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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더 >

9년이나 된 회사인데 고작 두 개의 게임만을 발매한 이유는 세상에 선보이지 못한 실패작들이 바닥에 무수하게 깔려 있기 때문이었다. 실패한 원인은 전부 딱 하나였다. 퍼블리

셔들에게 ‘상업성 없음’이라는 가혹한 사형 선고를 받아서다.

크로싱은 바로 이 ‘상업성 없음’의 평가를 받은 게임 중 하나다. 그런데 바로 이 게임에 GF의 윤태식 회장이 큰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로널드와 미카엘에게는 세상이 외면

한 못난 자식을 유일하게 칭찬해주는 선생을 만난 기분처럼 다가왔다.

[이름이 없다면 제가 하나 지어주고 싶습니다. 딱 보니 떠오르더군요. 아무도 죽이지 않는 잠입 루트가 있고 또 모두를 죽이는 암살 루트가 있는 게임.]

그가 ‘죽음과 명예로움’이라 되뇌며 말했다.

[데스 아너드. 이 이름이 어떨까요?]

투자자님의 말씀이다. 뽀삐 같은 미친 이름이라도 ‘좋습니다’라고 해야 할 판에 멋진 이름을 지어주니 환장하리만큼 감격할 뿐이었다.

[데스 아너드! 입에 딱 붙어요.]

[좋습니다! 게다가 이름에서부터 무언가 어두운 기운이 팍팍 느껴지는 것이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그렇죠?]

상대가 윤태식 회장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다. 정말로 그는 이 이름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 듣는 이름인데도 신기하게도 마음에 쏙 들어.’

듣고 나니 다른 이름은 더 떠올릴 수가 없을 정도였다.

[제가 안 그래도 요즘 괜찮은 잠입 액션 게임을 구하고 있었거든요. 아나킨 스튜디오가 별다른 경험이 없다는 점이 조금 걱정되지만, 그 정도는 GF에서 충분히 도움을 줄 수 있

습니다. 그러니 투자하는 방향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 말에 윤태식 회장이 크게 웃었다.

[아까부터 생각한 바지만, 섣불리 결정 짓는 습관이 있으시군요. 저는 분명히 ‘투자를 하는 방향으로 생각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아직 하겠다고 확답한 것이 아니니 감사의 인사

를 받기는 좀 이릅니다.]

[네?]

마음에 들고 이름까지 지어줄 만큼 영감을 준 게임인데 투자하지 않는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저는 욕심이 많습니다.]

섬뜩할 만큼 무서운 말이 나왔다.

그리고 윤태식 회장은 다른 의미에서 충격적인 이야기를 했다.

[게임이 아니라 아나킨 스튜디오 전체를 사고 싶습니다.]

[네!?]

[스··· 스튜디오 전체를 사신다고요?]

[알고 있을 테지만, 우리는 G 크로스라는 콘솔을 개발했습니다. 그리고 소속 자회사가 될 많은 스튜디오를 필요로 하는 실정이지요. 즉, GF에서 직접 투자하고 앞으로 출시될

모든 게임에 대해서 지원하는 대신 아나킨은 GF의 자회사가 되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 직원들은··· 그리고 저희는 어떻게 되죠?]

[그대로 있으시면서 직원들을 더 채용하고 규모를 늘리세요. 고작 네 명이 이런 게임을 개발하다가는 오래 못 살 겁니다. 지금처럼 일한다면 저는 투자할 수 없습니다. 언제 과

로사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돈을 맡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니겠습니까?]

‘뭐··· 뭐지?’

‘욕 같은데 전혀 기분 나쁘지가 않아!’

감동마저 느껴졌다. 그때 미카엘과 로널드는 윤태식 회장에게서 보지 못했던 한 가지를 보게 되었다. 사람을 끌어들이는 카리스마! 그것은 바로 황금이며 달러였다.

돈의 카리스마다.

[아나킨이 최대로 성장했던 시기에는 개발자가 몇 명이었습니까?]

[60명까지는 있었습니다.]

사실 56명으로 60명에 조금 못 미쳤지만, 사람이란 은근슬쩍 올려서 조금 더 자신을 포장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법이다. 비록 지금은 4명의 쪼그라든 회사지만 왕년에는 전성

기를 구가할 때가 있었다.

그리 자존심을 내세우는데 윤태식 회장은 고개를 저었다.

[120명까지 늘려봅시다. 사무실이랑 급여는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GF와 너무 먼 곳에 있으면 피드백이 힘드니 이곳, GF 미국 법인 사무실로 이사하기를 권합니다.]

‘역시 GF의 회장님!’

[물론, 이 부분은 선택입니다. 이걸 거절한다고 투자를 취소하진 않아요. 투자는 실질적으로 우리에게 인수되는 조건이 아닌 경우에만 철회할 겁니다.]

‘황금의 카리스마!’

그냥 머니가 아니었다.

‘빅 머니! 위대한 돈!’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이며 애초에 거절할 이유가 조금도 없는 조건이다.

지금 남아 있는 사람들은 애초에 오스틴 사람들도 아니고 미국인 역시 아니었다. 그러니 미국 어디로 가서 새 시작을 하든 딱히 상관없었다. 게다가 제공해준다는 사무실의 퀄리

티를 보라.

GF의 이런 멋진 사무실로 이전하라니!

이런 기분 좋은 명령은 ‘제발 따르게 해줘! 더 명령해줘!’라는 마음만 크게 만들 뿐이다.

그뿐인가?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GF라는 굴지의 회사가 도움을 실시간으로 준단다!

‘그러니 오스틴에서 이곳 LA로 이사 오는 건 조금도 문제가 없···!’

즐거운 상상을 펼치던 그가 입술을 질끈 물었다. 문제가 있었다.

[우선 저희 아나킨을 인수하시겠다는 조건은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만 GF의 사무실로 이전하는 것은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미카엘의 부정적인 말에 로널드가 대체 지금 이게 무슨 소리냐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미카엘을 치켜보았다.

미카엘은 차마 소리가 나게 대답을 해주지는 못했고, 그냥 입 모양으로만 그에게 대답했다.

‘우리. 이리 이사 오면. 당장 렌트비는 어떡하려고?’

회사가 이사를 오면?

당연히 자신들도 이사를 와야 한다. 그리고 이사를 오려면 아주 당연하게 거주할 집이 필요하게 된다. 당장 이동한 교통비도 부담이 되는 판에 LA의 렌트비라니! 이건 도저히 감

당할 수 없는 비용이었다.

하지만 넘지 못할 장벽도 누군가에게는 한낱 돌부리에 불과할 뿐이다.

[어떤 문제입니까?]

[그건···]

[혹시, 돈 문제라면 고민하실 거 없습니다. 그리고 만일, 돈 문제가 아니라면 이유를 더더욱 숨김없이 들어야겠습니다. 네 명밖에 없는 회사가 이전을 못 한다는 건 당신들을 인

수할 제 입장에서는 놓쳐선 안 될 문제니까요.]

[죄송합니다. 사실 저희가 요즘 많이 힘들어서 이사하게 될 경우 월세가 문제 됩니다.]

윤태식 회장이 창가를 가리켰다.

[옆에 있는 저 건물을 보시겠습니까?]

그의 손가락을 따라서 미카엘과 로널드가 LA의 빌딩 숲을 보았다. 그러나 같은 방향을 보고만 있을 뿐, 많은 건물 중에서 ‘저 건물’로 추정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지 못했

다.

[저쪽 옆에 있는 겁니다. 중간 높이의 건물이요.]

다소 낡아 보이는 건물이었다.

[아! 네. 보입니다.]

LA 다운타운은 미국에서도 땅값이 비싸기로 유명한 상업지구 중 하나다. 비록 지금은 레이먼 브라더스 사태로 부동산 거래가 얼어붙기는 했으나 많은 이들이 탐내는 건물로 가

득한 지역이다. 건물의 외관이 낙후되었다고 하더라도 싸게 보아서는 곤란하다.

오히려 낙후된 건물일수록 역사가 있기에 부자들이 구매하려고 안달 낼 만큼 가치 있었고, 그 ‘낙후됨’조차도 미카알의 눈에는 멋지게만 보였다.

[저 건물 전체가 GF 직원들의 숙소입니다.]

[네?]

[지금은 꽤 많은 직원이 집을 마련하고 이사를 한 상황이라 공실이 제법 되지요. 혹시 결혼은 하셨습니까?]

미카엘이 ‘설마’하는 심정으로 대답했다.

[아내와 아들이 있습니다.]

[네 명 전부?]

[네.]

[잘 됐군요. 아무래도 따로 집을 구해서 나간 직원들 대부분이 가족 단위로 있는 직원들이다 보니 공실도 가족 단위인 곳들 위주로 있습니다.]

‘이렇게 복지를 해준다고? 저기가 그냥 독신자들이 생활하는 원룸이나 그런 게 아니라 가족이 들어가서 살 수 있는 맨션이라니? 이건 말도 안 돼.’

고작해야 게임을 개발하는 회사가 무슨 직원들을 위한 숙소를 제공하는가.

미국인이나 유럽 사람들이 이런 맨션을 닭장이라 부르며 부정적으로 보긴 하지만, 도시의 라이프를 꿈꾸던 프랑스 촌놈인 미카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환상적인 이야기일 뿐이

었다. 가장 중요한 건 그간의 스트레스인 돈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주었다는 것이다.

[아나킨의 인수에 또 다른 문젯거리가 있습니까?]

[아뇨! 없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가족과 함께 LA로 오시는 겁니다. 동의하십니까?]

[네! 빠르게 준비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

‘쾅!’ 소리가 나게 얻어맞은 미국 세계적인 경제 위기.

그 탓에 말라붙은 자금줄은 나처럼 준비된 사람들에게 사업하기 편안한 환경을 마련해 주었다. 예전이었다면 찾아가서 설득하고 호감을 사는 행위를 여러 번 해야 했을 온갖 기

업으로부터 메시지가 쉼 없이 날아오기 때문이었다.

돌아다니며 고르는 수고와 방문한 이들의 견적만 따지는 행위 중에서 어느 편이 내게 효율적인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 탓에 오늘도 나는 알버트의 집에서 눈과 손으

로 하는 수동 검색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우리 회장님에게 투자제안서를 보낸 회사들도 참 불쌍하다.]

[그게 무슨 소리야?]

요즘 일이 없어서 많이 심심한지, 알버트는 툭하면 내 사무실에 와서 이렇게 눌러 앉았다. 나름 이곳저곳 둘러봤는데 나처럼 일하는 스타일이 없어서 보는 재미가 있다는 대답도

들은 적이 있다.

[다들 나름대로 그 제안서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쏟았을 거 아니야? 그런데 우리 회장님은 길게 읽어봐야 5분. 짧게는 10초였지? 그 이상을 읽는 일이 없으니 안

타깝다는 생각이 들어.]

기업이든 게임이든 마찬가지다. 투자제안서를 읽어보고서 성공 여부를 미리부터 읽어내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그것에 대한 판단을 위해서는 다양한 시각에서

해석해보고 ‘과연 정말로 성공 가능성이 있을까?’와 같은 고민을 통해 투자할 회사를 정해야 한다.

[천재적인 분석능력이기는 해도 뭐랄까, 보는 사람으로서는 되게 무성의하다랄까?]

[이 모습을 누구한테 보여줄 리가 없잖아. 아무도 모를 테니 상관없어.]

혹시라도 진짜 천재로 오해받아서 게임 관련 이슈가 아닌 수학 문제나 진짜 어려운 퀴즈를 풀게 시키면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이건 주인공이 힘을 숨기고 평

범한 사람인 척하는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나처럼 그냥 검색어만 찾는데도 이렇게 지루한데, 남들은 진짜 이 일을 어떻게 하는 걸까?’

정상적으로 일하는 이들의 노고에 깊은 감탄을 해볼 뿐이다.

[그렇게 대충대충 읽어도 성공할 게임. 성공 못 할 게임이 보이는 거야?]

[100% 불가능하지만 대충 70% 정도의 확률로는 볼 수 있지.]

윤태식이라는 인간이 무슨 슈퍼컴퓨터나 빅 데이터 같은 존재도 아니고,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없다. 그냥 성공해서 유명해졌던 그런 게임들이나 알고 있을 뿐이다. 당연히 내

앞에 있는 이 투자제안서에는 내가 모르면서도 어느 나라에서는 크게 성공한 게임이 존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딱히 신경 쓰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하지만, 투자할 수 있는 자본은 한정되어 있어.]

화수분이나 무슨 도깨비방망이 같은 것이 있어서 돈을 마구 찍어낼 수 있는 것이라면 혹 모르지만, 아무리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히는 부자가 되어도 재산은 유한한 법. 돈의 한

계는 존재한다.

만약에 내가 가진 자본으로 A와 B라는 두 개의 게임에 투자할 수 있다고 치자. A는 100억을 벌어줄 게임이고 B는 500억을 벌어줄 게임이다. 그리고 C~Z까지의 게임 중에 1,000

억을 벌어다 줄 게임이 있다.

이 상황에서 A와 B에 투자하여 600억을 버는 게 맞을까, ‘C~Z까지의 게임 중에서 1,000억짜리 게임을 기필코 찾아내고 말겠어!’라며 모든 경우의 수에 판돈을 거는 게 맞을까?

‘요행에 기대는 건 도박이지.’

내가 하려는 건 투자다.

그렇게 심드렁한 태도로 무수한 글자들을 보고 있을 때였다. 내 눈길을 사로잡는 회사명이 보였다.

[여기서도 투자제안서를 보내네?]

[왜? 도대체 어디기에 우리 회장님께서 놀라셨어?]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제안서들은 전부 작은 회사에서 어떻게든 투자를 받아 게임을 개발해보려고 보내온 기획안들이다. 그런데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는 기획안은 달랐다.

[일렉트릭 아트라고 들어본 적 있어?]

워낙 많은 기업을 인수하고 흡수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불려온 덕분에 일렉트릭의 E와 아트의 A로 Eat All이라는 무시무시한 별명까지 가지고 있는 회사.

EA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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