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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리끼리 >

171. 끼리끼리

임원 휴게실에 들어섰을 때, 라드 헤이스터스 의장이 레이패드를 흐뭇하게 보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나는 장난기가 동해서 조용히 뒤로 다가가 그의 화면을 훔쳐서 보았다.

【넷플렉스의 첫 영화, 라이언 맨은 6억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이후 개봉한 영화들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영화는 9억 7,000만 달러의 에이전트 오브 가디언이다. 이렇듯 그간 굉장한 성공을 하고 있다 알려진 넷플렉스였으나 대다수의 영화 수익은 6~8억 달러 사이였다.

반면에 이번 리벤져스의 수익은 16억 달러다. 역대 영화 흥행 수익 랭크에 당당히 3위에 오를 만큼의 막대한 돈이다. 어떻게 이런 급격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을까?

혹자는 넷플렉스의 노력보다 영화 시장규모의 확장쪽에 비중을 두곤 한다. 물론, 이를 부정할 수는 없으나 넷플렉스가 영화 배급이 단 5년 뿐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이렇듯 막대한 성과를 이룬 넷플렉스와 바벨은 전부 엄청난 흥행에 축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긍정적으로 넷플렉스를 평가하는 기사문이었다.

‘야한 사진이라도 보고 있으면 놀려주고려 했는데. 하긴, 제정신이라면 그런 걸 집에서 혼자보지 이런데서 볼 리가 없지만. 그러고 보면 거리에 나와서 노출이나 변태짓 하는 사람들은 확실히 제정신이 아니구나. 들키건 말건 리스크가 큰 짓을 쾌락 때문에 하는 거니까.’

언제나 그러했듯, 머릿속 상념이 흘러가는 대로 생각의 날개를 잠시 펼쳐보았다. 뒤이어 소리없이 살짝 멀어진 후 지금 들어온 것인 양 헛기침하여 인기척을 냈다.

[무슨 재미있는 기사라도 나왔습니까? 엄청 즐겁게 보시는 거 같은데?]

라드 헤이스터스 의장은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흠칫하고 놀라더니 내 얼굴을 확인하고는 다급히 패드를 숨기려고까지 했다. 의외일 만큼 호들갑스러운 반응에 의아함만 떠오른다.

[야한 거였습니까?]

[절대로 아닙니다! 그냥··· 기사를 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놀랍니까? 혹시 저랑 관련된 기사에 악플이라도 달고 계셨던 건가요?]

싱글싱글 웃으며 하는 농담에 그가 잠시 머뭇머뭇하더니 자신의 레이패드를 내게 건넸다.

[타임 스폿 스페셜 리포트입니다. 제목은 영화계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낸 넷플렉스죠.]

[그냥 특집 기사군요? 이게 뭐라고 그렇게 화들짝 놀라셨던 겁니까? 괜히 실망스럽게.]

[야한 게 아니라서 실망이셨다면, 회장님의 지시인만큼 공지를 내려 보겠습니다. 저부터도 실천하고요.]

[됐습니다. 회사 전체가 다 같이 볼 바에는 그냥 혼자 보렵니다.]

객쩍은 말을 마치고는 레이패드의 스크롤을 올려 기사의 처음부터 다시 내용을 읽었다.

【최근 할리우드에는 매우 놀라운 영화가 한 편 개봉했다. 영화의 이름은 리벤져스. 복수하는 사람들이라는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폭력적일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그러나 제목과는 달리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한 분위기를 이어간다.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이들이 가장 흐뭇하게 영화를 지켜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리벤져스가 할리우드에 주는 새로운 메시지가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팬들이나 평론하는 이들의 반응은 제작자에게 때때로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해석하려고 들 때다. 대부분은 함의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로 오해하는 경우지만, 이따금 과대해석하면서 설치해두지 않은 복선과 의도를 스스로 창조할 때가 더러 있다.

‘드래곤 소울에서는 그런 추측을 아이디어 삼아서 여러개 사용도 했었고.’

서두만 읽었음에도 이번 기사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재미난 오독(誤讀)이며 유쾌한 오해(誤解)말이다

[우리 영화가 할리우드에 던지는 새로운 메시지가 있었습니까?]

[모든 미디어는 나름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 메시지가 얼마나 깊은지, 때로는 얕은지가 차이일 뿐이죠.]

틀린 말이 아니다. 메시지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다양한 해석은 필연으로 나타난다.

‘의뭉스럽게 좋은 답변이지.’

가볍게 웃어넘기고 다음을 읽었다.

【넷플렉스가 기존의 배급사들과 다른 점은 작품 내적인 구분점이다. 이들의 영화에서는 소외 받는 자들이 없다.】

‘소외받는 자?’

【리벤져스는 지구를 침공한 외계인에 대항하기 위해 모인 슈퍼 히어로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 모인 집단 속에는 외계인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 안에 차별은 없다.】

‘그야 그렇지.’

【순수한 지구인도 나름의 역할을 가지고 세계관에서 충분한 활약을 보여주며,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가진 자들은 또 그에 맞는 활약을 보여준다. 이렇듯 각자가 서로의 역할을 수행함으로 보여주는 액션 덕분에 영화 속 히어로들은 능력 부족으로 인한 소외감이 없다.】

‘붕 뜨거나 외면받는 캐릭터 없이 알차게 이용한 건데.’

【그야말로 평등한 가치를 존중하는 영화다.】

‘이런 식으로 보일 수도 있구나.’

나는 ‘평등한 가치를 존중한다’는 부분을 소리 내어 읽고 손뼉을 쳤다.

[우리 제작진들이 정말 대단하군요. 영화에 이런 식으로 숨겨진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었다니.]

만약 이 기사를 윤태식 회장이 아니라 꿈속 미래의 소시민이던 윤태식이 보게 되었다면 고래를 끄덕끄덕 거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관계자이며 단순한 투자자가 아니라 스토리와 장면, 설정 등에 정말 깊숙이 관여한 사람이었다.

아귀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이 좋은 평가가 제작 단계에서 고려된 적이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 진짜는 배우들을 존중하기 위해 적절한 배분을 한 것‘이고 스토리적으로 각자의 활동을 적절히 녹여내기 위했을 뿐이었다.

‘역시 꿈보다는 해몽이야. 그래도 완결성을 갖추니 곱씹어봐도 좋은 작품이 되어버렸다는 거겠네.’

자화자찬해도 된다.

잘 만들어서 얻은 혜택이니까.

[좋은 해석이 나온 김에 그런 의도였다고 이제부터 바꿀 요량입니다.]

[평등의 가치를 위했었다고 말이군요. 그런데 바꾸다니요?]

원래 담아둔 메시지가 있기는 했었다는 말이 아닌가.

의구심에 물어보니 그가 진짜 있었다며 대답했다.

[리벤져스에 담은 본래의 메시지는 공동체였습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도 함께하면 해낼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자 했었죠.]

‘그런게 진짜 있었어?’

속으로 되묻고는 잠시 후에 깨달았다.

두루 관통해서 핵심만 짚어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나의 시작점은 팬심이고 관람객의 관점이자 아쉬움을 바로 잡는 목적이 크다. 그러니 접근하고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가 있었다.

‘특정한 게임이나 작품을 미친 듯이 좋아하는 게 아니라, 게임 전반에서 여러 가지 즐거움을 찾는 정도.’

하나의 세계관에 완벽하게 몰입해서 온갖 의미를 부여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따지고보면 아이들처럼 즐기기보다는 어른처럼 적재적소로 취미를 즐기는 것과 같은 셈이었다.

만약 진짜로 하나의 작품에 함몰된 인생이었다면 나는 윤태식 회장이 아니라 진수와 성찬이처럼 여전히 플레지의 골드를 거래하면서 오로지 플레지만 푹 빠져서 즐겼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먹고 사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으니까.

【리벤져스가 나오기도 전부터 할리우드에는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동등한 가치. 공정한 조건 속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고 그럴만한 이야기가 만들어지는 것.

사실, 이런 목소리에 가장 먼저 반응하고 그 목소리를 들어주겠다고 손을 들어준 기업은 넷플렉스가 아니었다. 디지니였으며 이들의 결단이 가장 신속했다. 오히려 넷플렉스는 공정함에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그들과 반대의 입장에 선 대표주자였다.

당시 넷플렉스는 공식적으로 발표하기까지 했다. PC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듯한 이들의 발언은 수많은 사람에게 질타를 받았다. 그러나 넷플렉스는 꿋꿋하게 자신들의 신념을 이어가며 이를 통해 ‘무엇이 옳은 길인가?’와 ‘평등의 의미란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계속해서 던졌다.】

기사는 디지니와의 대립구도를 만들었던 논의의 시발점을 언급하고 있었다.

【수많은 단체가 ‘여성도 훌륭한 액션을 해낼 수 있다. 여성도 강인한 남성을 이길 수 있다. 여성을 하나의 이미지에 국한시키지 마라.’며 주장했으나 넷플렉스는 ‘왜 여성이 남성처럼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더할 나위 없이 직접적으로 보여 주었다.

단어의 나열과는 다른 화면의 이미지는 암암리에 넷플렉스의 물음을 공감하게 했다. 이로써 성적인 대립과 경쟁이라는 구도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지점에서 서게 되었다.

여성들이 원하는 것은 양성의 평등일까, 여성의 남성화일까?

이러한 질문을 한다면 대답은 확실하다.

평등이다.】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는 말처럼, 기사도 역시 써본 놈이 잘 쓰는 것 같다.

[확실히 기자가 멋대로 해석한 메시지가 더 그럴듯하긴 하군요.]

[윈-윈 입니다.]

우리는 좋은 메시지를 건졌고 기자 역시 아이디어를 뺏긴 게 아니라 자신의 식견과 통찰력이 옳았다는 것을 자랑할 수 있게 되니 말이다.

【그러나 가치적인 주장 이후 여성의 권익을 추구하는 기존의 단체가 실질적으로 요구하는 바들은 무엇이었나? 그들이 말하는 대로 사회가 바뀌어간다면 어떠한 결과가 나올 것인가? 그저 여성이 남성화 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다.

넷플렉스는 그런 단체들이 주장하는 바.

즉, ‘여성을 남성과 동일하게 표현하는 것.’과 ‘여성이 남성이 되는 방향’을 비웃었다. 이 발언 탓에 그들로부터 돌팔매를 당했다. 그러나 꾸준히 자신들의 작품을 통해 진정한 평등이 무엇인지 증명해서 보여주었다.

그 덕분일까? 결국 반대편에서 함께 돌을 던지던 디지니 역시 올 해 개봉한 영화 파슘의 공주를 통해 넷플렉스의 흐름에 동참하는 변화가 일어났다. 그리고 디지니와 넷플렉스의 선택은 파슘의 공주와 리벤져스의 대성공이라는 결과를 도출했다.

이들의 성공이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새로운 성공의 공식이며 확실한 패턴이자 거대한 흐름을 선도했기 때문이다. 추후 다른 영화사들은 어떤 의미로 평등해야 할지, 단순한 이분법적인 남성성과 여성성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외면하려야 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결국, 넷플렉스라는 하나의 회사가 할리우드라는 거대한 집단을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기사의 말미에서 나는 ‘엥?’하고 말았다.

【선도하며 흐름을 만드는 자들로 칭할 수 있다. 이렇듯 할리우드는 지금 두 사람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바벨 스튜디오의 사장인 케인 파이기와 넷플렉스의 의장 라드 헤이스터스가 그들이다. 최선두에서 이끌어갈···】

이 부분에서 나는 슬쩍 눈동자만 돌렸다.

[흐름을 만들고 할리우드 전체가 집중하는 분이 바로 제 옆에 있으셨군요?]

장난스레 라드 헤이스터스 의장을 째려봤는데 그의 얼굴이 붉어지며 다시금 헛기침을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이거구나? 어째 감추려고 애를 쓰더니만.’

본인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 기사를 보고 있다 보니 그걸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상당히 민망했을 수 있다. 저 마음을 나도 잘 안다. 원래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할만큼 좋고 듣고 또 들어도 물리지 않는 거다.

나만 해도 아까까지는 대럴이라는 한 팬이 올린 글을 읽었다. 우리 직원이었나 싶을 만큼 우호적이었던 그의 글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내 이름과 칭찬이 나온 부분이었다.

‘원래 나 좋아해주는 사람이 으뜸이라고.’

가볍게 웃고는 기사의 남은 부분을 읽었다.

그런데 정말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뭐야? 왜 이 특집기사에서 내 얘기가 안 나오지?’

< 끼리끼리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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