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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떠나와 >

*

만찬회로 떠들썩한 분위기가 이어져야 했을 마천소의 집은 적막감으로 가득해졌다. 공감 능력이 결여된 사람이라고 해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의 만찬회를 위해 많은 것을 준비했던 마천소와 마화슈가 지금 어떤 기분일지는 말이다.

‘생일파티에서 상차림만 남고 사람은 몽땅 빠져나갔으니 위로해줘야지··· 가 아닌 모양인데?’

분위기를 보니 사뭇 심각했다. 무언가 계획하고 있었던 것이 틀어졌을 때의 분위기다.

[제가 알지 못하는 다른 사정이 있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손님을 앞에 두고 이러면 안 되는데.]

마화슈가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에서 일이 꼬여버리는 바람에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 버렸군요. 다시 한번 사죄드립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부분이요?]

[사실 처음부터 저분들이 오래 계실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애초에 고위 당원분들은 이런 자리에 오래 있지 않습니다.]

저분들이라고 호칭하는 거로 봐선. 렌칭파이도 그분들에 포함되는 모양이다.

‘회사는 본인이 더 크고 훨씬 잘나가고 있는데, 오히려 더 작은 회사의 회장이 높게 쳐지다니. 공산주의 국가라서 그런 건가?’

이웃한 나라지만 여러모로 문화의 차이가 컸다.

‘예상 못 하신 것 치고는 음식을 너무 많이 준비한 것 아닙니까?’라고 물으니 ‘원래 중국은 만찬회의 음식을 많이 만듭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남으면 어떻게 합니까?’라는 물음은 하지 않았다. 돈을 허공에 부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고작 음식값에 연연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다만, 일찍 일어날 거라고 생각은 했으나 그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일찍이었던 것이 당혹스러울 뿐입니다.]

그래도 이건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최종인 의장님은 음식이 입에 맞으신 모양이다. 불편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불편한 와중에도 이런 게 가능한 건지. 그건 나중에 물어봐야 하겠지만, 일단 지금은 이분이 이곳의 음식들을 캐리하고 계시는 중이시다.

심심하시면 대화에라도 참여하시라 이야기를 하려고 최종인 의장에게 시선을 보내보았지만, 그는 딱히 대화에 참여할 마음이 없는 것 같다.

‘골치 아픈 일에는 끼기 싫어서 음식으로 도망친 것도 같고.’

아무튼, 이래서 정치는 복잡하다.

낙관적일 때는 ‘사람이 사는 곳이 다 거기서 거기’라는 말에 공감한다. 하지만 현실적이고 비평적으로 보면 인간이라는 카테고리로 정서와 문화를 퉁 치는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절대로 ‘거기서 거기’ 수준이 아니다. 나라마다 일이 틀어지고, 사람과의 관계가 틀어지는 이유는 명백하게 다르다.

‘한국이나 미국이었으면,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바로 파악했을 텐데.’

타인의 속마음을 읽는 초능력이라도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

[혹시 저희가 무언가 잘못을 해서 곤란한 일이 생기신 겁니까?]

[전혀 아닙니다.]

몇 차례 운을 띄었지만 상대도 밝힐 의도가 없어 보이고 나 역시 알아차릴 눈썰미가 부족했다.

이럴 때는 그냥 화제를 돌리는 게 제일로 좋다.

[그럼, 아까 하다 못한 사업 이야기나 다시 해볼까요?]

어차피 마화슈 회장이나 나나 둘 다 사업가다. 우리에게 이 상황에서 분위기를 환기하기에는 사업보다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원래는 손님들이 예상했던 시간 즈음에 자리에서 일어나면 그 후 이 사업에 대해 대화하려고 준비했었습니다. 하지만··· 죄송합니다.]

[죄송이요?]

[네. 제가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들은 잊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뭐라고?’

갑자기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바로 방금 이야기한 것과 너무나도 온도 차이가 컸다. 도대체 그 짧은 사이에 왜 마음이 바뀌었다는 건가?

[저로서는 당황스럽군요. 이유를 알려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그 사업은 이제 못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더 이야기를 할 팔요가 없죠.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아니. 더 이해를 못하겠다. 먼저 우리 컨텐츠가 탐이 난다고 이야기를 해놓고는 이제 와서 왜?’

[회장님께서는 오늘 선전 시의 서기께서 이 자리에 참석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불현 듯 조금 전의 일이 뇌리를 스쳤다.

‘설마 고작 그거로 사업의 결론이 나버렸다고?’

윤태식이라는 사람은 지금 중국 지도부에서 가장 핫한 한국인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래서 ‘이런 유명하면서도 능력 있는 사업가가 왔으니 얼굴이나 한번 봅시다.’라며 얼굴도장을 찍고자 선전시의 서기인 쉬링이 직접 왔다···는 일은 있을 수가 없다.

‘그렇게 세상을 단순하게 살면 참 편하기는 하겠지.’

쉬링과 렌칭파이의 알 수 없던 대화가 언제부터 나왔던가.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하여 마화슈 회장이 말을 꺼내고 저들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후 곧장 훤히 티가 날 만큼 만찬회가 파투 났으며 마천소와 마화슈는 울상을 짓는 분위기로 나와 마주하게 되었다.

이 의미가 무엇인지는 자명하다.

‘너희도 콘텐츠 사업을 하려고 했던 거구나. 여기에 온 이유는 마화슈처럼 나한테 제안하기 위해서였고. 그런데 그 아이템을 마화슈가 먼저 말해버렸으니 자기들의 계획이 꼬였다고 보고 일어난 거였군.’

이제 대충 알았다. 그러고 나니 쉬링이라는 영감탱이가 더욱 어이없게 여겨진다.

‘웃기지도 않네. 나한테 콘텐츠를 받으려고 오늘 이 자리까지 나온 인간이 정작 내가 운영하는 넷플렉스가 뭔지도 몰랐었다는 소리잖아.’

즉, 그를 움직인 건 종웨이의 렌칭파이다.

[마화슈 회장님은 쉬링 당위 서기가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셨던 겁니까?]

[네. 저도 오늘 렌칭파이 회장님이 오신 걸 보고서야 ‘설마’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아까의 반응을 보고 확신을 가지게 된 거죠.]

[만약 이 사업을 우리가 하게 되면 쉬링 당위 서기와는 완전히 관계가 틀어지는 셈이겠군요.]

[그렇습니다. 잘못하면 신규 사업뿐만 아니라. 기존에 운영하고 있던 이 텐션 자체가 흔들리게 될 겁니다.]

권력!

한국이나 미국에서도 고위 정치인과 나쁘게 엮이면 사업에 굉장한 애로사항이 생겨버리지 않던가. 하물며 이곳은 중국이다.

‘돈이냐 목숨이냐를 저울질할 수는 없지.’

선전 시 최고 권력자와 굳이 등을 돌리면서까지 사업을 진행하는 건 도전 정도가 아니라 무모한 자충수다.

[어쩔 수 없군요. 그럼, 그냥 궁금한 것들 몇 가지 질문 드려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건 다 대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쉬링 당위 서기는 고위 공산당원이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가 사업을 시작하면 정치는 그만두는 겁니까?]

국영기업이라면 정치를 하면서 국영기업의 사장도 되었다가 다시 서기도 했다가 이런 식으로 하겠으나 지금 분위기로 보자면 민영기업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그게 잘나가는 공산당원이 선택하기에는 좀 아쉬운 결정이 아닌가 싶어서 하는 질문이다.

[아마도 회사를 직접 운영하지는 않을 겁니다.]

‘···유치한 질문을 했었군.’

2초 전의 내가 한심할 정도로 물어볼 가치가 없는 질문이었다. 상황이 복잡하니까. 이런 단순한 게 오히려 머리에서 떠오르지 않은 모양이다.

[그 말씀은 누가 이 사업을 맡아서 하게 될지 마화슈 회장님은 예상하고 있다는 것으로 들리는군요. 혹시, 오늘 참석한 렌칭파이 회장의 중웨이입니까?]

[아닙니다. 세이더라는 곳인데,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십니까?]

[그건 선전시가 아니라 다롄시에 있는 기업이지 않습니까?]

[아시는군요. 맞습니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아시아에는 많은 청년 부자들이 등장했는데 한 언론에서는 ‘GF의 윤태식, 텐션의 마화슈, 세이더의 쉬맹···’이라며 소개한 적이 있었다.

특히 세이더가 해외에도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완미 그룹에서 총력을 다해 키운 축구 클럽을 정치인의 힘을 통해 아주 손쉽게 꿀꺽했던 사건 때문이다.

‘물론 나까지 알게 될 정도로 유명세를 탄 건 다른 이유였지만. 꿈속 미래의 기억에 따르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주 작살이 나버리거든.’

몇 년 후, 해당 정치인과 쉬맹은 부정부패로 잡혀 들어간다. 이 파급력은 대단했다. 중국 총 서기의 유력한 후보였던 그가 세대교체 직전에 잡혀 들어가면서 예상치도 못했던 인물이 중국의 총 서기. 즉, 중국 서열 1위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하지만 그건 미래의 일이다. 그때가 오기 전까지는 상대하면 나만 피를 본다는 뜻이었다.

‘정말 있는 놈이 더한다더니만 욕심의 오지랖이 엄청나군. 무슨 선전 시의 서기가 굳이 다롄에까지 손을 뻗쳐? 쉬맹이랑 쉬링이 무슨 관계라도 있···으려나?’

나는 ‘쉬맹’과 ‘쉬링’을 되뇌다가 물었다.

[둘이 친인척입니까?]

[남이라고 봐도 될 정도의 혈연이긴 합니다.]

‘오! 젠장.’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 간의 관계라면 그냥 남이다. 그런 친척까지 신경 쓸 정도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인물들에게는 그게 또 다른 이야기다.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교환할 수 있다면 8촌, 9촌이어도 친형제보다 더 가까워질 수 있다.

쉬맹과 쉬링은 문제가 생기면 친인척이 아니라고 말할 관계이면서 문제가 없을 때는 형제보다 가깝다고 소개할 수 있는 딱 좋은 관계인 셈이다.

‘나중을 위한 뒷주머니로 서로를 선택한 모양이군. 그리고 이렇게 엮였다는 건 쉬링이 다롄의 서기인 보히타시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겠지.’

마화슈로부터 들은 지금의 정보와 꿈속 미래의 기억이 퍼즐처럼 조립되었다. 그러자 어쩔 수 없이 ‘중국 소풍 왔다가 가는 셈 치자.’로 여겼던 지금 상황에서 활로가 발견됐다.

미래의 시선으로 보면 다롄의 최고 권력자인 보히타시는 부정부패로 정치 인생의 막이 내리게 된다. 세이더 역시 그의 몰락과 함께 폭싹 무너지는데 이 둘과 직접적으로 엮이는 인물에 쉬링도 끼어있다면?

그의 장래는 밝다고 볼 수 없다.

[마화슈 회장님. 저와 사업을 함께 하려고 하셨다면 어떤 형태를 생각하고 계셨습니까?]

[이미 끝난 이야기인데 들으셔도 의미가 있겠습니까?]

[기분 좋은 조건이라면 이미 끝난 거라도 기분은 좋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즐거운 대화라도 나눠봅시다.’라며 채근했다.

[계획이라면··· 그냥 넷플렉스의 콘텐츠를 전문으로 다루는 법인을 새로이 만들고 저희는 이 분야의 노하우가 부족하니 회장님의 지원을 받고자 했습니다.]

[제 지원이요?]

[네. 물론 공짜로 받으려고 했던 건 아닙니다. 지분의 40%를 회장님 명의로 드릴 계획이었으니까요.]

[40%! 이거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네요.]

어차피 다 끝난 마당이니까 원래 한 10% 생각해뒀으면서 생색내자는 생각으로 통 크게 40%를 부른 걸지도 모른다.

‘그래도 상관없어. 일단 지금 크게 부른 게 중요하지.’

내가 원했던 대답이 바로 저거였으니까.

[적지 않은 지분이지만, 회장님이 그 지분을 가지고 계시면 오히려 제게는 든든한 지지자가 생기는 셈이니까요. 그리고 지분이 많으신 만큼 지금의 텐션을 만들어주신 것처럼 이 회사도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주실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좋습니다. 40%.]

그의 말에 나는 두 팔을 벌려 고맙게 받아들였다. 뒤이어 진지하게 제안했다.

[대신 제가 받을 건 30%로 하고 남은 10%는 다른 분에게 넘깁시다. 그리하면 활로가 보일 겁니다.]

[쉬링 당위 서기는 고작 10%에 만족할 인물이 아닙니다. 통하지 않을 거예요.]

[쉬링 당위 서기에게 주겠다고 한 적은 없습니다만?]

[네?]

쉬링 서기의 힘이 강하다면 그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에 회사를 세우면 되고 그가 두렵다면 그보다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진 자의 보호를 받으면 된다.

[신규 법인을 상하이에 세웁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중국의 그 누구보다 유리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중국의 다음 주석이 누군지 이미 알고 있잖아.’

왜 진작 이 생각을 못 했을까, 싶지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다행이다.

그와 미리부터 친해지면 중국에서의 사업은 앞으로 일사천리 그 자체가 될 테니까.

[저랑 상하이로 갑시다.]

꽌시?

그럼 나도 꽌시로 상대한다.

< 집 떠나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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