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득템
카타르!
붉은 기사의 검과 함께 최강의 검으로 소개했지만 사실상 이 시기의 최강 검은 타격치 10/12의 카타르다. 카타르 자체도 큰 이득이지만 추가로 확인 할 것이 있다.
괜한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마지막에 맞을 때 상당히 아팠다. 그런 나이트가 떨어뜨린 것이니 기대감을 가져도 충분할 것이리라.
‘확인 주문서!’
얼른 아이템에 사용했다. 그 순간 카타르의 본색이 드러났다.
「+6 카타르」
“예스!”
만세다! 대박이다!
이건 그냥 카타르 따위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거다. 카타르의 가격은 12,000골드다. 하지만 무기에 타격력 +1을 할 수 있는 무기 강화 주문서의 가격은 무려 23만~25만 골드에 유저들끼리 거래된다. 이건 그 비싼 것이 무려 6개나 발라졌다는 것!
‘이를 따져보면 +6 카타르는 단순계산으로만 잡아도 무려 152만 골드라고!’
고작해야 +1을 올리는 것에 왜 큰돈을 쓰냐고 할지 모르지만 플레지의 타격치는 이렇다. 아이템의 기본 수치가 10이라면 몬스터를 공격할 때 1~10의 데미지를 주게 된다. 이때 +6의 무기라면 1~16이 아니라 1~10과 +6이 되는 거다.
결과적으로 7~16인 셈이니 훨씬 강력한 위력을 보여줄 수 있다.
‘꼬장 녀석 화병 나겠다. 하하하!’
현재의 내 모든 골드와 입고 있는 장비를 전부 팔아치워도 2만 골드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그만큼 엄청난 대박을 터트린 거다!
‘그 나이트는 자기 칼을 누가 먹었는지 못 봤나 봐.’
이 정도 아이템을 떨궜으면 돌려 달라고 징징대는 귓속말을 보낼 법도 한데 전혀 오지 않는 중이다. 선착장 인파가 꽤 되다 보니 아이디 확인도 못한 거다.
희희낙락 하고 있는 와중에 배가 본토를 향해 출발했다.
나는 들뜬 기분 대신 다시금 긴장감을 불러일으켜 주위를 훑었다. 이제 선착장 꼬장에 이어 두 번째 난관이 나타날 때였다. 이른바 ‘파피’라고 하는 몬스터 소환 완드를 통한 피케이였다.
‘도대체 이딴 아이템은 왜 만든 거래?’
플레지에는 총 3가지의 소모품 완드가 있다. 번개를 소환하는 에베눔 트리 완드, 변신을 할 수 있게 하는 메이플 트리 완드. 그리고 파인 트리 완드다.
이 가운데 파인 트리 완드는 무작위로 일반 몬스터를 소환하는 효과가 있다. 유저가 조종할 수 있는 그런 소환수가 아니라 잡으면 아이템과 골드를 떨구는 말 그대로의 몬스터 소환이다. 이 완드를 좁은 배 안에서 사용하면 선착장 꼬장보다 훨씬 무서운 피케이가 발동된다.
‘카타르를 떨굴 수야 없지.’
보통 완드 하나에 10~15번 정도를 소환할 수 있는데 어떤 녀석이 나타날지는 복불복이다. 본토에 안전하게 가기를 희망하는 내 심정으로는 만만한 오크나 난쟁이 따위만 나와주기를 희망할 뿐이다.
기왕이면 아무런 사고가 없으면 좋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 배에서 불쑥불쑥 몬스터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딱히 모션을 취하는 유저가 없는 것을 보면 투명 망토를 쓴 녀석이 은밀하게 소환하는 것 같았다.
현재 나는 촐기 효과가 절반 정도 남은 상태다. 레벨과 장비도 꽤 되는 편이고 주변에 중간 레벨의 유저들도 몇몇 있으니 힘을 합치면 충분히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 →[귓속말] 구운몽 : 우리끼리 뭉쳐야 살아요. 소환되는 거 보니까 배 중앙에서 소환되고 있거든요. 그러면 앞에 있는 갑판에서 올라오는 두 길만 잘 막고 버티면 해볼 만해요!
여섯 중에 셋은 결국 배에 오르지 못했다. 그래도 셋은 탑승했으니 각각 두 명씩 팀을 이루어 양쪽을 방어하면 된다. 그렇게 귓속말을 나누는 사이 저 레벨들은 갑작스러운 몬스터 소환사태에 당황해서 우왕좌왕하다 사망하는 일이 속출했다.
- 아무거나 치지 마세요! 선공격 몹이 아니면 그냥 두면 됩니다.
- 선공격 몹만 다구리 해요!
어떤 상황이건 가이드라인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메시지를 거듭 띄우며 유저들의 소요를 최대한 막았다. 그러며 배의 갑판에 네 명 모두 올라오는 데 성공했다. 그간 소환된 몬스터들은 셸롭과 해골, 초반에 나름 무시무시한 스파토이까지였다.
지금 이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정도다. 그런데 이 망할 놈이 소환을 계속해서 해댄다.
‘이 새끼가 파완을 몇 개나 가지고 있는 거야? 왜 이렇게 엉뚱한 데 돈 쓰는 애들이 많데?’
소환된 몬스터의 숫자가 20을 넘어갔으니 한 개의 완드로 소환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 허접한 것들이 대다수라서 아직까지 상대할 만은 했는데 문제는 이 숫자가 죽이는 것보다 더 빠르게 늘어나는 데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환되는 몬스터의 숫자가 30마리를 넘기기까지 한다. 이쯤되니 몬스터를 다 잡는 건 포기했다. 그저 본토에 도착할 때까지 어떻게든 버티자는 마음이다. 그러던 중에 절망적인 몬스터가 소환되었다.
“악! 버그베어!”
스모 선수처럼 넉넉하고 뽀얀 살집을 자랑하는 덩치 몬스터. 이 녀석은 물약을 제아무리 빨아 재껴도 체력이 차는 속도보다 빠지는 게 더욱 큰 몬스터다. 하지만 내게는 아까 먹은 +6카타르가 있으니 이를 사용하면 어렵사리 사냥할 수 있기는 했다.
‘그런데 왜 뒤쪽이냐!’
문제는 내 쪽으로 오지 않는다는 거다. 반대편 계단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쟤네 못 버틸 텐데.’
역시나 예상대로다. 위를 방어하던 인원들이 버그베어의 공격에 픽픽 쓰러지며 배에 케첩을 뿌려댔고 결국 방어벽에 구멍이 생겨났다.
이렇게 되면 방법이 없다. 그저 카타르를 떨구지 않도록 열심히 기도할 수밖에.
곧 몬스터들이 갑판으로 올라왔고 40레벨의 유저라도 상대하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다. 그리고 그 순간에 구명줄이 내려졌다.
‘나이스 타이밍!’
도착했다. 자연스럽게 배에 타고 있던 인원들이 배에서 내려지며 본토의 선착장에 도착하게 된 것! 카타르를 잃어버릴 위기에서 탈출하게 된 것이다.
안도의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정말이지 플레지를 시작한 이후 가장 피 말리는 순간이 섬 졸업시간이었다.
한편으로는 이 넘치는 스릴을 다시 맛보고 싶었다. 위기 때문이 아니라 +6카나타라는 공짜 아이템이 또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
본토의 글라이드 마을에 도착하고서 붉은 기사의 검은 창고에 보냈다.
‘그간 고마웠어. 네가 없었다면 이 검을 못 먹었을 거야.’
아마 내가 칼을 들고 있었다면 작별의 키스라도 한 번 해줬을 것이다. 뒤이어 붉은 기사의 검보다 더 오랜 시간을 고생해온 장검을 다른 유저에게 처분했다. 가격은 3,000골드였다.
이제 번쩍번쩍한 칼로 무장했겠다, 남은 건 초신속으로 레벨을 올리는 것뿐이었다.
‘달려라 달려.’
플레지 초창기인 만큼 글라이드는 본토에서 유일하게 있는 마을이었다. 물론 나중에 있을 대형 도시와 비하면 조촐한 규모이긴 하다. 그러나 초심자의 마을과 견주면 단연코 ‘넓다’라고 할 만큼 큰 곳이다.
이 지역의 총 다섯 개로 분류되는데 하나는 포도밭으로 이어지는 길목이다. 여기서는 오크 전사와 늑대인간이 출현하고 포도밭의 왼편에는 해골이, 오른 편에는 구울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골밭과 굴밭이라고 불린다.
또한 골밭의 왼편에는 셸롭들이 많이 출몰하는 거미 숲이 존재하며 마지막으로는 캐스퍼 패밀리라는 강력한 보스가 있는 본토 던전이 있다. 이곳은 이시기 최고 레벨들의 무대라고 할 수 있는 지역이다.
사실 마을의 이름을 따서 글라이드 던전이라고 불러야 하는데, 본토라는 곳이 처음 생기고 지금까지 유일하게 존재하는 던전인지라 저리 불리는 곳이었다.
‘원래는 여기가 중립 신전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본토 던전’으로만 아는 이곳은 처음 생겼을 때 돌무더기만 있었다. 여기가 중립 신전이었는데 시간이 지나서 던전 입구가 생겼고 이때부터 ‘본던 입구’라는 명칭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나는 어디서 사냥 할지 잠시 고민했다.
‘본던은 생각할 필요도 없어. 아직 4층이 전부라서 별다른 의미가 없거든.’
선택지는 굴밭과 거미 숲으로 갈렸다.
이때의 셸롭은 사냥시 엘프족 아이템을 드롭했는데 그 중에서도 엘프족 방패가 아주 좋은 물건이다. 무려 +6까지 안전하게 강화할 수 있어서다.
한편 굴밭은 매우 낮은 확률로 70만 골드짜리 주문서를 먹을 수 있는 사냥터다. 구울에게서 얻을 수 있는 이 아이템의 이름은 방어구를 강화하는 주문서였는데 가격대가 높게 형성된 만큼 굉장히 낮은 확률로 드롭한다.
또한 구울은 일정확률로 마비 독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냥시 해독약을 필수로 챙겨야 한다는 번거로운 점이 있었다. 먹기만 하면 지갑이 두둑해지지만 말이다.
‘그래. 어차피 게임은 운빨이 최고 아니겠어. 난 축캐니까 굴밭으로 가자. 게다가 애초에 지금은 해독약이 필요가 없거든.’
초창기라서 누릴 수 있는 꼼수 중 하나인데 지금은 운영진들이 한동안 수정하지 못한 버그가 있었다. 바로 마비독이 걸린 상태에서 캐릭터 창으로 넘어 갔다가 다시 돌아오면 마비가 풀리는 거였다.
지금은 그걸 사용하면 된다. 다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서 3개 정도는 해독약을 구매했다. 거기에 이제는 과감하게 물약을 사용하자는 판단 하에 150개의 빨간 물약도 구비하며 준비를 마쳤다.
이게 다 +6카타르를 믿고 하는 일이었다. 공격력이 이만큼 짱짱하면 물약을 써도 수익이 날 것이다.
그렇게 도착한 굴밭!
가장 먼저 나의 도착을 환영해 주는 존재는 구울이 아닌 스파토이였다.
‘아, 뭐야. 해골인줄 알았네.’
초창기의 스파토이는 해골과 동일한 외형이다. 추후 공성전의 업데이트와 함께 해골과는 차별화 되는 익숙한 푸른색을 가지게 된다.
‘확실히 빨리 잡기는 하는데, 방어력이 낮으니까 아프긴 많이 아프네. 게다가 헛방도 생각보다 많아.’
그래도 그냥 붉검을 가지고 왔다면 이런 사냥을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마우스 좌클릭으로 사냥을 이어나갔다.
‘잡으려는 구울은 안 보이고 뭔 죄다 스파토이래?’
목표했던 몬스터 대신 엉뚱한 녀석들만 잡았지만 그래도 덕분에 레벨업 속도는 빨랐다. 이게 다 가만히만 있어도 몬스터가 나를 찾아올 정도로 사냥터를 독점하기 때문이다. 이는 플레지가 초보와 고수는 많은 반면, 중간 레벨의 유저가 부족하기에 발생한 일이었다.
도중에 소소하게 득템도 했다.
“오? 촐기?”
스파토이를 세 마리 정도 잡자 초록색의 물약이 떨어졌다. 이동속도와 공격속도를 높여주는 아이템! 빠른 레벨 업을 염두하고 있는 지금이니 팔기보다는 사용할 시간이다.
‘역시 빠른게 최고야.’
초록 물약의 효과는 엄청났다. 제자리에서 찾아오는 몬스터들만 간신히 처치하고 있던 내게 조금씩 자리를 움직이면서 사냥할 정도로 여유를 준 것이다. 그뿐만 아니었다.
뽀각-.
스파토이가 죽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바닥에 아이템이 떨어진다.
「청동판금갑옷」
‘역시 축캐!’
청동판금갑옷은 사슬갑옷보다 방어력 1이 더 높은 장비이며 현존하는 방어구 중 가장 높은 수치를 자랑하는 장비 중 하나다. 대신 비교적 무겁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강화하지 않은 상태의 기본 수치만으로도 내게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어차피 모든 장비가 레벨 따라서 거쳐가는 거니까.’
좋은 장비이니 바로 교체했다. 곧 방어력 +이 적용되어 내 아머 클래스는 ?2가 되었다.
기분 좋게 다시금 사냥 개시!
그런데 F5 칸의 물약이 그만 똑 떨어지고 말았다.
‘150개를 벌써 다 쓰다니.’
아무래도 이번에는 더 많이 사와야 할 것 같다.
플레지는 이 시기에 나온 다른 게임들에 비해 개성 있는 시스템이 많았다. 그 중 한 가지로 무게 시스템이 있는데 캐릭터는 최대 100%까지 물건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49%까지는 HP와 MP가 자동으로 회복되고 50~79%는 전투는 가능하지만 자동회복이 되지 않는다.
80%부터는 무거워서 전투를 할 수 없게 되고 말이다.
‘어차피 자동회복에 기대기에는 데미지가 꽤 되는 편이니까 이번에는 79%까지 물약을 꾹꾹 채워서 오자.’
마을에 들러서 사슬갑옷을 원하는 엘프 유저에게 5,000골드 판매했다. 뒤이어 물약을 280개나 구매하고는 다시 굴밭으로 출발했다. 다음의 일정은 똑같은 장면의 반복이다. 몬스터를 찾고 물약을 먹으며 사냥 후 떨어지면 다시 마을에서 정비. 그리고 사냥!
아마 구경꾼이 있었다면 그는 ‘언제까지 이것만 하냐?’라며 굉장히 지겨워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취향은 제각각이기 마련이다. 다이내믹한 일을 즐기는 이가 있는 반면 나처럼 캐릭터가 성장해나가는 것을 한껏 즐기는 부류도 있었다.
때문에 즐거운 반복 사냥이라 하겠다.
초록 물약이 나오면 바로 먹고 물약을 모두 소진하면 마을에 다녀오는 식으로 최대한 사냥에 전념했다.
“좋아. 16레벨 달성! 이제 편해지겠어.”
지금의 레벨은 굴밭 사냥터에서 의미가 제법 있다. 사냥감인 스파토이의 레벨이 16이고 구울의 레벨이 17이기 때문인데 이렇게 몬스터와 동급 상태가 되면 15때와는 다르게 공격의 헛방이 확 줄어들게 된다.
+6 카타르라는 강력한 무기가 빗나가지 않으면 자연스레 물약도 아끼고 사냥속도 역시 한층 빨라지는 것이다.
‘확실히 잘 박힌다.’
스파토이가 하위몬스터인 해골과 같은 외모이듯 구울도 좀비와 동일한 외모였다. 늑대인간들과는 다르게 이 녀석은 20년이 지나도 모델링에 변화가 없었다. 언데드라서 외면 받았나 보다.
다시금 잠시의 반복 사냥의 시간이 흐르고 순조롭게 17레벨을 달성했다.
쿠어억-
“옳지!”
그리고 바닥에는 구울이 떨어뜨린 주문서가 덩그러니 놓였다.
‘안 봐도 순간이동 주문서야.’
무작위로 텔레포트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주문서인 벤자르. 이 아이템은 구울을 잡으면 굉장히 자주 얻을 수 있다. 용도는 갑작스러운 피케이를 당하거나 위기 상황일 때 몸을 피신하는 정도이고 그다지 높은 가격도 아니다. 그냥 있으면 좋고 없어도 무방한 정도라 하겠다.
덜커덕!
그리 여기고 딱 집었는데 주문서의 이름이 나타났다.
“어? 어어?! 강화 주문서다! 심봤다!”
꿈인가 싶어서 침착하게 다시 한 번 인벤토리를 확인했다. 두 번 봐도 틀림없었다.
두루마리 종이에 갑옷이 그려진 주문서!
방어구 강화 주문서가 확실하다.
“팔자. 이런 건 함부로 들고 다니는 게 아니야.”
마침 시기적으로도 딱 좋다. 엄청 고가이기 때문에 잘 팔리지 않을 것 같지만 플레지는 조만간에 공성전이 업데이트 될 거라는 소문이 도는 시점이다. 그런만큼 강화 주문서는 강력한 길드들에서 전략물자처럼 판단하고 있다.
여기저기 사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이 꽤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