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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 시계 >

그런데도 내가 깊이 생각하고 신경 쓰는 이유는 사업가로서의 면모보다는 게이머로서의 기대치 때문이었다. 두 작품을 좋아하는 만큼 예상치를 밑도는 어설픈 성공을 용납할 수가 없는 것이다.

‘어쩐다······.’

심사숙고 끝에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준비하셨을 거라는 거 잘 압니다. 그래서 이런 말을 하는 걸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지만, 정령의 숨결은 이번에 공개하지 말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내 말에 크게 충격을 받은 듯 임학규 대표의 표정은 거의 경악에 가깝게 변했다.

그에게는 정말 미안하지만, 두 게임을 이번 E3에서 공개하기 곤란한 것은 이번에 공개할 게임이 하나 더 생겨버려서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더니 지금 상황이 딱 그 짝이네. 영화하나 제대로 성공으로 견인하기가 여간 빡센게 아니야.’

바벨 이터널 스트라이프.

바벨의 슈퍼히어로와 슈퍼 빌런들의 영원한 분쟁에 관련된 내용을 담을 게임이다. 뭐, 거창하게 말했지만 아직 아무런 진행도 되지 않은 게임이다. 이런 미완성 작품이 출시와 관련한 모든 준비를 마친 정령의 숨결을 밀어내는 것이다.

나는 뭐라 말해야 할지 몰라서 머뭇머뭇하는 임학규 대표에게 재차 말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만, 두 게임 다 큰 성공을 했으면 하는 마음에 이러는 거라는 건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른 계획이 있으신 거겠죠?”

“정령의 숨결은 도쿄에서 공개합시다.”

세계 3대 게임쇼.

사실상 아직까지는 E3와 함께 투톱으로 통하는 게임쇼다. 9월에 진행되는 행사이니만큼 E3에 비해서 게임의 최초 공개가 되는 빈도가 낮기는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굉장한 게임들이 공개되고 있는 행사다.

“팬더그램은 북미에서 더 유명세를 가진 회사이고 크라비티는 일본에서 큰 유명세를 가진 회사이니 더 긍정적인 반응을 얻을 수 있다고 봅니다.”

아주 다행스럽게도 올해 출시할 팬더그램과 달리 크라비티는 내년에 출시한다. 게다가 이제 온라인 게임들 중에서도 고참 취급을 받고 있는 나그네로크는 전 세계 63개국에 진출해 있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최대 수익은 일본에서 나온다.

“슬슬 일본에서도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데 이때 ‘크라비티는 여전히 일본의 친구입니다!’ 이런 선전 이미지로 등장하는 것도 좋아 보이고요.”

임학규 대표는 아주 잠시 고민을 하고는 금방 웃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말씀대로 도쿄에서 첫 공개를 하는 게 저희에게 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크라비티의 보고는 일단 나중으로 미루고 팬더그램의 보고를 받겠습니다.”

“네, 회장님. 사이버 쇼크에 대해 보고하겠습니다.”

올해 GF에서 준비한 최고 야심작!

기존에도 그래픽에 대해서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이제는 이전과 비교를 할 수 없을 정도로 GF엔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고,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다.

그것을 토대로 개발한 새로운 게임이 바로 사이버쇼크다.

‘이 게임의 출시와 홍보. 그리고 공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게 내년이면 아주아주 비슷한 게임이 출시되거든.’

꿈속 미래에서 명작 게임을 꼽을 때 결단코 빠지지 않는 그 이름은 바로 바이오펑크다.

심지어 이 게임이 먼저 개발에 대해 공개까지 하였기에 우리는 이번에 제대로 공개하고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게임’이라는 점을 적극 어필해야만 했다.

‘나름대로 스토리와 연출에 많은 신경을 쓰기는 했는데.’

GF가 한국 게임사들 중에는 스토리와 연출에 있어서 최고라고 자부할 수 있지만, 과연 바이오 펑크의 아성에 도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래서 나로서도 마음이 급해지는 것이다.

“게임이 재미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기 위해서는 초반의 부족한 자원을 가지고 전투하기보다 중반부의 전투를 체험할 수 있도록 데모를 준비했습니다.”

“중반부라면 게임 스토리에 대해서 스포일러가 되지는 않겠습니까?”

“저희도 그 부분에 대한 우려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 결과, 최대한 스토리에 대한 이해를 줄이고 재미있는 전투 부분만 잘라서 데모로 제작할 수 있는 부분을 적당하게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한 번 보죠.”

사이버쇼크는 새로운 차원과 연결된 통로를 우연히 발견한 사람들로부터 시작한다. 이들은 비밀리에 그곳을 독점했고 가상의 도시인 렌텔리아를 만드는데 여기에 주인공이 우연하게 들어면서 여러 사건을 겪게 된다.

중심 갈등은 렌텔리아의 불합리한 시스템들을 모두 파괴하고 구원자가 되는 것이다.

일단 이곳은 지구와는 완벽하게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는 것이 포인트다. 신비로운 생명체들과 그 생명체들을 연구함으로 인간도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유전자 연구 그리고 지구에 없는 자원 덕분에 가질 수 있게 된 오버테크놀러지가 눈을 즐겁게 해주는 게임이다.

“공중전이군요?”

“예, 맞습니다. 아마도 이 부분이 우리 게임이 가진 장점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서요.”

하늘을 나는 비행선과의 전투.

하늘을 날지 못하는 주인공이 비행선과 싸울 수 있는 것은 중력을 조종하는 장치를 통해서다. 이른바 중력의 방향을 바꾸면 건물을 걸어서 올라가는 것도 가능하고 박쥐처럼 벽이나 천장에 붙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화려하다. 그러나 전후좌우라는 개념에 상하의 역전마저 생기는 만큼 시점이 제법 복잡해진다. 나를 기준으로 삼으면 할만하지 않은 게임이 없지만 일반 플레이어들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이다.

“컨트롤의 밸런스는 어떻습니까?”

“보시는 것보다는 쉽습니다. 비행선이라고는 하지만 이 비행선은 움직이는 비행선이 아닙니다. 즉, 고정되어 있는 만큼 다이나믹한 전투를 제공하려면 주인공이 바쁘게 움직이고 또, 그것에서 스릴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해서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중력을 조종하는 장치가 있다고 했지 주인공이 조종하는 거라고는 안 했다는 거군.’

옅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좋군요.”

주인공은 정해진 중력에 따라서 방향을 잡고 그곳에서 비행선을 공략해야 한다. 중요한 건 다음 중력의 변환 때 추락사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위치가 안전지대인지 잘 파악해서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비행선 공격하랴, 중력 방향 확인하랴,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겠지만 이건 어쩔 수 없지.’

빠른 화면 전환이 이루어질 경우 멀미를 하게 되는 사람이 많다는 것.

개인 차이이니 어쩔 수 없는 3D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다.

그렇다고 이런 게임에서 전환이 느리다는 건 또 지루함을 유발하기에 그 수준을 적당하게 맞추는 것 또한 게임사가 가진 노하우가 될 것이다.

“게임은 아주 마음에 듭니다. 다만, 힘들어도 지금보다는 멀미에 대해서 조금 더 신경을 써주었으면 좋겠군요.”

“감사합니다. 멀미는··· 딱히··· 네. 더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여기서 뭘 더 어찌해야 할지 모른다는 말이 나오려다가 쏙 들어갔다. 그 모습에 다들 같은 감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저야 이미 굉장히 기대하고 있는 게임이니까 됐고, 테스터들은 뭐라고 합니까?”

“다들 GF에서 개발한 게임 중에 최고라고 칭찬이 자자합니다.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거랍니다.”

내가 딱 바라던 대답이다.

‘어쩌면 그냥 내가 듣기 좋아할 말을 해준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좋아. 지금은 그냥 이대로 믿고 싶어.’

내 안목과 우리 개발자들의 역량을 100% 신뢰한다.

“매우 좋습니다. 그럼 다들 남은 시간 동안 수고들 부탁드리고 회의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모니터 너머의 인사말을 끝으로 나 역시 잠깐 긴장을 풀려고 할 때였다.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우와앗! 이건 또 뭐야? 이 방만 22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거야? ‘과거의 신사숙녀 여러분! 미래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뭐 그런 거야?]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회사 견학을 다 마친 건지 득달같이 회의실로 들어온 알버트의 호들갑이었다.

[전부 다 현대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구현이 가능한 것들이거든?]

사실 나도 처음에는 제법 감탄했던 화상회의 시스템이지만, 원래 남자라는 게 그렇다. 남 앞에서는 우쭐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알버트 앞에서 함께 놀란 모습을 보일 수는 없으니 짐짓 별 것 아니라는 투로 대답했다. 그러자 그는 기대했던 반응을 보였다.

[이야~ 역시 와보길 잘했어! 토리 스타키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알고 싶었던 건데 정말 제대로 느끼게 되잖아!]

[그쪽 세상은 심각한 오버테크놀러지라서 이런 건 이미 30년 전쯤부터 다 가능했을걸?]

[그건 그거고! 와! 그럼 지금 회의를 함께 한 사람들은 다 외국에 있는 거야?]

[그렇지.]

[어디? 한국?]

[맞아.]

[캬! 진짜 끝내준다!]

‘이거야 원.’

라이언 맨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라고 뽑았는데 알면 알수록 스파이더-가이의 향기를 내뿜고 있다. 평소랑은 다른 친분 있는 사람들에게만 보이는 모습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고개를 끄덕끄덕하던 알버트가 내게 물었다.

[회의 끝났으니까 또 집으로 갈 거지?]

[어.]

[역시.]

[···그게 뭐라고 진지하게 ‘역시’냐?]

[내가 요 며칠간 지켜봤잖아. 너는 역시 토리 스타키에 딱 어울리는 인물이야.]

[왜?]

[생각해봐. 토리는 회사와 상관없이 자신의 물건을 만들잖아?]

[그렇지.]

[그럼 출근보다 자기 개인의 공간이 더 중요하게 비쳐야 할 거야.]

‘어라?’

그러고 보니까 라이언 맨 영화에서도 스타키 인더스트리보다 토리의 자택에서의 모습이 훨씬 자주 등장했고 그만큼 개인적인 활동을 중점적으로 비춰주었다.

‘예리한데?’

역시 라이언 맨은 그가 주인공이어야 하는 작품이 맞다. 하지만 마냥 ‘대단해!’라고 맞장구쳐주었다가는 끝 모르게 올라간 자기 자랑을 들어줘야 할 기분이 들었다.

‘정확하게는 그냥 심술이겠지만.’

오래간만에 친구에게 장난치듯 툴툴거려본다.

[토리 스타키는 공학의 천재잖아.]

[그거야 어차피 영화적인 연출인 거니까 그런 건 연출자인 감독이 해야 할 일이지, 나는 연기자로서 너라는 사람의 방식이 더 중요한 거야.]

[오호라.]

[그리고 이야기 들어보니까 성공한 게임이며 애니메이션까지 네 손을 타지 않은 게 없다면서? 성공 그 자체이자 황금을 이루는 미다스의 손! 사람을 꿰뚫어 보는 출중한 안목마저 갖고 있는 히어로!]

살짝 손과 발이 오그라들뻔 했다.

[···누가 그래?]

대답은 들을 것도 없었다. 알버트의 바로 옆에 있는 에밀리의 눈이 아주 초롱초롱해져서는 빨리 자신을 지목하라며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아이한테 아이를 맡기니 이런 페널티가 있었구나.’

통탄할 노릇이다. 그 사이 알버트는 깊이 자신의 깨달음을 숙지했다.

[과연 무엇을 만드느냐의 차이일 뿐이야. 좋아. 이만하면 캐릭터 구축은 완벽해. 이곳에서 배워야 할 것들은 충분히 배운 거 같아.]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 그럼 뉴욕으로 돌아가나?]

[응. 가야지. 더 있어봐야 누구에게 귀찮다고 구박만 듣지 않겠어?]

정답.

[잘 생각했어.]

껄렁껄렁해 보여도 마지막 모습에서는 내가 아는 라이언 맨의 주인공이 분명하게 보였다.

***

2006년 5월 10일.

세계 최대의 게임쇼인 E3가 개막했다. LA 컨벤션 센터는 일찍부터 기대감을 가지고 기다렸던 사람들 덕분에 이른 시간부터 빼곡한 인파가 몰려들었다.

그리고 우리의 히어로 역시 다시 돌아왔다.

[와우! 여기도 완전 미래 세계잖아! 그리고 사람들도 엄청나게 많아! 굉장해!]

[···나는 팝. 당신이 이렇게 시간이 많을 수 있다는 게 더 굉장한 거 같아.]

알버트는 바벨 이터널 스트라이프가 이번 행사에서 어떻게 소개되는 건지 궁금하다면서 무작정 LA로 찾아왔다. 티켓을 사야 하는 것도 몰랐던 지라 당연히 빈손으로 왔고 하는 수없이 우리 staff 명찰을 받아서 입장한 상태다.

[나는 알아. 내가 반갑지? 좋으면서 싫은 척하기는.]

[아이고.]

두통이다.

[아무튼, 됐고··· 이 숫자도 올해는 좀 줄어든 거야. 작년에는 더 많았어.]

[이거보다 더 많았다고? 얼마나?]

[그 숫자를 내가 어떻게 정확히 알아?]

[아! 그렇구나!]

[그게 그렇게까지 깨달을 일이냐!]

[하하하!]

2005년 E3는 총 7만 명의 관람객이 집계되었다. 올해는 일단 아직 남은 시간을 다 지내봐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숫자가 꽤나 줄어들었다는 것은 관계자 누구라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대충 아이스 스톰의 팬들이 빠진 거라고 보면 되겠지.’

아이스 스톰은 작년부터 E3보다 자신들만의 게임쇼인 아이스 컨을 통해 신규 게임을 발표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다른 게임사들은 감히 시도조차 힘든 개별 행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월드 오브 워드래프트의 압도적인 인기 덕분이다.

< 고급 시계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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