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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기로 >

“내 통장에 돈이 많았는데··· 음··· 많았었는데······.”

“이래서 부자 앞에서 돈 자랑하면 바보 되는 거야. 뭐가 조 단위로 나오니 까마득하네.”

“그런 소리들 마. 돈 없어서 못 산다니까? 어떻게 계산해 봐도 답이 안 나와서 이러는 거야.”

못해도 30% 정도는 내가 가져야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역시도 1조 5,000억.

거기에 여유로 1조 정도는 있어야 하니 역시 조 단위가 필요한 셈이다. 그리고 이 돈을 2003년 여름까지 만들어야 하는 타임라인도 존재한다.

‘그 시기가 지나면 반도체 경기가 확 살아나.’

이 뜻은 카이닉스의 가치도 뛰어오른다는 의미다. 즉, 그때가 되면 더 많은 돈을 들여야만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런 내 모습에 진수가 기막혀하면서도 유쾌하게 웃었다.

“아무리 너라도 불가능한 게 있었구나.”

“하하하. 맞아. 되게 신기하다.”

성찬이 역시 같은 웃음을 지었다. 갑자기 무슨 이야기냐며 쳐다보니 친구들이 대답했다.

“우리가 보기에 윤태식이라는 인간은 불가능한 게 없어 보였거든.”

“척척 해내서 팍팍 이뤘으니까.”

“에이. 그런 게 어딨냐? 불가능한 건 불가능한 거지.”

당연한 이야기에 진수성찬이 재미있어했다. 그러다 진수가 물었다.

“그런데 태식아. 카이닉스 말이야. 그거 꼭 당장 필요한 거야?”

“필요하지.”

카이닉스는 2003년 말부터 살아나기 시작하며 주가가 4000원에서 머물던 것이 2만 원까지 순식간에 도약하게 된다. 그러니 통째로 먹고 싶으면 지금 먹어야 한다.

그 말에 성찬이가 부연 설명했다.

“아니. 쟤 말은 필요한 거 말고 ‘당장 필요한 거냐’는 얘기야. 맞지?”

“고럼~ 고럼! 역시 팀플레이를 하니까 바로바로 아네. 곧잘 따로 하는 회장님만 모르고~”

그리고 덧붙였다.

“우리는 지금도 너 같은 녀석이 친구라는 게 신기할 정도로 넌 승승장구하고 있어. 친구지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어제 다르고 오늘이 다른··· 그 뭐냐. 이거 있잖아.”

“괄목상대. 일취월장!”

“맞아. 그거. 내가 잘은 모르는데 게이머스 포럼이 카이닉스만큼 커지는 거? 얼마 안 걸릴 것 같거든. 그냥 너는 짱 잘하니까.”

“인정. 그러니까 조금 있다가 해도 된다, 뭐 그런 이야기지. 실감 못 하고 있나 본데 너님 무진장 부자야. 이렇게 소고기도 사줄 만큼~!”

엄지를 척 올리면서 하는 이야기들에 그저 웃고 말았다. 다 내가 오전에 내렸던 결론들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때는 애써 욕심을 저만치 밀어두었었다면 지금은 훌훌 털어 버릴 만큼 가볍다는 차이가 있었다.

인정받고 공감해주며 함께 대화하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맞다. 최상의 타이밍이기는 하지만 연연할 필요는 없다.

‘아닌 말로 2009년까지는 계속 기회가 있는 거니까.’

스마트폰의 시대가 오는 것은 2009년이다. 그 전에만 가지면 된다. 그리고 카이닉스는 2013년까지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는 회사다. 상대적으로 지금보다는 비싸게 사겠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4000만 원으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왔어. 앞으로 카이닉스는 비교도 안 되는 규모의 회사를 만들 수도 있고.’

솔직히 지금 가지고 있는 텐션의 주식만 해도 카이닉스보다 더 큰 규모가 될 거다. 이렇게 은근히 미련을 가지고 욕심을 남겨둘 이유가 없었다. 상상조차 하지 못할 만큼의 돈이 안겨준 미혹이었던 셈이다.

“고맙다. 덕분에 머리가 좀 맑아졌어.”

“오케이. 소고기 먹자!”

멈췄던 젓가락이 불판 위를 오갔다.

“아참, 태식아. 근데 너 영화도 투자한다고 하지 않았냐?”

“어. 하고 있어.”

뜰만한 영화를 알려달라는 건가 싶었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면 막 연예인도 보고 그러냐? 투자자니까 연락처도 알고? 사인은? 사진은?”

“여배우가 최고야. 아이돌보다는 배우! 클래스가 달라!”

“뭐래? 짜식들아. 나는 그냥 투자만 하는 거야. 돈 냈다고 현장에 가서 그런 민폐 짓 하는 거 아니야.”

“음흉한 새끼. 꽃은 바라만 봐도 행복한 거다!”

“맞아! 민폐 짓이 아니라 그냥 곁에서 보기만 해도 좋은 거라고!”

“놀고 있네. 그러면서 연락처랑 사진은 왜 물어?”

“그야··· 자주 보다 보면 친해지고··· 흐헷!”

“친해지면 연락처도 알게 되고··· 흐헤헤!”

“놀고 자빠졌네.”

한심한 녀석들이다. 그렇게 보고 있자 두 녀석이 쌍으로 나를 놀렸다.

“우우! 이 돈만 벌다가 죽을 놈아. 평생 독신으로 살 새끼.”

“낭만도 없는 자식 같으니.”

“범죄랑 로맨스랑 구분이나 해.”

“시끄러워. 너는 얼간이야. 짜샤, 그런 멍청한 짓을 할 거면 왜 한국 영화에 투자하냐? 국내니까 얼굴도 보고 말도 하고 그러는 거지!”

이건 또 무슨 헛소리인가 싶은데 뒤따라오는 이야기가 내게 놀라운 깨달음을 주었다.

“미국이나 그런 영화들은 전 세계에 팔리잖아. 한국 영화는 한국에서만 팔리고.”

“맞아. 투자하면서 연예인도 못 만날 거면 한국 영화에 투자를 왜 하냐? 정성 가득하게 선물도 주고받고, 짜샤! 오가는 정이 있어야 한국이지. 그럴 거면 할리우드로 꺼져!”

“미국 영화가 애들 장난 같···?!”

맞다. 할리우드는 한국에서 상상도 못 할 수준의 영화들이 매년 쏟아진다. 그런 영화 중 저예산이라고 불리는 영화의 제작비가 국내가 휘청휘청하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 수준이었다.

‘바보인가? 게임은 글로벌하게 생각했으면서 영화판은 왜 좁게만 떠올린 거지?’

어떤 작품이 메가 히트작인지를 대충 안다. 세세하게는 몰라도 세계가 들썩일 정도의 작품. 국내에서까지 큰 파급을 일으킨 영화들에 대해서는 아는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2002년.

당장 올해 말에 전 세계를 강타할 영화가 개봉한다.

홍콩 느와르의 마지막 자존심.

‘무간계! 그거 지금이면 아직 제작 안 됐겠는데?’

홍콩 영화는 한국과 비교하자면 엄청난 크기의 세계 시장을 가지고 있다. 그렇지만 제작비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충분히 시도해볼 만한 영화다.

“어이, 윤태식 씨. 내 말 들려?”

“먹다가 얼이 빠졌나··· 이봐. 어이?”

상추를 내 앞에서 흔들며 장난치는 친구들에게 내가 말했다.

“그래. 이건 너희 덕분에 떠오른 거니까 나눠 먹자.”

“치사한 새끼. 소고기 네가 산댔잖아.”

“진수야, 좀 닥쳐봐. 태식이가 돈 벌게 해 준단다.”

“넵!”

만담을 주고받은 진수와 성찬이가 기대 어린 눈으로 나를 봤다. 그리고 녀석들은 ‘돈 얼마나 있냐?’라는 내 말에 지금까지 모은 쌈짓돈을 몽땅 투자금으로 내놓았다. 손해 보리라는 생각은 일절 하지 않는 과감한 투자였다.

‘가만히 보면 얘네들도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는 타입 같아.’

노력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의 수익을 뽑아낼 줄 안다.

역시 내 친구들이었다.

82. 투자전문가

밤이 깊어가며 술에 취하니 집에 들어가기 모호한 시간대가 되었다. 나는 기분 좋게 취한 마당이니 간석동 사무실의 침대에서 쉬기로 했다.

구름 위에 누운 듯 푹신하고 편안한 고급 침대와는 달리 이곳에는 10년도 더 된 매트리스가 있다. 하지만 익숙하기 때문일까, 단단하게 내 몸을 지탱하는 느낌이 여전히 안정감을 준다.

낡은 침대, 낡은 가구, 낡은 천장, 낡은 벽지.

고급스러움과는 다분히 거리감이 있지만, 그 나름대로 맛과 멋이 있다.

‘술기운이겠지만.’

아무래도 술에 약간 절어 있는 상태라서 더욱 좋은 점만 돋보이는 것도 같았다. 추억보정도 있고 말이다.

“아이고 좋다~ 역시 사람은 누워야 해.”

눕고 나니 서 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편안함이 나를 휘감았다. 아울러 다양한 돈벌이 방법들이 새롭게 펼쳐졌다. 모두가 한국이라는 나라 안에서 세계라는 바깥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토록 쉬운 건데. 게임에서는 두루두루 써먹은 것들인데 왜 떠올리지 못했을까?’

아마도 열의가 부족해서일 것으로 본다. 지금 정도로도 충분해서 한계선 바깥을 넘볼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말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르다. 내 인식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세계에는 아직도 기회가 많아. 무간도 이외에도 말이지.’

게이머스 포럼에서는 열심히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우리의 개발자들은 쉼 없이, 프로페셔널하게 노력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여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아무리 청사진을 그려주고 막히는 구간마다 도움을 준다고 해도 도깨비방망이를 휘두르듯이 뚝딱 1개월, 2개월 만에 완성할 수 없다. 물리적인 한계인 것이다. 그렇기에 내게는 사적인 시간이 있고 지금처럼 다른 사업과 투자에도 발을 들이미는 일이 가능했다.

“케이스 북!”

올해 기지개를 시작하는 무시무시한 회사.

장차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중 독보적인 1위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사용자가 많고 가장 대중적인 SNS다.

마커 주크버그는 올해, 하버드에 입학한다. 그리고 하버드에서 케이스 북의 콘셉트를 듣고 그 아이디어를 훔쳐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버린다.

‘결국, 그게 발목을 잡고 몇천억에 달하는 돈을 뜯기고.’

즉, 그 전에 내가 먼저 접근해야 한다. 마커 주크버그의 일을 차단하고 아이디어를 도난당한 그 사람들과 달리 빼앗기지 않도록 조처를 해야 한다.

‘시간상으로 따지면 무간계에 먼저 투자를 하고 그다음에 케이스 북이 되겠지?’

무간계는 2002년 12월에 개봉하는 홍콩 느와르 영화다.

12월에 개봉하는 만큼 아직은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지금 고민을 하는 것은 무간계의 원작자를 선점해서 독점적으로 홍콩 영화를 제작하느냐, 이것과 원작자 없이 대략적인 스토리를 가지고 각본가를 만나서 직접 제작을 하느냐다. 그리고 결론은 원작자를 만나서 제작하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영화라는 건 대본, 배우, 연출이라는 세 가지의 시너지가 가장 잘 맞았을 때 훌륭한 성적을 내는 분야다. 내가 성공할 영화의 방향은 잡을 수 있지만, 원작자 없이 제작하고도 성공할 자신은 없었다.

‘좋은 대본과 좋은 연출을 가지고도 망하는 영화가 부기지수니까.’

게다가 이 영화는 필히 홍콩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아직 영화 부분에서의 한국은 세계에서는 ‘듣보잡’에 속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최대한 내 사비를 탈탈 털어서라도 영화의 지분을 최대한 확보하는 쪽이 바람직했다.

이튿날, 회사에 출근함과 동시에 김형빈을 불렀다.

“너 홍콩 좀 다녀와야겠다. 홍콩에 투자할만한 영화가 있는지 알아봐 줘야겠어.”

“네?”

나는 어제 잠이 들기 직전까지 고민했지만, 형빈이에게는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연히 어리둥절한 대답이 돌아왔다.

“홍콩 영화요? 한국 영화들도 많은데, 굳이 왜요?”

“한국 영화랑 달리 홍콩 영화는 글로벌하잖아.”

아무리 잘 만들고 크게 성공해도 한국 영화는 한국 영화다. 홍콩의 몰락과 함께 그 자리를 한류가 비집고 들어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몰락한 홍콩 영화가 더 넓은 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물론 형빈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그렇기는 한데, 다 옛말이죠.”

세계적으로 알아주던 홍콩영화에 슬슬 침체기가 다가오고 이후 한국 영화가 호시탐탐 그 시장을 노리는 시대가 열렸다. 하지만 내가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거시적인 안목에서 이야기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무간계를 잡아 오라는 나름의 핑계를 대기 위해서가 아니던가.

“그래도 가.”

답은 정해져 있으니 적당한 구실로 일을 시키면 그만이다.

“가서 내 마음에 드는 영화가 없으면 선택 안 할 테니까 영화 시놉시스들을 구해서 연락해.”

단호한 내 말에 형빈이 어찌 반박하겠는가. 바로 수긍해 보였다.

“저기··· 홍콩에서 뭘 하려면 중국어랑 영어를 할 줄 알아야 하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게···”

“믿고 함께 작업할 사람 하나 뽑아. 영화계에 그런 걸 잘 하는 사람도 있을 거 아냐. 데려와.”

“넵!”

원래는 고진환 팀장이나 김유천 과장을 붙여줄까도 했지만, 이런 일에 회사 사람을 계속 이용할 수는 없다.

‘그러고 보니 형빈이한테만 사람을 뽑으랄 게 아니구나. 나도 필요하겠어.’

어차피 앞으로도 새로운 인물은 계속 필요하게 된다.

형빈과 경호형 둘이 일을 하는 이 회사는 현재 영화 투자에 올 인을 하는 중이다. 그러나 본질에서는 영화뿐이 아닌 투자 그 자체를 전문적으로 하는 회사로 설정하고 만든 곳이다.

‘그래도 회사에 투자 전문가가 없다는 건 문제가 되겠지.’

돈이 얼마가 들게 되더라도 투자에 관련된 전문가를 영입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이쪽과 관련해서 꿈속 미래의 기억으로부터는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관심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나는 다르다. 중소기업의 붙박이 노동자가 아닌 윤태식 회장이 아니던가. 직접적인 내 인맥 대신 유능한 사람의 인맥을 쓰면 될 일이다.

< 새로운 기로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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