더 흡수한다면 클로버 스팅만의 미니게임들은 여유롭게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대다수의 아마추어팀은 그 개발능력이 수준 미달인 경우가 허다하다. 안타까운 비운의 명작들이 존재는 하지만 국내의 모든 게임이 모두 그러한 수준을 보이는 건 아니다.
내가 모든 미래의 정보와 지식에 정통하지 못한 관계로
앞으로는 숨겨져 있는 보석과능력자를 발굴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끝으로 마지막 준비로는 현금을 조금 썼다.
"입맛이 쓰기는 하지만."
언론과의 타협. 천만원을 쥐여주고 기사를 써달라 요청했다.
하도 우리가 뭐만 했다하면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기 십상이라서 한발 먼저 치고 들어간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 보도기사는 돈으로페인트칠을 한 기사답게 내용은 매우 우호적이었다.
【게이머스 포럼 신개념 브라우저 클로버 스팅 오픈】
대한민국 최대 게임 포털 게이머스포럼(대표 윤태식)은 지금까지 없었던 신개념 멀티 브라우저 클로버 스팅의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클로버 스팅은 인터넷 음악 방송을 하는 유저들을 위한 간편 연동시스템을 탑재했으며 커뮤니티나 아바타등을 서 비스하는 모든 게임과 연동된다. 이로서 하나의 아바타로 여러가지 게임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서비스되는 게임은 주사위 보드게임인 '클로버다이스'와 166라 불리는 카드 게임 '판타지 스팅"
두 가지다. 아기자 기한 캐릭터들을 이용한 이 게임들은 남성향으로 가득 찬게임계에 여성들의 참여율을 높이게될 거라고 자신하고 있다.
【클로버 스팅. 국내 게임 업계에 새 바람이 불어온다】
최근 들어서 속속들이 생겨나는 웹진 혹은 게임포털 등의 원조라 할 수 있는 게이머스 포럼은 이제 걸음마 단계를 막 벗어난국내 게임업계가 함께 나누어야할이야기들이 많다고 말한다.
게이머스 포럼이 이달 11일, 새롭게 선보일 클로버 스팅은 윤태식 대표가 평소 고민하던 주제를 실천에 옮긴 대표적 사례다.
고스톱과 포커 등 도박성 게임이 판을 치고 있는 국내 게 임포털을 정화하겠다는 것. 이런 의사가 충실하게 반영되었기에 클로버 스팅에는 일반 게임포털들에서 볼 수 잇는 캐시카우 역할의 고스톱과 포커게임이 없다.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가장 손쉽게 개발하고 큰 이익을 가질 수 있는 게임들을 포기한다는 것은 상당한 이익을 포기한 것과 마찬가지의 결단이다.
이에 대하여 윤태식 대표는 이렇게 말한다. '요즘 게임업계를 보고 있으면 무조건 '게임이 돈이 된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투자하고 개발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게임에 잘못된 가치관을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라 잘라 말했다.
뒤이어 '게임은 분명히 돈이 된다. 그러나 돈이 되기에 게 임을 만드는 것은 잘못 된 일이다.'라 의사를 밝혔다.
돈이 돼서 게임을 만드는 것이 잘못 되었다면 돈이 안 되는 게임을 만들어야 하냐는 질문에 윤태식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이 이런 대답을 해주었다.
"순서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게임은 돈이 된다.'는 공식이 아니라 '게임은 재미가 있어야한다.'가 옳다고 봅니다. 재미를 보장하면 많은 사람이 즐길 것이고 이것이 곧돈이 되는 거지요. 우리는 게임을 팔아서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유저들에게즐길 거리를 팔아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되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윤태식 대표는 국내의 게임이 너무 온라인 게 임으로 쏠리고 있는 현상을 경계한다고 말한다. 이제 우리한국에서도 세계에 알릴 패키지 게임이 하나쯤은 나와야 할 때가되었다면서조심스레패키지 게임 개발의 욕심을 드러냈다.
게임이 아니라 즐길 거리를 판매한다는 윤태식 대표의 게 이머스 포럼이 어떤 게임을 출시할지 기대해 본다.
"돈 쓴 효과는 확실히 있구나."
이래서 청탁기사를 쓰나 싶었다. 천만 원은 물론 큰돈이다. 그러나 이 긍정적인 기사들이 인식을 선점한 덕분에 부정적인 기사들을 깔끔하게 덮어버렸다.
전략적인 이번 선택은 남는 장사를 일궈낸 것이다.
하지만 솔직한 심정은 이렇다.
'가급적이면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극약처방이기를.
할수 있는 최선의 대비를 모두 마치고 시간이 지났다.
2001년 6월 11일.
클로버 스팅을 오픈 했다.
62. 이거 재밌다?
강원도 홍천군의 솔내 마을.
이제막 고등학교에입학한 공현승은 기대감에 부풀은 얼굴로 자신의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그런 아들을 보는 부모는 마냥 이해할 수 없을 따름이다.
"대체 그 콤푸타라는게 뭔데 그렇게 다 큰 머스매가 해다마냥 졸라 대는 거야?"
"이게 사람을 똑똑하게 해주는 거라니까요? 요즘 서울에 있는 좋은 대학교 가고 그러는 성들은 다 이거로 공부를 해야만 한데요."
마치 그런 것인양 대꾸했지만 사실 공현승도 들은 내용을 떠들은 것에 불과했다.
'공부야 핑계고 나는 게임이 하고 싶어.'
그가컴퓨터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고는 '마우스로커서를 움직여서 아이콘을 클릭하면 게임을 실행할 수 있다'가 전부다. 그리고 그 게임이 아주 재밌다는 정도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해서 부모님이 비싼 컴퓨터를 사주실 리가 있겠는가.
당연히 '공부에 필요해요!"라는 전가의 보도를 사용하여 어떻게든 설득했을 뿐이었다. 덕분에 컴퓨터 하나에다가온갖 좋은 핑계는 몽땅 가져다가 붙였다.
컴퓨터만 있으면 서울에 있는 대학교는 물론이고 장학금도 받는데다가 훌륭한 사람까지 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컴퓨터가 없으니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없을 거다! 라고 말이다.
소원을 들어주는 램프라도 되는 양 컴퓨터를 간절히 외치다가 나중에는 애원과 호소라는 눈물 작전도 번갈아가며 사용했다.
그 결과, 공현승은 산골짜기인 홍천 솔내 마을에서 두 번째로 컴퓨터를 가진 사람이 되었다. 첫 번째 학생은 그의 친구이자'컴퓨터 게임 짱 재밌어!"라며 마수에 빠뜨린 도진이고 말이다.
'혀헤. 나도 생겼다. 짜샤! 나도 이 재미있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이것이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님 심정을 알리 만무한 고등학교 1학년생 공현승이 마냥 행복한 이유였다.
< 이거 재밌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