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툰 최신 접속주소바로가기
100% 동네 섹파 구하기 바로가기 [AD]토토커뮤니티 NO.1 먹튀검증 토토사이트 추천 바로가기

< 무간계 확보 >

굵은 물방울이 눈을 타고 흘렀다. 애써 품었던 작은 소망이 꺼지니 애써 외면했던 자괴감과 무력감이 맥고휘의 현실을 자각시켰다.

‘그만해야··· 할까.’

이전부터 계속해오던 고민이다.

고생하는 아내와 딸을 생각하면 이제는 정말 멈춰야 할 때가 온 것일지도 몰랐다.

홍콩 영화는 이미 몰락했다. 자신은 가라앉는 난파선과 함께 죽어가는 신세에 불과하다.

‘이번 시나리오까지만 어떻게든 해보고 그만두려 했는데······.’

집착일까, 아니면 오기일까.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래도 이번 시나리오까지만 끝내보고 싶었다. 이번 작품이 끝나면 정말 홀가분하게 끝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저들의 말대로 자신의 무능이라고 받아들이고 실패를 수긍할 마음이었다.

하지만 이 지경에 이르니 그 마음도 다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포자기가 안겨주는 허무한 평화였다.

‘물에 씻으면 나라도 먹을 수 있겠지?’

짓이겨진 만두가 눈에 들어온다. 딸에게 줄 선물은 되지 못해도 자신의 일용할 양식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까지 하는 자신이 비참해졌지만 그렇다고 버릴 수는 없다. 그는 조금이나마 털어내고 입안에서 글그럭거리는 흙과 함께 만두를 삼켰다. 그리고 일어서서 힘없이 걸었다.

그즈음이었다.

[맥고휘씨 되십니까?]

등 뒤에서 영어로 자신을 부르는 이가 있었다. 조금 전의 궐빈청과 같은 상황이었다. 입에는 아직도 모래와 어우러진 만두의 냄새가 가시지 않은 채다. 이것은 딸에게 주지 못한 망가진 선물이었다.

‘빌어먹을! 이번에는 또 어떤 놈이야!’

모멸감 속에서 자위하며 애써 평화를 찾은 그의 심정이 요동쳤다.

이제는 정말 잃을 것도 없다. 눈이 돌아가 버린 그는 바로 뒤로 돌아 자신을 부른 남자의 멱살을 잡았다. 깡마른 손에 힘줄이 곤두섰다.

[뭐냐? 넌 또 뭔 일로 왔어!? 투자한 돈 내놓으라고? 내 꼴을 봐! 나라고 좋아서 이렇게 된 줄 알아!? 젠장, 나는 이제 더 잃을 것도 없는 놈이야! 무서운 것도 없다고!]

횡설수설하면서도 처절하게 울부짖었다. 그 모습에 번듯한 옷차림의 젊은 남자는 손은 잡아 꺾으려다가 멈추었다.

[우선 진정 좀 하시죠? 무슨 일이 있으신 건지는 모르겠으나···]

짧은 시간에 맥고휘를 예리한 시선이 훑었다.

여기저기 찢어진 옷, 흙이 묻지 않은 곳은 찾기가 어렵고 발자국마저도 남았다. 타박상을 입은 곳 역시 곳곳에 가득하니 누가 봐도 무슨 일이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저는 한국에서 온 박경호라는 사람입니다. 제안할 것이 있어서 찾아왔는데 상황이 썩 좋지 않은 것 같군요.]

양 손을 보이며 해를 입힐 뜻이 없음을 보였다.

[우선은 옷부터 갈아입고 이야기합시다.]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하는 남자였다.

지금까지 자신의 이름을 부른 사람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었던 예의와 정중함이 배어있었다. 누가 봐도 지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를 보니 맥고휘의 눈에서도 악다구니와 내면의 두려움이 가라앉았다.

10평 남짓한 공간.

방과 주방이 일체형으로 되어 있는 단칸방.

이 공간이 맥고휘의 집이었다. 이곳에 낯선 손님들이 들어왔다. 어린 티가 남은 청년, 차분한 분위기로 자신을 멈추게 한 남자, 가장 나이가 들어 보이며 윗사람으로 보이는 중년인이었다.

그들은 맥고휘에게 믿을 수 없는 놀라운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까··· 한국에서 오셨다는 말씀이시죠? 투자를 위해?]

[그렇습니다.]

홍콩 영화는 아시아 전체에 시장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은 그중에서도 제1 해외시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시장이다. 그래서 1970년대부터는 애초에 한국 스타일을 의식해서 영화를 만들곤 해왔다.

그런 곳에서 자신을 찾아왔다고 한다.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다니!’

맥고휘는 갑작스레 찾아온 이 기회를 믿고 싶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상황이 드라마틱하기도 했다.

‘사기꾼들일 가능성이 훨씬 높아. 속지 마.’

마음은 이 사람들을 이미 자신의 마지막 기회라고 외치고 있지만, 머리는 끊임없이 의심한다.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최하인 줄 알았던 상황에서 자칫 지하 깊숙이 매장되는 처참한 지경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신중해서 나쁠 것은 없다.

[저는 그다지 유명한 감독도 아니고··· 딱히 알려진 감독도 아닙니다. 그런데 왜 제 영화에 투자를 하시려는 건지···]

영리한 척 패기 넘치게 말하려 했지만, 말에 힘이 실리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슬며시 눈치 보는 그의 말에 곽지원 전무라고 밝힌 중년인이 웃었다.

[오해가 있으신 거 같군요.]

[네? 오해요?]

[저희는 투자할만한 홍콩영화가 있는지 찾고 있는 겁니다. 맥고휘 감독님의 영화에 단정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찾아온 게 아니라는 이야기지요.]

‘···그럼 그렇지.’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들었다.

사기꾼이 아니라는 안도감.

행운이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허망함.

기회와 행운이라는 것이 이렇게 쉽게 찾아올 리가 없다. 차라리 이렇게 듣고 나니까 심장의 두근거림이 잦아들었다. 맥고휘의 머리가 이제야 정상적으로 돌아갔다.

[그렇다면 저보다는 제작사들을 찾아가시는 쪽이 낫지 않은가요?]

[이미 다 둘러봤습니다. 그런데 저희 회장님이 모두 고사하셨지요. 아마도 감독님께서 준비하시는 작품이 없다면. 혹, 있다 하더라도 저희 회장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홍콩 투자는 백지화될지도 모릅니다.]

[정말 놓치는 것 없이 샅샅이 훑었거든요.]

김형빈이라는 한국인 청년이 넌덜머리가 난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맥고휘는 이제야 저들이 왜 자신에게까지 찾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문득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시나리오를 공개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머뭇머뭇했다.

‘홍콩에서도 다들 고개를 저은 건데 한국에서 가능할 리가 없지.’

한국인이 좋아하는 홍콩영화는 홍콩에서만 표현할 수 있는 특유의 액션신과 총격신이 잘 버무려진 영화다. 거기에 유난스러우리만큼 홍콩과 한국은 어울리지 않는 로맨스가 섞인 영화를 선호한다.

반면에 자신의 시나리오는 느와르이면서 그런 주제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보여줘 봐야 면전에서 거절당하는 똑같은 광경을 또 보게 될 것이 뻔했다.

‘이런 기회가 왔는데 보여줄 게 없다니······.’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나니 이제는 한숨도 나오지 않았다.

[혹시 준비 중인 시나리오 같은 게 없으십니까?]

[있기는 한데··· 별로라서요······.]

아쉬움에 언급을 하니 상대의 눈이 번쩍하는 게 보인다. 하지만 맥고휘는 그런 기대에 찬 눈빛을 보니 오히려 걱정으로 몸이 움츠러들였다.

[어떤 장르죠? 대본까지 나온 건가요? 아니 시놉시스 정도라도 좋습니다.]

[대본까지 일단 만들기는 했어요. 그런데··· 그게···]

[장르가 중요합니다. 느와르가 맞습니까?]

[예? 그야··· 느와르이기는 한데···]

[좋군요! 어디 한 번 봅시다.]

맥고휘는 기이하게 열띤 반응을 보이는 한국인들의 손에 이끌려서 시나리오를 넘겨주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은 제목을 읽을 수가 없었다. 대화야 맥고휘가 영어를 할 줄 알아서 가능했지만, 대본은 간체자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광둥어를 할 줄 모르니 방법이 없는 것이다.

“형빈아.”

“네, 전무님.”

“회장님에게 전화해서 말씀드려.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고.”

“그게··· 내용이 어떤 건가요?”

이를 받아 든 저들이 대화를 나누다 모두 맥고휘를 보았다.

[감독님. 죄송하지만 아주 간략하게 이 영화의 콘셉트를 알 수 있겠습니까?]

[예, 물론이죠. 그러니까 제목은 무간계인데···]

잠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진 뒤 윤태식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

[윤태식]

찾았다!

‘해낼 줄 알았다니까. 우리 직원들은 믿고 맡겨놓으면 팍팍 해치운다고.’

무간계를 발견했단다. 금상첨화인 점은 아직 그 누구도 이 황금 같은 시나리오에 달라붙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경쟁 회사나 군더더기 같은 돈이 묻지 않았으니 이보다 기쁠 수가 없을 지경이다.

나는 바로 지시했다.

“형빈아. 곽 전무님에게 전해드려. 무조건 계약하라고 말이야.”

- 이거를요?

“그래. 그리고 제작비는 필요한 만큼 모두 지원하겠다고 전해.”

- 전폭적으로 다 지원하겠다는 말씀이시죠?

“그래.”

잠시 수화기 너머로 대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김형빈의 말을 들은 곽지원 전무가 감독으로 짐작되는 이에게 말했고 곧 한 남자의 흐느낌이 울렸다. 사람이라도 야무지게 팼나 싶을 정도로 서러운 울음이었다.

숨이 꺽꺽 막힐 정도이니 듣기만 해도 안쓰러웠다.

“거기··· 뭔 일 있냐?”

- 그게요. 크게 신경 쓰실 일이 아닙니다. 나중에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별일 아니라니 됐다. 나는 직원의 말을 잘 듣는 착한 회장이니 더는 묻지 않기로 했다.

“그래 수고하고, 우리 쪽에서 자금은 다 댈 테니까 영화 제작사로 넘기기보다는 마음 맞는 사람들과 손잡고 제작사를 직접 만들라고 해. 무조건 감독 원하는 대로, 편한 대로 작업하라고 전해줘.”

- 넵!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빠졌다. 북경에서 왕대인 찾기처럼 어려운 미션이지만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우리 직원들이 해냈다. 그러니 나는 자연스럽게 다음 스텝을 밟을 차례였다.

무간계를 얻기 위해서 TS 자산운용의 직원들을 홍콩으로 보낸 뒤에 생각해낸 것이 있다.

신도시.

‘영화로 끝내면 섭섭하지. 느와르 게임을 만들어 보자고.’

꿈속 미래에는 엄청나게 흥행했지만 ‘한국의 무간계’라고 불리면서 표절이라는 오명을 달았던 영화가 있었다. 그것과 같은 제목이기는 하지만 내가 만들려는 것은 영화가 아니다.

바로 게임이다.

무간도는 애당초 3부작으로 기획된 영화다. 그 사이의 시간에 걸출한 느와르 게임이 들어가면 영화와 게임 모두 날개를 달고 훨훨 날 수 있을 것이다.

‘스토리부터 적고.’

하던 게임을 잠시 접고 컴퓨터에 문서 프로그램을 열었다. 그리고 신도시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와 흐름, 인물의 성향을 작성했다. 일종의 게임 시나리오와 기획의 초안인 셈이다.

이걸 만들어서 느와르 게임을 제작할 팀을 뽑을 계획이다.

‘몬스터 프레데터스와 비슷하지만, 더 자유로운 팀이지.’

액션 느와르와 오픈 월드의 조합인 만큼 이 게임은 자유로워야 한다. 우리 회사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오픈 월드 게임이 될 테니까. 참고로 이 아이디어는 ‘범과 같이’라는 게임을 모방한 것이다.

일본에서 야쿠자 미화로 유명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동시에 구가하는 그 게임!

이것이 신도시를 토대로 만들려는 게이머스 포럼의 느와르 게임이었다. 내 버전이니 ‘신과 같이’라는 제목을 붙이기로 했다.

“이미진 과장님. 김정규 팀장님 제 방으로 오시라 전해주세요.”

대략 작업을 마친 뒤 그를 호출했다.

“찾으셨습니까?”

비서실의 역할을 함께하고 있는 경영 관리팀을 제외하면 내 사무실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팀은 사업 운영팀이다.

김정규 팀장이 연락을 받고 사무실 문을 열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3분이었다. 이는 연락을 받자마자 하던 모든 걸 제쳐두고 왔다는 이야기다. 이는 내 관점에서는 매우 좋게 보인다.

다른 동기들과 비교해서 능력은 조금 부족할지 모르지만, 누구보다 나를 가장 따르고 신뢰할 수 있는 열정이 보였기 때문이다.

‘회사 규모가 더 커지고 나면 뭔가 어울리는 자리를 만들어줘야겠어.’

염두에 두고 새로운 게임의 기획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팀을 짜기 위한 지시를 내렸다.

“이번에 신작 게임을 발매할까 합니다. 회사 내부에서 사람을 찾아주셔야겠습니다.”

그러고는 꿈속 기억을 되짚으며 열심히 옮겨적은 기획안을 김정규 팀장에게 보여주었다. 이를 받아드는 그의 표정에는 ‘이걸 왜 저에게 주십니까?’라는 물음이 강하게 보였다.

이는 당연한 반응이다. 김정규 팀장이 게이머스 포럼 내부 사업을 포괄적으로 책임지는 사업 운영팀의 팀장이기는 하지만 게임은 그와 거리가 꽤 있는 분야다.

“게임을 제작할 새로운 팀을 만드는 작업입니까?”

“아닙니다. 일단 이 기획안을 활용해서 탄탄한 시나리오를 만들 수 있는 작가를 구하세요.”

“아! 그 말씀이셨군요.”

시나리오.

지금 우리 회사는 출중한 프로그래머의 숫자와 비교해 시나리오 부분에서는 상대적으로 실력자가 없었다. 사실  없는 것은 아니지만 내 눈에 차지 않는 수준이다. 이게 다 출중한 원년 멤버들 때문에 평가 기준이 올라가서 생긴 일이라고 본다.

이 말에 김정규 팀장이 좋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렇다면 내부 공모전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공모전이요?”

“네. 대표님이 주신 줄거리를 가지고 제일 탄탄한 스토리를 엮는 작가를 뽑는 겁니다.”

처음에는 웬 공모전인가 했는데 들어보니 상당히 괜찮은 생각이다.

‘잘 되면 앞으로는 그냥 내부 공모전이 아니라 외부 공모전으로 뽑아도 좋겠어.’

바로 수락했다.

“좋군요. 그대로 진행하세요.”

그리고 이런 공모전은 원래 포상이 주어져야 하는 법이다. 상금을 두둑하게 걸기로 한다.

“1등은 1,000만 원. 2등은 500만 원. 3등은 200만 원의 상금을 걸겠습니다. 그리고 해당 시나리오는 무조건 대외비이며 공모전에 출품한 내용은 모두 회사의 소유가 됩니다. 이해하셨지요?”

“알겠습니다.”

< 무간계 확보 > 끝

오류신고

아래 오류에 해당하는 버튼을 클릭해 주시면 빠른 시일내 수정작업이 이루어 집니다.

1999년 게임 스타트 - 1999년 게임 스타트-173화
[173 / 총577]

1999년 게임 스타트 - 1999년 게임 스타트-173화

연재 총 57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